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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라지다 (85/95)

5 사라지다

정예 몬스터들이 떼로 튀어나오고, 그 뒤 보스 몬스터들까지 동시에 세 마리가 등장하면서 평온하던 던전의 보스 방은 아주 소란스럽게 변했다.

상황을 다시 정리해 정확하게 다크문과 골든 라인의 정예 유저들과 정예 몬스터와 보스몬스터들로 나눠놓고 제대로 싸우게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전투였다.

그런데 거기에 진형까지 무너졌고, 애초에 몬스터와의 전투보다는 PvP를 생각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몬스터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비명.

그것만 들어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혼자 여유로운 이가 한 명 있었다.

당연히 그는 바로 율이었다.

그가 여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겐 ‘평화의 노래’란 막강한 위협 수준 감소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음유시인으로서의 능력은 아주 높았다.

덕분에 그는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았던 ‘평화의 노래’ 정도는 그저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것만으로 그 효과를 유지시킬 수 있었다.

율은 치열한 전장을 가벼운 몸놀림으로 돌아다니며 자신의 목표물을 찾았다.

아무리 ‘평화의 노래’가 있다고 해도 이 효과는 최대 30분밖에 유지되지 않았다. 그 안에… 생각했던 볼일을 끝내야 했다.

‘어디 있지?’

율은 혼전 중에 시야에서 사라진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바로 검은달과 황금공자였다.

‘화룡점정(畵龍點睛)! 용의 눈은 꼭 그리고 가야지!’

율이 원하는 건 확실한 마무리였다.

그것도 아주 통쾌한 마무리.

율은 그걸 원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검은달과 황금공자를 찾아야 했다. 그들을 찾아… 다시 한 번 좌절을 안겨줘야 했다.

파파팟!

빠르게 보스 방의 외곽으로 돌기 시작한 율.

이미 방 안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피아(彼我)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복잡해져 있었다.

바로 그때!

율이 들고 있던 묵현이 살짝 울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이것은 바로 근처에 조각 아이템이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그건 곧 근처에 검은달 또는 황금공자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누구지?’

조각 아이템을 검은달이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황금공자가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던 율은 주변을 재빨리 두리번거리며 둘 중 누가 있는 건지 살펴보았다.

‘검은달!’

조각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건 검은달이었다.

아무래도 PvP에선 검은달의 실력이 황금공자보다 약간이나마 높기 때문에 그가 우선 조각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검은달은 다크문 쪽의 힐러 계열 유저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달려든 오피디언 나이트들을 그들에게서 떨어트려 바깥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힐러들이 공격을 받는 건 가장 위험한 상황이었다.

검은달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힐러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피디언 나이트는 상당히 강력한 정예 몬스터들이었기에 이미 검은달 몸 이곳저곳에도 자잘한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그나마 다섯 마리였던 오피디언 나이트를 두 마리까지 줄여 놓은 건 그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다.

‘속전속결(速戰速決)!’

아무리 율이라고 해도 이런 혼전 속에 오래 있다간 험한 꼴을 당할 수 있었다.

이럴 땐 그저 빨리 처리하고 빨리 빠지는 게 최고였다.

특히 지금처럼 검은달이 정신이 없을 때가 가장 좋은 습격 타이밍이었다.

지이잉!

율은 곧장 현을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천지조화의 곡-지옥염화(地獄炎火)!

화르르륵!

검은달 주변으로 거대한 불길이 치솟으며 검은달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을 강력한 화염으로 태워버리며 바깥으로 밀어냈다.

흠칫!

검은달은 갑자기 생겨난 화염의 고리를 보곤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서… 설마!?”

검은달이 섬뜩함을 느끼곤 곧장 허리를 숙이며 바닥을 뒹굴었다.

휘잉!

그의 뒤통수가 있던 자리를 빠르게 지나치는 묵현.

어느새 율이 그의 뒤로 돌아가 악기 강타로 그를 후려쳤던 것이다.

“오~ 반응 속도 좋은데?”

“너, 이…….”

“인사는 나중에!”

촤르릉!

율은 대화 따위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곧장 묵현의 현을 튕기며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이번엔 천지조화의 곡 중 두 번째 노래인 북풍한설(北風寒雪)이었다.

츠츠츠츳!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방금 전 생성되었던 뜨거운 화염과는 정반대되는 기운이 스멀스멀 검은달의 발밑에서 솟아올랐다.

“큭!”

가뜩이나 지옥염화의 효과 때문에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었던 검은달은 갑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차가운 기운이 몸 전체로 퍼져나가자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압!”

쩌저정!

하지만 검은달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재빨리 자신이 가진 스킬 중 움직임을 제한하는 종류의 효과들을 최대한 저항하게 해주는 기합 스킬을 사용한 후, 곧장 자신의 품안에서 울고 있던 숏 보우(Short Bow)를 꺼내들었다.

아마도 조각 아이템으로 보이는 물건 같았다.

검은달은 나름 조각 아이템을 흡수하기 위해 조각 아이템을 꺼내든 것이었지만… 이 부분이야말로 그가 정말 큰 실수를 한 것이었다.

그는 조각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조각 아이템으로 상대를 쓰러트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워낙 희귀한 물건이고 달의 지팡이를 손에 넣을 때 암흑마도를 사용했던 경험 때문에 그렇게 착각한 듯싶었다.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조각 아이템은 단순히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조각 아이템을 흡수할 수 있었다.

율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율이 조각 아이템인 묵현을 무기로 쓰는 건 단순히 그게 율에게 적합함과 동시에 가장 손에 익은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은달이 꺼내든 숏 보우는 그에게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커다란 도를 사용하던 그가 작은 활을 사용한다?

아무리 그의 실력이 좋아도 자신의 손에 익은 주력 병기도 아닌… 아예 지니고 있는 성향조차 완전히 다른 병기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주 조금밖에 발휘할 수 없었다.

율은 그가 능력의 120%를 발휘해도 이기기 힘든 상대였다.

그런 상대에게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숏 보우를 들고 덤빈다?

이건 진짜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 같아 보였다.

지이잉!

율의 묵현은 어느새 커다란 도로 변환되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속으로 한 명의 영웅이 소환되었다.

불멸의 기사 볼테른이었다.

파파팟!

율이 볼테른을 소환하는 사이 검은달은 숏 보우를 튕기며 최대한 율이 걸어놓은 북풍한설의 효과에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다.

검은달이 가지고 있는 숏 보우는 일월궁(日月弓)이라 불리는 정복의 조각 아이템이었다.

그것은 특별히 화살이 없어도 염시(炎矢)와 설시(雪矢)라 불리는 두 가지 종류를 쏘아낼 수 있었다.

당연히 위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검은달의 활솜씨가 그리 뛰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퍼퍼펑!

율이 자신에게 쏘아진 세 발의 염시를 가볍게 피하며 곧장 손에 들고 있던 섀도우를 휘둘렀다.

촤아아~~!

반달 모양의 검은색 강기가 낮게 깔려 날아갔다.

“이익!”

검은달은 율이 쏘아낸 그 강기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곤 재빨리 다시 일월궁을 강하게 한번 당겼다가 놓았다.

퉁! 츠앗!!

아까보다 더 크고 강력한 염시가 검은색 강기를 향해 날아갔다.

꽈과광!

두 기운이 충돌하며 폭발했다.

그 와중에 검은달은 어떻게 해서라도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율이 펼쳐놓은 화염의 장막을 뚫고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율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검은색 강기를 날린 순간 율은 그 강기를 뒤따라 몸을 날린 상태였다.

파팟!

폭발과 동시에 그 폭발을 뚫고 튀어나온 율.

율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섀도우로 검은달의 가슴을 베어갔다.

“헉!”

당황한 검은달이 재빨리 일월궁을 들어 도를 막았지만 그건 단순히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쩌저저정!

“크으윽!”

섀도우가 일월궁을 가격하며 검은달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버린 검은달!

하지만 진짜 공격의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볼테른 검술 비기(秘技). 데몰리션 블레이드(Demolition Blade)!

츠츠츠츠츳!

율이 들고 있던 섀도우에서 검은색 기운이 마구 피어오르며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검은달 몸 안쪽으로 매우 가깝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한바탕의 칼부림.

율은 10초라는 짧은 순간에 무려 44번의 치명적인 칼질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모든 공격은 정확하게 검은달의 급소에 적중되었다.

“커억!”

애초에 모든 게 검은달에게 좋지 않았다.

갑자기 물밀듯이 쏟아져 마온 강력한 몬스터들 사이에서 부하들을 통제하기 위해 뛰어다닌 것부터 무리를 해서 위험에 빠진 힐러들을 구하고, 거기에 제대로 손에 익지도 않은 일월궁을 꺼낸 것까지… 모든 상황이 검은달에게 최악으로 적용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진 검은달.

약 5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망상이 되었다.

스릉.

율이 섀도우를 거두며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

쿵! 털썩!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쓰러진 검은달.

이미 난전 속에서 몬스터들에게 어느 정도 생명력을 빼앗긴 그에게 데몰리션 블레이드가 치명타로 적중되었으니… 아무리 그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게… 아닌… 데…….”

스으으으.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마지막 말을 쥐어짜낸 검은달은 천천히 반짝이는 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띠링, 숨겨져 있던 신의 파편 ‘정복의 조각[일월궁]’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혼돈의 구슬[섀도우]와 서로 공명하며 하나로 합쳐집니다. 혼돈의 조각의 4차 봉인이 풀립니다.

띠링, 두 개의 조각이 합쳐지며 혼돈의 무구(武具)[카오스 링(Chaos Ring)]가 생성됩니다.

띠링, 특수 메인 퀘스트 ‘혼돈의 열쇠’가 갱신되었습니다.

‘됐군.’

검은달이 새롭게 가져온 조각 아이템 일월궁까지 흡수한 율.

이로써 그는 퀘스트에 필요한 조각 아이템을 전부 모을 수 있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보너스였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듯이 복수를 하면서 이득까지 챙기는 것이었다.

어쨌든 챙길 건 다 챙겼으니 이제 진짜 자리를 뜰 때가 되었다.

이미 검은달의 호출을 받은 그의 동료들이 율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자칫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몬스터와 혼전 중이라고 해도 그들이 마음먹고 율을 먼저 처리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율이라 해도 수천 명의 협공을 코앞에서 견뎌내긴 무리가 있었다.

‘황금공자가 아쉽군.’

제일 아쉬운 건 황금공자였다.

율은 꼭 자신의 손으로 검은달과 황금공자는 처리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더 급박하게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게 좋을 듯싶었다.

“저쪽에 있다!”

“잡아!!”

“몹은 무시해! 저놈부터 잡아!”

율을 찾은 그들은 몹들의 공격 따윈 무시하고 일단 율을 잡기 위해 달려왔다.

하지만 율은 그런 그들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리곤 곧장 작게 중얼거렸다.

“타이틀 교환[위대한 던전 헌터].”

우선 타이틀을 바꾼 율.

그리고는 곧장 그 타이틀에 달려 있는 타이틀 스킬을 사용했다.

“던전 포탈 생성[요정의 동굴(B급)].”

지이잉!

그의 말 한마디와 함께 그 옆에 보라색 포탈이 생성되었다.

“포탈 설정… 오로지 나만!”

율이 타이틀을 바꾸고 포탈을 생성한 후 설정까지 끝내기까진 불과 5초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든 걸 빠르게 끝낸 율은 포탈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곤 뒤돌아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다들 부디 그 지옥을 즐길 수 있기를…….”

스윽.

그 마지막 말과 함께 율은 포탈 속으로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몹들의 공격까지 무시한 채 율을 향해 달려들던 이들은 아주 웃기는 꼴이 되었다.

크어어엉!

키에에에엑!!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포악스러운 외침.

그들은 재빨리 율이 사라진 포탈로 달려가 어떻게 자신들도 사용해 보려고 했지만 이미 포탈은 오로지 율 혼자만 사용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즉, 빠져나갈 출구는 여전히 없다는 뜻이었다.

“…젠장.”

다크문의 한 유저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자이언트 오크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눈동자에 어린 그것.

그것은 분명 절망이었다.

율의 말 그대로 그와 그의 동료들은 현세 지옥에 들어와 있었다.

* * *

하이퍼넷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최근 시끌시끌한 두 로열패밀리에 대한 소문이었다.

소문의 진위가 모두 확실하게 확인된 건 아니었지만 워낙 구체적인 얘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그 소문이 거의 99%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문에 의하면 다크문과 골든 라인의 정예 유저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살당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전력의 공백이 생긴 순간 그들에게 당해 와해되었다고 생각했던 크로우즈가 어느새 나타나 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소문이었다.

하지만 거의 확실한 소문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이번 일에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 괜찮은 정보력을 지닌 이들은 소문의 일부분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로열패밀리라 불리며 모두의 머리 위에 군림하던 두 길드의 굴욕적인 패배.

그것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크로우즈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었다.

분위기는 완전히 크로우즈 편이었다.

이쯤 되자 당연히 다크문과 골든 라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소문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며 당장이라도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크로우즈를 완전히 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미 소문이 돌대로 돈 후였다. 이젠 어떻게 무마시킬 수도 없는 단계였다.

성급한 이들은 이미 다크문과 골든 라인을 더 이상 로열패밀리라고 부르기 힘들다고 단언하듯 얘기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더 크로우즈를 완전히 말살시키기 위해 날뛰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그런 마음과 다르게 그들이 아무리 찾아도 크로우즈의 일원들을 찾을 순 없었다.

마치 심해(深海) 속으로 가라앉은 잠수함처럼 그들은 그 어디서도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답답한 건 다크문과 골든 라인 쪽이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크로우즈를 박살내야 했다.

하지만 박살내야 하는 크로우즈가 사라져버렸다. 그것도 아주 감쪽같이…….

뭔가 흔적을 잡아서 추적하려고 해도 애초에 그 숫자 자체가 많지 않은 소수 길드였기에 그 흔적들마저 너무나 쉽고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

졸지에 다크문과 골든 라인은 만인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단순히 이미지가 실추된 정도가 아니라… 진짜 그동안 유지해왔던 로열패밀리의 지위마저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타격이 그들에게 밀어닥쳤다.

언제나 미친 듯이 몰려들던 신규 가입 희망자들은 거의 90% 이상 줄어버렸고, 거기에 기존에 있던 길드원들도 하나둘 길드에서 탈퇴하고 있었다.

어떻게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모든 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검은달과 황금공자는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다크문과 골든 라인이 큰 위기에 빠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거대한 배가 아주 조금씩 침몰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크문과 골든 라인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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