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소울 시티
다크문과 골든 라인을 그렇게 힘들게 만든 가장 큰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율은 정작 아주 여유로운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
어차피 이 모든 건 처음부터 다 계획된 것들이었다.
율이 그들의 정예를 몰살시킴과 동시에 섀도우 로드의 정예 유저들이 다크문과 골든 라인의 중요한 곳을 털어 타격을 입힌 후 모든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다.
이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고… 현재 다크문과 골든 라인은 너무나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휘정거리고 있었다.
율은 일단 섀도우 로드의 모든 길드원들에게 최소 세 달(게임 시간) 이상은 잠수를 유지하라고 얘기해 놓았다.
세 달 후에도 자신이 길드 공지를 올리기 전까진 절대 정해진 잠수 지역을 벗어나지 말아달라고 했다.
섀도우 로드의 이번 잠수는 단순히 숨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모든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은 각각 수준에 맞는 여러 숨겨진 던전이나 또는 미공개 필드 사냥터 같은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지역들을 찾기 위해 들어간 노력과 골드도 엄청 많았다.
어쨌든 그렇게 그들은 잠수와 함께 개개인의 특별 수련까지 병행하였다.
숨으면서 수련까지…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의 아주 좋은 계획이었다.
길드원들은 그렇게 전부 잠수를 타게 했으면서도 정작 율은 잠수를 타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는 다른 이들처럼 한 장소에 숨어서 폐관 수련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Quest[혼돈의 나침반]
: 신의 조각을 다섯 개를 모은 당신은 드디어 그 조각들이 생겨난 그곳으로 향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곳은 이 세상의 시작이자 동시에 끝입니다. 당신은 그곳을 찾아 이제는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옛 전설을 다시 복원해야 합니다. 당신의 찾아야 할 그곳… 그곳은 바로 ‘소울 시티(Soul City)’입니다.
보상 : 알 수 없음.
진행 과정 : 4차 봉인 해제.
진행 방법 : 카오스 링은 그 자체가 강력한 혼돈의 무구이자 동시에 소울 시티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록 장치이기도 하다. 카오스 링에 새겨지는 붉은색 화살표를 따라 이동하라. 그 끝에 바로 소울 시티가 존재한다.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혼돈의 조각 소유, 레벨 250이상, 다른 조각을 4개 이상 흡수.
혼돈의 무구-[카오스 링]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스킬성공률+50%, 이동속도+50%, 비전투 시 소울회복속도+200%, 모든 능력치+1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1) : 카오스 링을 통해 사용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20% 증폭된다.
특수능력(2) : 반경 100m 안에 있는 모든 우호적인 유저들의 생명력과 이능 에너지가 15% 상승합니다.
특수능력(3) : 반경 100m 안에 있는 모든 우호적인 유저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5% 상승합니다.
특수능력(4) : 반경 100m 안에 있는 모든 우호적인 유저들의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상태 : 반지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4].
조각파괴 : 무(無).
율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영혼의 음유시인’이란 직업을 가졌을 때부터 운명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이 일.
이것이야말로 율이 가장 오랫동안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 길고 길었던 퀘스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율은 이번 기회에 이 긴 여정을 확실하게 끝맺을 생각이었다.
특히 그동안 연속된 퀘스트들을 해결하며 ‘며 ‘며 ’가 음유시인의 고향이자 무덤이란 사실을 알았기에 더욱 그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카오스 링에 소울 에너지를 주입시키면 반지 바로 위에 붉은색 화살표가 나타난다.
이 화살표는 정확히 소울 시티를 가리키고 있었다.
율은 이 화살표를 따라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는 벌써 일주일(게임시간)이 넘게 이 화살표를 따라 이동해왔다.
현재 그의 위치는 죽음의 대륙 바로 앞이었다.
“…역시 죽음의 대륙 안쪽이었나?”
그동안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는 죽음의 대륙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지역… 어둠의 산맥을 넘어 더 안쪽에 존재하는 그 지역이야말로 소울 시티가 있을 만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앞날이 그리 순탄치는 않겠군.’
죽음의 대륙 안쪽이라면 아무리 율이라고 해도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곳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미 죽음의 대륙에서 어느 정도 활동을 해본 율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준비도 이미 철저하게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곳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마을 구경조차 하지 못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각종 소모성 아이템도 충분히 준비하고 거기에 소환할 영웅들을 위한 장비들까지 챙겼다.
이번 여행을 위해 무게를 무려 1/1,000이나 줄여주는 유니크급 가방도 두 개나 구입했다. 그리고 그 가방을 각종 아이템으로 가득 채웠다.
어둠의 산맥까지는 율이 이미 경험을 해본 곳이었다. 문제는 그 산맥을 넘고부터였다.
과거 율 역시 그 산맥을 넘어 더 안쪽으로 진입해 보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어둠의 산맥으로 돌아왔다.
‘너무 높은 몬스터들의 레벨과 기괴한 지형…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저의 모든 능력치를 20% 정도 깎아버리는 무시무시한 디버프가 가장 큰 문제였지.’
몇몇 최상급 던전들에 가면 주로 볼 수 있는 지역 페널티. 그것이 죽음의 대륙 가장 안쪽의 모든 지역에 설정되어 있었다.
그것도 무려 모든 능력치 20% 감소라는 엄청난 디버프였다.
보통 유저는 들어가는 순간, 그냥 순식간에 삭제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이었다.
율 역시 과거에 한번 들어갔다가 꽤 고생을 하고 다시 나온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엔 준비를 더 확실하게 하고 온 상태였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혼돈의 조각이 카오스 링으로 업그레이드되며 가히 사기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옵션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있었다.
카오스 링은 다른 옵션도 사기였지만 이번에 생긴 건 더 사기였다.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10% 올리는 건 물론이고 거기에 자신의 근처에 있는 모든 우호적인(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소환수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의 모든 능력치를 10% 올려주었다.
이 옵션 덕분에 율은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되는 패널티를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가볼까?”
죽음의 대륙을 향해 율은 생각보다 훨씬 가벼운 발걸음을 때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많은 유저들의 노력 덕분에 죽음의 대륙 외곽은 거의 모든 지역이 정복되어 있었다.
율은 그 중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은밀하게 죽음의 대륙 안쪽으로 움직였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었지만 율은 혹시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더라도 별로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된 후 다크문과 골든 라인이 자신을 쫓아 죽음의 대륙 안쪽으로 들어와 주면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일단 율 자신도 귀찮은 건 싫었기 때문에 은밀하게 이동을 했고, 설사 율의 움직임이 발각되더라도 그들이 무리를 하면서까지 율을 따라 죽음의 대륙 중앙 쪽으로 따라 들어올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현재 다른 로열패밀리들도 공략하지 못한 지역이 바로 죽음의 대륙 안쪽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올 수가 없었다.
율 역시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는 절대 이곳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에겐 주변 아군들의 능력을 급상승시켜 주는 옵션이 붙은 카오스 링까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지역은 아직 대규모 인원으로 공략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율은 그래서 굳이 같이 오겠다고 하던 엘리스나 강풍, 팔콘 등등을 다 때어놓고 온 것이었다.
혼자라면 자신이 있었다. 특히 그에겐 잊힌 영웅들이 있었다.
그들은 동료인 동시에 율의 소환수였기에 훨씬 관리하기가 편했다.
설사 그들이 위험에 처한다고 해도 최악의 경우가 역소환 정도였다.
물론 역소환을 당하면 율에게도 타격이 있었지만 어쨌든 진짜 동료들처럼 죽어서 게임 아웃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어쨌든 율은 그 누구도 탐험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 미지의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검마노에서 난다 긴다 하는 모험가나 탐험가 또는 랭커들이 이 지역에 도전을 했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어떤 이는 탈출도 하지 못하고 게임 아웃을 당했고, 또 어떤 이는 제대로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 정도로 난이도가 굉장한 지역이었다.
재미있는 건 이 지역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크, 고블린, 트롤, 오우거 등등.
아주 흔한 몬스터들이 이 지역에 존재했다. 대신… 붙어 있는 이름과 다르게 모두 아주 강력했다.
몬스터들의 이름 앞에 공통적으로 붙어 있는 ‘어둠을 먹고 자란’ 표식은 그들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정예 몬스터 판정도 받지 않으면서 정예 몬스터만큼, 아니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르는 몬스터.
당연히 놈들을 잡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일반적으로 그들과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놈들과 완벽하게 같았다.
즉, 정예 몬스터보다 더 잡기 힘든 놈들을 잡아도 경험치도 쥐꼬리만큼 주고 아이템도 완전 저 레벨용 아이템을 떨어트린다는 얘기였다.
한마디로 레벨을 올리거나 돈을 벌기 위해선 전혀 잡을 필요가 없는 놈들이란 뜻이었다.
물론 율은 레벨을 올리거나 돈을 벌기 위해 놈들을 잡는 게 아니었다.
카오스 링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전진하기 위해 놈들을 처리했다.
보통 오크들은 워낙 레벨이 낮아서 율이 근처에 있어도 절대 덤비지 않았지만, 이 지역의 오크들은 호랑이 간이라도 삶아먹었는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분명 레벨 표기는 40~100레벨 정도로 아주 저레벨의 몬스터였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둠을 먹고 자란’이란 호칭 덕분에 그들은 정말 강했다.
* * *
쩌저정!
오랜만에 염도와 빙검을 사용하던 율은 재빨리 두 검을 교차시키며 오우거의 공격을 막았다.
주르륵!
“큭!”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나는 율.
진짜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한 끼 간식거리도 안 됐을 오우거였지만 이곳에서는 율이라 할지라도 방심했다간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크어엉!
우지직!
자신의 공격을 율이 막아내자 오우거는 크게 울부짖으며 옆에 있던 나무를 뽑아들었다.
이 지역의 몬스터들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레벨에 맞지 않는 강력함과 역시 레벨과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인공지능이었다.
보통의 오우거라면 여기서 나무를 뽑아드는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똑같은 공격을 했을 것이다.
그게 정상이었다.
심지어 정예 몬스터라 해도 이런 필드 몬스터들은 대부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의 몬스터들은 달랐다.
일반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아주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패턴을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했다.
“쳇!”
율은 어쩔 수 없이 바닥을 구르며 빙검을 휘둘렀다.
츠츠츳!
일단 오우거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해 바닥을 구르며 가볍게 아이스 블레이드를 날린 율은 곧장 중심을 잡으며 다시 일어났다.
꽈광!
오우거가 휘두른 나무가 율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
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좋아도 결국 ‘인공’적인 지능일 뿐이었다.
당연히 패턴과 패턴 사이엔 틈이 있었고, 그 틈은 모든 몬스터들의 약점이었다.
율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
파파팟!
율은 오우거의 머리 위로 높게 뛰어올라 놈의 양어깨에 염도와 빙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크어어어어엉!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괴성을 내지르는 오우거.
하지만 율은 절대 염도와 빙검을 놓치지 않았다.
파멸쌍대검술 빙염폭발(氷炎爆發)!
검과 도를 타고 오우거의 몸속으로 침투한 두 가지 상반된 기운이 서로 얽히며 폭발했다.
퍼퍼펑!
강력한 폭발이 몸속에서 일어나며 오우거의 심장이 터져버렸다.
쿠쿠쿠쿵!
오우거의 거대한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이번 공격은 이미 어느 정도 생명력이 빠져 있던 오구거가 견딜 만한 것이 아니었다.
“휴우~”
겉으로 보기엔 별것 아닌 것 같은 오우거였지만 처리하는데 무려 10분이나 걸렸다.
율이 어디 보통 사람인가?
아무리 100% 전력을 다 발휘한 게 아니라고 해도 보통의 오우거는 단 몇 초 만에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였다.
이 모습이야말로 이 지역의 몬스터들이 얼마나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오우거가 떨어트린 아이템은 쓰레기 중에 쓰레기였다.
“철광석 몇 조각하고… 추억의 오우거표 장신구가 다인가?”
기껏해야 매직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장신구.
하지만 예전엔 이 아이템도 명품 중에 명품으로 불렸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건 아주 오래전… 검마노가 처음 서비스되었을 시기의 얘기다.
‘그나저나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벌써 보름(게임시간) 동안 하루도 안 쉬고 죽음의 대륙 안쪽으로 전진했건만 아직도 카오스 링은 계속해서 더 안쪽을 가리켰다.
죽음의 대륙 안쪽은 끝도 없이 펼쳐진 숲의 바다였다.
밀림(密林)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곳엔 강력한 몬스터만 율의 목숨을 위협하는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곳에 살고 있는 작은 동식물 역시 모두 ‘어둠을 먹고 자란’이란 호칭이 붙어 있었다.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작은 다람쥐부터 숲 여기저기에 피어 있는 작은 꽃까지… 모든 것이 위험했다.
다람쥐는 날카로운 이빨로 율을 물어뜯었고, 꽃은 가까이 가면 치명적인 독을 뿜어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율은 1분, 1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보름뿐이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체감 시간은 거의 세 달은 된 것 같았다.
율은 그 정도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징글징글하네.”
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염도와 빙검을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최대한 모든 걸 아껴야 했다.
율은 애초에 음식 재료 같은 건 현지 조달을 할 생각으로 거의 챙겨오지 않았기에 주변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그 어둠을 먹고 자란 동물들을 잡아 요리를 해먹었다.
율의 요리 솜씨는 제법 많이 늘어 이제는 진짜 마스터 등급에 가까운 요리를 만들 수 있었다.
부가효과까지 있는 요리라 율에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율은 가방에서 아침에 만들어 놓았던 간단한 스테이크 한 조각을 꺼내먹었다.
요리 이름은 ‘건조한 토끼고기 스테이크’로, 매우 단순했지만 나름 등급이 높은 요리라 부가효과로 힘과 민첩, 그리고 체력이 동시에 조금씩 올라갔다.
가볍게 스테이크로 허기를 달랜 율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시간은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일을 해결하고 다시 심해로 잠수한 섀도우 로드의 모든 멤버들 전부를 일일이 챙겨줘야 했다.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았던 율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소울 시티를 찾아야 했다.
“자~ 또 가보자!”
율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 * *
어둠의 산맥을 넘어 죽음의 대륙 중앙 지역으로 들어온 지 벌써 40일(게임시간)이 지났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벌써 오래전에 포기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었지만, 율은 이보다 더 심한 것도 경험했었기에 꿋꿋이 카오스 링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40일 동안 그가 얻은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뭔가를 얻으려는 마음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무나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까지 공략이 안 된 것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아무 소득을 얻을 수 없는 지역인데 굳이 죽어라 매달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얘기였다.
율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소울 시티.
율은 그것을 찾기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음… 이거 방향이 왜 이러지?”
율은 40일 동안 줄곧 같은 한 방향만 가리키던 카오스 링의 화살표가 전혀 생뚱맞은 곳을 가리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화살표는 더 이상 앞이나 옆 또는 뒤를 가리키지 않았다.
놀랍게도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아래였다.
마치 소울 시티가 지하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또 지하야?”
율은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하에 대한 기억은 이미 사교도의 지하미궁에서 지겹게 겪어봤던 율이다.
“…입구를 찾아야 하나?”
소울 시티가 지하에 있는 것이라면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먼저 찾아야 했다.
일단 근처에는 입구가 없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어딘지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걸 찾을 땐 던전 마스터 브루노의 도움이 필요했다.
율은 던전 마스터 브루노를 소환해 같이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화살표는 이 근처에서 계속 땅바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구는 분명 이 근처에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