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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장거리 이동수단, 플랫폼1 (12/200)



〈 12화 〉장거리 이동수단, 플랫폼1

의자에 앉아있던 마가렛이 갑자기 상체를 비틀거렸다.

“아아, 왜 이러지……”
“왜요? 무슨 일이라도?”
“벌써 취했나봐요. 머리가 어지러운게 몸을 가누기가……”
“맙소사. 독한 술이 아니었을텐데 주량이 약한가 보군요.”
“죄송해요.”
“아니요. 저야말로 미안합니다. 술말고 음료수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클리프는 술잔을 탁자위에 내려놓고 가만히 마가렛의 상태를 주시했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  이마에 손을 얹고 가슴이 녹아내려가는듯한 느낌이 들어 힘들다고 말했다. 필리프는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자, 제 손을 잡으십시오. 침대에 누워 쉬는게 좋겠습니다.”
“먼저 취해서 죄송해요. 말동무가 되어드리려고 했는데… 어, 어마, 나 왜 이렇게 비틀거리지.”
“얘기는 나랑 침대에 누워서 하면 됩니다. 신경쓸 필요없어요.”
“네? 숙부님도 침대에요?”
“쉿. 전 당신의 알몸을 감상하고 싶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의 처녀를 받아가고 싶다고요.”

음흉하고 비열하게 웃는 숙부를 보며 마가렛은 잠시 머리가 띵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한 클리프는 가면을 벗었다.

“오늘밤, 그대를 임신시키고 싶습니다.”
“아, 안돼……!”

마가렛의 얼굴이 파래지더니 클리프가 잡고 있던 손을 뿌리칠려고 했다. 하지만 클리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마가렛을 번쩍 들어올려서 침대로 데려갔다.

“놔, 놔주세요!”
“오, 좋은 목소리입니다. 더 크게 소리 질러보세요 더욱 크게.”
“히익!”

마가렛은 발버둥치며 벗어나고 싶었으나 어째서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설마 와인에 무언가를 탔던걸까? 도망칠 방법이 없다고 깨달은 그녀는 울면서 애원했다.

“숙부님은 좋으신분이잖아요. 제가 만약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말씀해주세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 제발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무서워요!”
“걱정하지말아요. 당신의 처녀를 받아가는 것 말고는 전혀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내게 있어 소중한 물건이거든요. 이 왕국을 갖기 위한. 그렇기 때문에 아끼고 사랑해줘야만 하죠.”

클리프는 마가렛을 침대에 반듯하게 눕힌다음 바지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제가 왜 이러냐고요? 후후. 지금 얘기하기에는 너무나 긴 이야기입니다. 간단히만 말하죠. 당신의 아버지는 나를 겁많고 비겁한 놈으로 깔보며 멸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왕위계승자 후보로도 취급조차 안해주더군요. 나쁜 새끼! 게다가 왕이 동생을 무시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다들 겁쟁이 클리프라 비웃으며 지들끼리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망할!”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고! 날 비웃는 세상 모든 것들을 모조리 잡아다 참수시켜야겠다고! 빰빠라밤~!”

클리프는 상기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마가렛을 가만히 응시하다 조용히 읊조렸다.

“나는 왕이 될겁니다.”

동시에 그의 바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돌처럼 단단해진 물건이 퉁하고 튕겨져 나왔다.
혐오스럽게 생긴 성기가 대롱대롱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며 마가렛은 경악했다.

“꺄아아악!”
“아름다운 그대여, 나의 아이를 임신하십시오!”

클리프는 신이나서 마가렛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선물해준 고급 드레스를 거칠게 찢어버리고 그녀의 속옷도 사정없이 발밑으로 끌어내렸다. 그러는 동안 약물에 중독된 마가렛은 단 한순간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떨뿐이었다.
양발목을 붙잡고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며 마침내 그녀의 은밀한 곳이 드러났을때, 살아숨쉬는 분홍색 꽃잎을 목격한 클리프의 눈동자가 커지며 그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헉, 헉. 저, 저기야. 저 안으로 들어가면…! 나, 난! 내가 왕이 되기 위한 사전 작업! 형의 핏줄을 물려받은 이 아이를 임신시켜서 정당한 왕위계승자가 되는거야! 되는거라구!”

클리프는 자신이 왕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며, 그 황홀경에 빠져 이성을 잃어갔다.

“마가렛이여, 오늘부터 넌 나의 아내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 다른 형제자매를 죽이고 왕이 되는거야! 두고 봐! 나는 겁쟁이 클리프가 아닌 아이다썬의 클리프 레온이 될 것이다아아!”

직후, 클리프의 하반신에 달린 괴물이 마가렛의 중심부를 꿰뚫었고, 마가렛은 맹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얀 시트에는 붉은 피가 짙게 물들어갔다.


***

땀을 흘리며 뒤에서 짐수레를 밀고 있던 버나드가 물었다.

“데보라, 왕도를 벗어나면 어디로 갈 생각이야?”
“아킨테로 갈거란다.”

데보라는 앉은 자세로 대답하면서 손수건으로 버나드의 땀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아킨테?”
“응, 아킨테. 아킨테 사람들은 오라버니의 그림 감성을 이해해줄거라나? 오라버니가 가고 싶어해. 누나도 내심 기대가 되고. 그곳 사람들은 우리 왕국에서 가장 지성적이고 감각적인 사람들로 소문났잖니.”
“아킨테라면…”

 순간 버나드의 머릿속에 아킨테 지역과 그와 관련된 정보들이 주르륵 나열됐다.

‘아킨테의 미셸(Michele of Aquinte)… 그리고 그녀의  샤를리나…’

버나드는 아킨테의 영주 미셸에 관한 개인정보와 샤를리나에 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비단 그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왕의 적자, 적녀, 서자, 서녀, 그들의 어머니 할 것 없이 모든 정보가 아주 세세하게 총망라 되어 있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밤의 늑대들이 하는 일중에는 왕의 친인척  가족들 관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매일 수백건의 정보를 수집하는 비밀 정보기관의 꼭대기에 앉아있었던 수장이었던만큼, 누구도 알지못하는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쥐고 있었던 버나드였다.
물론  정보의 신빙성은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만 확실하다. 한달이 지난 지금, 새롭게 갱신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버나드는 곰곰이 생각하다 미소지었다.

“아킨테라… 괜찮네.”

멀리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깄다! 마크 라일리다!”
“다 털고 날랐다더니 사실이었군! 잡아!”

남쪽 성문까지 가는 길은 순조롭지 못했다.
빚을 진 마크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해 위쇼 남작이 보낸 기사들과 우연히 마주치고 만것이다.

“허, 헉! 큰일났다! 버나드! 더 세게 밀어!”
“저들은 말을 타고 있어!”
“제기랄, 알게 뭐야! 붙잡히면 죽는다!”
“나도 도와줄게!”

그때까지 짐칸에 앉아있던 데보라가 훌쩍 뛰어내려서 짐수레 미는 것을 도왔다. 하지만 기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그들은 세 명이었고, 순식간에 사방을 에워쌌다.

“마크 이 새끼. 그동안 오냐오냐 봐줬더니 감히 도망을 쳐?”
“남작님한테 좀 맞아야겠다. 아니 그전에 우리한테 먼저 맞아.”
“허허헉! 사, 살려주십시오!”

기사 한 명이 마크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마크는 단숨에 코뼈가 부러지며 코피를 흘렸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그를 다른 기사가 주먹으로 때렸다.
데보라는  옆에서 버나드를 감싸안고 그의 눈을 가리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저런… 불쌍한 우리 오라버니.”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태연했다. 얼핏보면 오빠가 맞는게 웃긴지 웃음을 띄는 것도 같았다. 버나드가 보기에 친여동생 맞는지 의문이 들정도였다.

“안말려도 돼?”
“글쎄? 나랑 상의없이 제멋대로 빚을 졌으니 별로 말리고 싶은 기분이 안드네. 호호.”

하지만 버나드는 속으로 혀를 찼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안돼. 이러다 블라쉬에게 걸리겠어. 할 수 없지. 적당한 핑계를 대서 이들을 버리고 다른 방패막이를 구할  밖에.’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갑자기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멜라니아? 당신 거기 왜 있어?”

뒤를 돌아보니 멈춰선 짐수레 옆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있었다.
바로 줄리안이었다.
그는 짐칸에 쪼그려앉아 말린 도마뱀을 뜯어먹고 있던 멜라니아를 알아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당신 단장님이랑 도망쳤다며? 왜 혼자야, 단장님은 어디갔어?”

그는 버나드를 찾는지 짐칸에 실린 물건들을 들었다놨다하며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버나드는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데보라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를 향해 외쳤다.

“줄리안!”

하지만 줄리안은 버나드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번 쳐다보기만 하더니 다시 멜라니아를 바라봤다.

“어디 숨겨놨어? 팔다리도 없어서 구석에 짱박아놓기 쉬웠지? 어디야, 빨리 말해봐.”
“낄낄.”

멜라니아는 손에  말린 도마뱀을 조금씩 뜯어 먹으며 그저 웃기만 했다.

“늑대는 늑대지~♪ 늑대는 새끼 늑대가 되었지~♪ 새끼 늑대는 돌대가리가 되었지~♪ 하지만 늑대는 늑대지~♪”
“뭔 개같은 노래야. 낄낄대지 말고 어서 말해봐 마녀님. 앞으로 할망구말고 마녀님이라고 불러줄게.”
“진짜렸다? 저깄잖아 저기.”
“어디?”
“줄리안!”

버나드가 재차 부르자 줄리안은 다시금 그를 아무생각없이 쳐다봤다.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멍하니…… 자신을 향해 밝게 웃는 버나드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입을 열었다.

“닮았네 쟤. 단장님과 많이 닮았어. 언제 애를 낳은거야? 엄마는 누구지? 레아인가? 단장님이 멜라니아 당신한테 맡겼어? 아니 레아가 맡겼나?”
“내가 바로 버나드야.”
“너, 아빠가 시켰니?  놀리라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내가 네 다리 인대를 끊어놨었지. 싸움에서 패하자  나한테 평생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약속했어. 그러면서 네 모국어로 한 말이 있지. ‘나스키라 아타체(나의 목은 당신이 쥐고 있습니다)’”

버나드의 말이 끝나자 줄리안은 놀란듯 그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거야. 빌어먹을…… 그 일을 아는 사람은 단장님 말고는 없을텐데……”
“부족하면 한마디  해줄까? 그때 넌 완전히 미쳐있었지. 폭주한 광견이었어. 온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채로 사람들을 마구 학살……”
“그만!”

줄리안은 곧바로 걸어가서 버나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예를 표시했다.

“어찌된건지 설명 좀 해주시죠. 단장님이 꼬마가 되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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