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충돌 (74/95)

7. 충돌

타이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 당신의 사전엔 정말 불가능이란 단어가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해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정말 대단하다. 당신의 그 대단한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스킬 : 없음.

효과 : 타이틀 장착 시 특수 능력치 행운이 생성된다. 그리고 생성된 행운은 현재 레벨만큼의 수치를 기록한다.

특수효과 : 행운 증폭(순간적으로 5분 동안 행운 능력치를 100% 상승시킨다.)

상태 : 비활성화.

등급 : S급

마왕의 망토[엘리트(Elite)]<장신구 류>

: 마왕이 쓰러지며 남긴 자신의 망토. 강력한 마력이 담겨 있는 이 망토는 마왕이 사용했던 오라와 비슷한 능력을 내뿜고 있다.

능력 : 이능 능력치 +10%.

특수스킬 : 마왕의 오라(어둠의 오라[물리 피해 35% 감소], 피의 오라[마법 피해 35% 감소], 혼돈의 오라[모든 피해 20% 감소] 유지 시간[10초], 재사용 대기시간[10분] *세 가지 스킬 모두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한다.)

특이사항 : 없음

레벨제한 : 500이상.

특수제한 : 사교도의 마왕을 쓰러트린 유저만 착용 가능.

타이틀 [‘최초의 마스터급 유저’]

: 마스터의 의미를 아는가? 당신은 최초로 마스터 등급에 오른 유저가 되었다. 마스터의 힘은 특별하다. 부디 그 힘을 소중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스킬 : 없음.

효과 : 모든 능력치 +10%

특수효과 : 타이틀을 활성화하지 않아도 계속 적용됨.

상태 : 활성화.

등급 : S+급

이 세 개가 율이 이번 던전에서 얻은 쏠쏠한 보너스 베스트 3이었다.

획득 아이템까지 모두 정리한 율은 곧장 천공 대륙으로 돌아왔다.

무려 삼 개월(게임시간) 만의 귀환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율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동료들은 율을 반겨주었을지 몰라도 검마노의 최근 동향만큼은 결코 율을 반겨주지 않았다.

“뭐? 골든 라인?”

“응,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엔 골든 라인이 거의 확정적인 것 같아요. 그 길드들 뒤에 골든 라인이 있을 것이란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거든요.”

팔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으음… 걔들이 왜?”

“왜긴요. 당연히 골드 냄새를 맡아서죠. 황금 공자의 골드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은 이쪽 바닥에서 알아줘요. 아마 그림자 상단을 통째로 삼켜버리려는 움직임인 것 같아요.”

“그게 가능해?”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벌써 골든 라인 쪽 자금이 슬슬 우리 쪽으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에요. 아마 놈들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쓸 것 같아요.”

“기본적인 방법? 그게 뭔데?”

아무래도 이쪽 분야는 율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는 팔콘이었다. 그래서 율은 팔콘에게 모든 걸 묻고 있었다.

“간단한 방법이에요. 일단 그림자 상단의 외부 거래처를 골드의 힘으로 자신들 휘하에 모조리 놓고 천천히 그림자 상단의 주 수입원을 말리겠죠. 그렇게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그림자 상단에 자금 압박이 시작되면 여기저기를 우회해서 들어온 골든 라인의 자금이 싼 이자를 무기로 유혹하겠죠. 그 자금을 끌어다 쓰는 순간… 그림자 상단은 골든 라인의 것이 되는 거예요.”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율이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런 건 그와 잘 맞지 않았다.

차라리 싸우자고 덤비는 놈들이 더 상대하기 편할 것만 같았다.

“그냥 알기 쉽게 골든 라인 애들이 돈지랄을 해서 그림자 상단을 먹으려고 한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상대가 로열패밀리건 뭐건 그렇게 시비를 걸어오면 가만히 있을 율이 아니었다.

“당연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문제는… 아직 우리가 드러날 때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결국 현재 노출되어 있는 크로우즈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쉽지가 않을 거 같아요.”

“쉽지 않으면 쉽게 만들어야지.”

팔콘은 문제를 약간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때론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가 있었다.

“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위장전입 몰라? 어차피 크로우즈도 비공개 정예 길드잖아. 크로우즈란 걸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까마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 망토가 전부 아냐? 그럼 그 망토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섀도우 로드야말로 최고의 그림자들이지! 그들이 크로우즈의 그림자가 되면 문제는 해결되잖아.”

율의 간명한 해결책.

팔콘은 순간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넌 너무 생각이 많아. 가끔은 단순하게 생각해.”

“그런가요? 어쨌든 그렇게 되면 확실히 많은 문제가 해결되네요. 가뜩이나 골든 라인이 은근히 산하에 있는 여러 길드들을 이용해 귀찮게 하고 있는데… 이번에 아주 쓸어버리죠.”

“당연하지. 명단만 뽑아. 내가 앞장선다.”

“으익~ 형은 그냥 뒤에 계시는 게…….”

“아니, 이번엔 내가 나서는 게 맞다. 걱정마라. 티 안 나도록 살살 돌아다닐 테니.”

섀도우 로드의 마스터로서 뒤에 빠져 있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율도 선봉에 설 생각이었다.

물론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건 당연했다. 율에게 그건 정말 너무 쉬운 것이었다.

“골든 라인 산하에는 정말 악질로 불리는 PK길드도 제법 있어요. 이번에도 역시 그런 놈들이 대거 고용된 것 같고요. 그 녀석들이 천공 대륙으로 유입되는 유저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그거부터 해결하죠.”

골든 라인의 수작으로 천공 대륙으로 향하는 그림자 상단의 포탈을 이용하는 유저의 수가 거의 50% 가까이 줄어든 상태였다.

전문 PK들이 길목을 지키고 양아치 짓을 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빠져나간 유저들은 골든 라인이 뒤에 버티고 있는 다른 마법 포탈을 이용했다.

오래전부터 나름 유명한, 아주 악질적인 골든 라인의 수법이었다.

골든 라인이 검마노 최고의 재력을 소유하게 된 밑바탕엔 이런 더러운 수법들이 다수 존재했다.

“만만히 보시면 안 돼요. 상대는 로열패밀리에요. 산전수전은 물론이고 공중전까지 겪은 놈들이니까 신중하게 상대해야 해요.”

“걱정 마라. 내가 복잡한 건 잘 몰라도… 이런 건 좀 잘 알고 있다. 놈들이 미처 대처방안을 만들기 전에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상황을 종결시킬 생각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섀도우 로드… 아니 크로우즈가 어떤 길드인지 보여주자고. 흐흐~”

율이 슬쩍 웃으며 팔콘의 어깨를 두드렸다.

섀도우 로드와 골든 라인의 악연은 결국 이렇게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누가 최후에 웃을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 *

골든 라인이 이번 작전에 투입한 길드는 총 3곳이었는데 ‘킬링머신’과 ‘사군자’ 그리고 ‘광란’이었다.

킬링머신은 오래전부터 골수 PK유저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통 있는 소수정예 PK길드였고, 사군자는 특이하게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PK전문 길드였다.

그리고 광란은 세 길드 중 가장 많은 길드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그 질이 좋지 않아 PK길드라고 불리는 것보다 오히려 양아치 길드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단 율은 세밀한 정찰을 통해 이 세 길드의 정확한 역할을 알아냈다.

광란은 많은 길드원을 바탕으로 주로 천공 대륙으로 향하는 주요 길목들에 모두 자리 잡고 오가는 유저들의 동향을 살피는 정찰 역할을 맡고 있었다.

물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그러면서 여전히 만만한 상대에겐 양아치 짓을 일삼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모아진 정보는 곧장 사군자에게 전해졌다. 사군자가 맡고 있는 역할은 회유였다.

처음엔 좋은 말로 그림자 상단의 포탈의 단점(날조된 단점)과 비효율성을 얘기해 유저들의 발걸음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노력했으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말이 회유지… 거의 강압적인 영업 방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PK도 강행했다.

기본적으로 PK유저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매우 난폭했다.

마지막으로 킬링머신은 자신들이 커트할 수 있는 유저들은 모조리 사살했다.

커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유저들은 철저히 피하면서 자신들의 상대가 가능한 유저들만 모조리 제거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100% 통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쪽으로 가면 위험하다.’라는 정도의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림자 상단 입장에선 그게 더 위험했다.

차라리 100% 통제가 되면 몇몇 대형 길드들이 나서서 자연스럽게 PK유저들을 정리해주겠지만, 이렇게 나름 틈을 만들고 PK를 하면 아무래도 PK들을 토벌하자는 의견이 늦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세 길드는 이런 짓에 나름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게 천천히 그림자 상단의 자금줄을 말리고 있었다.

율은 일단 섀도우 로드의 정예 유저들을 크로우즈의 비밀 유저들로 둔갑시킨 후, 이 세 길드를 어떻게 요리할지 생각해보았다.

일단 율은 가장 쪽수가 많은 광란을 크로우즈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쪽과는 좀 대놓고 싸워야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사군자는 이번 작전에 동원된 100여 명의 섀도우 로드 정예 유저들과 강풍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들에겐 특별히 크로우즈의 길드 망토와 함께 검은색 복면이 지급되었다.

나름 크로우즈의 비밀 유저들이라는 컨셉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킬링머신은 율과 엘리스 단둘이 맡기로 했다.

킬링머신은 소수의 정예 유저들로 결성된 PK길들였기 때문에 굳이 쪽수로 밀어붙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쪽수로 밀어붙이면 능숙하게 도망쳐버리는 게 그들의 특기였다.

이럴 땐 그저 더 강력한 소수 정예로 완벽하게 압도하는 힘을 보여주는 게 좋았다.

대략적인 큰 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세부적인 건 각각 나눠진 팀별로 상의하면 되는 것이다.

율은 크로우즈의 회색늑대에게 단 한 가지만 주문했다.

광란 길드를 더 이상 검마노에 존재하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멸(滅)할 것!

힘을 보여줄 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강풍에게도 비슷한 주문을 했다.

사군자의 완벽한 항복.

굳이 광란처럼 완전히 말살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골든 라인과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괴롭힐 필요는 있었다.

그리고 율 자신은 킬링머신의 정예 유저들에게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절대 앞으론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하게… 그런 힘의 차이를 보여줘 그들로 하여금 그림자 상단은 어설프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널리 퍼트리도록 할 생각이었다.

싸울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건 그림자 상단, 아니 섀도우 로드의 진짜 힘을 보여줄 차례였다.

* * *

“이 길 맞나?”

율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맞을걸.”

엘리스가 지도를 다시 꺼내 확인하며 대답했다.

현재 그들은 천공 대륙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천공 대륙으로 가는 길을 점거하고 있는 킬링머신의 유저들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현재 그들이 지나온 길은 한바탕 시끄러웠다.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시작된 전투. 아마 광란과 사군자는 아직 제대로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여기저기에서 밀릴 대로 밀려 있을 것이다.

율과 엘리스는 킬링머신이 그 소식을 전해 듣기 전에 빠르게 그들과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킬링머신이 지키고 있을 만한 길을 골라서 찾아온 율과 엘리스.

대략 200여 명의 정예 유저로 이루어진 킬링머신은 대부분 450레벨 이상의 상급 유저들이었다.

특히 길드 마스터인 킬링머신(길드 이름과 똑같다.)은 필드의 악마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PK였다.

활을 사용하는 헌터 계열의 유저로서 빠른 움직임과 함께한 방, 한 방이 강력한 장거리 저격 공격이 특기인지라 그에게 당한 유저들은 대부분 그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특히 그가 주축이 되어 만든 킬링머신의 저격부대는 잘못 걸리면 한 번에 끝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이러한 사실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율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온다.”

엘리스가 먼저 적들을 눈치 챘다. 율도 엘리스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적들의 존재를 눈치 챘지만 엘리스와 비교하면 대략 2~3초 정도 늦은 것이었다.

확실히 엘리스의 감각은 그 어떤 유저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

쐐애애액!

퍼펑!

멀리서 날아온 화살 한 방.

하지만 그건 엘리스의 간단한 주먹질 한 번에 허공에서 터져버렸다.

“호오~ 시작인가?”

율이 슬쩍 웃으며 곧장 섀도우 문을 꺼내들었다.

혼돈의 조각-[섀도우 문]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원거리공격력+20%, 원거리적중률+20%, 치명타성공률+10%, 치명타데미지+15%, 사거리+20% 근접공격력-40% [레벨 50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 : 없음.

상태 : 저격용 라이플.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1]

조각파괴 : 무(無).

현재 섀도우 문의 상태는 저격용 라이플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율은 건 마스터 바우어의 영혼을 강림시켜 놓은 상태였다.

영혼의 조화를 얻고 나서부터는 영웅들의 서사시 같은 경우는 하루 종일 강림을 시켜놓아도 소울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았다.

중간 중간 영혼 교체를 사용하거나 하면 진짜 계속 영혼을 소환해 놓을 수 있었다.

아마 검마노에 존재하는 유저들 중 이능 에너지에 관련해서는 율을 따라올 이가 없을 것이다.

영혼의 조화에 현자의 증표가 합쳐져 만들어낸 엄청난 결과였다.

비록 스킬 사용에 감소되는 소울 에너지 수치가 대현자의 증표(30%)와 영혼의 조화(40%)가 연산으로 합쳐지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략 두 게 합쳐서 58% 정도의 소울 에너지 수치 감소를 기록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이미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철컥.

율은 아무 말 없이 한쪽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건 마스터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천리안(千里眼) 스킬이 발동된 율의 눈에는 멀리 있던 한 명의 킬링머신 유저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 시작해볼까?”

아이템 스킬 거대화!

곧장 자이언트 링의 스킬을 사용한 율.

거대화 스킬이 발동되며 율의 몸집이 갑자기 커졌다.

그 상태에서 율은 섀도우 문을 단단히 어깨에 고정시킨 후 정신을 집중했다.

지이이잉!

스프릿 에너지가 섀도우 문에 모여들었다.

꽝!

그 유저를 향해 쏘아진 탄환 한 발.

퍼퍼펑!

그 탄환이 곧장 율이 본 유저의 머리를 꿰뚫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쏜 한 발 같지만 사실 이게 일명 필살탄(必殺彈)이라 불리는 건 마스터 바우어가 가진 최고의 저격 스킬이었다.

단점은 아주 큰 반동과 한번 사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었다.

대신 위력은 대단했다.

원래는 정확하게 자세를 고정시킨 후 사용해야 하는 스킬이었지만 율은 거대화된 자신의 몸을 이용해 이 기술을 서서 사용하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시켜 주었다.

쿠쿵!

단 한 방에… 한 명의 유저가 쓰러졌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전문적으로 장거리 저격을 통해 PK를 하는 킬링머신도 한 방에 유저를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저 레벨도 아니고 비슷한 레벨을 가진 유저를, 그것도 나름 PK를 한다고 하는 상급의 유저를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트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아직 킬링머신 측은 이 대단함을 정확히 눈치 채지 못했다.

단지 뭔가 한가락 하는 놈들이 등장했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이런 이들이 한 파티 정도 있었다면 어쩌면 킬링 머신은 후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단둘.

킬링머신의 길드 마스터 킬링머신은 근처에 있는 모든 길드원들을 이쪽으로 호출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한가락 하는 놈인 만큼 어쩌면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클 것이라 기대했다.

어쩌면 대박이라고 소문난 엘리트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특히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방금 자신의 길드원 중 한 명을 쓰러트린 저격용 라이플이 무척 탐났다.

멀리서 봐도 무조건 엘리트급 이상의 아이템인 것 같았다.

[대박 손님들 오셨다. 모두 친절히 모셔라!]

킬링머신은 길드 채팅으로 그 즐거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알까?

곧 즐거움은 사라지고 공포가 시작된다는 것을…….

* * *

킬링머신의 예상과 달리 엘리스와 율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보통의 유저들은 이런 경우 서로 힘을 합쳐서 PK들을 상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율과 엘리스는 달랐다.

엘리스는 아예 대놓고 킬링머신의 유저들을 도발했고, 반대로 율은 킬링머신의 유저들보다 더 빠르고 은밀한 움직임으로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사람의 행동 패턴.

하지만 그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퍼퍼펑!

우드득!

엘리스의 정권 한 방에 몸이 구겨지듯 꺾이며 날아가는 또 한 명의 킬링머신 길드원.

이미 18연타 기술을 몸에 골고루 맞은 그는 이 한 방으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사이 엘리스의 등 뒤를 노리고 또 한 명의 킬링머신 길드원이 커다란 도끼를 내리찍었지만, 엘리스는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재빨리 뒤로 돌며 그 커다란 도끼를 맨손으로 아니, 정확히는 미스릴 수갑을 착용한 손으로 도끼를 받아냈다.

그것도 무려… 한 손이었다.

콰득!

살짝 도끼의 날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엘리스의 오른발이 도끼를 들고 있던 유저의 가슴에 적중되었다.

꽝!

도끼를 놓친 채 뒤로 튕겨져 나가는 유저.

심대한 타격을 입은 건 아닐지 몰라도 엘리스의 앞차기에 정확히 맞은 그는 몇 초간은 제정신을 찾지 못할 것만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유저를 튕겨낸 엘리스.

하지만 그녀는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킬링머신의 유저들은 계속해서 엘리스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했다.

엘리스는 그들을 보이는 족족 맨손으로 때려잡았다.

투신 강풍도 인정한 엘리스의 무식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편 율은 엘리스와는 정반대의 전투를 즐기고 있었다.

엘리스가 온몸으로 적을 압살한다면 율은 적들의 특기로 적들을 유린했다.

킬링머신의 자랑이라는 저격부대.

그들은 현재 율에게 농락당하는 중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저격과 은신으로…….

‘잘 가라.’

어둠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에 ‘어둠의 매복’을 이용해 숨어 있던 율은 또 하나의 먹잇감을 발견했다.

꽝!

한 발의 총성.

퍼펑!

한 번의 폭발음.

쿠쿵!

한 명의 게임아웃.

율은 철저히 한 번에 하나씩 끝장내고 있었다.

킬링머신 쪽에선 당연히 죽을 맛이었다.

상대가 자신들보다 월등히 우월한 저격 능력으로 계속 치고 빠지기를 하는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 군데 모여서 최대한 적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율을 찾지 못했다.

건 마스터 바우어 어둠의 매복 스킬은 은신 레벨이 거의 최상급이었기 때문에 전문 헌터들도 집중해서 찾아야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 가뜩이나 사거리가 긴 바어우의 저격 스킬들이었는데 섀도우 문의 사거리 +20% 효과가 더해지니 율은 킬링머신들이 상상도 하지 못한 먼 거리에 서서 그들을 저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 한 명의 저격을 끝낸 율은 곧장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아무리 초 장거리 저격이 가능하다고 해도 킬링머신의 유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탄착 지점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이 근처로 몰려오기 전에 재빨리 다른 저격 포인트를 찾아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대략 10명 정도 끝낸 건가?’

전투가 시작된 지 한 시간(게임시간) 정도… 벌써 율은 10명이나 게임 아웃시켰다.

‘아직 멀었다. 놈들이 대처 방법을 찾기 전에 최소 50명은 끝내야지.’

킬링 머신이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뭔가 대처 방안을 찾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에 최대한 많이 쓰러트릴 필요가 있었다.

단순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으로 적을 섬멸하는 엘리스.

적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특기로 적을 쓰러트려 아주 큰 절망감을 안겨 주고 있는 율.

두 사람 모두 보통의 기준에선 한참 벗어난 괴물들이 분명했다.

킬링머신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들과 비교하면 결국은 보통 유저들일 뿐이었다.

최초에 율과 엘리스가 등장했을 때 킬링머신 길드의 마스터 킬링머신은 그들이 맛있는 사냥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정말 큰 착각을 한 것이었다.

사냥감은 오히려 킬링머신이었다.

괴물들은 지금 사냥꾼들을 사냥하러 이곳에 찾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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