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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짜발명가 꾸얀 (56/95)

2. 괴짜발명가 꾸얀

검은 밀림의 도리안.

그곳은 예상보다 훨씬 유명한 곳이었다.

비록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마을이라 아주 많은 수의 유저가 찾지는 않았지만, 실력 있는 기계공학 전문가들은 꼭 한번 찾아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기계 장치들…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 기계 장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율은 도리안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이건 유압 사출 장치인가? 이걸 잘만 개량하면 강력한 오토 크로스보우도 만들 수 있겠는걸…….’

‘오오~ 이건 정밀하게 만들어진 기어 박스네.’

‘음, 이건 뭐지?’

‘와~ 이건!’

혼자 신이 나서 마을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는 율. 덕분에 팔콘과 강풍, 그리고 엘리스는 계속해서 걸음을 멈춰야 했다.

“야~ 그만 좀 보고 일단 꾸얀부터 만나자.”

보다 못한 강풍이 율을 강제로 잡아끌며 말했다.

“아, 미안… 워낙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서…….”

율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마을 곳곳에 쌓여 있는 각종 부품들 사이로 몇몇 기계공학의 장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꾸얀은 이 요상한 마을의 촌장이었다.

그가 있는 장소는 기계부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 마치 성벽이라도 된 듯 둘러싸고 있었다.

그 장소 한가운데에 꾸얀이 있었다.

여전히 뭔가를 만들며 온정신을 그 물건에만 쏟아 붓고 있었다.

“대화가 가능할까요? 옆에서 뭔 짓을 해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팔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작업을 방해하면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강풍은 자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가장 무식한 방법을 제시했다.

“워워, 형님 좀 참아주세요. 이미 그런 짓을 한 놈들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꾸얀이 만들어낸 강철 인형 가디언들이 마을 밖으로 추방시켜 버렸어요. 참고로 강철 인형 가디언들은 레벨이 400이 넘는 정예 NPC들입니다. 다른 마을의 경비병들과 비슷한 존재들이죠. 그 숫자만 거의 50이 넘고요. 꾸얀의 저 작업을 방해하는 순간, 그와의 친밀도는 그냥 나락으로 떨어지신다고 보면 돼요. 한마디로 영원히 그와 대화, 아니 대화는 고사하고 이 마을에도 출입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팔콘이 빠르게 강풍을 저지하며 얘기했다.

“그럼 뭐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

강풍은 이미 자신의 공방 안쪽으로 율 일행이 들어왔건만 여전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꾸얀을 보며 일부러 더 큰 소리로 투덜댔다.

하지만 여전히 꾸얀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거의 모든 종류의 방법이 동원되었었습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팔콘은 아직까지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품안에 있던 천공대륙의 비밀 석판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곧장 그걸 꾸얀 쪽으로 던졌다.

쿵!

“으응!?”

“혀, 형!”

갑작스러운 율의 행동에 강풍과 팔콘의 두 눈동자가 동시에 커졌다.

놀라지 않은 건 엘리스뿐이었다.

“야, 저게 어떻게 만든 건데 바닥에 던져!”

“형, 빨리 다시 주워요! 누가 가져가기라도 하면 어떠…….”

스윽.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세상이 무너져도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할 것이라는 꾸얀이… 그 꾸얀이 작업을 멈추고 바닥에 떨어진 석판을 주워든 것이었다.

띠링, 괴짜발명가 꾸얀의 관심을 얻어냈습니다.

띠링, 천공대륙이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괸 꾸얀은 미칠 것 같은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띠링, 퀘스트가 새로운 분기(分岐)로 이어집니다.

띠링, 퀘스트[전설의 천공대륙]이 퀘스트[천공대륙으로의 여행]으로 변환됩니다.

띠링, 꾸얀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하며, 그와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Quest[천공대륙으로의 여행]

: 전설로만 내려오던 천공대륙의 존재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천공대륙을 직접 찾아가는 것뿐이다. 하늘 위에 떠 있다는 환상의 대륙… 그 대륙을 찾아가기 위해선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획기적인 방법을 오래전 연구하던 한 발명가가 있다. 어쩌면 그 발명가야말로 천공대륙으로의 여행을 도울 유일한 이일지도…….

보상 : 천공대륙으로의 이동.

진행 과정 : 진행 중.

기간 : 무기한.

퀘스트 생성 조건 : 검은 와이번 100마리 처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쇳조각 100개 획득, 레벨 250이상,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완성, 천공대륙의 비밀석판 내용 확인, 꾸얀의 관심 끌기.

“오오!”

“이럴 수가…….”

강풍과 팔콘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시, 결국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결국 게임은 게임일 수밖에 없다.”

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예상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곳이 게임 속의 세상인 이상… 그리고 자신들이 꾸얀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은 이상, 분명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믿었기에 앞뒤 재보지도 않고 정면 돌파로 해답을 찾았다.

어차피 키워드는 천공대륙이었기 때문에 그곳의 존재를 확인만 시켜준다면 꾸얀과의 대화는 저절로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천공대륙이란 곳…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나?”

여전히 꾸얀의 시선은 석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그 상태에서 율을 향해 물었다.

“보시다시피 분명히 존재하는 곳입니다.”

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박또박 확실히 대답했다.

“오오오! 정말이었군. 오래전 그 존재를 의심해 관련된 모든 발명을 포기했었는데… 이거 내가 큰 실수를 했군.”

“괜찮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아직 늦지 않는 건가? 좋아! 실로 오랜만에 불타오르는군!”

정말로 꾸얀의 눈빛은 강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죽고 호기심에 사는 꾸얀.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이번 일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꾸얀의 도움을 얻어낸 율.

그런 율을 보며 강풍과 팔콘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형, 어떻게 보면 율 형이야말로 이 세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이제 알았냐? 보통 사람들은 쟤가 뒤에서 노래만 부르니까 별거 아닌 줄 알지? 근데… 실제로 우리들 중 가장 무서운 놈이 쟤다.]

[당연하죠. 흐~ 그 비밀을 알기에 전 늘 율 형을 깍듯이 모신다고요.]

강풍과 팔콘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숨겨져 있는 율의 진면목을 얘기했다.

늘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일행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인 율.

나머지 일행들은 그런 율의 진면목을 알고 또 믿었기 때문에 언제나 율을 지지할 수 있었다.

“뭐하고 있나? 당장 따라오게! 내가 오래전 개발을 하던 것들이 어딘가에 쌓여 있을 것이니… 그걸 찾아서 다시 한 번 비상(飛上)의 꿈을 위해 노력해 보자고.”

꾸얀이 재빨리 공방을 나서며 얘기했다.

천공대륙을 향한 율 일행의 여정.

그것은 드디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었다.

* * *

율은 꾸얀에게 괴짜발명가라는 호칭보단 천재 괴짜발명가란 호칭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꾸얀과 작업을 시작한 지 벌써 보름(게임시간).

율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아 주변의 검은 밀림에서 사냥을 하며 결과물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동안 율은 꾸얀과 함께 온갖 기상천외한 물건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등에 짊어 매는 로켓부스터 형식의 추진기를 만들고, 글라이더 모양의 날 탈것에 로켓부스터를 장착해서 비행기(?)도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거대한 새총을 만들고, 그 새총 고무줄에 인간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을 끼워 넣어 발사하려고도 해보았다.

그밖에도 수많은 시도를 하고 또 수많은 실패를 맛봐야 했다.

새총 대신 대포를 이용해 쏘아 올려보기도 했고, 기구와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 하늘 높이 올라가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꾸얀은 천공대륙이 단순히 하늘 위가 아닌 하늘을 넘어선 구름 위에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현존하는 방법들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으음… 이 부스터의 화력으로는 결국 저 하늘까지만 가는 게 한계였네. 저 하늘을 넘어 천공대륙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부스터를 고철더미에 던져 넣는 꾸얀.

보름간 부단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천공대륙은 이방인을 맞이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부스터를 좀 더 연결해서 화력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이상의 부스터를 연결하면 날아오르기 전에 먼저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 설사 어찌어찌 날아올랐다고 해도 부스터가 만들어내는 압력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걸 파괴해 버릴 거야.”

꾸얀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얘기했다.

“흐음…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율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현존하는 기계공학의 기술로는 저 하늘을 뚫고 천공대륙까지 가는 건 절대 불가능하네. 하지만… 혹시 어떤 수단을 통해서 단, 한번만이라도 갈 수만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천공대륙에 어렵지 않게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 한번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런 곳에 쓰일 줄은 몰랐지만 내가 얼마 전 물질전송장치를 개발했네. 살아 있는 생명체도 이동시킬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장치이지. 물론 한번 이동할 때마다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인간 한 명을 이동시킨다고 생각하면 거의 상급 마정석 10개가 필요한 것과 이동거리 자체가 아직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일단 내가 확보해 놓은 마정석들도 꽤 있고, 조금만 더 개량한다면 이 장치를 통해 분명 천공대륙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꾸얀이 발명한 물질전송장치는 일종의 이동마법진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기계장치였다.

이동마법진이 마법사들의 마나로 작동한다면, 물질전송장치는 마정석의 마나로 작동하는 것을 제외하곤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새로 개발된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아직 개량의 여지도 많이 남아 있고,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선 이 장치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에 아무나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단, 한번…….”

율은 조용히 꾸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단, 한번이었다.

한번만 천공대륙에 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 전송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기계 장치만 설치할 수 있다면 천공대륙으로 이동하는 건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한번만, 딱 한번만 가면 된다. 그렇다면 그 다음부터는 아주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될 테니.’

그 방법이 정상적인 게 아니라 할지라도… 아주 우연하게라도 갈 수만 있다면 완벽한 이동 수단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쉬운 건 절대 아니었다.

우연이라도 천공대륙 근처조차 가보지 못한 율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천공대륙에 물질전송장치의 대응장치를 천공대륙에 설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천공대륙으로 가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율의 머릿속으로 묘한 생각 하나가 스치듯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한번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번이라는 것에 집중했다.

두 번도 아니고 한번뿐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방법이 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연히 그다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매우 불완전해 어쩌면 한 번도 성공하기 힘들지 모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엿보였다.

“그 전송장치… 좀 더 개량해보는 건 어떨까요?”

“음? 이걸? 이걸로 뭘 하게? 그저 답답해서 해본 소리일 뿐이지… 사실 이걸 하늘 높이 던져서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괜히 엄한데 힘을 뺄 필요는 없잖아.”

“까짓것 던져보죠.”

“응?”

“그 장치… 한번 던져보는 겁니다. 저 하늘 높이!”

율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향해 가리키며 웃었다.

율의 머릿속에 떠오른 엉뚱한 상상.

그것이 단지 헛된 망상일 뿐인지, 아니면 진짜 기발한 상상일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 * *

“각도를 좀 더 올리고 화력을 좀 더 증가시키는 게 어떨까요?”

율의 감각은 분명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꾸얀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야, 각도는 이대로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고… 화력만 좀 늘려보도록 하지. 지금도 거의 한계 화력이긴 하지만… 부스터 한 개 정도는 장착이 가능하겠지.”

율과 꾸얀.

그들은 커다란 발사대 앞에 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이 일주일이란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이 발사대에는 부스터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한 개의 커다란 로켓이 올려 있었다.

“버텨낼 수 있겠죠?”

“아마 이게 거의 한계 화력일 거다. 버틸 수 있는 한계 압력을 높이기 위해 모든 부품을 강철로 만들고, 설계 자체를 바꿨지만 그래도 여기까지가 한계일 것 같다.”

“휴~ 일단 해보죠.”

이번이 벌써 40번째 도전이었다.

그동안 꾸얀과 율은 끊임없이 로켓을 만들어 허공으로 쏘아 올렸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실패 안 해요.”

부스터 한 개를 더 장착하고 있던 율이 계속 작업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부스터가 총 7개. 이 정도라면… 충분히 천공대륙에 닿을 수 있다. 화력은 전혀 부족하지 않아!’

율은 자신할 수 있었다.

이 화력으로도 부족하다면 진짜 꾸얀의 말처럼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것이다.

‘문제는 각도다. 엉뚱하게 천공대륙 아래 부분에 충돌하면 말 그대로 그냥 폭파될 뿐이다. 로켓은 무조건 천공대륙 윗부분까지 솟아올라서 자동으로 분해되며 물질반응장치를 사출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설치가 될 수 있어.’

부스터 설치를 끝낸 율은 하늘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았다.

“곧바로 시작하자.”

꾸얀은 부스터 설치가 끝나자 바로 로켓을 발사하려고 했다.

이미 39번이나 계속해왔던 작업이었기에 확인할 건 별로 없었다.

“잠깐만이요!”

잠시 로켓 발사를 막은 율은 발사대 위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제 더 이상은 로켓을 만들 재료가 없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몰렸다. 이번 발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해… 그렇다면 차라리 최초 생각대로 부스터를 한 개 더 늘리고 각도를 조금 더 올려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왠지 이쪽 감이 좋아!’

율은 결국 마지막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꾸얀님, 부스터를 한 개만 더 장착하고 각도를 대략 16도만 올리겠습니다.”

“부스터를 한 개 더? 그러면 자칫 중간에 압력 때문에 폭발할 수도 있을 텐데?”

“저를 한번만 믿어보세요.”

율이 단호한 표정으로 꾸얀에게 말했다.

“흐음, 하긴 때로는 위험을 안고 가야 할 순간도 있는 거지. 좋다, 그렇게 해보자.”

꾸얀의 허락이 떨어지자 율은 빠르게 또 하나의 부스터를 장착하고 각도도 조절했다.

검은 용의 날개 지역에서 무려 20일(게임시간)이 넘게 같이 고생한 꾸얀과 율.

물론 나머지 율 일행들도 추락한 로켓의 부품 찾으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검은 와이번 처리하랴~ 고생했지만 어째든 꾸얀과 율은 모든 정성을 이 로켓 발사대에 쏟아 부은 상태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정말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바로 발사하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실행뿐.

꾸얀과 율은 긴장어린 눈빛으로 로켓을 바라보았고, 바로 그 순간 꾸얀이 천천히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띠이이!

쿠우우우우우우웅!

굉음을 내며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로켓!

40번째 천공로켓이 미지의 대륙이라는 천공대륙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성공해야 한다!’

벌써 몇 달(게임시간)째 천공대륙만 바라보고 달려온 율 일행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할 수는 없었다.

결과는 대략 1분이면 알 수 있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율.

어느새 주변의 몬스터들을 정리한 엘리스와 강풍, 그리고 팔콘도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근데 진짜 이게 가능성이 있는 거야?”

강풍이 옆에 서 있는 팔콘에게 작게 속삭이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율 형이 하는 일이니까 믿어봐야죠.”

“으음,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기계공학인지 뭔지 하는 기술 좀 배워둘걸.”

“으익~ 형, 형이 생산 기술을 배운다고요? 생산 기술은 검마노에서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란 건 아시죠? 당연히 쉽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러냐?”

“으으, 전 가끔 형님이 어떻게 투신이 되었는지 그게 궁금해집니다.”

팔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쉿, 곧 결과가 나온다.”

엘리스는 옆에서 중얼중얼 떠들고 있는 두 사람을 조용히 시키며 꾸얀과 율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물질전송장치를 같이 바라보았다.

‘붉은빛… 붉은빛…….’

물질전송장치에 붉은빛이 들어오면 반응장치가 안전하게 천공대륙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결과는 이제 곧 나오게 되어 있었다.

실패라면 빛이 들어오지 않고 이대로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제발! 들어와라!’

율은 강력한 염원을 담아 물질전송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염원은 결국 통했다!

번쩍!

붉은빛이 들어오는 물질전송장치.

순간 율이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띠링, 물질반응장치가 알 수 없는 곳에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띠링, 약 5분 후 물질전송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띠링, 기계공학 기술의 숙련도가 아주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띠링, 기계공학 기술의 놀라운 성과를 이룩한 당신에게 ‘기계공학의 달인’(S급)이란 호칭이 주어졌습니다.

띠링, 기계공학 스킬 숙련도가 200을 넘으며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성공했어!”

“오오오오오!”

“나이스! 좋아~!”

“드디어 나의 이론이 완전히 증명되는구나!”

모두가 환호했다.

율은 덤으로 기계공학 기술이 마스터의 경지까지 올랐다. 이거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란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이제 퀘스트는 클리어된 건가?”

“조금만 더 기다려봐. 아무래도 천공대륙에 도착해야 퀘스트가 완료될 것 같다.”

“다들 조용히 하고 5분만 기다려봐라. 아직 완전히 성공한 건 아니니까… 5분만 더 참고 기다려봐야 한다.”

꾸얀의 말은 사실이었다.

물질반응장치가 정상적으로 설치되었다고 해도 혹시나 모를 다른 고장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었다.

붉은빛을 내뿜으며 반짝이는 물질전송장치.

꾸얀과 율, 그리고 나머지 세 사람은 숨을 죽인 채 그 물질전송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5분의 시간이 흘렀다.

띠링, 모든 기계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물질전송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띠링, 단, 확인되지 않은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용함에 있어 신중한 고민을 해보길 권장해드립니다.

“완벽해! 모든 게 완벽하게 성공했다.”

꾸얀은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후우~ 이제야 끝났군.”

율은 크게 한숨의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이스 웜과의 전투나 불사조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율 일행을 괴롭힌 천공대륙.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가장 큰 고비는 넘긴 게 분명해 보였다.

“바로 이동할까?”

강풍은 늘 그렇듯 성격 그대로 얘기했다.

“미지의 대륙으로 가면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아직 물질전송장치에 충분한 마정석이 장착된 것도 아니니… 하루만 기다렸다가 출발하자. 그전에 다들 가까운 마을에 가서 천공대륙으로 갈 준비를 다 끝내자.”

“오케이~”

“네!”

율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건 그와 꾸얀뿐이었고, 설사 누가 이 장치를 발견한다고 해도 그들에겐 그저 신기한 시설물일 뿐이었다.

‘천공대륙이라… 어떤 곳일까?’

율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히쭉 웃었다.

새로운 대륙, 새로운 모험.

그것이 그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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