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늘 위로!
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율 일행은 천공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 물질전송장치 앞에 섰다.
“준비는 끝났지?”
꾸얀은 이미 모든 걸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네, 바로 시작하죠.”
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 번에 한 명씩… 10분 주기로 이동한다. 마정석이 아슬아슬하게 4명 분량밖에 되지 않으니까 괜히 엉뚱한 짓해서 이동 기회를 날리면 안 된다.”
꾸얀은 이번 이동을 위해 가지고 있던 마정석을 모두 꺼내왔다.
거기에 율 일행이 가지고 있던 10개의 상급 마정석이 더 추가된 게 딱 40개였다.
“누가 먼저 갈 거야?”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아무래도 꾸얀을 제외하면 이 장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율이 먼저 이동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네가 먼저 이동해서 물질반응장치를 살펴보면 되겠군.”
율은 천천히 물질전송장치 위에 올라갔다.
기계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물질전송장치였지만 작동원리는 거의 마법적인 요소가 강했다.
게임 설정상 기계공학과 마법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기계공학 기술은 마도공학이라 불리는 마법 학문과 아주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어쨌든 율은 그 복잡한 기계 위에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만을 기다렸다.
보통 이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기계 장치는 예상치도 못한 요상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이런 기계 장치를 다루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가죠.”
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꾸얀을 바라보았다.
“약간 울렁거릴 수도 있으니 대비해라. 그럼… 바로 이동한다!”
띠릭.
꾸얀은 각종 수치들을 입력한 후 전송버튼을 눌렀다.
기이이이잉!
마정석에 담겨 있는 마력이 기계 장치에 전해지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수많은 부속품들이 각각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물질전송장치가 강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그 위에 서 있던 율을 전송받아 줄 물질반응장치로 이동시켰다.
번쩍!
“오오오!”
“성공인가?”
“이동한 거예요?”
강한 빛과 함께 율이 사라지자 모두가 긴장어린 눈빛으로 하늘 위를 쳐다보았다.
“일단 기다려보자. 성공했다면 율에게 곧바로 연락이 오겠지.”
성공이냐? 아니면 실패냐?
그건 율에게 연락이 오느냐, 안 오느냐만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두둑.
나머지 일행이 율의 연락을 기다리던 그 순간, 율은 아찔한 곳에 매달려 있었다.
“미친… 이런 곳에 반응장치가 설치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일단 물질전송장치는 성공적으로 그 성능을 발휘했다.
그리고 물질반응장치 역시 전송을 제대로 받았다.
문제는 기계 장치들이 아니었다.
물질반응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장소… 그곳이 문제였다.
천공대륙의 옆구리 정도는 되어 보이는 곳. 물질반응장치는 그곳에 박혀서 설치되어 있었다.
율은 반응장치로 이동되자마자 중심을 잃고 까마득한 바닥으로 떨어질 뻔했다.
다행히 가까스로 옆쪽의 돌출 부위를 잡고 매달리며 추락을 면할 수 있었지만… 정말 몇 초만 방심했더라도 바로 추락과 동시에 게임 아웃이 될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성공한 것이었군.”
모든 게 전부 아슬아슬했다.
물질반응장치가 설치된 것부터 율이 이동한 것까지… 자칫 조금만 어긋났어도 완전히 실패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애들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줘야지. 잘못하면 죄다 추락할 수도 있겠네.”
율은 일단 파티 대화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최대한 물질반응장치가 설치된 이 장소에 동료들이 매달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이곳에 매달리자마자 들려온 시스템 메시지였다.
미지의 땅 천공대륙을 발견했다는 메시지와 그에 따라 퀘스트가 업데이트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기에 숨겨진 대륙 발견 공로로 명성이 매우 큰 폭으로 오르고 천공대륙을 첫 발견한 발견자로서 이 대륙에서는 영구적으로 경험치가 +20%, 아이템 드랍 확률이 30%, 그리고 모든 능력치가 +10%로 증가되었다.
경험치와 아이템 드랍 확률은 퀘스트를 같이 받은 동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지만, 모든 능력치가 10% 증가하는 건 오로지 최초로 천공대륙에 발을 디딘 율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대륙이 천공대륙이란 건 확실했다.
이제 남은 건… 동료들과 함께 이 대륙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일뿐이었다.
“후우~”
팔콘이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마지막으로 네 사람 모두 천공대륙에 제대로 올라설 수 있었다.
대략 20분(게임시간) 동안 허공에 떠 있는 천공대륙의 옆 부분을 기어 올라온 그들은 굉장히 지친 표정이었다.
“반응장치는 저대로 놔둘 거야?”
강풍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을 슬쩍 내려다보며 율에게 물었다.
“내가 다시 이곳에 설치하고 싶어도 부속품이 없으니까 일단은 저대로 놔둬야지.”
이곳으로 더 올려 보낼 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 이상 부속품을 구하러 다시 아래에 내려갔다 오는 건 쓸데없는 짓이었다.
“어! 근데 우리 내려갈 땐 어떻게 내려가요?”
팔콘이 문득 중요한 게 생각났다는 모습으로 외쳤다.
“걱정 마라. 그건 이미 다 준비해 놨다.”
애초에 이곳에 올라올 때부터 내려갈 방법은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물론 그 방법이란 게… 상당히 원시적인 것이었지만 충분히 안전이 보장된 것이었다.
“우리는 일단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떤 존재들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마지막 소울 스톤의 조각은 또 어디에 있는 건지!”
율이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얘기했다.
일단 그의 눈에 들어온 천공대륙은 생각보다 상당히 넓어보였다.
“그래도 일단은 ‘대륙’이니까… 어느 정도 규모는 있겠지.”
주변을 둘러보던 강풍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근데 이 대륙은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떠 있을 수 있을까요?”
팔콘은 상당히 원론적인 궁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좀 더 알아보면 알 수 있겠지. 어차피 우리가 받은 퀘스트 내용 자체가 마치 천공대륙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것 같잖아.”
Quest[천공대륙의 비밀]
: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덩어리. 이 땅덩어리의 이름은 천공대륙이다. 최초로 천공대륙에 발을 디딘 너희들은 이 천공대륙이 왜 이런 곳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아주 오래전 대륙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졌을 때… 천공대륙도 같이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꽁꽁 숨겨져만 있던 천공대륙. 그 대륙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보상 : 천공의 이능(異能).
진행 과정 : 천공대륙 지형 탐사[진행 중], 천공대륙 역사 탐사[진행 중], 천공대륙 신물 탐사[진행 중], 천공인(天空人) 신임 얻기[진행 중], 천괴(天怪) 처치[진행 중], 천공대륙 변화시키기[진행 중]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검은 와이번 100마리 처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쇳조각 100개 획득, 레벨 250이상,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완성,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내용 확인, 꾸얀의 관심 끌기, 최초로 천공대륙에 도착.
“할 것이 많으니까 일단 쉬워 보이는 것부터 빠르게 해보자.”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임무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이해가 되는 임무들부터 차근차근 하다보면 결국 이 퀘스트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율 일행이 경험한 퀘스트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결코 쉬운 게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선 부딪쳐 보는 게 제일 좋겠네. 가보자~ 천공대륙이 어떻게 생겨먹은 곳인지 한번 느껴보자.”
강풍은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천공대륙이라… 이거 진짜 설레네요.”
팔콘 역시 기분 좋게 웃으며 강풍의 뒤를 따랐다.
천공대륙에 도착한 네 사람.
그들의 천공대륙 여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 * *
천공대륙은 생각대로 상당히 거대했다.
물론 다섯 조각으로 나뉜 각 대륙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거의 그러한 대륙들의 1/10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 넓은 대륙엔 당연히 각종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놈들을 통칭 천괴라고 불렀다.
퀘스트 중 천괴 처치는 이놈들을 잡는 임무였다.
그런데… 그냥 잡는 게 아니었다. 각 종마다 그 숫자가 정해져 있었다.
대략 희귀한 놈들은 단 한 마리를 잡았고, 흔한 놈들은 최대 천 마리까지 잡아야 했다.
다 합쳐보면 총 40종류를 거의 만 마리 가깝게 잡아야 했다.
하지만 이건 퀘스트 내용 중 비교적 쉬운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정확하게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공대륙 변화시키기나 천공대륙 신물 찾기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임무였다.
그뿐인가?
천공인 신임 얻기도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만 같았다.
천공인은 이 대륙에 사는 NPC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배타적이었다.
그들은 낯선 이방인들인 율 일행을 경계하며 거의 대화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경비병들에게 간신히 최초의 방문자로 인정받아 마을 안으로 들어간 게 다행일 정도였다.
그동안 간간히 마을 게시판에 뜨는 천괴 처치 퀘스트를 하며 조금씩 천공인들과의 친밀도를 올려놔 간단한 상거래나 대화는 가능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했다.
무려 10일(게임시간)을 투자한 것 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이번엔 또 뭐야?”
“블러드 스네이크의 독니 40쌍 가져오기.”
“크으~ 또 그거야? 독니가 생각보다 잘 안 나오던데.”
“어쩔 수 없다. 이번엔 이 퀘스트 한 개밖에 뜨지를 않았다.”
율 역시 강풍만큼이나 짜증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게시판 퀘스트를 제외한 어떤 퀘스트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일 전 마을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일이 아주 술술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거기서부터 모든 게 막혔다.
소울 스톤 조각 역시 나침반이 이상하게 반응해 천공인들에게 정보를 얻기 전에는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천공인들에게로 귀결되었다.
그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여야만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언제쯤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해질까요?”
팔콘이 다시 한 번 게시판을 확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도 천공인들은 그들을 피하고 있었다.
“모르겠다. 어쨌든 천공인들은 내가 경험했던 어떤 NPC들보다 친밀도 상승 속도가 낮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율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이 정도라면 슬슬 마음을 열 때도 됐건만 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그래봤자 NPC밖에 더 돼? 계속해보자고, 누가 이기는지 계속!”
강풍이 이를 갈며 얘기했다.
“풍이 말이 맞다. 이들은 겨우 NPC들뿐이지.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길이 열릴 테니까.”
율도 고개를 끄덕이며 강풍의 말에 동조했다.
끝없는 도전.
지금 이들에겐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띠링, 천공인과의 친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며 천공인들이 서서히 당신들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띠링, 천공인들과의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됐다!”
“휴우~”
20일(게임시간) 동안의 고생이 드디어 결과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덤으로 천괴 처치 임무도 거의 70%는 완료하고 천공대륙 탐험도 80% 이상은 완료됐다.”
그들은 20일 동안 천공대륙을 돌며 수많은 천괴들을 잡았다.
천공대륙엔 정확히 10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있었고, 그들은 그 10개의 마을에 하나씩 존재하는 게시판을 차례대로 돌며 퀘스트를 받아 클리어했다.
덕분에 20일 동안 천공대륙이 어떤 곳인지는 아주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건… 너무 많이 남았어.”
율이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우선은 천공인들과 좀 더 친해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당연한 얘기다. 우린 아직 천공대륙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니 무조건 천공인들을 통해 이 천공대륙이 어떤 곳인지 알아내야 한다.”
팔콘의 말을 들은 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제부터는 서로 영역을 나누자. 이대로 같이 붙어 다니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정보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쪽에 있는 마을 2개는 팔콘 네가 맡아라. 그리고 북쪽에 있는 마을 3개는 강풍이 맡고. 남쪽에 있는 마을 2개는 엘리스가 맡는 걸로 하자. 나머지 중앙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마을 3개는 내가 맡는 걸로 할게.”
율은 미리 생각해두었던 영역을 동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어? 그러면 네가 너무 많은 구역을 맡게 되잖아. 중앙에 있는 마을은 사실상 마을이 아니라 도시잖아. 아무리 서쪽에 있는 마을 2개가 규모가 작은 곳이라고 해도 상당히 힘들 텐데… 괜찮겠어?”
율이 맡은 마을 3개 중 중앙에 있는 마을 한 개가 바로 천공대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도시였다.
당연히 다른 마을들보단 거의 몇 배나 더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풍의 말처럼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구역을 담당해야 하는 게 사실이었다.
“괜찮아. 나 못 믿어? 나 율이야, 선율!”
율은 가슴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흐흐, 알았다.”
“당연히 믿죠!”
“까불긴…….”
율의 기분 좋은 호기에 동료들도 덩달아 웃었다.
“자! 힘내서 달려보자.”
유저라곤 오로지 이 네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천공대륙. 그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 작정이었다.
* * *
아주 먼 옛날 다섯 대륙의 탄생과 함께 하늘 높이 떠오른 천공대륙.
당연히 그 대륙에는 각종 몬스터와 NPC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오랜 세월을 하늘 위에 떠 있는 천공대륙에서 살아가며 그 환경에 알맞게 변화했다.
실제로 천공대륙의 몬스터들인 천괴들은 밑에 있는 다섯 대륙에 존재하는 몬스터들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띠고 있었다.
마기의 원천이라는 죽음의 대륙에서 좀 더 멀어져서 그럴까?
그들이 지니고 있는 마기는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대신 놈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본능이 무척이나 발달되어 있었다.
실제로 율 일행이 천괴들과 싸우며 가장 짜증났던 건 거의 대부분의 천괴들이 죽을 것 같으면 전력을 다해 도망간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그 도망가는 놈들을 잡기 위해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고, 그게 나름 스트레스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NPC들에게도 나타나 있었다.
그들이 율 일행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던(친밀도 상승 속도가 너무나 느렸던) 까닭도 이 부분과 일맥상통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배척… 그리고 경계.
천공인들은 이미 아래에 존재하는 다섯 대륙에 대한 정보를 아련한 전설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율 일행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율 일행이 20일(게임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그들은 약간이나마 마음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때까지도 율 일행을 살짝 경계하고 있었다.
결국 율 일행은 그 뒤로도 거의 보름(게임시간) 동안 천공인들과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여러 퀘스트를 클리어해 그 경계심을 없앨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경계심이 없어지자 천공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얘기와 질문을 쏟아냈다.
철저히 막아놓았던 수문을 열면 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천공인들은 급속도로 율 일행과 친해졌다.
천공인들과의 친밀도가 올라갈수록 율 일행은 천공대륙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아주 먼 옛날 천공대륙이 이렇게 높은 곳까지 떠오른 이유가 문스톤(Moon Stone)이라 불리는 신비한 돌 때문이라는 것은 가장 최근에 알아낸 중요한 사실이었다.
또한 그 문스톤이 천공 신전이라 불리는 천공대륙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또한 알아냈다.
천공대륙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에 따르면 암흑과 달의 신 아스텔로가 검은 대륙을 떼어낼 때, 그가 실수로 달의 핵(核)이 담겨 있는 목걸이를 대륙 한 귀퉁이에 떨어트렸고, 그 결과 그 귀퉁이가 대륙에서 떨어져나가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고 전해진다.
달의 핵은 그 자체로 강력한 인력(引力)을 지닌 존재였고, 그 인력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것을 끌어당겼다고 한다.
아스텔로가 떨어트린 달의 핵이 바로 문스톤이었고, 그 문스톤이 바로 천공대륙을 만들어낸 가장 핵심이 되는 존재이다.
율 일행은 자신들이 찾아야 하는 천공대륙의 신물이 바로 문스톤이란 걸 알아냈다.
그럼과 동시에 율은 문스톤을 찾는 게 소울 스톤의 조각을 찾는 것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문스톤이 대륙을 끌어당겨 하늘로 솟아오를 때 소울 스톤의 조각 역시 문스톤으로 끌어당겨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천공인들조차 이 문스톤이 숨겨져 있다는 천공 신전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천공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 수많은 정보를 얻어내도 이것만큼은 알아낼 수가 없었다.
Quest[천공대륙의 비밀]
: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덩어리. 이 땅덩어리의 이름은 천공대륙이다. 최초로 천공대륙에 발을 디딘 너희들은 이 천공대륙이 왜 이런 곳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아주 오래전 대륙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졌을 때… 천공대륙도 같이 떠올랐다. 지금까지는 꽁꽁 숨겨져만 있던 천공대륙. 그 대륙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보상 : 천공의 이능(異能).
진행 과정 : 천공대륙 지형 탐사[98.94%], 천공대륙 역사 탐사[87.71%], 천공대륙 신물 탐사[0%], 천공인(天空人) 신임 얻기[79.44%], 천괴(天怪) 처치[91.74%], 천공대륙 변화시키기[0%]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검은 와이번 100마리 처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쇳조각 100개 획득, 레벨 250이상,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완성,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내용 확인, 꾸얀의 관심 끌기, 최초로 천공대륙에 도착.
퀘스트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문제는 천공대륙 신물 탐사와 천공대륙 변화시키기였다.
다른 것들은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 두 가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때? 오늘은 좀 쓸 만한 정보를 얻어왔어?”
율이 강풍과 엘리스, 그리고 팔콘을 차례대로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개털도 없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대화할 천공인들도 없을 정도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 구역에서 알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다 알아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이상 뭔가를 알아내는 건 무리인 것 같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흐음~ 결국 지금까지의 정보들만으로 천공 신전을 찾아야 하는 건가?”
율은 다시 한 번 벽이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벽을 만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벽들을 모두 넘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벽이 나타났다고 먼저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벽은 언제고 나타나게 되어 있었고, 자신들은 그저 그 벽을 넘으면 그만이었다.
그게 바로 율과 그의 동료들이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방식이었다.
“어때? 감이 좀 와?”
강풍이 율을 바라보며 물었다.
“감? 글쎄… 좀 오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좀 더 남은 것 같다.”
“오오~ 역시 답은 율 형에게서 나오는 건가!”
팔콘은 가장 늦게 동료가 되었지만 이제는 율의 감을 가장 잘 믿는 이가 되어 있었다.
“뭘 확인해야 하는데? 우리가 도울게.”
말보단 행동이 앞서는 엘리스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굳이 너희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 너희들은 그냥 그동안 미뤄두었던 위치를 확인해 놓은 희귀한 천괴 사냥을 끝내도록 해. 난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확인하고 천공 신전에 대한 대략적인 내 예상을 확실한 정보로 만들어볼게.”
“혼자서 가능한 거야?”
“당연하지. 오히려 너희들이 그 희귀한 천괴들을 잡는 게 더 어려울걸?”
“하하, 우리를 어떻게 보는 거야? 그깟 레벨 300대의 준보스 몬스터들 따위는 나랑 엘리스만 나서도 잡을 수 있다고.”
“너무 방심하지는 말아라. 천괴들은 지상의 몬스터들보다 더 생존 본능이 강해서 죽을 위기에 처하면 더욱 심하게 날뛰니까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당연히 그럴 거다.”
강풍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윤곽이 잡혀가는 천공대륙.
율은 이 천공대륙에서의 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검마노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이게 바로 율이 늘 하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