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소환된 사교도의 마왕 (72/95)

5. 소환된 사교도의 마왕

폭풍과 같은 속도로 44층의 일반 구역을 돌파한 율은 드디어 미궁의 마지막 보스가 있는 지하 궁전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미궁의 마지막 보스.

그 이름은 ‘소환된 사교도의 마왕’이었다.

이름만 보면 엄청 거창했다. 물론 그 능력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예 공략이 불가능한 놈은 아니었다.

등급으로 따지면… 예전 천공 신전에서 잡은 오우거 킹이나 레인보우 와이번 정도의 보스 몬스터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물론 그것들보단 조금 더 강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천지개벽 시나리오로 인해 모든 몬스터들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레벨은 대략 600대에 레이드는 아니라도 연합 파티용 인던 히든 보스 정도는 되는 건가?’

율는 멀리서라도 꼼꼼히 놈을 살펴보며 예상 전력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쉽지 않은 상대이기에 그만큼 확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딱 봐도 마법 공격이 주공격인 놈인 것 같네.’

명색이 신이란 걸까?

그 덩치는 ‘거대’ 사이즈에서 살짝 모자라는 ‘초대형’ 몬스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팔이 무려 6개나 달렸고 특별한 무기를 들고 있지는 않았다.

눈이 한 개에 붉은색 안광을 뿌리는 걸로 봐서는 뭔가 특수 공격을 눈으로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마법 방어력이 우수한 광휘의 기사 청연을 탱커로 쓰는 게 좋겠군. 그리고 힐러는 우보… 딜러는… 결국 소린과 이라인밖에 없나?’

최선은 피의 마검사 소린과 달의 술사 이라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칫 제멋대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안정적인 영웅을 선택해서는 공략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안정적이지만 능력이 떨어지는 쪽과 컨트롤이 힘겹지만 능력하난 끝내주는 쪽.

결국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그나마 마지막 보조 탱커를 탱과 딜이 전천후로 되는 타이온을 골랐다는 건 다행이었다.

비록 타이온은 서열이 상당히 낮은 영웅이었지만 바바리안의 특성상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히 강력해 선택한 보조 탱커였다.

‘소린과 이라인으로 가자!’

안정성보단 능력을 선택한 율.

비록 힘들지라도 차라리 자신이 고생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결정된 파티 구성은…….

메인 탱커 : 서열 14위 광휘의 기사 청연.

보조 탱커 : 서열 33위 바바리안의 전설 타이온.

메인 힐러 : 서열 10위 자연의 사제 우보.

메인 딜러 : 서열 9위 피의 마검사 소린, 서열 8위 달의 술사 이라인.

전천후 만능 : 율.

총 6명의 파티가 뚝딱 만들어졌다.

이것은 율을, 율에 의한… 율만의 파티였다.

다른 이들이 이걸 본다면 당장에 사기라고 외치겠지만 율 입장에선 당당히 노력해서 얻은 것들이었다.

“가볼까?”

영웅들을 무려 다섯이나, 그것도 서열이 무척 높은 영웅들이 넷이나 되었기 때문에 율은 이미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비록 예전 천공의 신전에서 이보다 더 심한 소환을 해본 적이 있었다고 해도, 그땐 모든 능력치가 심하게 뻥튀기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쉽게 버텼던 것이다.

‘파멸왕 영혼 강림은 절대 불가능하겠군.’

율은 이 상태에서 자신의 몸에 파멸왕의 영혼을 강림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괜히 무리하다간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어차피 순수 음유시인의 능력만으로 올 클리어를 하려고 했었다.’

율이 가진 음유시인으로서의 능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단히 강력했다.

비록 파멸왕의 영혼을 강림시킨 율이 데미지 딜러 측면에선 더 강력할지 몰라도, 파티에 이바지하는 전반적인 능력을 봤을 땐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빠르게 몇 곡의 노래를 불러 강력한 버프들을 활성화시키는 율.

소환된 영웅들은 율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조용히 노래를 감상하며 서 있었다.

괜히 서열이 높은 영웅들이 까칠하게 반항할까봐 걱정했던 율은 일단 한고비를 넘겼음을 알 수 있었다.

버프를 끝낸 율은 곧장 청연을 앞세운 채 사교도의 마왕을 향해 돌격했다.

일단은 몸으로 부딪쳐서 놈의 패턴이나 스킬을 익히는 게 먼저였다.

초반은 무조건 조심스럽게 방어적으로 탐색전을 펼치는 게 옳았다.

율은 그러기 위해 영웅들에게 절대 무리해서 공격하거나 탱킹을 하지 말라고 미리 말했다.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만큼 인공지능이 좋은 영웅들이라는 게 그나마 율에겐 큰 위안이었다.

광휘의 기사 청연은 곧장 마왕에게 ‘빛의 인도’라는 스킬을 사용했다.

악마 계열 몬스터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이 스킬은 아주 높은 위협적 수준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스킬 자체의 위력은 그저 그랬지만 5분 동안 주기적으로 빛을 인도해 피해를 입힌다는 설정 자체가 악마형 몬스터에겐 아주 지독한 공격으로 인식되었다.

율이 청연을 선택한 이유도 청연이 마법 공격에도 강하지만 악마형 몬스터들에게 상극인 빛의 신을 모시는 신전의 기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연은 과거 영웅으로 활약할 마족을 봉인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계의 족속들이 가지는 특성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쳇, 이깟 마왕… 내 원래 힘만 찾을 수 있다면 별것도 아닐 텐데.”

소린은 늘 그렇듯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마왕의 주변을 뛰어다녔다.

과거에 그가 얼마나 날렸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은 마왕보다는 약한 존재가 분명해 보였다.

마왕은 율 일행이 공격을 시작하자 ‘어둠의 힘은 영원하다!’라는 외침을 외치며 몸 전체에서 검붉은 색 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딱 봐도 뭔가 버프가 걸린 느낌이었다.

‘자체 버프? 어쨌든 정확히 어떤 오라인지는 더 상대해 봐야겠군.’

보통 이런 보스 몬스터들은 대부분 한두 개의 자체 버프를 가지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어떤 효과를 하는지 최대한 빨리 알아내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마왕이 괴상한 주문을 외우자 주변의 땅 밑에서 검은색 유령 같은 놈들 넷이 튀어나왔다.

‘젠장 소환형인가?’

소환형은 귀찮다는 게 정설이었다.

특히 보스 몬스터가 소환형 패턴을 지녔을 경우 상당히 귀찮아지는 게 사실이었다.

“타이온, 지금 나온 네 놈을 맡아!”

율이 타이온에게 명령을 내리며 빠르게 적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노래를 불렀다.

유령들은 생각보단 강력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단 얘긴 소환형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럼, 주력 스킬이 뭐지?’

율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곧장 마왕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청연! 막아!”

율의 외침과 함께 마왕의 눈에서 붉은색 안광이 쏘아졌다.

그리고 청연은 ‘광휘의 방패’라는 기술을 사용해 그 안광을 막았다.

꽈과광!

주르르륵.

거의 10m나 밀려난 청연.

순간적으로 광휘의 힘을 방패에 주입하고 그 방패로 공격을 막을 경우 마법 공격의 데미지를 80%까지 상쇄하고, 나머지 20% 데미지 역시 방패의 방어 효과로 막아낼 수 있는 ‘광휘의 방패’로도 완벽한 방어가 되지 않는 특수 공격.

아무리 봐도 이게 주력 스킬인 것 같았다.

“어때, 견딜 만해?”

“으음, 피하긴 불가능할 것 같고 결국 막아야 하는데… 광휘의 방패를 사용한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광휘의 방패 재사용 대기 시간은 20초.

결국 놈이 주력 스킬을 30초 이상의 딜레이로 사용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안광 공격이 끝나자마자 놈은 여섯 개의 팔로 무차별 내려찍기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은 모션 딜레이가 큰 편이라 피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주변에 땅울림 효과를 유발해 30초 동안 이동 속도를 30%가량 낮추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좀 짜증스러웠다.

‘결국 아예 멀찍이 피하거나, 아니면 이속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버프를 사용해야 한단 말이군.’

이런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이속이 감소되는 건 상당히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이속을 정상에 가깝게 돌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오라, 쫄 소환, 안광, 내려찍기 공격… 패턴이 한두 개 정도 더 있을 텐데?’

보스 몹이라면 최소 5개 이상의 패턴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이놈도 다른 패턴들이 분명 있었다.

이 탐색전은 그것들을 알아내는 시간이었다.

율은 10분 정도면 대략 놈에 대한 파악이 끝날 것이라 보았다.

진짜 전투는 10분 후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 * *

모든 데미지를 30% 감소하고 주변에 스킬 적중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진 검붉은 색 오라.

그리고 아주 강력한 마법 공격인 붉은 안광 공격.

강력한 물리 데미지와 광역 이속 저하 효과를 지닌 연속 내려찍기 공격.

오래 놔두면 자폭하는 검은색 유령 소환.

5분에 한 번씩 사용하는 강력한 기술인, 높게 점프한 후 두 발로 내려찍는 공격.

칼 타이밍에 시전을 차단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해 보이는 오라 모으기.

시도 때도 없이 주변에 검은색 안개를 뿌려 도트 데미지를 입힘.

마지막으로 두 번째 위협 수준을 지닌 이에게 주기적(랜덤)으로 사용하는 검은색 촉수.

대략 이게 소환된 사교도의 마왕이 가진 패턴들이었다.

그밖에 일반 여섯 개의 손을 이용한 일반 평타 공격도 있었지만 그건 뭐 기본적인 것이었다.

이 패턴들 중 가장 위험해 보이는 건 오라 모으기였다.

가끔씩 마왕은 자신의 오라를 가슴에 공처럼 모으는데, 이건 딱 봐도 전멸 기술처럼 보였다.

시전 차단이 되기 때문에 칼같이 끊어줘야 했다.

점프 후 두 발로 내려찍는 공격은 맞으면 한 방에 가는 기술이었지만, 다행히 점프 동작 자체가 모션이 엄청 길고 컸으며 놈이 떨어지는 지역에 먼지 구름 같은 것이 생성되었기 때문에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사방에 뿌려대는 검은색 안개 공격은 도저히 피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힐로 커버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리 아프지 않은 도트 데미지라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안광은 다행히 최소 30초 정도의 딜레이를 두고 사용했기 때문에 충분히 ‘광휘의 방패’로 방어가 가능했다.

다만 무작위 대상을 선정해 사용하는 것이었기에 무조건 청연이 그사이를 가로막고 방어를 성공시켜야 했다.

오히려 제일 짜증나는 건 검은색 촉수 공격이었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랜덤 대상자한테 사용하는 공격인 줄 알고 힐로 버텼지만, 이게 촉수 공격으로 입힌 데미지의 10배에 해당되는 생명력을 즉시로 회복했기 때문에 그냥 맞았다간 놈의 생명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회복되었다.

그래서 결국 타이온에게 무조건 두 번째 위협 수준을 유지하라고 한 뒤 촉수가 꽂혔을 때 데미지를 최소한 감소시킬 수 있는 각종 스킬을 사용하게 하는 걸로 했다.

20분에 걸친 긴 탐색전은 대략의 택틱을 완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택틱은 완성되었지만 아직 마왕이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보통 이런 보스 몬스터들은 많게는 3~4개의 페이지로 나뉘어 일정 조건에 따라 계속 패턴이 변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충분히 감안을 해놔야 했다.

‘현재로선 내가 아무리 효율적으로 소울 에너지를 사용하고 중간 중간 소울 에너지를 계속 조금씩 회복시킨다고 해도 최대 2시간을 버티는 게 전부다. 거기에 자이언트 블러드까지 사용하면 대략 세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더 버틸 수 있다. 결국 세 시간 안에 놈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건가?’

이럴 땐 자이언트 블러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다른 물약들과 달리 무려 12시간이란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두 시간이란 시간도 율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울 에너지를 사용했을 때의 시간이었다.

혹시 중간 중간 소울 에너지 소모가 큰 천지조화의 노래 같은 것이라도 사용한다면 소울 에너지의 소모는 더 극심해질 수 있었다.

그나마 율이니까 이 정도까지 가능한 것이었다.

‘워낙 움직임이 심하고 주기적으로 광역 공격을 하는 놈이라 영혼 교체 타이밍을 잡는 것도 어렵겠네. 영혼 교체만 대박 터져도 한 시간은 더 싸울 수 있을 텐데.’

정신 집중 상태가 필요한 영혼 교체는 대략 30초만 성공시켜도 대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10초를 성공시키기도 쉽지가 않았다.

‘어쨌든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

이 전투의 승부는 무조건 두 시간 이상 가야 나게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버텨야 이 승부를 이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크어어엉!

꽈과과과광!

그 순간에도 마왕은 계속 공격하고 있었다.

마왕의 손 여섯 개가 바닥을 내리찍으며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손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이는 없었지만 메인 탱커인 청연과 보조 탱커인 타이온, 그리고 근접 딜러인 소린의 이동 속도가 30% 감소되었다.

율은 재빨리 ‘산들 바람의 속삭임’이란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이동 속도를 다시 상승시켜 100%에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보통 이 내려찍기 공격 이후엔 곧장 안광을 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이동 속도를 정상으로 만들어줘야 했다.

[심연의 어둠을 느껴봐라!]

마왕은 안광을 사용할 때 꼭 이 대사를 읊었다.

지이잉!

꽈과광!

다행히 이동 속도를 회복한 청연이 재빨리 이라인을 향해 쏘아진 안광을 중간에서 방어해냈다.

드드득!

방어를 해도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아주 큰 피해는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벌레 같은 놈들!]

이 대사는 점프 공격의 신호탄이었다.

마왕이 사용하는 기술 중 점프 공격이 가장 피하기 쉬웠다.

모션이 워낙 크기도 했고 점프했을 때의 딜레이도 2초 정도 있었기 때문에 여유 있게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점프 공격 후 바닥을 찍고 대략 3초 정도 놈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스턴 상태와 비슷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그때가 극딜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극딜 타이밍은 놈이 검은색 안개를 사방에 뿌릴 때였다.

그 공격은 아마도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는 오라를 안개로 변환시켜 뿌리는 설정 같았는데, 그래서일까?

그 안개를 뿌리는 약 10초의 시간 동안은 30% 데미지 감소 효과가 사라졌다.

율은 그 두 번의 극딜 타이밍을 최대한 활용하는 중이었다.

메인 딜러라 할 수 있는 소린과 이라인은 평소엔 최대한 마왕의 여러 공격들을 피하며 힘을 아끼다가 그 두 번의 타이밍이 오면 모든 스킬을 한 번에 쏟아 부었다.

율도 그때가 되면 ‘불타는 대지-겁화’를 사용해 극딜을 도왔다.

마왕이 소환하는 부하들은 타이온이 모조리 어그로를 잡고 있으면 이라인이 강력한 달빛 섬광 기술로 깔끔히 정리하고 있었다.

현재까진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S급 던전의 마지막 보스.

당연히 이대로 계속 똑같이 당하고만 있을 놈이 아니었다.

* * *

총 두 시간(게임시간)에 가까워지고 있는 전투 시간.

그동안 전투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마왕은 90분 동안 두 번이나 패턴을 바꿨다.

마왕은 전체 생명력이 70% 이하로 떨어지자 곧장 검붉은 색 오라 대신 검은색 오라를 몸에 둘렀다.

이 검붉은 빛의 오라는 무려 물리 데미지를 80%나 감소시키는 오라였다.

덕분에 피의 마검사 소린은 제대로 딜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는 마검사였기 때문에 마법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딜 중 물리 데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었다.

다행인 건 여전히 안개를 방출할 땐 오라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소린은 어쩔 수 없이 더욱 그 타이밍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라의 변화와 함께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던 점프 공격도 상당히 까다롭게 변화했다.

이제는 점프가 아닌 그 커다란 발로 무작위의 지역 두 군데를 연속해서 빠르게 내려찍었다.

이건 점프 공격과 달리 모션도 상당히 간결했고, 사전에 외치는 대사도 없었다.

그저 약 2초 동안 바닥에 먼지 구름이 생성되는 걸 보고 피해야 했다.

물론 피하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칫 방심했다간 맞을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딜이 좀 더 안 되는 건 답답했지만 그래도 율의 파티는 더욱 집중해 마왕을 공략했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마왕의 전체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지자 놈은 한 번 더 변했다.

검은색 오라는 다시 붉은색 오라로 바뀌었다.

붉은색 오라는 검은색 오라와 정반대였다.

마법 데미지 80% 감소.

이젠 반대로 달의 술사 이라인이 곤란해졌다. 그나마 마검사 소린은 미미하게나마 마법 공격을 할 수 있었지만, 이라인은 아예 물리 데미지를 주는 기술 자체가 없었다.

덕분에 딜링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리고 여섯 개의 팔로 내려찍기 공격을 하던 것도 바뀌었다.

이제는 내려찍기 대신 무작위 대상 두 명을 선정해 그들을 여섯 개의 팔 중 두 개의 팔로 낚아챘다.

피하거나 저항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정 시간마다 한 번씩 그렇게 낚여 올라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렇게 낚아채어 올라간 상태에서도 모든 기술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낚아채어 올라가 있는 15초 동안 1초에 2%씩 생명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15초가 지날 때까지 마왕의 두 팔에 일정 수준 이상의 데미지를 주지 못하면 다시 또 15초가 연장되어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게 압박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잡혀 있을 때는 오로지 1초에 2%씩 깎이는 이 데미지만 들어오고 다른(안개의 도트 데미지나 안광의 분산 데미지) 모든 데미지는 무시된다는 것이었지만 잡혀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험했다.

자칫 세 번 연속 계속 잡혀 있을 경우 거의 그대로 게임 아웃될 가능성이 높았다.

처음엔 붉은색 오라 때문에 제대로 딜이 되지 않아 정말 힘겹게 두 사람을 풀어주곤 했었다. 전멸 위기도 몇 번이나 찾아올 만큼 위태로웠었다.

하지만 율은 빠르게 공략법을 찾아냈다.

율은 주기적으로 소환되는 유령들의 자폭을 이용해 이 위기를 벗어났다.

자폭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데미지를 줬기 때문에 타이온은 낚아채기 공격이 오기 전 타이밍에 나온 유령들을 어그로만 잡고 버텼다.

그리고 마왕이 두 사람을 낚아채어 가면 곧장 그 유령들을 두 팔 근처로 데리고 간 후, 타이온이 가진 여러 생존기술 중 쿨이 제일 짧은 생존 기술 두 개를 동시에 돌려주었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자폭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데미지를 뽑아낼 수 있었다.

단지 위험한 건 타이온의 생명력이 순간적으로 10%대까지 떨어진다는 것이었지만, 그건 타이온의 특수 능력치 중 하나인 ‘근성(생명력)[생명력이 30% 이하로 떨어질 경우 모든 데미지가 근성 수치에 비례해 최대 50%까지 감소합니다.]’ 덕분에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정말 힘겨운 전투의 연속.

율은 덕분에 예상보다 더 많은 소울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고 영혼 교체를 한번 성공시켜 25% 정도의 소울에너지를 회복했다는 게 율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다른 한 번의 영혼 교체는 겨우 7%밖에 회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둘이 합쳐 30%가 넘는 소울 에너지를 회복했다.

이 정도면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다.

또 시간으로 봤을 때 한번 정도는 더 영혼 교체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아직 소울 에너지가 위태로운 상태까지는 되지 않았다.

어쨌든 마왕의 전체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진 게 거의 30분 전이었다.

현재는 대략 37% 정도의 생명력이 남아 있는 상태.

‘앞으로 한 시간! 그 안에 승부를 낸다!’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 역시 아니었다.

‘해보자!’

율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더욱 집중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율과 율이 소환한 영웅들은 지쳐갔지만 그와 비례해 마왕 역시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결국 누가 먼저 쓰러지냐의 싸움.

율은 절대 먼저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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