〈 50화 〉되찾는 노력, 수련17
그녀의 입안은 깐깐한 성격과 달리 상당히 상냥하고 나긋나긋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볼살이 페니스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에 버나드는 짜릿한 자극을 받아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동시에 그의 페니스는 그녀의 입속해서 전보다 훨씬 단단하고 드세졌다. 사만다가 고환을 매만지며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자 쾌감은 끊어질줄 모르고 계속 되었고, 능수능란한 조련사 덕분에 버나드는 곧 사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사정하고 싶지 않았다. 황홀한 기분을 오랫동안 만끽하고 싶었다. 죽다 살아나 몇 달만에 찾아온 유일한 즐거움이니까. 그러나 사만다의 혀는 마치 구멍속에 숨은 쥐를 끌어내려고 악을 쓰는 고양이처럼 집요하게 달라붙어서 페니스에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빳빳하게 선 살덩이가 완전히 입안으로 삼켜졌다가 빠져나오기를 반복 할수록, 사만다의 목구멍으로 성기가 부드럽게 처박혔다 빠졌다할수록, 버나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의 입안에 정액을 한가득 싸버리고 싶은 욕망이 연신 솟구쳤다.
“으윽!”
사정감이 솟구치자, 재빨리 양손을 움직였다. 하반신에 얼굴을 묻고 있던 그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페니스를 더욱 더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리고 사정했다. 울컥 쏟아진 정액이 사만다의 입안을 흠뻑 적셨다. 사만다는 버나드를 보며 한번 씨익 웃더니 정액을 꿀꺽하며 목으로 넘기고 성기 주변에 묻은 잔여물까지 모조리 핥아서 마셔버렸다.
“이 녀석 이제보니 보통이 아니네.”
사만다가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며 웃어보였다.
“밖에다 싸게할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평온해진 버나드는 다른곳에 시선을 두며 짧게 헛기침을 했다.
“감사했습니다.”
“좋았어?”
뭘 그런것까지 말해야 하느냐며, 민망하고 노골적인 질문이라 버나드는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해준게 있으니 예의상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창녀랑 하는줄 알았어요.”
그녀를 비하할 의도는 없었고 정직하게 솔직한 감상을 얘기했다.
***
틈으로 들어온 밤바람에 어두운 실내에 켜진 촛불이 일렁거리며 풀내음이 물씬 풍겼다.
클레어는 숙소에서 찬물에 오른손을 담근 채 손목을 마사지 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씩 여기하고 여길 눌러줘. 그리고 밤에 자기 전에 찬물에 30분씩 손목을 담그도록 해. 그렇게 꼬박꼬박 일주일만 하면 금방 나을거야. 회복하는 동안 절대 칼은 잡지 말고. 그리고 또 주의할 점은……’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던 버나드의 음성이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왜 나를……”
신경써줬을까.
버나드 보다 실력이 낮다고 생각해 그에게 지고 있는 기분이 들었던 클레어는 검술 외의 일로 그에게 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자신은 초조한데 비해 그는 경쟁자를 신경써줄만큼 여유로웠다.
“거만해…”
그런데 그 와중에 참 어이없던 것은, 버나드가 당부한대로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자신이었다.
찬물에 손을 담가 손목을 주무르면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만이야…”
***
버나드와 사만다는 동이 틀때까지 잡담을 나누며 한숨도 자지 않고 버텼다.
마침내 해가 뜨자 두 사람은 안도감에 만면에 미소가 번졌다.
계곡을 빠져나가려 될 수 있는한 서둘렀다.
아무리 해가 떠있더라도 오크는 대낮에도 활보하고 다닐 수 있다. 간밤에 습격했던 잔당이 남아있을까 우려되어 두 사람은 신속히 장소를 벗어났다.
그리고 해질 무렵, 미셸이 보낸 니콜라스 부대와 길에서 마주쳤다.
“오오, 무사했구만!”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사만다의 물음에 니콜라스는 미셸이 보내서 왔다고 대답했다.
이전날 사만다는 미셸에게 전서구를 날리면서 버나드의 오크로드 이야기를 적어 보냈고, 서신을 받아본 미셸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니콜라스를 파견한 것이라고.
“버나드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니콜라스는 안타까운 얼굴로 혀를 차며 멀리서 데보라와 반갑게 포옹하는 버나드를 돌아보았다. 버나드가 떠난 이후부터 아킨테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데보라는 니콜라스가 야영지를 떠나는 것을 보고 불안한 나머지 함께 길을 나서며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저 아이는 정말 신기하군. 어떻게 예측한건지…”
“10년 전에 같은 일이 있었다더군요. 그 소문을 주워들었나봐요.”
사만다가 지친 한숨을 내쉬며 병사가 가져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후, 이제야 입안의 비린내가 좀 가시는군.”
사만다가 개운한 표정을 짓자 니콜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린내? 민물고기라도 잡아드셨나보죠?”
“그런게 있어요.”
그녀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그를 지나쳤다.
한편, 버나드는 데보라와 반가운 포옹을 나누었다.
“다친데는 없는거야?”
데보라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녀는 등에 플레일을 매달고 있었다.
“다음부턴 누나도 꼭 데리고 가야한단다?”
“안오길 잘했어. 정말 위험했어.”
그녀의 등을 토닥이고 버나드는 말 위에 올라탔다. 데보라에게 뒤에 타라며 손을 내밀었다.
“가자. 빨리 가서 쉬고 싶어.”
“응.”
데보라가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윽고 밤이 깊어서야 아킨테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사만다는 미셸과 만났다.
자세한 사정을 전해들은 미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죽었단 말인가……”
“제 탓입니다.”
사만다는 면목없다는듯이 계속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있었다.
“제게 징계를 내려주세요.”
미셸이 고개를 저었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야. 오크로드가 그곳을 지나칠줄 누가 알았겠어.”
“버나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제가 저지른 가장 큰 죄입니다. 부디 합당한 벌을 내려주세요.”
미셸은 거듭 그녀의 요청을 뿌리쳤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야. 결과를 놓고 이야기해봐야 뭐든 아쉽기만 하지. 그러니 사만다. 자책하지 말거라. 지휘관으로서 아직은 새내기에 불과한 버나드의 말을 신용하긴 어려웠을거야. 넌 지휘관으로서 제 할 일을 다 했다.”
그 말에 감동한듯 사만다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저를 용서해주시고 더불어 용기까지 북돋아 주시니 자애로우신 미셸님의 아량과 넓은 이해에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입 바른 말은 그만둬. 내가 왕비였던 시절 네가 호위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했다고 본다. 아무튼 오늘의 경험은 널 더 강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야. 어제 얻은 죄책감은 버리거라.”
그렇게 말하고 나서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샤를의 형제자매들에게 보낼 친서를 작성해놨다. 그들에게 평화를 위한 연합을 만들자고 제안했어. 그리고 빠른시일 내에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담을 열자는 내용을 적었지. 여길 나가는대로 형제자매들의 머릿수만큼 내용을 복사해서 빠짐없이 전령을 파견해.”
“……”
어째서인지 사만다의 입에서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미셸은 그녀를 돌아봤고, 그녀의 눈빛에서 망설임을 보았다. 전에 없던 모습이다. 방금 나눈 대화 때문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사만다의 성격은 매사 긍정적이고 어떤 사건 하나 때문에 충격을 받아 끙끙 앓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문제가 있나보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저……”
사만다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
“버나드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욱 대단한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버나드의 말대로 샤를의 형제자매들이 적대적으로 나올 수 있으니 미리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먼저 손을 내밀때가 아닌것 같아요.”
사만다가 말을 마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미셸이 기가찬 웃음을 터뜨렸다.
“넌 평화를 주장하는 강경파였잖아.”
“근데 그게 뭐랄까… 버나드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안믿자니 또 그렇고. 좀 혼란스럽달까요.”
사실 사만다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신이시여,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버나드의 주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으면서 어째서 그 아이의 주장을 지지해준단 말입니까?’
“오크로드 사건을 통해 느꼈어요. 버나드를 마냥 아이라고 무시할게 아니더라고요. 그 녀석, 대단한 물건이에요.”
미셸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가 대단한건 나도 알아. 니콜라스도 그렇게 말했지.”
“더 요긴하게 썼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그 아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겸 작위를 내려주시는게 어떨까요?”
미셸은 고개를 갸웃하며 사만다를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대체 언제 걷는 사자 전쟁에 참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바뀐거지?”
“의견이 바꼈다기 보다는 샤를의 이복형제자매들에게 친서를 보내기 전에 한번만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자는 얘기죠. 솔직히 오크로드 사건을 겪고나니, 버나드가 한 말을 그냥 넘길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마음 같아선 그 애에게 작위를 내려 다른 가신들이 애라고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힘과 명분을 주고 싶어요.”
“우리 영지의 중진으로서 무게감을 가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미셸은 잠시 턱을 짚으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버나드의 기사 작위 수여식을 준비해.”
***
그로부터 두 시간 후, 갑작스럽게 버나드의 기사 작위 수여식이 거행됐다.
때가 때이고 장소가 장소니만큼, 드넓은 들판에 주요 가신들만 참석해 작고 조촐하게 치러졌다.
“버나드, 그대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꿨고……”
한적하기 그지 없는 초록 들판에서 화려하고 고풍스럽게 차려입은 미셸이 작위를 인정하는 증서를 손에 든 채 그녀의 발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버나드를 향해 말하는 중이었다.
“……공로를 치하하는 바, 나 아킨테의 미셸은 버나드에게 명예롭고 성스러운 기사의 작위를 내릴 것을 선언한다.”
사뭇 엄숙한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직 샤를만이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녀석한테 기사 작위를 내려주는 거지? 한게 뭐가 있다고.”
그 투덜거림을 듣고 클레어가 얌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수천마리나 몰려든 오크들 사이를 뚫고 사만다님을 용기있게 구해냈다는군요.”
“수천마리? 거짓말 아니야? 수천마리를 어떻게 뚫어?”
샤를이 코웃음을 쳤다.
“흥, 보나마나 거짓말일게 뻔해. 억지로 기사 작위 줄려고 과장되게 부풀린 것이겠지.”
“누가요?”
“글쎄, 어머니가 아닐까? 원래 어머니는 저딴식으로 잘생긴 미소년들을 좋아해. 저 녀석도 조만간 피에르 그놈처럼 어머니랑 한 침대 위에서 뒹굴게 되겠지. 징그러워.”
샤를이 뭐라 불평을 하건 말건 기사 작위 수여식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미셸은 기사 증서를 버나드에게 건네준 다음, 사만다가 내민 화려한 단검을 받아들고 자신의 새끼손가락 끝을 살짝 갈랐다.
피가 맺히자 새끼 손가락을 신성한 물이 담긴 흰 그릇에 담갔다. 투명한 물속에서 붉은 피가 넓게 번져 나갔다.
미셸은 약간 따가웠으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핏물이 섞인 그릇을 버나드에게 내밀었다.
“마시거라.”
“예.”
버나드는 그릇을 받아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미셸이 미소를 지으며 크게 외쳤다.
“이로써 버나드 경의 몸속에도 우리 아킨테 가문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그는 앞으로 ‘아킨테의 미셸이 인정한 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사 버나드’ 라 불리게 될 것이며, 버나드 경이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아킨테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 없는……”
객석에서 구경하고 있던 마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이 왜 저렇게 길어? 불편하지 않으려나?”
버나드가 작위를 받는다니까 마냥 신나있던 데보라가 속삭이며 대꾸했다.
“원래 귀족분들은 호칭을 거창하게 짓는걸 좋아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쟁터에서 적이랑 만나면 ‘여봐라! 난 아킨테의 미셸이 인정한 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사 버나드다!’라는 식으로 자기소개를 해야하는거야?”
“그거야 알아서 줄이겠죠.”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미셸은 손에 쥐고 있는 황금검으로 버나드의 양 어깨를 가볍게 친 다음 말 한 필을 그에게 선물함으로서 기사 작위 수여식을 끝마쳤다.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모여있던 관중들이 환호했다.
“와아아아! 버나드! 버나드! 아킨테의 미셸이 인정한 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사 버나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는 관중들을 보며 버나드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프레드릭왕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을때가 떠올랐다.
기사 작위를 두 번 받으니까 기분이 조금 묘했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쾌청한 여름하늘이다.
‘레아, 인생을 마치 두 번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야. 하급기사 버나드. 네가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크게 웃었을 것 같아.’
자신도 웃긴 나머지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때 왕국 정보기관 마스터까지 올라갔던 자신이 하급 기사 버나드라니…… 왠지 재밌는 상황이었고, 운명의 장난에 괜스레 씁쓸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아킨테의 가신이 된지 얼마 안됐지만,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네 몸을 찾으러 갈게. 그때까지 기다려줘, 레아.’
왕궁에 숨겨져 있다는 레아의 시체.
지금 버나드에게는 오직 그것만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삶의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