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막 여행
옛말이 맞는 걸까?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율은 사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개척 마을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특히 일반적인 몬스터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이 사막에 있는 이상, 사막에 존재하는 개척 마을들은 확실하게 방어 병력을 구비해야 했다.
그런데 가끔 개척 마을 중에서도 수익성을 전혀 찾지 못해 거의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곳들이 있었다.
NPC들도 거의 떠나고 마을의 기본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는 곳… 그곳은 사막 마적단의 탐스러운 먹잇감이 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이거 위험한 거지?”
강풍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는 율.
그들 주변엔 각종 병장기를 들고 똑같은 검은색 두건을 맞춰 쓴 한 무리의 NPC들이 서 있었다.
“얘들이 사막 마적단이야?”
분위기 파악을 못한, 아니 안 한 엘리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 것 같네.”
율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들은 지도에 표시된 아주 작은 오아시스 개척 마을을 찾았지만, 그들을 반겨준 건 개척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한 무리의 도적떼였다.
이미 마을은 그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
마을에 있던 NPC들은 모두 죽거나 도망갔다.
유저들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설사 있었다 해도 다른 NPC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되었을 것 같았다.
“이거 예상보다 수입이 좋지 않아 짜증났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수입을 늘려줄 먹잇감들이 찾아와 주니 기분이 좀 풀리는군.”
마적단 사이에서 두건을 살짝 내려쓴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는 전형적인 무법자의 증표처럼 보였다.
“먹잇감?”
강풍이 그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래, 먹잇감. 딱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다시 한 번 친절하게(?) 얘기해주는 마적단 두목.
하지만 그의 그런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
“이거 참… 그냥 대충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참 안 도와주네.”
“그러게. 그렇게까지 말해주니까 도망갈 수가 없어졌잖아?”
강풍과 율이 동시에 말하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엘리스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전투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갑자기 불타오르는 세 사람.
마적단 두목은 순식간에 바뀐 기세를 느끼며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뭐야? 뭐해! 어서 놈들을 처리해!”
재빨리 공격 명령을 내리는 마적단 두목.
그의 말을 들은 마적단의 부하들이 일시에 율 일행을 공격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율과 강풍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마적단의 숫자가 자신들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3등분으로 쪼개 각각 하나의 무리를 맡아서 상대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40여 명이나 되는 마적단을 상대로 정면대결을 펼치는 무식한 짓은 할 생각이 없었다.
갑자기 흩어진 그들을 잡기 위해 마적단도 어쩔 수 없이 세 무리로 나뉘어졌다.
두목과 10명의 마적들은 율을 쫓았고, 부두목과 12명의 마적들은 강풍을 쫓았다.
그리고 나머지 18명 정도의 마적들은 엘리스를 향해 따라갔다.
강풍은 마적들을 데리고 마을 밖 사막으로 달렸고, 엘리스는 아예 마을 입구에 가만히 서서 남은 마적들을 모두 상대하려 했다.
그리고 율은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 개척 마을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율을 따라오는 두목과 마적들.
마적단 두목은 대략 준 보스급 몬스터들과 비슷한 능력을 지녔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젠장, 제일 귀찮게 됐네.’
율은 두목이 자신을 따라오는 걸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세 가지 카드 중 조커를 자신이 뽑았다. 물론 여기서 조커는 절대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자.’
일단 율이 묵현을 들고 연주를 하며 달려 나갔다.
음유시인의 최대 장점이 바로 이 무빙 캐스팅이었다.
마법사들은 꿈의 경지라고도 부르는 이 무빙 캐스팅을 음유시인들은 너무나 쉽게 사용했다.
빠르게 적용되는 각종 버프들.
음유시인의 또 다른 장점은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는 동료라면 누구나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엘리스와 강풍도 그 버프 효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
능숙하게 버프를 끝낸 율은 곧장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그런 율을 따라 골목 안으로 뛰어드는 몇 명의 마적들.
하지만 그들은 불행한 이들이었다.
퍼퍼퍽!
“크아악!”
“으악!”
가장 먼저 골목으로 들어갔던 두 명의 마적이 동시에 뒤로 튕겨져 나왔다.
주르륵~ 꽝!
땅바닥에 미끄러지며 빈 잡화점 벽에 처박히는 그들.
그들을 날려버린 건 당연히 율이었다.
좁은 골목 지형을 이용해 마적들을 나누어 놓은 그는 악기강타 스킬로 한 번에 두 마적을 날려버렸다.
물론 이 한 방으로 마적들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마적들은 골목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늘 때문에 약간 어두운 골목 안.
그곳에는 묵현을 어깨에 걸친 율이 조용히 웃으며 마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그 악명이 자자한 사막의 마적단.
그들과 섀도우 로드의 대결.
비록 세 명밖에 되지 않는 섀도우 로드였지만 그들은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2대 섀도우 로드의 힘.
그들은 그 힘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 * *
파아앗!
“크아아악!”
허리가 두 동강나며 쓰러지는 또 한 명의 마적.
벌써 세 명이 연속해서 쓰러졌다.
“모두 물러나!”
당황한 목소리로 후퇴하라고 명령하는 마적단 두목.
괜히 무리를 해서 잡으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
율은 계속해서 좋은 자리를 선점했기 때문에 마적단은 그런 율을 잡기 위해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수적 우위를 믿고 달려들길 몇 차례.
하지만 결과는 마적단의 완패였다.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가 한 명.
지붕 위를 올라가다가 한 명.
빈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 한 명.
이렇게 다섯 명이 너무 허무하게 쓰러졌다.
“그러게 함부로 따라 들어오면 안 되지.”
건물 안 어둠 속에서 빙룡과 화룡을 들고 밖을 향해 미소 짓는 율.
그의 파멸쌍대검술은 마치 파멸왕 슈나이더가 직접 펼치는 것처럼 강력했다.
“이놈이…….”
이쯤 되자 마적단 두목의 화는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네놈을 잡아 잘근잘근 씹어주마!”
NPC치고 상당히 난폭한 표현까지 써가며 화를 표출하는 두목.
그는 들고 있던 대형 도끼를 고쳐 잡고 직접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나름 준 보스급 능력을 지녀서일까?
두목의 돌격은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으아아아!”
율을 향해 도끼를 내려찍는 두목!
도끼에서는 포스의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휘이잉!
꽈과광!
하지만 아무리 강력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율은 단지 옆으로 몸을 돌리는 것만으로 마적단 두목의 도끼질을 피했다.
그의 이 회피 방법은 강풍의 정밀회피와 무척 닮아 있었다.
물론 강풍의 그것과 똑같은 기술은 아니었다.
강풍에게 정밀회피의 요령을 듣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 능력을 결합해 만든 율만의 회피 기술이었다.
아이스웜을 상대할 때 대충 완성시킨 후 지금까지 꾸준히 연마해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제대로 된 보법이 없는 것이 가장 약점이었던 파멸쌍대검술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특별히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정확히는 워낙 효과가 대단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
도끼가 날아오는 궤적을 미리 예상하고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피하는 기술.
특히 이 기술은 마적단 두목처럼 강력하지만 단순한 공격을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위력보다 움직임에 더 중점을 둔 공격은 아무래도 공격의 궤적을 많이 예상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율의 상상력(특수능력치)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더 섬세한 상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기술의 위력도 더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과 상상을 계속해주고 있었다.
어쨌든 율의 이러한 기술 때문에 두목은 애꿎은 바닥에 도끼를 꽂아 넣었다.
공격 실패는 곧 틈이 생겼음을 의미했다.
“합!”
워낙 가까운 거리라 대검이나 대도를 휘두르지는 못했지만, 율은 엘리스에게 배운 촌경(寸勁)의 기술을 이용해 두목의 옆구리에 오른 주먹과 왼 주먹을 번갈아가며 빠르게 찔러 넣었다.
퍼퍽!
“커억!”
큰 고통을 느끼며 옆으로 구르는 마적단 두목.
그나마 그 순간,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옆으로 구른 두목의 행동은 확실히 준 보스급 능력을 지닌 NPC다웠다.
이 주먹질 역시 특별한 이름은 없었다.
엘리스에게 직접 맞아가며 배운 기술이라 이젠 거의 습관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익숙해졌던 것이다.
앞선 회피기술이나 이번 촌경 기술을 보면 확실히 율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지 빨리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요령을 알았다.
또한 굳이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
비록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 따로 있다고 해도 더 좋은, 더 효율적인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바꾸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이건 분명 장점이었다.
“죽엇!”
두목이 옆으로 뒹굴자 두목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마적들이 율을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원래 두목의 계획은 자신이 율을 붙잡아 놓는 사이 부하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율을 포위하는 것이었지만, 첫 공격부터 완전히 실패하며 계획이 일그러졌다.
율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적들을 바라보았다.
전혀 흔들림 없는 눈빛.
그는 머릿속으로 자신에게 가장 먼저 도달한 세 명의 마적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공격 루트를 상상해 보았다.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공격의 선들.
율은 그 선들을 교묘하게 피하며 빙룡과 화룡을 회전시켰다.
회전 회오리 베기!
파파팟!
“크악~!”
“커억!”
두 명을 벴다.
아쉽게도 한 명은 놓쳤지만 그래도 일단 두 명에게는 거의 치명상을 안겼다.
율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앞서서 달려든 세 명에 이어 뒤엔 네 명의 마적들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역시 똑같이 그려지는 공격의 선들.
이번엔 아예 그 선들이 닿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굴렸다.
그리고 대검과 대도를 쭉 뻗었다.
지이이잉!
대검과 대도에 맺히는 검은색 포스!
율의 시야에 네 명의 마적이 정확히 들어온 순간, 율이 포스를 폭발시키며 뿜어냈다.
꽈과과광!
파멸쌍대검술 파멸의 빛!
순식간에 네 명의 마적이 검은색 포스에 휘말려 건물 구석에 처박혔다.
“으아악!”
“커어어억!”
네 명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
6명의 마적이 달려들었는데 그 중 4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2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으아아아!”
그 순간 어느새 기력을 회복한 두목이 율을 향해 뛰어올랐다.
츠츠츳!
그의 도끼에 맺힌 강력한 포스의 기운.
율은 본능적으로 두목의 이 공격이 단순하게 피할 수 없는 공격임을 눈치 챘다.
‘세계수의 보호!’
우웅!
부츠에 깃들어 있는 마법을 사용하며 빙룡과 쌍룡을 교차시켜 가슴에 밀착시키며 공격 방향에서 살짝 비껴서는 율.
분명 도끼의 궤도에서는 벗어났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게 중요했다.
꽈르릉!
콰과과과광!
바닥을 때리는 마적단 두목의 커다란 도끼.
하지만 도끼가 바닥을 때리는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360도 전 방향으로 방출되었다.
쩌저정!
주르르륵!
율이 충격파를 크로스 가드(Cross Guard)로 막았지만 워낙 강력한 파동이라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마적단 두목은 한 방 위력이 엄청나게 강력한 스타일이었다.
“크으!”
얼얼한 양손.
잠시지만 양손을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였다.
생명력도 10% 정도가 깎였다.
거의 완벽하게 막았는데도 데미지를 입었으니 이번 공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마적단 두목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그의 몸 이곳저곳의 혈관들이 두드러지게 튀어나왔다.
이것들은 전형적인 광전사 계열 직업을 지닌 이들이 갖는 특징 중 하나였다.
‘버서커 모드.’
광전사 계열 직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업 스킬인 버서커 모드.
이것은 말 그대로 완벽한 광전사가 되는 기술이었다.
각 직업마다 증가하는 능력과 하락하는 능력이 다 달랐고 그 수치 역시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공격력이 올라가고 방어력이나 이동속도가 떨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으아아아!”
율을 향해 돌격하는 마적단 두목.
율의 등 뒤로는 밖에 남아 있던 마적들이 입구로 진입하고 있었다.
‘뭐가 떨어진 거지?’
율은 증가된 것보다 하락된 능력을 먼저 찾았다. 적의 장점보다 중요한 게 약점이기 때문이었다.
쿵쿵!
그 순간 율의 눈에 현저히 느려진 마적단 두목의 발걸음이 포착되었다.
‘이동속도! 저 정도라면 거의 50% 이상 하락되었다.’
적의 약점을 파악한 그 순간, 율이 미련 없이 뒤로 뛰어 오르며 몸을 돌렸다.
와장창!
그대로 창문을 뚫고 밖으로 탈출한 율.
마적단 두목이 버서커 모드를 발동한 이상, 그와 당장 정면 대결을 할 생각은 버렸다.
어차피 이동속도가 느려진 그는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기에 일단 귀찮은 마적들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율은 빙룡과 화룡을 등 뒤에 둘러멘 후 다시 묵현을 들었다.
파멸왕의 기술들로 치고 빠지기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아예 다른 영웅의 영혼을 소환할 생각이었다.
현재까지 율이 불러낼 수 있는 영웅들의 영혼 숫자는 정확히 44였다.
율은 그 영혼들을 전부 소환해 연구한 끝에 나름대로 분석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물론 당연히 그 마흔네 명의 영웅들 중 율이 가장 많이 소환하고, 가장 자신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영혼은 파멸왕 슈나이더였다.
하지만 율은 결코 이 파멸왕의 영혼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궁극적으로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모든 영혼, 아니 모두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70% 이상은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파멸왕의 영혼과 함께 꾸준히 소환해 적응을 하고 연습한 영혼들이 몇 개 더 있었다.
율은 바로 그 중 하나를 지금 소환하려는 중이었다.
건 마스터(Gun Master) 바우어.
고대로부터 존재했던 모든 종류의 총기류를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전설의 건맨.
그가 다루지 못하는 총은 없었고, 그보다 총을 잘 다루는 이도 없었다.
물론 바우어의 영혼은 등급으로 따지면 최상위권의 영혼이 아니었다.
현재 율이 소환할 수 있는 44가지 영혼 중 세 개의 영혼은 율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히 자아가 강한 영혼들이었다.
파멸왕이 그 셋 중 하나였고, 나머지 둘은 아직 제대로 소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우어는 이런 식으로 따져본다면 대략 44가지 영혼 중 20위권에 속하는 중급 영혼이었다.
하지만 율은 파멸왕의 영혼 다음으로 이 바우어의 영혼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신이 가진 혼돈의 조각을 100%, 아니 거의 200, 300%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우어의 영혼이었기 때문이다.
바우어의 영혼은 그것이 총기라면 어떤 종류라고 해도 다룰 수 있었고, 혼돈의 조각은 그 어떤 종류의 총기로도 변형이 가능했다.
즉, 상황에 맞게 모든 종류의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건 마스터 바우어를 부르는 노래.
율이 약간 빠른 비트의 노래를 쏟아내며 바우어를 불러냈다.
파파팟!
마적들은 노래를 부르며 계속 달리는 율을 절대 잡지 못했다.
3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결국 율은 영웅들의 서사시(건 마스터 바우어)를 전부 불렀다.
스스슷!
노래가 완성되자 바우어의 영혼이 자연스럽게 율의 몸에 깃들었다.
‘혼돈의 조각 변환!’
율은 묵현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스르륵.
그러자 묵현이 검은 그림자에 휩싸이며 천천히 변화했다.
커다란 라이플 모양의 총으로 변화한 혼돈의 조각.
그것의 생김새는 딱 저격용 라이플이었다.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
: 신은 인간의 탐욕이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원거리공격력+10%, 원거리적중률+30%, 치명타성공률+10%, 치명타데미지+10%, 근접공격력-30%[레벨 25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수능력 : 없음
상태 : 저격용 라이플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0]
조각파괴 : 무(無)
거의 유니크를 넘어 엘리트에 가까운 옵션을 지닌 혼돈의 조각.
확실히 이벤트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적들을 뒤에 달고 달리던 율은 곧장 한 2층 건물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라이플을 어깨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자신을 따라 지붕으로 올라올 마적단 부하들을 기다렸다.
‘오른쪽.’
가장 먼저 지붕으로 뛰어오른 한 마적.
율은 그의 머리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는 목표물이 설정된 순간 미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커억!”
율을 쫓던 마적 중 한 명의 머리를 관통하는 마탄(魔彈).
그 마적이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은 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쿠쿵!
원 샷 원 킬.
저격모드로 완벽하게 급소를 맞췄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4배의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갔다.
물론 덕분에 남은 마적들이 전부 지붕으로 올라오며 꽤 벌려 놓았던 마적들과의 거리가 좁혀졌지만 율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휘릭!
커다란 라이플을 손 위에서 가볍게 돌리는 율.
그는 그렇게 저격용 라이플을 돌린 후 곧장 다시 뒤를 향해 한 발을 또 쐈다.
탕!
이번에는 특별한 스킬을 사용한 게 아니라 그저 방향만 뒤로 잡고 쏜 것이라 마적을 맞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적들은 이미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봤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고, 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스스슷!
율의 손에 들려 있던 라이플이 사라지고 어느새 그의 손에는 권총 두 자루가 들려 있었다.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
: 신은 인간의 탐욕이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공격력+10%, 연사속도+20%, 이동속도+10%[레벨 25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수능력 : 없음
상태 : 쌍권총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0]
조각파괴 : 무(無)
양손을 교차하며 권총 두 자루를 눕혀 든 율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근접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권총 탄환.
비록 마나로 만들어진 탄환이라 추가 데미지를 입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위력은 꽤 강력했다.
특히 근접 거리에서 순간적으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마탄에 적중되었다.
“커억!”
“크아악!”
비록 제일 처음 저격으로 처리한 마적처럼 원 샷 원 킬을 할 만한 위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큰 데미지를 입힐 정도는 되었다.
특히 이미 율에게 큰 데미지를 입었던 몇 명의 마적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붕 위에 쓰러져 버렸다.
쿵, 쿠쿵!
남은 마적 부하들은 단 세 명.
그 뒤에 미친 듯이 율을 향해 달려오는 마적단 두목이 있었지만 율은 여전히 두목을 무시했다.
‘세 명, 한 방에 끝낸다!’
율이 양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빠르게 손안에서 돌리며 총구를 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남은 세 명의 마적들을 보며 슬쩍 웃어주었다.
타타타타탕!
지붕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는 율.
낡은 지붕은 당연히 그 무차별 사격을 견디지 못했다.
우지끈!
지붕을 받치고 있던 기둥 중 하나가 박살나며 무너져 내렸다.
순간 마적단 부하들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콰과광!
오랫동안 쌓여 있던 먼지가 지붕이 무너지며 동시에 허공으로 비산되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시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물론 이 얘긴 율을 제외한 마적들에게만 해당되었다.
건 마스터 바우어의 고정밀 사격 능력을 책임지고 있는 능력은 바로 시력이었다.
시력강화.
이것은 건 마스터가 바우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스킬이었고, 그의 그런 스타일은 고스란히 율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현재 율의 시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화되어 있었다.
먼지로 뒤덮인 이 공간 속에서도 미세한 움직임들을 잡아내 그것을 토대로 적의 윤곽을 완벽하게 그려낼 정도였다.
“쿨럭, 쿨럭… 놈을 찾아야…….”
먼지를 헤집으며 율을 찾는 마적.
하지만 그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끼릭!
뒤통수에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
두 개의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는 순간, 그는 자신의 최후를 예상했다.
타탕!
털썩.
한 명의 마적이 쓰러졌다. 그 뒤를 이어 두 명의 마적도 차례대로 쓰러졌다.
마적들의 시야를 봉쇄하고 너무 간단하게 그들을 처리한 율.
그렇게 10명의 마적들이 모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명.
바로 마적단 두목이었다.
퍼퍼펑!
먼지구름을 날려버리기 위한 강력한 도끼질.
마적단 두목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의 능력으로 율을 잡는 건 절대 무리였다.
스윽.
율은 그를 향해 권총 두 자루를 겨누었다.
“슬슬 끝내자고.”
웃으며 얘기하는 율.
그의 말처럼 마적과의 전투는 이제 슬슬 끝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