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오프라인 수업
복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주류 파티는 본대를 농락한 후 그대로 사라졌고, 엘리스와 강풍, 팔콘은 여명의 마을 근처에 있던 혈마대의 잔당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율은 베이스캠프에 있던 피묻은쌍칼과 정예 대원 두 명을 간단하게 처리한 후 피묻은쌍칼이 떨어트린, 수없이 많은 아이템들과 베이스캠프에 모아 놓았던 각종 소모 아이템도 다 수거해 돌아왔다.
베이스캠프로 만들어놓은 임시 마을은 정식 마을이 아니라 물건 보관은 되지만 안전하게 락(Lock)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율은 가방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아이템을 수거해왔다.
사실 소모 아이템들은 그다지 비싼 게 없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깡그리 털어온 건 일종의 농락이었다.
모든 복수가 끝났다.
혈마대는 이걸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들이 입었을 정신적 충격은 혈마대의 큰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율이 그런 걸 신경 써줄 필요는 없었다. 그건 그들의 일일 뿐이었다.
모든 작전을 끝낸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이 러셀요새에 모였다.
이런 날 축배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캬아~ 술맛 좋다.”
강풍은 앞에 있던 맥주를 단번에 들이켠 후 기분 좋게 외쳤다.
“그러게~ 오늘 술맛이 진짜 꿀맛이다.”
“후웅~ 저도 좀 먹어보면 안 돼요?”
사람들이 워낙 술을 맛있게 들이켜자 팔콘이 먹고 싶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야야, 주고 싶어도 시스템 상에서 철저히 막혀 있어 넌 아예 마시지도 못한다.”
이안의 말은 사실이었다.
설사 팔콘에게 맥주를 준다고 해도 팔콘이 맥주잔을 잡는 순간, 마치 고체라도 된 듯 맥주는 굳고 만다. 이게 미성년자를 위한 보안 시스템이었다.
“쳇, 저도 내년엔 먹을 수 있다고요.”
팔콘은 치사해서 안 먹는다는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셨다.
“그나저나 혈마대가 가만있을까? 분명 우리를 찾아서 날뛸 텐데…….”
“가만히 못 있겠죠. 하지만 지들이 어쩌겠어요? 후훗,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불 형 파티는 대륙을 옮겨서 사냥하세요. 일단 만 레벨을 먼저 찍어야 하니… 아! 이 기회에 얼음 대륙에 가보세요. 마음 같아서는 길드 마을에 가보시라고 하고 싶지만 거긴 아직 무리일 것 같으니까, 일단 얼음 대륙에서 사냥하시다가 만 레벨이 되면 길드마을에 한번 가보세요. 나름 경치 좋은데 만들어놨어요.”
“오오~ 우리 길드 마을도 있었어?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네. 좋아~ 아주 좋아.”
이안은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웃었다.
“그래, 아무래도 다른 대륙으로 가는 게 좋겠다. 얼음 대륙이라면 우리도 몇 번 가봤으니 네 말대로 하마.”
다크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리고 전리품이 워낙 많아 이걸 러셀요새에서 처리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지간한 건 불 형이 전부 가져가서 처리해 주세요.”
“우리가? 이번에 너희들 골드 많이 썼을 텐데 니들이 가져가서 처리해라.”
“괜찮아요. 저희는 그동안 열심히 벌어놓은 게 아직 꽤 남아 있어요.”
솔직히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만 레벨을 찍고 장비도 어느 정도 맞춘 율 일행보단 불의 파티가 더 많은 골드가 필요했기에 율 일행은 이미 깔끔하게 양보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거 진짜 길드가 좋긴 좋네. 고맙다.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받아서 아주~ 잘 써주마.”
강한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크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받는 게 맞았다.
그걸 아는 다크불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했다.
“그리고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섀도우 로드의 붉은 십자가는 비공개로 하셔도 됩니다. 물론 공개로 하셔도 되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비공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대 형님들이 멋지게 은퇴했듯 2대인 우리들도 그만큼 멋지게 다시 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율이 8명의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하자.”
“멋지네. 아주 좋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는 걸로 중요한 얘기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밤새도록 밤을 불사르며 신나게 노는 것뿐이었다.
* * *
꾸벅꾸벅.
햇살이 좋은 한낮의 강의실.
그 한쪽 구석에서는 따스한 햇살을 몸으로 느끼며 계속 졸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밤새 술이라도 마신 걸까?
남자의 얼굴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엄밀히 따지자면 밤새 술을 마신 건 맞았다. 밤을 새는 걸로 모자라 다음날 점심때까지 신나게 마셔댔다.
만약 현실에서 이렇게 마셨다면 그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으리라.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에서 그렇게 죽어라 마셨다.
섀도우 로드의 길드원들과 무리를 해서 달린 율.
그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함 때문에 수업시간에 이렇게 계속 졸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졸면서 듣는 수업은 바로 ‘검마노의 역사’였다.
그나마 율이 재미있게 듣는 수업이었건만 피곤함은 결국 그를 졸게 만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졸다 보니 어느새 수업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율을 깨우고 있었다.
“…저기요.”
흔들흔들.
“…저기요~”
“으음, 네, 네?”
율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며 대답했다.
그를 깨우고 있던 사람은 커다란 안경을 낀 한 남학생이었다.
한눈에도 상당히 허약해 보이는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율을 살짝 흔들었다.
“일어나 보세요.”
“아, 네. 수업이 끝났나요.”
율은 수업이 끝나서 그걸 알려주려고 깨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니요.”
“그럼 왜…….”
“그, 그게…….”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그런 남자가 조금 답답했는지 옆에서 수업시간 내내 휴대용 게임기만 만지고 있던 다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
“거참, 어렵게 깨우고 어렵게 얘기하네. 저기요~ 여기 있는 우리들이 같은 조가 됐어요. 이 수업은 시험이 없는 대신 조를 짜서 특별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네요.”
율은 남자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깨운 큰 안경을 낀 허약해 보이는 남자.
휴대용 게임기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남자.
누가 보든 말든 아예 엎어져 자고 있는 여자.
수업시간 내내 무거운 아령만 주야장천 들고 있는 남자.
그리고 자신.
이렇게 5명이 한 조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조가 결정된 거죠? 전 졸고 있어서 몰랐는데.”
“졸았으니까 모르셨죠. 여긴 떨거지 조예요. 다 아는 사람들끼리 뭉치거나 서로 얘기를 해서 조를 짜고 남은 이들이 거의 강제로 조가 된 거죠. 그래서 우리 조만 다른 조보다 인원도 두 명이나 적어요.”
처음에 설명해 주었던 그가 여전히 휴대용 게임이기를 눌러대며 장난처럼 상황을 말해주었다.
‘이런…….’
시험 대신 하는 과제라면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는데, 하필 오늘 조는 바람에 이런 조에 속하게 된 게 억울했다.
굳이 좋은 성적을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상은 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건 결정이 난 후였다.
“특별 과제가 뭐죠?”
율은 포기하고 과제가 뭔지 알아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 떨거지들과 함께하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그게 정말 웃기게도 검마노 안에서 우편으로 각 조의 조장에게 전해주겠대요. 참, 우리 조 조장은 여기 이 답답이입니다.”
그가 가리킨 이는 처음에 율을 깨운 안경 낀 남학생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고강희라고 합니다.”
왜 그가 답답이라고 소개했는지 알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율은 내색하지 않고 인사를 받아주었다.
“네, 반갑습니다. 선율이라고 합니다.”
예전의 자신이 그랬듯, 그는 남들보다 뭔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그 다른 걸 놀리는 건 상처가 된다. 이것을 율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얘기해요.”
“네, 네.”
율은 그를 편하게 대해주며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근데 다른 조는 뭔가 열심히 상의하는 것 같은데 왜 우리 조는 가만히 있죠?”
“그, 그게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준비? 아~ 저기 자고 있는 분 때문에 그런 건가? 저기요~ 저기요!”
율이 큰소리로 자고 있는 여학생을 깨웠다.
“으으음.”
율의 목소리를 듣고 부스스 일어나는 여학생.
그녀는 전부터 이 반에서 유명했다. 사실 이 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 유명했다.
모두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 다른 이들과 별로 크게 친하게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아웃사이더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아웃사이더들만 전부 모인 조가 되어버렸다.
율은 부정하겠지만 그 역시 아웃사이더였다. 결국 모일 만 해서 모이게 되었다는 뜻이다.
“수업 끝났어요?”
“아니요. 안 끝났는데 과제 때문에 할 얘기가 있으니 일어나 봐요. 이름이 뭐예요?”
“하아아암~ 구은주라고 해요. 근데 무슨 과제예요?”
“특별 과제라고 하는데 조별로 하는 건가 봐요. 이렇게 된 김에 다들 통성명이나 좀 하죠. 게임기는 그만 끄시고~ 아령도 내려놓으시고.”
아웃사이더들 중 그나마 가장 양호한(?) 율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예전의 율이었다면 다른 아웃사이더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행동했겠지만 지금의 율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김종우.”
게임기를 들고 있는 남자의 이름은 김종우였다.
“박호태라고 한다.”
아령을 들고 있던 남자는 박호태였다.
“다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과제가 무엇이든지 잘해보도록 하죠.”
율은 최대한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들에게 좋은 분위기란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쩝, 과제는 해야 하니까~ 같이 잘해봅시다.”
김종우가 드디어 게임기를 닫으며 얘기했다.
“근데…….”
“네, 얘기하세요.”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듯한 고강희를 바라보며 율이 말했다.
“과제를 하려면 검마노 속에서의 아이디를 서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당연히 서로 만나기도 해야겠죠.”
고강희의 말이 맞았다.
사실 지금 다른 조들이 모여서 상의하는 것도 그 부분이었다.
“흐음, 맞는 말이네요. 일단 각자의 게임 속 캐릭터 이름을 얘기해보죠. 전 선율 아폴론입니다.”
“전 사악마녀예요.”
잠만 자는 구은주는 사악마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사악마녀?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율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잘 떠오르지 않아 그냥 넘어갔다.
“난 한방러쉬.”
김종우의 게임 속 이름이었다.
“난 식스팩.”
박호태는 딱 자기와 어울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저, 저는… 흑월(黑月)이라고 합니다.”
무척 망설이다가 자신의 게임 이름을 말하는 고강희.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율과 구은주의 두 눈이 상당히 커졌다.
“야~ 이름 좋네. 흑월~ 이거 완전 레어 아이디… 허억, 흑월!?”
갑자기 뭔가를 깨닫고 화들짝 놀라는 김종우.
흑월이란 아이디는 모두가 알고 있는 아이디였다.
“서, 설마 그 흑월이 이 흑월은 아니지? 동명이 가능하니까~ 자, 이제 세컨드 네임을 말해줘야지.”
“으음, 세컨드 네임은 없는데요.”
“허어어어억!”
거의 턱이 빠질 듯이 입을 벌리며 놀라는 김종우.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흑월은 검마노에 있는 수많은 전설 중의 하나였다.
요 근래에는 활동이 별로 없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고의 흑마법사 흑월에 대한 얘기가 하이퍼넷 여기저기에 많이 올라왔었다.
“그, 그 흑마법사 흑월?”
“네…….”
“그 흑월이 너, 아니 강희님이셨어요?”
말투마저 공손해진 김종우는 정말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놀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율과 고은주, 박호태도 꽤 놀란 표정으로 고강희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현실하고 게임 속하고 다를 수가 있지? 흑월이라면 거침없이 적을 섬멸하는 최고의 고수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거 완전 당황스럽군.’
원래 온라인의 모습과 오프라인의 모습은 같은 경우보단 다른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의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리 흔치 않았다.
특히 게임 속에서는 그 수많은 전설을 만들었으면서… 현실에서는 얘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그게 그냥 어쩌다보니 재수가 좋아서…….”
오히려 고강희 자신이 더 당황했다.
“이거 참… 말이 안 나오네요.”
김종우는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정말 놀랍네요. 하지만 놀라운 건 놀라운 것이고 일단 게임 속에서 모두 서로 친구등록을 하도록 하죠. 그리고 과제 내용을 확인한 후 어디서, 언제 모일지는 나중에 결정하도록 해요.”
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율은 하이퍼넷을 뒤져서 흑월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정말 게임 속에선 대단한 유저였다.
현실에서의 그는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다면 게임 속에서의 그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파괴적인 이였다.
무엇이 옳다고 얘기할 순 없었다. 그저 두 모습이 다를 뿐이었다.
어쨌든 가슴속에는 끓어오르는 피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단지 현실에서 그걸 아직 표출할 줄 모르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녀석이네.”
율은 흑월, 아니 고강희를 생각하며 가볍게 웃었다.
대충 흑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율은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수업을 하러 가면서부터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 대신 잠을 조금 줄였기 때문에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어차피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 존재하는 만큼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수업을 들으면 그만이었다.
율은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곧장 오늘 같은 조가 된 이들의 아이디를 친구로 등록시켰다.
네 명 모두를 등록시키고 나자 놀랍게도 다들 게임에 접속 중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열혈 게이머였나?’
사실 검마노를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 중 열혈이 아닌 이를 찾기가 힘들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취미생활이란 곧 검마노로 직결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었으니.
스포츠를 즐겨도 검마노 안에서 즐겼고, 연애를 해도 검마노 안에서 했다.
오죽하면 검마노 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율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분명 검마노 세대에 들었다. 모든 활동을 검마노를 이용해 즐기는 세대.
그렇기에 그들은 가상현실 세대라고도 불렸다.
어쨌든 모두가 들어온 걸 확인한 율은 그들의 위치가 어디인지도 확인했다.
원래는 확인되지 않지만 쌍방에서 모두 친구등록을 하고 위치 확인 거부 설정을 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느 대륙에 있는지는 정도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악마녀(접속 중)-붉은대륙
흑월(접속 중)-얼음대륙
한방러쉬(접속 중)-동방대륙
식스팩(접속 중)-동방대륙
“다들 가까이 있는 건 아니네.”
과제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조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도 큰일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까 다른 조들도 그렇게 오랫동안 상의했던 건가?
검마노가 너무 넓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제도 중요하겠지만 현재 그들이 게임 속에서 하고 있는 일이 있을 것이기에 그것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게 이번 과제 같았다.
조원들의 접속을 확인한 율은 곧장 우편함도 열어보았다.
예상대로 과제는 벌써 도착해 있었다.
Quest [검마노의 역사 특별 과제]<유저 퀘스트>
: 검마노의 역사를 공부하는 수업이니 만큼 특별히 시험을 대체할 과제를 만들어 보았다. 과제 내용은 간단하다. 조원들이 힘을 합쳐 ‘검마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각종 던전이나 지역을 탐험하면 된다. 단, 기존에 발표된 곳이나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는 역사인 경우, 평가 점수가 크게 하락될 수도 있다. 무조건! 조원들과 함께 탐험해야 한다. 조원들끼리의 협동심도 점수에 반영된다. 마지막으로 과제 제출은 그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출하면 된다.
보상 : 개별 보상.
진행 과정 : 진행 중
기간 : 300일(게임시간)
퀘스트 생성 조건 : 쥬신대 오프라인 수업 ‘검마노의 역사’ 수강생
검마노에선 일반 유저들도 일정 조건만 맞추면 얼마든지 퀘스트를 생성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쥬신대에 소속된 교수라면 충분히 퀘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역사라…….”
사실 율은 지금까지 수많은 검마노의 역사를 직접 알아냈었다.
그걸 과제로 제출하면 거의 A+는 맡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건 조원들과 함께 탐험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제출할 수는 없었다.
“결국 같이 가야 한다는 건데… 휴우~ 일단 300일이나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야겠네.”
급할 건 없었다. 현실 시간으로 100일, 게임시간으로 300일이란 시간이 있었으니 차근차근 조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면 되었다.
“이거 졸지에 퀘스트만 늘어가네.”
율이 우편을 열어 받게 된 퀘스트를 닫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 사냥터에서 엘리스와 강풍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들의 원래 목적지였던 검은 용의 날개에 가서 또 하나의 소울 스톤 조각을 빨리 찾아야 했다.
모험은 그를 즐겁게 했다.
특히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의 모험은 언제라도 환영이었다.
비록 아웃사이더들끼리 뭉친 조였지만, 율은 그들과 진짜 동료가 되고 싶었다.
물론 그게 쉬어 보이지는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