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암흑 관문
율은 이 하얀 통로를 소울 로드(Soul Road)라 부르기로 했다.
벌써 두 달(게임시간) 동안 이곳을 헤매고 있는데 뭐라 부를 이름조차 없는 게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두 달…….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또 길기도 한 시간이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이런 단조로운 패턴 속에서의 두 달은 진짜 너무나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달 동안 율은 여러 영웅들을 번갈아가며 소환했다.
어차피 길어질 일정… 율은 영웅들이라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영웅들은 상당히 즐거운(?) 두 달이 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몸을 얻어 세상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일이었기에 이런 지겨운 시간을 내심 반기는 입장이었다.
“…내가 그래서 새로운 마법인 화염 마법을 하나 개발했는데, 그 이름이…….”
몇 시간 전에 소환해 놓은 나르엘은 여전히 주절주절 잘도 떠들어댔다.
처음엔 시끄러워서 말을 못하게 했던 율도 말을 하지 못하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나르엘의 황당한 성향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서 자신을 제외한 다른 영웅들에게나 떠들라고 말하는 걸 허락해주었다.
덕분에 고생하는 건 다른 영웅들이었다.
하지만 율은 그들의 입장까지 신경써줄 기분이 아니었다. 지겨운 통로의 연속… 그 단조로움이 율을 점점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이 미로… 끝이 있어?”
율은 답답한 마음에 옆에 있던 브루노에게 지친 표정으로 물어 보았다.
“…끝이 없는 미로는 없어. 단지 워낙 거대하고 복잡해서 아직 완전한 탈출구를 찾지 못했을 뿐이야. 그래도 조금씩 뭔가 느낌이 오고 있으니까 걱정 마.”
“진짜?”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던전 마스터 브루노야. 이 미로가 어렵다 한들… 내가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날 믿어봐.”
어떻게 보면 일개 소환수밖에 되지 않던 브루노였지만 율은 이미 영웅들을 소환수 정도로 보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율에게 너무나 소중한 동료였다.
그런 동료가 믿어보라고 얘기하니 정말 뭔가 희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 언젠 내가 쉽게 깬 퀘스트가 있었냐! 이깟 미로… 근성으로 극복해주마!’
율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마음속에서 근성의 불꽃이 마구 타오르기 시작한 율.
그런 율에게 더 이상 이 미로는 지겨움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넘어야 할 높은 산이 되었다.
‘넘고 만다!’
다짐하는 율.
그런 율의 눈동자는 진짜 강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두 달(게임시간)이 지나고 거기에 또 두 달(게임시간)이 더 지났다.
이 미로에 들어온 지 총 네 달(게임시간).
현실 시간으로 따져도 한 달이 훌쩍 넘는 아주 긴 시간이었다.
율은 여전히 그 미로 안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네 달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약 보름(게임시간) 전, 브루노가 드디어 어느 정도 탈출구에 대한 감을 잡았다.
거의 네 달 동안 미로를 꾸준히 이동하며 머릿속에 미로의 구조를 조금씩 완성시켜 가던 브루노는 드디어 거의 완벽한 미로의 가상 도면을 머릿속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가상 도면이 완성되자 그는 드디어 정확한 탈출 라인은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는 그저 전진 또 전진뿐이었다.
브루노는 길을 안내하고 율과 다른 영웅들은 기분 좋게 길을 뚫었다.
길을 모르고 정처 없이 떠돌 때와 길을 알고 열심히 길을 뚫을 때와는 정말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이 지겨운 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목적의식은 율을 더욱 힘차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쨌든 율은 그렇게 힘차게 미로의 출구를 향해 전진했다.
미로의 끝은 의외로 금방 나왔다.
이것은 브루노가 중간에 시행착오를 계속 겪으면서도 꾸준히 출구와 가깝게 이동했다는 증거였다.
“크아~!! 이제 진짜 해방이다!”
덕분에 율은 생각보다 빨리 이 지긋지긋한 곳을 빠져나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건 정말 잠시뿐이었다.
띠링, 무한의 미궁(S급)을 빠져나오셨습니다.
띠링, 미궁의 개척자(S급)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띠링, 특수 메인 퀘스트 ‘험난한 여정Ⅱ’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띠링, 특수 메인 퀘스트 ‘험난한 여정Ⅱ’이 갱신되어 ‘험난한 여정Ⅲ’가 되었습니다.
Quest[험난한 여정Ⅲ]
: ‘소울 시티(Soul City)’로 연결된 진짜 통로인 영혼의 미궁을 무사히 탈출한 너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힘들고 험난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혼의 미궁을 빠져나왔다고 해서 소울 시티로 곧장 들어갈 순 없다. 영혼의 미궁에서 소울 시티로 들어가는 입구는 총 네 곳. 그 네 곳 모두에는 ‘암흑의 관문’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관문이야말로 소울 시티로 가는 마지막 장애물이 될 것이다.
보상 : 소울 시티로의 이동.
진행 과정 : 네 개의 암흑 관문 중 하나를 통과 전.
진행 방법 : 네 명의 암흑마장군(暗黑魔將軍) 하나를 쓰러트리고 관문을 통과하라!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혼돈의 조각 소유, 레벨 250이상, 다른 조각을 4개 이상 흡수. 다크 웜의 둥지 발견. 소울 시티로 연결된 정식 통로 발견. 영혼의 미궁 탈출.
“산 넘어… 산인가?”
한 산을 넘으면 또 한 산이 있고… 또 그 산을 넘으니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암흑마장군? 이거 이름부터 심장치가 않잖아.’
지금까지 율이 상대한 몬스터들은 겨우 마군이라고 불렸을 뿐이다.
계급체계로 따지자면 일종의 졸병 같은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졸병들도 그렇게 강한데… 장군은 볼 필요도 없었다.
암흑마장군.
이름부터 뭔가 대단히 위험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율은 상당한 난이도가 느껴지는 퀘스트였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카드를 사용했다.
현재 나와 있는 치유의 빛 안느와 광휘의 기사 청연, 그리고 던전 마스터 브루노는 그대로 두고 추가로 둘을 더 소환했다.
그 둘은 저주의 케라미스와 신궁 콴들이었다.
메인 탱킹은 청연이 맡아서 하고 치료는 안느의 몫이었다.
브루노는 보조 딜러이자 동시에 혹시나 있을 주변의 함정을 제거했고, 신궁 콴들은 말 그대로 메인 딜러였다.
케라미스는 딜링 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대신 디버프 스킬은 거의 최강이었기 때문에 적의 힘을 마구 깎아버리는 역할이었다.
마지막으로 율은 딜러인 동시에 보조 탱킹을 해줄 생각이었다.
볼테른의 영혼을 강림시킨 그는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다.
비록 볼테른의 영혼이 지닌 능력이 탱킹에 특화된 능력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향이 달라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율은 충분히 보조 탱킹 정도는 할 자신이 있었다.
이 정도의 구성이라면 설사 암흑대장군이 레이드용 몬스터라고 해도 문제가 없었다.
이미 율이 소환한 영웅들의 능력은 일반 유저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물론 율의 능력보다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거의 최상급 유저들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랭킹을 따져서 비교하자면 영웅들은 대부분 랭킹 100위권 안의 유저들과 비슷했다.
몇몇 특별한 영웅들은 십성좌 또는 넘버 유저라 불리는 매우 특별한 그 유저들과도 충분히 비교될 수 있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진짜 율이야말로 걸어 다니는 네임드 몬스터라고 말할 수 있었다.
율이 마음만 먹으면… 그는 어지간한 길드들은 홀로 정면 대결을 통해 쓸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웅들을 소환하고 모든 준비를 끝낸 율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암흑의 관문이란 곳은 금방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관문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문이 율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띠링, 소울 시티로 들어가는 동쪽 관문에 도착하였습니다.
띠링, 소울 시티를 장악하고 있는 어둠의 군단은 이곳에 강력한 문지기를 배치했습니다.
띠링, 어둠의 군단에 존재하는 구 장군(九將軍) 중 하나인 마호(魔虎) 켈레세스가 등장합니다.
띠링, 마호 켈레세스는 아주 강력한 레이드 보스 몬스터입니다. 자신이 없다면 뒤로 물러나 다시 미궁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켈레세스는 당신을 쫓지 않을 겁니다.
시스템 메시지부터 잔뜩 겁을 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율이 아니었다.
율은 오히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휘리리릭!
거대한 검은색 문 앞에 커다란 검은색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었다.
쿠쿵!
회오리바람과 함께 등장한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
정확히 말하자면 호랑이의 모습을 한 인간형 몬스터였다.
크어어엉!
등장하자마자 늘 그렇듯 아주 우렁차게 고함부터 한번 지르고 보는 마호 켈레세스.
그 크기가 보통 유저들의 4배 정도는 되어 보였다. 등급으로 따지면 대략 중대형 정도 되는 것이었다.
크기는 레이드 몬스터 치고는 작은 편이었지만,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세는 과연 장군이란 호칭을 달고 있을 만했다.
‘저런 놈이 여덟이나 더 있다고? 이거 진짜…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느낌이네.’
이 관문이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소울 시티를 어둠의 군단이 장악하고 있다고 한 이상… 눈앞의 관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운 상대들이 마구 등장할 게 눈에 훤히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순 없지.’
물러날 것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아니,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절대 물러날 수가 없었다.
“일단 이놈부터!”
율은 소환한 영웅들과 함께 마호 켈레세스를 바라보았다.
넘어야 할 산.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
마호 켈레세스는 율에게 그저 통과점밖에 되지 않았다.
* * *
“브루노!”
율이 재빨리 뒤로 구르며 브루노에게 외쳤다.
꽈광!
커다란 켈레세스의 앞발이 율이 서 있던 곳에 떨어지며 바닥을 파고들었다.
“됐어!”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브루노는 곧장 손에 들고 있던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촤르르륵!
그 순간 켈레세스의 발밑에서 수십 가닥의 쇠사슬 뭉치가 솟아올랐다.
띠링, 브루노의 스페셜 트랩 ‘몬스터 포박술(大)’이 펼쳐집니다.
띠링, 마호 켈레세스는 레이드 보스 몬스터이기 때문에 ‘몬스터 포박술’의 효과가 70% 감소합니다.
띠링, 마호 켈레세스의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20% 감소합니다.
띠링, 마호 켈레세스가 2초 간 비틀거립니다.
“좋아! 지금이야!”
비록 켈레세스가 레이드 보스 몬스터인지라 그 효과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브루노가 전투 중에 열심히 설치한 대형 몬스터용 함정은 아주 제대로 작동되었다.
특히 2초간의 비틀거림은 이제 거의 생명력이 바닥난 켈레세스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틈이었다.
파파파팟!
틈을 기다리던 콴들과 케라미스가 모든 힘을 쏟아 부어 결정타를 날렸다.
동시에 율 역시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대도를 켈레세스를 향해 던졌다.
볼테른이 자랑하는 폭풍비도(爆風飛刀)술이었다.
꽈과광!
켈레세스는 비틀거림 때문에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공격들이 고스란히 놈의 몸에 적중되었다.
그것도 치명타로!
크어어어어어어엉!!
이미 한 시간(게임시간)을 넘게 율 일행과 싸우며 많은 데미지를 입은 마호 켈레세스에겐 이 공격이 치명적이었다.
순식간에 놈의 생명력은 바닥을 향해 내달렸고, 곧 0을 찍었다.
쿠쿠쿠쿵!
바닥에 쓰러지는 켈레세스.
커다란 덩치가 쓰러지며 주변에 뿌연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띠링, 소울 시티의 동쪽 관문을 지키던 마호 켈레세스가 쓰러졌습니다. 마호 켈레세스의 몸을 뒤져 동쪽 관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으세요.
띠링, 마장군 사냥꾼(AA급) 타이틀을 얻으셨습니다.
띠링, 특수 메인 퀘스트 ‘험난한 여정Ⅲ’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띠링, 특수 메인 퀘스트 ‘험난한 여정Ⅲ’이 갱신되어 ‘험난한 여정Ⅳ’가 되었습니다.
“후우~ 끝났네.”
한 시간 동안의 혈투 끝에 결국 마호 켈레세스를 쓰러트린 율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였던 걸 감안하면 전투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워낙 공격력이 강력하고 공격속도가 빨랐던 놈이라 상대하기가 쉬웠던 건 결코 아니었다.
“근데… 또 연계되는 건가?”
벌써 네 번째 연계 퀘스트였다.
이 연계 퀘스트는 아무래도 느낌이 최소 다섯 번 이상은 갈 것만 같았다.
Quest[험난한 여정Ⅳ]
: 드디어 ‘소울 시티(Soul City)’로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암흑마장군을 쓰러트렸다는 것은 네가 어둠의 군단과 싸울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소울 시티는 한때 대륙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깊은 지하 속에 가라앉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규모가 줄어든 건 아니다. 네가 소울 시티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려면 먼저 소울 시티의 지도부터 찾아야 한다. 소울 시티의 지도는 소울 시티 내부를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어둠의 군단 무리를 해치우며 아주 희박한 확률로 얻을 수 있다.
보상 : 소울 시티의 지도 입수.
진행 과정 : 지도 입수 전.
진행 방법 : 소울 시티를 순찰하는 어둠의 군단 무리를 해치우고 그들에게서 소울 시티의 지도를 얻는다. 단, 드랍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혼돈의 조각 소유, 레벨 250이상, 다른 조각을 4개 이상 흡수. 다크 웜의 둥지 발견. 소울 시티로 연결된 정식 통로 발견. 영혼의 미궁 탈출. 암흑의 관문 통과.
‘지도라…….’
단순히 퀘스트 내용만 보고 알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이 내용만 보더라도 절대 쉽지 않은 퀘스트란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매우 희박하다는 말이 퀘스트 설명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도 나왔다는 건 진짜 희박하다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엄청 고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젠장… 또 죽어라 시간으로 해결해야 하는 거잖아.’
이미 미궁에서 충분히 많은 시간을 쓴 터라 이제는 좀 지겹게 시간을 쓰는 퀘스트보다는 어렵더라도 빨리 끝낼 수 있는 퀘스트가 나오길 기다렸건만, 이어진 퀘스트는 그런 율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트렸다.
‘넋 놓고 시간을 계속 보낼 순 없다.’
퀘스트가 어떻건 율 입장에선 그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율이 퀘스트를 만드는 게 아닌 이상 그게 제일 좋은 대처 방법이었다.
‘시간을 쓰게 만든다면 내가 그걸 줄이면 된다. 동시에… 세 그룹을 운영할 수 있을까?’
율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시에 세 그룹 운영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소환한 영웅들에 자신까지 합쳐 율이 운영할 수 있는 최대 파티 인원수는 6명.
그걸 셋으로 나누면 둘이었다.
즉, 두 명씩 짝을 지어 세 그룹으로 나눈 후 동시에 세 군데에서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 방법은 율에게 엄청난 부담이 쏟아지게 되어 있었다.
소모되는 소울 에너지는 둘째로 치고,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난 영웅들이라고 해도 율은 꾸준히 세 그룹 모두를 통제해야 했다.
그것에 들어가는 심력은 진짜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그동안 율이 엄청난 성장을 하며 대단한 심력을 지니기 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분명 율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늘어나는 것도 나에겐 부담이니까.”
이래저래 부담이 되는 것이라면 짧고 굵게 가는 게 율로선 훨씬 좋았다.
힘들지만 가능만 하다면 무조건 시간을 1/3로 줄여주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과연 둘이서 한 무리를 사냥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였다.
‘구성만 잘 짜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영웅들의 능력을 고려해 구성만 잘 짜면 사냥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영웅들이 위험해지면 역소환해 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의외로 안전한 방법이기도 했다.
결정을 내린 율은 곧장 실행에 옮길 준비를 했다.
일단 몇 무리 정도는 정상적으로 상대를 해본 후 놈들이 사용하는 스킬의 종류와 대표적인 패턴 같은 걸 분석해서 그걸 토대로 대략적인 공략법을 만들 생각이었다.
일단 그렇게 공략법이 나오면 그 뒤는 별것 없을 것이다. 그저 거기에 맞춰 팀을 잘 짜주면 끝이니 말이다.
물론 율은 언제나 긴장을 유지하며 계속 영웅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지만, 적어도 영웅들은 그저 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끝이었다.
소울 시티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는 율.
그의 행보엔 거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