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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또 다른 충돌 (77/95)

10. 또 다른 충돌

율은 그 상태에서도 무려 144명의 골든 라인 정예 유저들을 쓰러트렸다.

율의 선전 덕분에 오히려 다른 이들은 모두 어렵지 않게 오르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섀도우 로드의 테러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 당연히 이 모든 소식이 검마노의 유저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골든 라인은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서라도 숨기려 했지만 섀도우 로드에 팔콘이 있는 이상 그건 절대 무리였다.

하이퍼넷에서 ‘워 아티스트 더블K’로 불리는 팔콘은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이번 테러를 모든 유저들에게 퍼트렸다.

높기만 했던 로열패밀리의 존재가 처음으로 땅으로 끌어내려졌다.

사람들은 검마노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번 테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와 함께 크로우즈란 길드가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길드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

……

58948504. 와~ 속 시원하다. 골든 라인 때문에 내가 진짜 고생 많이 했는데. 크로우즈 진짜 대단하네.

58948505. 로열패밀리도 결국 같은 유저라는 걸 증명했네.

58948506. 골든 라인이 사실 좀 양아치스러운 점이 많긴 했었지.

58948507. 크로우즈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58948508. 님들, 그림자 상단도 크로우즈 것이란 걸 알고 있나요?

58948509. 호들갑 떨 거 없다. 결국 또 하나의 로열패밀리가 등장하는 것뿐이다.

58948510. 위에 님, 뭘 모르시네. 크로우즈는 로열패밀리들 같은 대형 길드가 아닌 정예 유저들만 모여 있는 초소형 길드입니다.

58948511. 이거야말로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네.

58948512. 크로우즈 길드와 연합할 수 있을까요?

58948513. 아우~ 골든 라인 꼴좋다~!!

……

……

게시판 여기저기에 마구 쏟아져 올라오는 글들.

대부분 한 방 제대로 먹은 골든 라인을 고소하게 생각하거나 크로우즈 정보에 대한 글들이었다.

확실한 건 이번 일로 골든 라인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정확히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아니, 아예 테러에 대한 사실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미 하이퍼넷에는 그들이 얼마나 당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떠돌았다.

일반 길드원이 300여 명 가까이 죽고 4급 매직급 아이템 창고와 3급 레어급 아이템 창고 각각 두 군데씩 총 네 군데가 털렸고 2급 유니크급 아이템 창고도 한 군데 털렸다.

골드홀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던 화려하고 웅장했던 정문은 거의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이것만 해도 상당히 큰 피해인데… 거기에 골든 라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황금공자가 죽었다.

그와 함께 골든 라인의 정예 유저들이 100명이 넘게 쓰러졌다.

이 정도 피해라면 이건 테러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누가 감히 로열패밀리에게 이런 피해를 입힐 수 있을까? 물론 약간은 방심했던 골든 라인에 제대로 기습을 성공시켜서 이런 큰 피해를 입힌 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섀도우 로드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크로우즈란 이름 뒤에 숨겨져 있는 섀도우 로드.

사람들은 이 섀도우 로드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에 어떻게 크로우즈가 골든 라인에게 이런 심대한 피해를 입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 * *

죽음으로 인해 며칠 동안 접속 제한을 당했던 그는 드디어 제한이 풀려 게임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접속하자마자 자신의 장비창과 가방을 확인했다.

다행히 죽음으로 인해 드랍된 아이템은 물약 몇 개와 몇 가지 소모성 아이템이 전부였다.

평소의 성향을 선(善) 쪽으로 많이 올려둔 보람이 있었다.

중요한 아이템 중 잃은 게 없다는 걸 확인한 율은 곧바로 영혼의 조각을 흡수해 섀도우 윙이 된 혼돈의 수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혼돈의 수정-[섀도우 윙]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스킬성공률+40%, 이동속도+25%, 비전투 시 소울 회복속도+10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1) : 섀도우 윙을 통해 사용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20% 증폭된다.

특수능력(2) : 반경 50m 안에 있는 모든 우호적인 유저들의 생명력과 이능 에너지가 10% 상승합니다.

상태 : 현악기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2]

조각파괴: 무(無).

율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옵션은… 레전드급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왜 조각 아이템이 검마노의 세력 판도를 좌우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갓(GOD)급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군.”

왜 조각 아이템을 신이 내린 물건이란 설정으로 만들었는지 이해되는 율이었다.

“그나저나 황금공자는 배가 좀 많이 아프겠는걸.”

어쩌면 그냥 아픈 게 아니라 죽을 만큼 아플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각 아이템은 대단한 물건이었다.

[형~ 접속하셨어요!]

[어이~ 왔냐.]

[고생했어.]

……

……

율이 접속하자마자 여기저기에서 친구들이 귓속말을 보내왔다.

모두가 율의 활약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상 이번 테러를 대성공으로 이끈 건 율이었다.

율이 황금공자를 잡아냄으로써 다른 이들이 완벽하게 임무를 끝내고 유유히 탈출까지 할 수 있었다.

6일(게임시간) 동안 접속하지 못했던 율은 오프라인에서 게임 속 소식을 꾸준히 듣고 있었지만 그래도 또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골든 라인의 분위기라든지 다른 기타 정보를 얻기 위해 팔콘을 찾아갔다.

팔콘은 당연히 율이 자신을 찾아올 걸 예상하고 미리 모든 정보를 모아 정리해 둔 상태였다.

“신기하네. 걔들이 왜 가만히 있는 걸까?”

율은 골든 라인이 예상과 다르게 매우 조용하다는 게 신기했다.

율은 그들이 곧장 반격할 것을 대비해 일단 크로우즈의 길드원들에게 굳이 상대하지 말고 피하라고 말해 놓았었다.

원래 거센 비는 살짝 피하는 게 옳았다.

살짝 피했다 빗줄기가 조금 약해지면 그때 나가는 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다.

골든 라인이 모든 전력을 동원해 반격하면 일단은 피했다가 그들이 좀 진정됐을 때 다시 상대하는 방향으로 이미 모든 얘기를 끝내 놨었다.

그런데 의외로 골든 라인이 조용했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저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이번에 입은 피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서… 특히, 내부의 분열이라도 생겨서 그런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오히려 이렇게 조용하니까 더 불안한데.”

율은 비록 이번 테러로 골든 라인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줬지만 사실 아직 섀도우 로드의 전력은 골든 라인의 전력에 비해 조금 모자란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면 대결을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일단 저도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그쪽 동향을 최대한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릴게요.”

“알았다. 네가 고생 좀 해라.”

율은 팔콘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참! 형, 근데 혹시 황금공자가 현실에서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음? 그걸 어떻게 알아?”

“후훗, 형 GH그룹 아시죠?”

“GH? 당연히 알지. 내가 설마 한국 3대 기업 중 하나인 GH그룹을 모를까.”

“황금공자가 거기 그룹 회장의 손자라면 믿으실 거예요?”

“잉? 진짜야?”

“네, 사실이에요. 이건 진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정보에요. 형도 굳이 어디 가서 얘기하진 마세요.”

“뭐, 얘기할 데도 없다. 근데 넌 어떻게 알았냐?”

“아~ 전 좀 악연이 있어서. 흐흐, 어쨌든 고마워요. 좀 꼴 보기 싫은 놈이었는데 형이 멋지게 뭉개준 덕분에 아주 상쾌한 기분이 드네요.”

“고맙긴… 근데 참 너도 재미있는 녀석이야.”

“재미있으면 좋은 거죠. 뭐~!”

율은 예전부터 팔콘이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곤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든 율에겐 그저 소중히 아끼는 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 간다. 수고해.”

율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팔콘과 헤어졌다.

한동안 정신없이 달리기만 한 율은 살짝 피곤했다.

이럴 땐 그저 노래를 부르며 쉬는 게 최고였다.

물론 이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부르는 것보다 누군가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걸 더 좋아했다.

그리고 그 들어주는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엘리스였다.

보름(게임시간) 정도는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여전히 골든 라인은 아무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크로우즈에는 신규 가입 문의가 빗발쳤지만 그 문제는 어차피 회색늑대가 처리하는 것이라 율에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율은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엘리스와 함께 경치 좋은 곳에 놀러가 노래를 부르며 보냈다.

이거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하지만 그 신선놀음도 결국 끝이 났다.

율의 신선놀음을 깨어버린 건 의외로 골든 라인이 아니었다.

“다크문? 걔들이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회색늑대와의 오래된 악연 때문이라고 하고 있어요.”

“이것들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릴 하고 있네. 걔들이 갑자기 움직인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꼭 알아봐. 아! 근데 회색늑대 형은 괜찮아?”

“네, 의외로 담담하게 반응하던데요. 모든 결정은 형에게 맡기겠대요. 자기는 복수 따윈 이미 잊었다고 했어요.”

“역시 그 형은 남자야.”

율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왜 대표전을 원한다고 한 거지? 요즘에 누가 길드 전쟁을 대표전으로 한다고…….”

길드 전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양 길드의 모든 전력이 서로 싸우는 총력전과 대표를 선발해 싸우는 대표전, 이렇게 두 가지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요즘 길드 전쟁에서 대표전을 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세력이 곧 힘이 되는 검마노의 세상에서 소수의 대표들만으로 힘을 겨루는 대표전은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것 역시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회색늑대에게 정정당당한 기회를 주고 다크문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계속 회색늑대를 물고 늘어지는 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흐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일 놈들은 아닌데.”

다크문은 철저히 이익을 쫓아 움직이기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로열패밀리들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다크문 최고의 PvP길드라는 명성답게 그들은 대표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다고 아무 곳에나 대표전을 신청할 놈들이 아니었다.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일단 보류할까요?”

“흐음… 아니, 그냥 진행시켜. 이왕 이렇게 된 거 골든 라인에 이어 다크문도 엿 좀 먹여보자.”

“으음,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이긴다고 해도 골든 라인과의 관계가 이런 상태에서 다크문과의 관계까지 얽히면 골치가 좀 아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팔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어쩔 수 없어. 어차피 다크문이 크로우즈에 길드 전쟁을 선포했다는 건 놈들이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거야. 지금 그걸 보류 시킨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놈들이 아니야. 공식적인 전쟁이 안 된다면 비공식적으로도 수작을 부릴 텐데… 그렇게 되면 더 복잡해져. 차라리 놈들이 신청한 대표전을 받아주는 게 훨씬 나아.”

율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렇긴 한데 로열패밀리 둘이라… 참 그러고 보면 우리도 대단하네요. 남들은 기를 쓰고 피하거나 친해지고만 하려는 로열패밀리들과 거침없이 충돌하고 있으니…….”

“대단하지. 우리가 누구냐? 섀도우 로드 아니냐! 등 뒤에 짊어진 붉은 십자가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앞으로 더 확실히 알게 될 거다.”

“넵! 알겠습니다!”

결국 다크문이 신청한 대표전은 받아들이는 걸로 결정이 났다.

세부적인 것은 다크문과 얘기해 결정되겠지만 아마도 최소 10명 이상, 최대 30명 이하의 유저들이 대표로 싸우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골든 라인에 이어 다크문과도 충돌하게 된 섀도우 로드.

정말 그들은 한시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섀도우 로드의 마스터 율은 잠시 동안 즐겼던 평화는 이제 조용히 포기하고 또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다.

* * *

“아직 찾지 못했어? 골드는 얼마가 들어도 좋다. 모자라면 내가 개인적으로 골드를 사서라도… 아니, 혹시 아예 현실에서의 보상을 원하면 말만 해. 내가 다 처리해줄 테니.”

황금공자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레르디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워낙 희귀한 것이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조차 알기가 힘든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략 그것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 상태입니다. 확인만 되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와 협상해서 꼭 좋은 결과는 만들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레르디는 진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는 지금 황금공자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황금공자는 어지간해서는 게임과 현실을 철저히 구분하는 이였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게임과 현실을 하나로 놓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 얘긴, 즉 지금 특유의 냉철한 판단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나게 화가 나 있다는 뜻이었다.

“그걸 다시 찾아오려면 똑같은 종류의 물건이 필요하다. 이번 패배로 그걸 알게 되었어. 아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이지.”

황금공자가 되찾으려 하는 것은 바로 그가 아주 오래전 입수해 정말 아끼고 아끼던 ‘영혼의 조각-황금거울’이었다.

그것 덕분에 사실상 지금의 황금공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그만큼의 능력이 있었기에 그것을 얻은 것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황금공자에게 황금거울은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다.

단순히 게임 속의 아이템들 중 하나가 아니란 뜻이었다.

“어떤 조각이라도 좋다. 아무거나 가져와 내 앞에 갖다가 놔. 새로운 조각을 얻으면 곧바로 크로우즈를 응징한다. 그때까진 마지막 평화를 즐기게 해준다.”

황금공자는 괜히 지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자신의 황금거울을 뺏어간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어디론가 잠수를 타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

황금거울을 확실히 되찾으려면 그걸 되찾을 수 있는 자격을 가져야 했다.

그 자격은 바로 조각 아이템의 소유!

비록 조각 아이템을 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 불가능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었다.

골든 라인의 마스터이자 GH그룹의 차기 후계자였던 황금공자는 어려서부터 불가능이란 말을 믿지 않았다.

세상에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건 없다는 게 그의 마인드였다.

그렇기에 다른 조각 아이템도 분명 돈(골드)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후회할 시간이 없다고 했었지…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두고두고 평생 후회하며 살게 해주마.”

빠득.

황금공자는 이빨을 강하게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받아들였다고?”

다크문의 길드마스터 검은달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붉은 구미호 아라에게 되물었다.

“응, 나도 의외였어. 그냥 미루면서 우릴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골든 라인에게 그렇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정도의 실력이 있는 줄 몰랐거든. 괜히 우리가 찜해 놓은 먹잇감을 골든 라인이 먼저 먹어 치울까봐 앞뒤 안 보고 길드 전쟁을 신청한 거였는데 바로 받아들이네. 대표전이라고 하니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봐.”

“어리석군.”

“뭐~ 우리야 편하고 좋지. 사실 난 우리 신청에 대한 답변을 보류하고 피할 것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 놈들을 무너트릴 것인지 다 계획을 세워놨는데… 괜히 헛고생만 했어.”

“헛고생이라니~ 오빤 그런 너의 세심함 덕분에 늘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헤헤~ 진짜?”

“당연하지!”

“역시 내 고생을 알아주는 건 울 오빠밖에 없다. 어쨌든 놈들이 대표전을 받아들였으니까 이제 세부적인 몇 가지 규칙만 정하면 되겠네. 오빠, 30명 정도로 할까?”

“음… 그냥 간단하게 10명으로 하자.”

“오~ 설마 오빠들 전부 부르게?”

“응, 이번 기회에 그 회색늑대 놈에게 지가 얼마나 무능한 놈인지 확실히 보여줄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뭉친 지도 오래됐잖아. 대외적으로 다크문의 건재함을 좀 과시할 때도 된 것 같고 이래저래 다시 모이기 딱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날짜는 대충 보름(게임시간)정도 뒤로 해. 그 정도면 전부 모이는데 충분한 시간이니까.”

“네~ 오라버니.”

“그나저나 황금공자가 무너졌다고 하던데… 회색늑대 솜씨일까?”

“회색늑대는 아닌 거 같던데… 근데 황금공자가 한물가긴 했잖아. 예전에야 골든 메이지로 날렸을지 몰라도 최근엔 거의 자기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전부 아래애들한테만 시켰잖아. 실력이 줄면 줄었지 절대 늘지는 않았겠지.”

“노력하지 않는 자는 도태되는 법이지.”

검은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그의 말처럼 검마노에서 힘을 유지하려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검은달은 상당히 노력파였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도 어느 정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노력이었다.

“울 오빠처럼 노력하는 사람이 드물긴 하지요~!”

아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검은달을 칭찬했다.

검은달과 아라.

이 둘은 정말 닭살 커플이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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