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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1 잠깐의 여유 (81/95)

1 잠깐의 여유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검마노의 세상.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흐름이란 건 분명히 존재했다.

그 흐름의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흔히 로열패밀리라 불리고 있던 절대 권력들의 흔들림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로열패밀리들에게 제대로 된 도전을 하지 못했다.

아니, 도전을 했더라도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말 그대로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은 존재가 바로 로열패밀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골든 라인과 다크문.

그 두 개의 로열패밀리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도 않던 크로우즈에게 완전히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골든 라인은 크로우즈의 테러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현재까지도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고, 다크문은 정식 길드 대표전에서 패배하며 엄청난 배상금을 물고 최고의 PvP길드라는 명예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이래저래 두 로열패밀리는 아주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크로우즈를 향해 복수의 칼날은 정작 뽑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확실히 끝장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라서 그렇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로열패밀리도 이제 한물갔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어쨌든 검마노의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특히, 천지개벽 업데이트가 이루어진 후 검마노의 세상은 그전 세상과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었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말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이들에겐 별로 반갑지 않은 변화일지 몰라도 그들을 제외한 다수의 유저들에겐 아주 반가운 변화였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크로우즈.

많은 유저들은 크로우즈를 응원했다.

그냥 응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실질적인 도움도 주곤 했다.

바야흐로 반(反) 로열패밀리 연합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

율은 골든 라인과 다크문이 동시에 침묵하는 이유가 단 한 가지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조각 아이템.

그들은 조각 아이템을 되찾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침묵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대충 그들의 의도를 알게 되자 율은 좀 더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이 조각 아이템을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해 보였다.

특히 매우 희귀한 조각 아이템 특성상 그들이 각각 하나씩 조각 아이템을 얻으려면 서로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두 길드와 동시에 싸울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건 분명 크로우즈에게 희소식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진 로열패밀리와 정면 대결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그들이었기에 최대한 크게 충돌하는 걸 피해야 했다.

물론 잠재적으로 모든 위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게 아니라 단순히 잠깐 유예된 것이었지만, 어쨌든 희소식은 희소식이었다.

율과 그의 동료들은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훗날 찾아올 위험에 대비하기로 했다.

그들의 대비는 간단했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강력한 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예 길드가 바로 섀도우 로드였다.

그 얘긴 즉, 섀도우 로드의 힘을 키우는 건 곧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 한 명, 한 명이란 뜻이었다.

율은 일단 길드원을 세 부류로 나누었다.

마스터 등급인 4차 전직에 가까운 유저들.

마스터 등급과는 거리가 있지만 3차 전직을 끝내거나 거의 끝내기 직전인 유저들.

그리고 위 두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유저들.

일단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유저들에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부으며 최대한 빨리 4차 전직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물론 4차 전직이 지원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한 명이라도 더 4차 전직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4차 전직을 최초로 해낸 율은 4차 전직 유저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사를 제쳐 두고 그들에게 무조건 4차 전직을 위해 달리라고 조언했다.

그 다음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유저들에겐 3차 전직 후 무조건 레벨을 올리기보다 최대한 그 레벨 대에 맞는 최고급 아이템을 구하는 동시에 익히고 있는 스킬들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

어차피 4차 전직을 하지 못하는 거라면 레벨을 올리는데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그 정성으로 차라리 아이템을 맞추고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게 훨씬 좋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나머지 유저들에겐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려서 적어도 3차 전직까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율은 3차 전직을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이 갖춰야 할 단 한 가지의 자격이라고 생각했다.

강하지 못하면 섀도우 로드의 일원이 될 수 없다. 이 말은 꼭 지켜져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길드원들의 빠른 성장을 독려한 율은 자기 자신도 더 큰 성장을 할 준비를 했다.

이미 4차 전직을 끝낸 그에게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어보였지만 막상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가 노리고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현재 봉인 상태에 있는 ‘잊힌 신들의 서사시’의 봉인을 풀고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혼돈의 열쇠’ 퀘스트를 해결해 또 하나의 대박 보상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이미 일개 유저가 가지는 힘의 한계를 훨씬 초월한 율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잊힌 신들의 서사시.

율은 이 봉인되어 있는 SS급의 엄청난 스킬을 연구하기 위해 인적이 없는 아주 조용한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이곳에 와서 하는 일이라곤 조용히 자신의 스킬들을 점검하고 꾸준히 잊힌 신들의 서사시의 봉인을 풀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음악적으로 접근을 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율은 영웅들의 서사시가 그러하듯 이것 역시 결국 음악으로써 잊힌 신들의 영혼을 소환하는 것이라 예상했다.

그걸 위해 율은 정보력을 모두 동원해 대륙에 존재하는, 신화와 관련된 책을 다 구해놓은 상태였다.

그는 계속 그 책들을 읽으며 잊힌 신들의 서사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흐음… 어떤 노래일까? 신들을 기리는? 아니면 신들을 기억하는?”

결국 보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율은 스스로 신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냥 어설프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게 분명했다.

뭔가 포인트를 찾아낼 필요가 있었다.

“뭐가 됐건 일단 서사시를 직접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겠지.”

영웅들의 서사시와 같은 경우는 친절하게 완성된 서사시가 존재했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서 그 완성된 서사시가 조금씩 드러나는 그런 체계였다.

하지만 잊힌 신들의 서사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얘긴 곧, 율 스스로 서사시를 완성해야 한다는 뜻과 같았다.

‘어쩌면 내가 어떤 서사시를 만드느냐에 따라 스킬의 속성이나 스타일 같은 것도 달라질 수 있겠군.’

모든 걸 온전히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기대보단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결국 엘리스에게 도움 요청을 해야겠어.’

서사시 자체는 율 스스로 만들 자신이 있었지만, 그 서사시에 어울리는 운율은 솔직히 자신 없었다.

이럴 땐 그저 엘리스의 도움을 받는 게 최고였다.

‘기다려라. 최고의 서사시를 만들어주마!’

율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주변에 흩어져 있던 각종 신화에 관련된 정보들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사사시를 만들고 그 서사시를 엘리스에게 넘겨 잊힌 신들의 서사시를 완성시킬 생각이었다.

율이 그렇게 잊힌 신들의 서사시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다른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은 율이 조언한 대로 제각각 자신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중 단연 앞서나가고 있는 이들은 당연히 율의 최측근들이었다.

엘리스와 강풍, 그리고 팔콘은 가장 빨리 레벨 500을 달성하며 최종 4차 전직을 위한 최소 조건을 만족시켰다.

물론 그들에게 주어진 4차 전직 요건은 아주 기상천외했다.

그나마 그 난이도가 율보다는 많이 낮아보였지만 그래도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율의 4차 전직 요건이 100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었다면 이들에게 주어진 4차 전직 요건은 대략 50정도의 난이도를 지니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난이도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만만히 볼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율이 4차 전직을 완성한 후 전 세계적으로 대략 20명 정도의 4차 전직자가 더 나온 걸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즉, 여기서 그들이 4차 전직을 하루라도 빨리 달성한다면 세계에서 무려 100위권 안에 드는 랭커가 될 수도 있었다.

보통 랭킹 100,000위권 안에 드는 유저들을 베스트(Best) 유저, 랭킹 10,000위권 안에 드는 유저들은 탑(Top) 유저, 랭킹 1,000위권 안에 드는 유저들은 로열 유저라고 불렸다.

그리고 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유저들에겐 리미트 유저라 불렸다.

리미트 유저란 한계에 도달한 최강의 유저란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거기서 또 10명을 추려 랭킹 10위권 안의 유저들에겐 검마십강(劒魔十强), 검마 십성좌(十星座) 또는 넘버(Number) 유저라는 특별한 호칭이 붙기도 했다.

어쨌든 랭킹 100위권 안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아니, 랭킹 1,000위권 안에만 들어도 굉장했다. 이미 랭킹 10,000위권 안의 유저들은 모두 네임드 유저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율은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이 최소 랭킹 10,000위권 안에는 진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중이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유저들은 100위권 안에 들고… 그밖에 유능한 유저들이 1,000위권 안에도 조금 들어와 준 후 나머지 유저들이 10,000위권 안에만 대거 입성해 준다면 섀도우 로드는 진짜 최고의 정예 길드가 될 수 있었다.

율은 그걸 위해 당장 자신이 벌어들였던 모든 소득을 한 번에 풀어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더 이상 검마노의 변화는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돈을 모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풀 때였다.

율의 투자는 과감했고, 그 효과는 정말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

그들은 성장과 더불어 섀도우 로드에 대한 소속감도 성장하고 있었다.

애초에 다른 길드들보다 훨씬 강력한 단결력으로 뭉쳐 있던 섀도우 로드였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더욱 강하게 뭉칠 수 있게 되었다.

진정한 정예들의 모임.

섀도우 로드는 점점 율이 원했던 그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중이었다.

율은 서사시의 뼈대를 만든 후 엘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엘리스라면 최고의 운율을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엘리스가 완성된 서사시를 율에게 넘겨주었다.

율은 단 한 번만 듣고도 단번에 최고의 서사시가 탄생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엘리스의 작곡 능력은 정말 최고였다.

율은 곧장 그 완성된 서사시를 현실에서 충분히 연습한 후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어떻게 보면 약간 편법을 이용한 봉인 해제였지만 율은 당당했다.

예전에 엘리스가 그에게 말해주었듯이 자신이 잘하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되었다.

자신이 못하는 걸 다른 이에게 도움 받는다고 문제될 건 없었다. 도움을 받는 것 자체가 능력이었다.

* * *

띠링, ‘잊힌 신들의 서사시(SS)’를 복원했습니다.

띠링,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신들을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띠링, 당신의 복원이 너무나 완벽해 ‘잊힌 신들의 서사시’는 기존의 효과는 물론이고 거기에 추가로 소모되는 소울 에너지가 10% 감소합니다.

띠링, 음악이해도Ⅺ(패시브)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띠링, 노래하기(SS+)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띠링, 기타연주(SS+) 스킬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띠링, 특수 능력치 예술이 16올랐습니다.

띠링, 특수 능력치 절대음감이 16올랐습니다.

……

……

“됐어!”

율은 드디어 SS급 스킬의 봉인을 풀어냈다.

그는 이제 진짜 완벽한 영혼의 음유시인이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잊힌 신들의 서사시]

: 잊힌 신들의 이야기를 아는가?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어쩜… 잊혀 사라진 그들과 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모에너지 : 4초당 전체 소울 에너지의 1%.

능력 : 7명의 잊힌 신들의 힘을 빌려올 수 있다.

특이사항(1) : 신들의 강림 자체가 주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이사항(2) :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들은 강림을 거부할 수도 있다. 신들에게 거부당할 경우, 서사시를 부른 본인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신들이라…….”

율은 자신이 소환시킬 수 있는 7명의 신들을 살펴보았다.

얼음의 신, 토룬.

숲의 신, 그란디오.

별의 신, 유로판.

죽음의 신, 카르디.

바람의 신, 쉘론.

뇌전의 신, 쥬린.

돌의 신, 초파.

이 일곱의 신들은 모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신들이었다.

사람들은 겨우 대륙의 4대 신이었던 불과 빛의 신이었던 이그니아, 물과 바다의 신 이스란, 암흑과 달의 신 아스텔로, 태양과 무의 신 한밖에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기억되는 4대 신들과 달리, 이미 잊혀버린 그들은 신으로서의 권능을 대부분 잃었다.

특히, 물질계에 현신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그들이 힘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율은 기회였다.

율이 ‘잊힌 신들의 서사시’를 통해 그들을 물질계에 강림시켜 준다면 그들은 조금씩 빼앗겼던 신의 권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즉, 그 잊힌 일곱의 신들에게도 율의 소환 제안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란 뜻이었다.

물론 신이란 존재들은 워낙 자존심이 높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자신들의 고집을 부릴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것만 조심한다면 율이 잊힌 신들을 소환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보였다.

‘이걸로 난 더욱 완벽해졌다.’

율은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해 굳건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누구와 상대하더라고 두렵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힘이라면 어지간한 길드와 단독으로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율의 현재 상태는 가히 사기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대단했다.

마스터 등급에 오른 건 물론이고, 레전드 아이템을 두 개나 소유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나머지 아이템들은 대부분 엘리트 아이템들이었다.

거기에 그는 레전드마저 훨씬 뛰어넘는 이벤트 아이템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직업은 사기성이 짙은 히든 직업인 영혼의 음유시인.

스킬도 S급 다수는 물론이고 최고의 사기 스킬이라는 SS급 스킬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랭커라 할지라도 누가 율의 이 상태를 따라올 수 있을까?

단언컨대, 절대 없었다.

대략 넘버 유저라고 불리는 검마 십성좌의 장점을 전부 합치면 율과 비슷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율은 이미 아무도 넘보지 못할 곳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고… 다음은 혼돈의 열쇠 퀘스트만 해결하면 되는 건가?’

남은 건 ‘혼돈의 열쇠(2)’ 퀘스트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퀘스트는 해결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도대체 혼돈의 기원이란 게 뭐지?”

간절한 염원을 일으키면 지고한 존재와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염원을 해야 그것이 발동하는 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름 혼자 간절하게 마음먹고 대화를 시도해 봐도 당연히 발동되지 않았다.

‘이건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겠네.’

율은 일단 이걸 당장 해결하는 것은 포기했다.

대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힘을 기르고 있는 섀도우 로드의 일원들을 찾아 돌아다니며 그들을 도울 생각이었다.

섀도우 로드가 나름의 방법으로 빠르게 힘을 키우고 있을 때.

그들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다크문과 골든 라인은 겉으로 보이는 고요함과는 정반대로 내부에서는 아주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내부의 불만 세력을 축출하고 내실을 보다 견실하게 만들었다. 괜히 로열패밀리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큰 전쟁 이전에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내부의 불만 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아주 빠르고 확실하게 집안 정리를 했다.

물론 내부를 정리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출혈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불만 세력이라고 해도 결국은 제 살을 잘라내는 것이었기에 전력의 감소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했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두 세력.

더 무서운 건 이 사실을 전혀 다른 이들에게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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