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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아킨테의 미셸, 눈치채다4 (24/200)



〈 24화 〉아킨테의 미셸, 눈치채다4

“……”

버나드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보기만 할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미, 미셸님이 너 같은걸 좋아할리가 없어.”

긴장한 표정의 피에르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버나드를 밧줄에 묶인 사냥개 마냥 두려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다간 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근처에 다가오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멀리서 괴롭히자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1미터 정도 길이의 지휘봉을 집어들었다. 그것으로 버나드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대, 대답해. 넌 누구야? 여긴 왜 왔지? 대답하라고.  안하면 이걸로 때리는 수가 있어. 나 꽤 무서운 사람이야. 지, 진짜야.”

콕.
콕.
버나드를 계속 찔렀으나 그는 미동도 없이 피에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말하기 싫어?”

답답했는지 피에르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 그럼 제일 중요한 것부터 확인하지. 이, 일어나.”

일어나라고 말을 했음에도 버나드가 아무것도 안하고 버티고 있자 피에르는 지휘봉으로 버나드의 어깨를 약하게 툭 치면서 재차 강요했다.

“다, 다치고 싶지 않으면 내 말에 순순히 따르는게 좋아. 진짜 세게 때릴거야. 빨리 일어나.”
“……”

버나드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에르는 침을 꼴깍 삼키며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조, 좋아. 잘 했어. 이, 이제 바지 벗어.”
“……?”

난데없는 명령에 버나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피에르가 약간 언성을 높였다.

“네, 네놈 물건을 확인할거야! 나보다 못생겼는데 뭣 때문에 이곳에 들였는지 알아야겠어! 얼마나 사내 구실을 잘하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고!”

버나드는 어이없는 얼굴로 대놓고 피식거렸다.

“우, 웃지마! 때리는 수가 있어! 분위기 파악 안돼?  손에 들고 있는거 안보여?”

버나드는 눈을 껌뻑이며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무릎 밑까지 끌어내렸다.
세상밖으로 드러난 그의 물건을 보고 피에르는 눈을 크게 뜨며 단숨에 절망감에 휩싸였다.

“너, 너 왜 이런걸 달고 있어? 누가 이런걸 달고 있으랬냐구!”

피에르는 버나드를 원망하며 그의 물건을 지휘봉으로 탁탁 때렸다. 질투심이 생기니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침대 위에서 격하게 정사를 나누는 버나드와 미셸이 아른거렸다. 은밀한 부위로 버나드의 물건을 집어삼킨 미셸은 쾌락에 몸부림치며 네가 피에르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수차례 부르짖고 있었다.

“아아악! 안… 돼!”

피에르는 좌절하며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었다.

“얼굴은 내가 이겼는데 밑에서 지다니!”

길이는 길지만 실처럼 가늘기만한 자신의 페니스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기가찬 웃음을 짓고 있던 버나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야, 너.”
“어헉!”

버나드가 불쑥 말을 걸자 피에르는 경기를 일으키며 주저앉을뻔했다.

“뭐, 뭐, 뭐?”
“책상 위에 열쇠가 있어. 가져와.”
“시, 싫다!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하지? 주도권은 나한테 있어! 노예 주제에!”
“그래?”

버나드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돌연 날렵하게 움직이며 피에르가 쥐고 있던 지휘봉을 확 끌어당겼다. 멍하니 있던 피에르는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스르륵 딸려왔고, 버나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빠르고 부드러운 스텝으로 피에르의 배후로 이동해 팔로 피에르의 목을 졸랐다.

“컥!”

순식간에 팔과 목을 제압당한 피에르는 덜컥 두려움을 느꼈다. 그의 체격 조건은 버나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키가 작고 말랐으며 평소에 운동을 안해 여자 체형처럼 호리호리할뿐이었다.

“사, 살려줘! 크윽!”

버나드는 더욱 세게 목을 조르며 거래를 제안했다.

“책상 위에  목에 채워진 목걸이를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다. 그것을 얌전히 가져올래 아니면  자리서 죽을래?”
“컥, 컥!”
“싫어? 내가 떠나는게 너한테 좋을텐데?”

버나드는 앞서 피에르의 행동을 통해 그가 자신을 미셸의 새로운 몸종이라 착각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설마 미셸님을 나한테 빼앗기고 싶은거야?”
“그, 그건 안돼! 컥!”
“그럼 도망치게 도와줘. 협력할 생각이라면 오른다리를 위로 들고 그게 아니라면 무릎 꿇어라.”

피에르는 잠시 저항하는가 싶더니 끝내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들어올렸다.
버나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그를 깔끔하게 풀어주었다.

“어서 가져와.”
“헉, 헉! 주, 죽을뻔했다고!”
“그러게 누가 덤비래?”
“난 널 죽일 생각은 없었…! 아. 아. 아, 목소리가 잘 안나와…”

피에르는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아픈 목을 어루만지며 책상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던 열쇠를 집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미, 미셸님한테 혼나면 어쩌지?”
“만약 내가 탈출하지 못하면, 이따가 미셸님한테 네가 지휘봉으로 날 때렸다고 일러바칠거야.”
“내가 언제! 툭툭 건드렸을뿐이라고!”
“우기면 미셸님도 별 수 없겠지. 너와 나 둘중에 과연 누구의 말을 더 믿어줄까? 어쩌면 내 환심을 사기 위해, 자주 먹어 질려버린 음식 같은 네 주장 따윈 가볍게 묵살될지도 모르지. 옷이든 사람이든 뭐든  것이 좋잖아? 특히 사람의 성기는  그럴테지. 새로운 맛을 보고 싶어하실거야.”
“큿……!”

피에르가 얼굴을 찡그리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버나드의 언변에 설득당한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순순히 열쇠를 건넸다. 잠시 후 버나드가 열쇠를 끼우며 쇠목걸이를 푸는 것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빨리 떠나. 내 눈앞에서 당장 사라지라고.”

철컥.

“어?”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목에 쇠목걸이가 채워지자, 피에르는 황당한 눈빛으로 버나드를 쳐다봤다.

“무슨 짓이야?”
“이러는게 더 완벽해. 나중에 미셸님이 오거든 내가 너한테 쇠목걸이를 채우고 도망쳤다고 해. 열쇠는 저쪽에 던졌다고 하고.”

버나드는 열쇠를 구석으로 던졌다. 그 다음, 책상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과일바구니에 담긴 각종 과일과 찢어진 종이 봉투에 담겨져 있던 프레첼 과자를 그야말로 걸신들린듯이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와작와작!
우걱우걱!
쇠줄에 묶여있던 피에르가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왕거지 같아…”

버나드는 갑자기 목이 막혔는지 가슴을 탁탁 처댔다.

“야, 물 어딨어?”
“내, 내실에 있는 침실 탁자에.”
“고마워.”

버나드는 곧장 침실로 들어가서 탁자 위에 있는 주전자를 들고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막혔던 속이 금세 뻥뚫리는 기분이 들면서 흡족한 웃음이 입가에 그려졌다. 그는 전보다 부푼 배를 어루만지며 외실로 나왔다.

“하아, 든든하니 이제 좀 살  같다.”
“꼭 아재 같이 말하네.”

버나드가 피식 웃었다.

“그럼 내가 아재지 너 같은 꼬마인줄 알았냐?”
“네가 아재라고? 무슨 말이야?”
“그런게 있다.”

피에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으나 버나드는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막사를 나가버렸다.
홀로 남겨진 피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녀석, 정체가 뭐야…?”

쏴아아아!
쿠콰쾅!
밖으로 나오자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무섭게 쏟아져 내리는 중이었다. 잔뜩 낀 먹구름에 햇빛마저 사라져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웠으며, 스산하고 음침한 기운이 야영지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문득 흐릿하게 피어오른 안개 사이로, 저 멀리 미셸과 가신들로 보이는 한 무리가 보였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당황한 그들은 야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급히 방재시설을 점검하는  같았다.

“도망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야.”

버나드는 번개가 내려치는 성난 하늘을 올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같은 시각.
야영지에 몰래 잠입한 블라쉬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사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군. 기다려라 버나드. 으흐흐.”

***


미셸의 막사를 빠져나와 병사들의 시선을 피해가며 달리고, 숨고, 지름길을 찾던 와중에 갑자기 근처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아악!”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가서 슬그머니 엿보니 놀랍게도 비에 젖은 옷차림의 데보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사람 머리만한 돌을 양손에 들고 있었고, 순찰중이던 것으로 보이는 병사  명이 바닥에 쓰러진  기절해 있었다.

“데보라!”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데보라는 흠칫하다 버나드를 발견하고는 금세 환한 웃음을 머금었다.

“버나드! 어떻게 나왔어?”
“데보라야말로 여긴 어떻게 온거야?”
“널 구해주려고 왔단다. 보고 싶었어!”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떨어뜨리고 양팔을 벌렸다. 그대로 가까이 다가온 버나드를 와락 껴안으려고 했건만, 버나드가 잽싸게 피하는게 아닌가.
휙!

“음?”

‘방금 버나드가 내 손길을 거부한건가?’

데보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기분탓이라며 웃고 말았다. 그러면서 버나드를 다시 껴안으려고 양팔을 벌렸다.

“이리와 버나드~”

다정하게 부르며 와락 껴안으려고 하자 버나드는 또다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버렸다.
휙!

“버나드?”

데보라가 짐짓 울먹거렸다.

“누나가 싫어진거니?”
“데보라한테 안기면 숨막혀.”
“이 무식하게 큰 가슴이 원인인거야? 흑흑!”

가짜 울음이었지만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고 옷이고 뭐고 쏟아지는 비에 왕창 젖어 처량해보이는 구색은 있었다. 참고로 그녀가 입은 빳빳한 회색천으로 만든 저가 드레스가 비에 흠뻑 젖어 살에 찰싹 달라붙는 바람에 가슴의 윤곽하며 엉덩이 형태까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중이었다.

“그럴때가 아니야.”

버나드는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는듯 대뜸 데보라의 손을 잡아채고 이끌었다.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해. 곧 미셸이 쫓아올거야.”
“미셸님이 풀어준거 아니었어?”
“도망친거야.”
“혼자?”
“응. 이쪽으로. 저긴 위험해. 경비병들이 앉아서 감시하기 좋은 위치야.”
“그래. 버나드만 믿고 따라갈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덕분에 밖에 나와있는 병사가 적어 감시를 피해서 유유히 달아나기가 수월했다.
한편, 때마침 아킨테군이 머무는 언덕에 잠입한 블라쉬 역시 기척을 숨기고 여유롭게 잠입에 성공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버나드와 함께 달아나는 데보라를 발견했다. 양쪽  남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다니다보니 경로가 비슷할  밖에 없었다.
블라쉬는 턱을 어루만지며 히죽 웃었다.

“호오라, 저 계집. 그 계집 아닌가? 복장을 보니 어제 그 계집이랑 비슷해. 젖탱이 크고 엉덩이 죽여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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