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신선한 물고기, 데보라2
버나드가 사색이 되어 격렬하게 부정하자 데보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다.
“으음? 진짜 무슨 일 있는거야?”
“아, 아무 일도 없다니깐!”
그 순간 마크가 불시에 달려들더니 버나드가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목포를 확 들춰버렸다.
“하하하! 너 오줌싸서 그런거지! 표정에 다 나와인마 하하하! 오줌싼게 뭐 부끄럽다고 숨기고 그래!”
하고 크게 비웃던 마크가 바람에 실려온 모포 냄새를 맡고선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어? 뭐, 뭐지? 이건 오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라? 어? 헐? 이거 설마……?”
“뭔데? 뭐야뭐야. 오라버니 빨리 말해줘봐요. 소변이 아니면 뭐예요?”
“낄낄, 내가 방금 말한거 있잖느냐.”
“정액 냄새…?”
“저, 정액이라구요? 어머머! 버나드! 너 몽정한거야?”
마크와 데보라가 동시에 버나드를 돌아봤다.
추궁하는듯한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버나드에게 쏠리자, 버나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자포자기하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 어젯밤에 악마한테 당했나봐……”
“저런 버나드 불쌍해… 악마한테 강간당했어… 어쩜 좋아…”
데보라가 딱 하다는 듯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주저앉아있는 버나드를 가볍게 껴안았다.
“헐…… 나, 나도 옆에서 잤는데 크, 큰일 날뻔했네!”
놀란 표정을 짓던 마크가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갑자기 데보라의 등을 치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야야 너 이러고 있지말고 빨리 동쪽에 있는 계곡으로 가서 계곡물에 얘 옷하고 몸 좀 씻기고와. 여기 묻은 것들 전부 악마가 싸고 간거라 재수없다. 빨리!”
“응, 알았어요 오라버니. 그럼 아침밥 좀 부탁할게! 버나드! 빨리 누나랑 계곡가서 물로 씻자! 이대로 놔두면 불운이 닥칠거야!”
데보라도 한술 더 떠 버나드의 손을 잡고 보챘다. 그러자 버나드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와 함께 서둘러 떠났다.
야영지 밖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멜라니아가 낄낄 비웃었다.
“어리석은 것들, 몽정한 정액이 불길하긴 뭐가 불길해. 다양한 약재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는데 말이야. 낄낄. 돈 주고도 못사는 금보다 더 값진 재료라고. 하지만!”
그녀가 침을 퉤 뱉으며 덧붙였다.
“저 늑대놈꺼는 안 사!”
***
동쪽에 자리한 계곡에 도착하자 밀린 빨래를 서두르는 아낙네들과 조금 널따란 웅덩이 안에서 목욕중인 이십명 정도의 남녀 무리가 보였다.
남자와 여자들은 구역을 나눠 서로 떨어져서 씻고 있었지만, 남자나 여자나 타인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알몸을 자랑스레 드러내놓고 다녔다.
“데보라, 이즈음이 괜찮겠어.”
“여기서 할까?”
버나드와 데보라는 최대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자리를 잡았다. 몽정을 한 사실을 들키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기 때문에 남몰래 빨래를 해야만했다.
“얼른 벗으렴.”
“응.”
버나드는 데보라 앞에서 거리낌없이 옷을 벗었다. 상의와 하의는 물론이고 속옷까지 훌훌 벗어서 데보라에게 건네주며 알몸이 되었다. 동시에 데보라 역시 알몸이 된 버나드를 보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버나드가 소년 같아 보이는지라 귀엽게만 보일뿐 성적 매력은 느끼지 못하는듯 했다.
“악마의 흔적이 남지 않게끔 깨끗이 씻어야 해. 깊은 곳엔 들어가지 말고.”
“알았어.”
버나드는 데보라에게 빨래를 부탁하고 혼자서 얕은 웅덩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후ㅡ”
시원한 계곡물속에 몸을 담그니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더위가 싹 가셨다. 차가운 물살이 몸을 굽이치며 흘러가는 감촉이 너무나 좋다. 얼마만에 만난 깨끗한 물인가. 벌컥벌컥 마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머리를 물 속에 푹 담그고 물고기를 찾아다녔다. 감옥에 있을땐 매일 음식 같지도 않은 것만 먹었고, 마크와 데보라를 만난뒤에는 말린거, 조금 상한거, 풀맛만 나는거, 가난한 하층민들이나 먹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하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비싸고 맛좋은 음식만 먹었던 버나드로서는 힘겨웠달까, 신선하고 맛좋은 음식이 그리웠다.
“잡았다…!”
중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민물고기를 잡아 엄지 손가락으로 배를 뚫고 내장을 빼낸뒤 곧바로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그의 입가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아, 이 신선함! 그리고 이 담백한 맛! 게다가 오독오독 뼈를 씹어먹는 잔재미까지!
간만에 신선한 음식을 만끽한 버나드는 이후로도 몇 마리를 더 잡아서 날것으로 뜯어먹었다.
등뒤에서는 한창 딱딱딱 하며 데보라가 빨래에 힘찬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것에 몰두하는 동안 버나드는 강한 물살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가서 구석구석 깨끗이 몸을 씻었다. 굳이 악마때문이 아니더라도, 때가 껴서 더러웠던 몸이 깨끗해진다는 점에서 씻는 행위 자체가 행복했다.
“시원해서 좋니?”
“어!”
버나드가 자신의 몸을 씻으며 애 같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데보라도 기쁜듯 했다. 그녀는 방망이질을 하면서 버나드를 향해 즐겁게 웃어보였다.
이윽고 빨래가 끝나자 데보라는 갑자기 입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던지더니, 버나드의 시선 따위 전혀 개의치 않고 풍만한 젖가슴과 둔덕에 빽빽히 자란 무성한 갈색숲을 드러내며 웅덩이속으로 첨벙첨벙 뛰어 들어왔다.
“햐~ 시원해~”
“데보라는 내가 있는데 부끄럽지 않아?”
“당연하지~ 너한테 보여져도 아무렇지 않단다? 사랑스러운 동생이잖니.”
“하지만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잖아.”
“어머, 버나드! 설마 나를 누나로 보지 않는거야?”
짐짓 놀라는척 하며 양손으로 몸을 가리는 그녀의 과장된 몸짓에 버나드는 담담히 대답했다.
“누나로 보고 있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슬픈 대답인걸? 아무튼 아~ 얼마만의 목욕인지. 두 달 정도 못 씻은것 같은데.”
그녀가 엉덩이를 내리고 살며시 물속에 앉자 가슴까지 물에 잠겼다. 하지만 가슴이 워낙커서 풍만한 젖가슴의 3분의 1정도까지 밖에 잠기지 않았다.
버나드의 아무 생각없는 시선이 자신을 공격적으로 노려보는 유두에 한번 향했다가 데보라를 쳐다보았다.
“뭐하느라 두 달동안 못씻었어?”
“왕도의 귀족들이나 물을 펑펑쓰지 우리 같이 가난한 사람들은 물이 귀하잖니. 매일 얼굴이라도 씻을 수 있으면 다행아니야?”
“아… 그렇지.”
버나드도 한달전만 해도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씻을 정도로 물을 풍족하게 쓰던 귀족이다. 처음엔 그녀의 말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뒤늦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버나드의 시선은 다시금 데보라의 젖가슴으로 향했다.
계곡물이 차가운지 가뜩이나 하얀 데보라의 피부는 더욱 새하얗게 변하는 중이었다. 투명한 피부 탓에 추위에 자극 받아 꼿꼿하게 커진 분홍색 유두와 유륜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버나드, 악마의 때는 잘 지웠니?”
데보라가 묻자 버나드는 자연스레 시선을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응, 빡빡 씻었어.”
“잘했어.”
데보라는 싱긋 웃어보이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째서 너한테 악마가 다녀갔을까. 너처럼 착하고 불쌍한 아이를 데려가서 어쩌겠다고…”
걱정스럽기는 버나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악마한테 짓궂은 짓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불쾌했다.
가만히 고민하던 그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십대 소년의 성욕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혈기왕성한 나이대다 보니 정액 냄새가 너무 짙게 나는 바람에 악마들이 그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한달에 한번씩 창녀를 찾았기에 괜찮았지…’
그의 근심스러운 시선이 정처없이 주변을 멤돌다, 곧 물 위로 드러나있는 데보라의 탐스러운 젖가슴에 또다시 꽂혔다. 물기를 머금어 자극적이다 못해 치명적인 기운을 내뿜고있는 두 개의 큰 젖가슴은 세상의 모든 수컷을 유혹하는듯한 고혹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 여자. 이제보니 몸매가 꽤 괜찮군. 몸에서 아름다운 여성미와 물오른 여인의 성숙함이 느껴져. 그래서 시선이 자꾸 가는 것일까…’
데보라가 다정한 목소리로 무슨 말인가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으나 버나드의 귓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데보라의 성숙한 육체는 끊임없이 버나드의 성욕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와 비례해서 그의 하반신에 달린 성기가 물밑에서 야무지게 발기하기 시작했다.
버나드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역시나 너무도 쉽게 욕정이 차오르는군. 이래 갖고는 위험해.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 해결해야해. 안그러면 앞으로 하는 일에 방해가 될테고 또 악마들을 끌어들일 우려가 있어.’
또다시 몽정 같은 추한꼴을 보일 수 없다는 생각에 지금 이 자리에서 실컷 성욕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눈앞에서 젖가슴을 내보이고 있는 데보라.
어젯밤 꿈속에서 그녀와 이미 한번 관계를 가졌었다.
데보라를 품에 안고 싶은 욕망이 돌연 솟구친 것은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꿈에서 해봤으니 실제로도 품고 싶다!’
좋아, 급한대로 이 여자가 안성맞춤이다 라는 생각으로 버나드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이 여자에게 성교를 제안하면 어떨까? 과연 순순히 받아줄까? 어쩌면 평민이기에 몇 번 튕기다 승낙해줄지도 몰라.’
귀족으로써 평민을 낮잡아보는 인식은 버나드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데보라를 침대 위에서 자빠뜨리기 쉬운 여자라 여겼다. 게다가 자신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그런 그녀에게 부탁을 하면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갖고 그는 불쑥 민망한 말을 꺼냈다.
“데보라, 부탁 하나만 들어줘.”
“어떤 부탁?”
“나랑 하자.”
“응? 하다니 뭘? 뭘 같이 해줄까? 물장구치면서 놀까?”
“물장구 같은 시시한 놀이 말고.”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보라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물결을 출렁거리면서 버나드가 기습적으로 일어나자 데보라가 직면한 것은 커다랗게 발기한 성기였다.
불끈 솟은 버나드의 성기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동시에 데보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버, 버나드도 벌써 어른이네. 와……”
버나드는 부끄러운 기색없이 당당하게 제안했다.
“데보라, 한번 하자.”
“어, 저기…… 한번 하자는건 혹시 누나가 생각하는 그런것일까나?”
“남녀가 침대 위에서 하는 짓. 지금 데보라랑 하고 싶어.”
“하하 버나드, 장난치는 거지…?”
데보라는 무척 당황스러운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재차 물어봤다.
“정말 누나랑 하고 싶은 거야?”
“응.”
버나드는 계속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그녀를 두드렸다.
“한번 해주면 다음부터 안그럴게. 데보라도 날 좋아하잖아.”
“누나는 버나드를 좋아하지만… 그래, 맞아. 남자아이라면 여성의 몸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거니까. 그런데… 갑자기 들이대니까 좀 당황스럽달까. 버나드가 이 정도로 누나를 좋아하는줄 미처 몰랐어. 정말 놀랐어. 어쩐지 아까부터 내 가슴을 슬금슬금 엿보고 있더라니…”
말끝을 흐리던 데보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듯 급하게 시선을 돌려 버나드를 마주봤다.
“아직도 악마가 몸에 머물고 있는거야? 그래서 누나한테 성욕을 느끼는거지?”
그녀의 물음에 버나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흥분한게 악마 때문인지 뭔지 확신은 안서지만 일리는 있어. 악마 때문일 확률이 높아.”
“그랬구나. 못된 악마가 계속 버나드를 괴롭히고 있었구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그러니까 나랑 한번 하자. 다신 해달라고 안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