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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데보라와 마크, 방패막이2 (10/200)



〈 10화 〉데보라와 마크, 방패막이2

반면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기절초풍할 상황이었다. 여동생이 미쳤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린  눈을 꾹 감았다.

‘토할 것 같구만! 왜 저러는 거야!’

여자의 치마는 이제 가랑이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여자는 거기서 잠시 뜸을들이더니 블라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애 태우지말고 빨리 올려봐, 씨발.”

블라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얼굴도 반반한게 몸매도 끝내주네 썅년.”
“좋아요? 지금부터가 진짜예요.”

여자는 마침내 치마를 배꼽 위까지 확 들어올려버렸다. 그 순간 블라쉬의 눈에 그녀의 잘룩한 허리와 중심부를 가린 작은 속옷이 눈에 들어왔다. 블라쉬는 갈증이 나는지 혀로 입술을 적셨다.

“너, 마음에 든다.”

그는 단숨에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탱탱한 엉덩이살을 마구 주물럭 거리며 그의 노골적인 시선이 여자의 가슴을 거칠게 훑었다.

“젖가슴도 사람 머리통만하군. 최고의 몸매야. 엉덩이가 커서 애도 잘낳겠어.”
“칭찬인가요? 고마워요.”

블라쉬는 숨결이 닿는 거리까지 가까이 얼굴을 들이댔다.

“시간이 없는게 아쉽군. 내가 지금 일이있어. 도망친 놈이 있는데 그놈 조져놓고 오늘밤에 성대한 파티를 열거야. 널 초대하고 싶어. 귀족들이 사는 거리에 있는 콰르텟 살롱으로 와서 블라쉬 경을 찾아라. 종업원들이 통과시켜줄거야.”

라는 말을 건네며 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네 허전한 아랫도리를 배 터지도록 채워주지.”

그가 치마를 들고 있는 여자의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미소지었다.

“여기가  찰테니 기대하라고.”
“거기 가면 용돈도 주시나요?”
“속물적인 여자는 싫지 않아. 끝맺음이 확실해서 좋지. 돈을 달라면 주겠어. 그리고 너 하는거 봐서 더 주겠어.”
“어머, 오라버니의 사업이 망해서 슬픈 와중에 반가운 말씀이네요.”
“난 무척 높은 사람이야. 웬만한 귀족따위는 상대도 안되지. 따라서 너 같은 여자는 백명이든 천명이든 먹여 살릴  있는 어마무시한 재력을 갖고 있어. 그러니까 바람 맞추지 말고 꼭 오도록 해. 마음에 들면 첩으로 삼아주겠다.”
“물론이지요. 기회인걸요.”

여자가 환하게 웃어보이자 블라쉬도 흡족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좋아, 나중에 보자고.”

그러고는 신사처럼 점잖게 헛기침을 한 후 여자의 눈에 멋져보이게끔 옆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멋지게 망토를 펄럭이며 순순히 떠나버렸다.
왠지 그는 여자에게 금세 한눈이 팔린 나머지 조금전 하려던 일을 깜빡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블라쉬가 다시 되돌아올까 무서워 남자와 여자는 급히 서둘렀다. 여자는 재빨리 짐칸에 씌운 천을 살짝 들어올리고 버나드와 멜라니아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니?”
“응.”
“다행이구나. 할머니는요?”
“나 이놈이랑 붙어있기 싫어! 싫다고! 이놈 징그럽단 말이다!”

버나드는 신속히 멜라니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어. 이해해줘.”
“어머, 저런. 할머니 약값으로 돈이 많이 들겠구나.”

여자는 뜻밖에 엉뚱한 말을 뱉으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난데없이 버나드의 목을 두 팔로 냅다 끌어안았다.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았겠어. 불쌍해라……”

머리를 꽉 끌어안는 바람에 버나드의 얼굴이 그녀의 풍만한 가슴골에 파묻혔고, 얼굴 전체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감촉 때문에 버나드는 숨쉬기가 힘겨웠다.

“어푸, 어푸! 괘, 괜찮아! 안불쌍하니까 놔줘!”

젖가슴때문에 버나드가 괴로운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는 부드러운 손길로 버나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할머니를 모시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넌 참 착한아이야. 혹시 빵을 훔치다 걸려서 무서운 아저씨들한테 쫓긴거야? 이제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누나가 지켜줄테니까. 그래그래, 괜찮아. 누나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포근히 안겨 있으렴. 누나가 먹을 것도 챙겨줄게.”
“아, 아니, 됐다니까! 필요없어!”
“이런 일에 자존심 세우는거 아니란다. 누나는 너 같은 아이를 보면 가만 놔둘 수가 없어. 네가 배터진다고 할때까지 먹이고 싶어. 알겠니?”

여자는 숨막힐듯 품어안은 팔의 힘을 풀지 않았다. 버나드는 저항했지만 성인 시절의 힘이 아니라 소년의 힘이라서 그런지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기가 힘겨웠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근력이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으며 속으로 혀를 찼다.

‘성인 여성 한명도 못당하는데 이래서야 블라쉬한테 상대가 안되겠어!’

그런 와중에 남자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데보라!”

그제서야 데보라라고 이름을 불린 여자가 팔의 힘을 풀었다. 버나드는 갑자기 숨통이 트이자 컥컥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데보라는 허리를 세우고 오빠를 마주봤다. 남자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데보라! 어디서 그런 요오오오오오오망한 짓을 배워온거냐! 난 너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어! 아까 그놈이 네 엉덩이를 만졌다고! 네 엉덩이를 만졌어!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 뭐라고 하시겠니! 대단히 실망하셨을거야! 난 요사스러워서 눈을 둘 곳을 못찾겠더라! 마치 창녀를 보는줄 알았어!”

성을 내는 오빠에 비해 데보라는 태연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차분하게 대꾸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말씀하시는 그 요오오오망하고 요오오오사스러운 짓이 아니었으면 우린 큰일났을거예요.”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해결했을거다!”
“아까보니까 겁을 잔뜩 집어 먹은 채 가만히 서 계시던데요? 허수아비를 보는줄 알았어요.”
“헉!”

정곡을 찔렸는지 오빠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누가 남자한테 꼬리치고 다니랬니! 도대체 그 민망한 기술을 언제 배운거냐! 누가 가르쳐준거야!  몰래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거냐!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서  예쁘고 잘 키우기 위해 내가 얼마나 생고생을……!”

오빠의 말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수차례 침을 튀기며 말하는 것이 마치 따다다다다다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 구멍을 파는 소리 같았다.
그에 반해 데보라는 아주 차분하고 침착한 말투로 응수하며 화가 난 오빠의 말문을 몇 차례나 닫히게 만들었다.

“오늘밤에 그 살롱인가 뭔가에 갈 생각이냐! 가서  자식을 만날거냐고!”
“당연히 안가죠. 오라버니는 바보예요? 우리 오늘 왕도를 뜨기로 했잖아요.”
“아, 그랬던가? 맞다. 우리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가는 중이었지?”

그렇게 주변이 시끄러운 가운데, 버나드는 자신의 두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내 힘…… 되찾을 방법이 없는 것일까……?”

멍하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란히 앉아있는 멜라니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피곤한지 짐칸을 덮은 천을 담요처럼 몸에 두른 채 얼굴만 내놓고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버나드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당분간 이 마녀를 데리고 다녀야겠다고.
그녀는 방법을 알고 있을테니까.

“볼 일 끝났으면 가 인제 너도.”

남자는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짐칸에 앉아있던 버나드를 번쩍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할머니 델고 얼른 가. 우리도 떠나야 되서 바쁘다. 이봐요, 할머니. 할머니!”

남자는 멜라니아를 흔들어 깨운 다음 또다시 번쩍 들어올려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됐지? 가.”

빨리 꺼지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그런 오빠와 달리 데보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버나드를 내려다봤다.

“갈 곳은 있는거야?”
“없어.”
“집 없어? 돈은?”
“돈도 없어. 한 푼도.”
“야, 구라치지 말고 빨리 가. 우리도 그지야.”

남자는 빠르게 짐칸을 정리하며 떠날채비를 서둘렀다.

“아까 그놈들이 또 오면 그땐 우리도 몰라. 모르는 사람 취급할거야. 데보라!  앞에서 뭐해! 빨리가자니깐!”
“돈도 없고 집도 없다는데 이대로 두고 갈거예요?”
“우린 뭐 돈 있냐? 우리도  없어. 쟤는 그나마 어려서 미래라도 있지. 우리는 다 커서 미래도 암울하다.  걱정 말고 우리 걱정이나 해. 설마 시집도 안간 처녀가 애 주워다 키우기라도 할거냐? 인생 망치려고?”

버나드는 시끄럽게 떠드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는 14살 정도의 소년. 그리고 짐 같은 멜라니아가 있다. 그녀는 거동이 불편해서 버나드 혼자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었다. 당연히 이 상황에 도망은 무리. 얼마 안가 붙잡히고 말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건 일손. 자신과 멜라니아는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도움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눈앞에 있다. 한때 암살과 공작, 첩보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 비밀조직의 수장이었던 만큼 버나드의 영악하고 영리한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결과, 눈 앞에 있는 남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자신과 멜라니아가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남매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이들은 자신과 멜라니아가 살기위한 방패막이가 되어줘야했다.

‘두 사람을 이용하려면 우리한테 우호적인 여자를 공략해야 해. 쉬워보여.’

이윽고 결심이  버나드는 데보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두 팔로 끌어 안았다.

“응?”

데보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봤고 그녀의 오빠는 눈썹을 찡그렸다.

“저놈  그래?”
“데보라…”

버나드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빛내며 목소리를 울먹거렸다.

“헤어지기 싫어… 나도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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