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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투신 또는 광견 (36/95)

9. 투신 또는 광견

“자신 있어?”

엘리스가 가볍게 몸을 풀며 율에게 물었다.

“아니.”

슬쩍 목과 손목을 돌리며 대답하는 율.

엘리스는 정말 오랜만에 입고 있던 모든 갑옷을 벗었다.

그들은 현재 다른 사람들이 전혀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대련을 하려는 중이었다.

강풍의 움직임은 서시만큼이나 빨랐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순간 움직임은 강풍이 더 빨랐다.

그래서일까?

명상을 통해 강풍의 움직임을 아무리 예측해보려고 해도 강풍의 이미지가 제대로 만들어지지를 않았다.

다른 이들은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그들의 특징을 분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그려졌는데… 강풍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동영상 자체도 많지 않았고, 동영상마다 그의 전투 스타일이 변화무쌍했기 때문에 이미지를 잡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율은 명상을 통한 대련을 포기했다. 대신 선택한 것이 엘리스였다.

방어력을 모두 포기한 엘리스라면 충분히 강풍과 같은 움직임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안 봐준다.”

“당연히!”

기분 좋게 웃으며 서로를 쳐다보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종종 대련을 했었지만 이렇게 전력을 다해 대련한 적은 거의 없었다.

특히 엘리스가 방어구를 다 벗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은발의 미녀.

엘리스의 몸매는 군살 하나 없이 완벽했다.

이 얼굴과 몸매가 신체 변형이 전혀 없는 본인의 것이라면 아마 현실에서의 엘리스는… 흔히 말하는 엘프, 아니 엘프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일 것이다.

물론 외모만 그렇다는 얘기다.

엘리스는 그 어떤 남자보다 더 무뚝뚝했고 말투마저 거의 남자 같았다.

거기에 한번 화를 내면… 진짜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 시작하자!”

스릉!

율은 빙룡과 화룡을 꺼내들었다.

대련이었지만 거의 모든 걸 실전처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도 할 생각이 없었다.

“으아아아!”

힘차게 소리치며 엘리스를 향해 달려드는 율.

이렇게 4강전을 대비한 율의 준비는 차곡차곡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6일(게임시간)이 흘렀다.

4강전 두 번째 경기를 기다리던 이들에겐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4강전을 준비하던 율에겐 좀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경기장이 생성되고… 5만여 명의 관중들이 입장하는 걸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강풍과 율의 한판 대결뿐이었다.

뚜둑, 뚜둑.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준비 사인을 기다리는 율. 그는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결국 끝까지 파멸왕의 영혼으로만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한 대신 그는 이 파멸왕의 영혼이 가진 힘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었다.

‘이긴다.’

율은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띠이! Ready!

드디어 경기 준비 메시지가 떠올랐다.

10, 9, 8… 3, 2, 1, 0!

띠이! Start!

지이잉!

대기실 문이 열리며 율과 강풍이 싸울 경기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해변과 숲이 만나 있는 곳.

마치 어느 무인도 배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점은?’

율은 재빨리 하늘 위를 쳐다보았다.

그곳에 생성되는 1개의 점.

거점은 1개라는 뜻이었다.

‘피 터지겠네.’

거점이 1개라면 결국 두 사람이 격돌하는 곳은 그 거점이 될 것이다.

거점의 위치마저 거의 정중앙이었기 때문에 다른 예외의 경우는 매우 희박해 보였다.

파파팟!

율은 일단 빠른 걸음으로 거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하지만 거점에 먼저 도착한 건 강풍이었다.

그는 키가 180Cm 정도로 보통이었고 머리카락은 특이하게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창 한 자루를 등 뒤에 메고 있었다.

저 창이 바로 강풍의 트레이드마크인 투신창(鬪神槍)이었다.

무려 엘리트 등급의 아이템!

원래는 유니크 급이라고 예상되었던 물건이지만 최근에 강풍이 직접 등급이 엘리트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투신창은 창이면서 동시에 창이 아닌 무기였다.

보통의 창과 다르게 창날을 제외한 창대 부근에 뭔가 요상한 것들이 잔뜩 붙어 있는 투신창은 크게 네 가지로 분리되었다.

일단 기본이 되는 길이 2m의 혈창(血槍).

그리고 창대에 꽂혀 있는 살검(殺劒과 광도(狂刀).

마지막으로 창대에 붙어 있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신갑(鬪神鉀).

투신갑은 일종의 갑옷이었다.

전형적인 경갑옷의 모습을 하고 있는 투신갑은 방어력보다 부가 능력치가 뛰어난 갑옷이었다.

강풍은 기본적으로 갑옷을 입지 않고 싸우기로 유명한 유저였지만 진짜 전력을 다할 땐 이 투신갑을 입고 싸웠다.

아직까지 그는 투신갑을 입고 있지 않았다.

투신창 역시 등 뒤에 비스듬히 메고 있을 뿐 손에 들고 있지는 않았다.

강풍은 빠르게 거점 지역에 올라간 후 조금 있다 도착할 율을 기다렸다.

그의 예상대로 한 15초 정도 차이로 율이 도착했다.

율은 도착하자마자 곧장 강풍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멸왕의 검술이 위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패도(覇道)의 길을 가는 게 제일 좋았기 때문에 율은 일부러 더 공격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쩌저저정!

빙룡과 화룡이 투신창과 격돌했다.

강풍이 정확히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단지 포스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일 것이라 예상할 뿐이었다.

포스와 포스의 격돌.

율의 검은색 포스와 강풍의 푸른색 포스가 강하게 충돌하며 사방으로 충격파가 뻗어나갔다.

“하앗!”

율은 곧장 몸을 돌리며 대검과 대도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내려찍기 공격에 이은 연속공격!

하지만 강풍은 어렵지 않게 투신창을 옆으로 세우며 이번 공격 역시 막아냈다.

까가강!

일단 거점 지역에 두 사람 모두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거점은 누구 한 명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인사나 하지요. 전 강풍이라고 합니다.”

강풍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선율.”

율은 간단하게 이름을 말한 후 곧장 손에 들고 있던 대검과 대도를 빙그르 돌렸다.

휘리릭! 파팟!

반 바퀴가 돌아간 대검과 대도를 다시 강하게 잡는 율.

그리곤 곧장 반대쪽 허리를 향해 대검과 대도를 휘둘렀다.

츠츠츠츳!

계속되는 공격.

하지만 강풍은 가볍게 그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아주 간단한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피해낸 강풍.

이게 바로 강풍의 특기 중 하나인 정밀회피 기술이었다.

이 기술이야말로 지금의 강풍을 있게 해준 최강의 기술이었다.

이건 스킬로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었다.

강풍의 몸이 스스로 익힌 완벽한 리얼 스타일의 기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 강할 수밖에 없는 정밀회피.

하지만 율은 이것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한 상태였다.

‘이미 엘리스에게 지겹게 당해봤다!’

율은 두 자루의 대검과 대도로 허공을 휘두르던 그 탄력을 그대로 이용해 몸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곧장 오른발을 뻗으며 강력한 오른발 회전 발차기를 시전했다.

엘리스에게 배운 멋진 토네이도 킥이었다.

꽝!

“으음!”

이번 기술엔 강풍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오른팔을 들어 방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자신의 정밀회피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 타이밍에 맞춰 연속 공격을 성공시킨 율의 움직임은 그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투신이었다.

투신이란 이름이 그에게 붙은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휘이잉!

율은 옆구리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을 감지하고 곧장 몸을 옆으로 비틀며 몸을 숙였다.

촤아아!

율의 어깨 부근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강풍의 투신창.

그 와중에 강풍 역시 역공을 했던 것이다.

일진일퇴의 공방전.

두 사람의 전투는 왠지 정말 엄청 뜨거워질 것만 같아 보였다.

“아! 대단하네요. 선율 선수의 저 발차기는 정말 감각적입니다.”

전 세계의 게임 방송국 중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GNN.

전 세계에는 수많은 게임방송사들이 존재했지만 한국의 GNN은 그 중에서도 단연 톱이었다.

오죽하면 기존의 대형 일반 방송사들마저 GNN의 규모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GNN의 방송 중 거의 50% 이상은 검마노에 대한 중계였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시청률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혈천대전 4강전을 중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해설자이자 그 자신도 검마노의 네임드 유저였던 워마스터 강민.

게임 내부에선 그저 평범할지 몰라도 게임 밖에서 해설자로서는 최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던 검마노의 백과사전 최영호.

최고의 해설로 유명한 두 사람이 이 경기의 해설을 맡은 상태였다.

게임 방송계의 전설적인 캐스터인 성준호와 함께 세 사람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발차기도 대단하지만 강풍 선수의 반격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단지 공수를 한번 교환했을 뿐인데… 두 선수의 역량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강민의 말을 받아 얘기하는 최영호.

“정말 짧은 시간이었는데 이 선수들은 벌써 몇 번씩 공격을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강풍 선수야 워낙 실력이 널리 알려져 있는 선수라 그리 놀랍지 않은 장면이라지만… 선율 선수의 움직임은 정말 놀랍네요. 방금도 강풍 선수의 공격을 너무나 깔끔하게 피해냈어요.”

성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영호의 말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오오! 말씀하신 순간 강풍 선수 특유의 롤링어택입니다!”

롤링어택은 강풍이 투신창을 돌리며 빠르게 돌격해 적을 압박한 후 제압하는 공격 패턴을 의미했다.

“이에 대처를 잘못하면 바로 밀려서 게임이 끝날 수도 있어요!”

롤링어택을 우습게보다간 정말 큰일 날 수가 있었다. 물론 율이 그걸 우습게 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선율 선수의 움직임이 아주 좋네요. 롤링어택은 방어하거나 뒤로 물러나 피하는 것보다 저렇게 옆으로 피하는 게 최고죠.”

최영호는 검마노의 백과사전답게 롤링어택을 방어하는 최선의 자세를 설명했다.

“정말 멋진 옆 구르기네요. 흔히 보통 유저들이 저런 동작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이루어지는 저런 동작은 그 어떤 특별한 스킬보다 더 강력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강민의 해설.

“선율 선수, 옆으로 구르며 바로 작은 구슬을 바닥에 던집니다!”

성준호가 급박한 말투로 얘기를 이어갔다.

퍼펑!

구슬이 터지며 피어오르는 연막.

“아! 연막탄입니다.”

“타이밍이 좋네요. 이어지는 강풍 선수의 연속 공격을 방지하고 기습을 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연막탄 투척입니다.”

“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강풍 선수가 이 정도 연막탄에 당황할 리가 없죠.”

강민의 말은 사실이었다.

강풍은 연막탄이 터져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곧장 창을 세운 후 그 창을 한 점을 향해 찔렀다.

퍼퍼펑!

창에 어린 포스가 연막탄을 밀쳐내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그 구멍은 곧장 율을 향해 이어졌다.

“연막탄을 무시하는 강풍 선수의 공격!”

율은 빙룡과 화룡을 교차시키며 그 공격을 막았다.

쩌저정!

포스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비산되며 연막탄의 효과마저 멀리 날려버렸다.

“대단합니다!”

“저걸 저렇게 막네요!”

“선율 선수 정확하게 방어했습니다!”

해설자들과 캐스터는 그저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강풍은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곧장 투신창을 회수한 후 창을 가슴 앞에 세웠다.

“이건 투신갑인가요?”

“벌써 투신갑이 나오네요! 빠릅니다!”

“이건 분명 강풍 선수가 선율 선수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파파팟!

투신갑이 빠르게 강풍의 몸에 착용되었다.

한 자루의 혈창을 들고 살검과 광도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강풍.

이 상태야말로 강풍이 전력을 다한다는 것을 뜻했다.

지이이잉!

그 순간 혈창 끝으로 포스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투신갑에 이어 섬멸창도 곧바로 나옵니다! 이거 오늘 강풍 선수가 속전속결로 마음먹었네요.”

“이걸 과연 선율 선수가 막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수많은 강자들이 저 섬멸창에 무너졌습니다! 선율 선수, 만약 섬멸창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나온 거라면… 거의 필패(必敗)입니다.”

해설자들이 잔뜩 흥분해서 얘기하는 섬멸창.

그것은 투신 강풍의 강력한 스킬이었다.

창끝에 포스를 집중시켜 무엇이든지 파괴할 수 있는 포스의 창날을 만들어내는 기술.

그것이 섬멸창이었다.

설명은 간단했지만 섬멸창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섬멸창도 일종의 포스 블레이드였지만 평범한 포스 블레이드로 생각하고 같이 맞부딪쳤다간 곧장 쓰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섬멸창은 이름 그대로 부딪치는 모든 걸 섬멸해버렸다.

포스 블레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신 포스 소모가 커 장시간 운용할 수는 없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강풍은 이 단점을 순간순간 공격을 넣을 때만 섬멸창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커버했다.

그 타이밍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잡아내는지는 신기할 정도였지만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강풍의 섬멸창이 더 무서워질 수밖에 없었다.

퍼퍼퍼펑!

허공을 가르는 혈창.

율은 일단 정면 대결을 피하며 계속 뒤로 물러났다.

“일단 피하는 걸로 결정한 건가요?”

“하지만 저 방법은 결국 한계를 드러냅니다. 강풍 선수의 특기가 섬멸창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강민의 정확한 지적.

그리고 그 지적대로 움직이는 강풍.

스스슷!

강풍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섬멸창과 함께 강풍이 가진 또 하나의 강력한 스킬, 바로 섬전보(閃電步)였다.

빠르게 율을 향해 접근하는 강풍.

율이 벗어나는 것보다 강풍이 붙는 게 더 빨랐다.

괜히 강풍이 투신이란 좋은 별호가 있음에도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광견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광견.

강풍은 적어도 자신이 결정을 내린 것에 한해서는 절대 물러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해도… 그는 끝까지 따라붙어서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바로 지금처럼!

“선율 선수 위험합니다!”

츠리릿!

율을 향해 내리쳐지는 혈창.

이대로 혈창에 맞는다면 한 방에 게임 아웃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율의 표정은 평온했다.

촤아아아!

바로 그때 빙룡과 화룡에서 검은색 포스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파멸쌍대검술 더블 윙’을 한계치까지 뿜어내는 율.

율은 곧장 그 두 장의 날개를 하나로 합치며 혈창을 막았다.

힘에는 힘.

이게 율이 내린 결론이었다.

특히 파멸쌍대검술의 파괴력은 어디 가서 빠지는 파괴력이 아니었다.

아무리 섬멸창이 강력하다고 해도 수천 년 전 전설로 남은 파멸왕의 검술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쩌저저저저정!

하늘과 땅을 울리는 충격음.

강풍의 푸른색 포스와 율의 검은색 포스가 미친 듯이 옆으로 튀어나가며 사방을 뒤집어엎었다

“이, 이… 건!”

“대, 대단합니다. 섬멸창을 힘으로 막았습니다.”

“힘 대 힘! 엄청나군요!”

모두가 놀랐다.

설마 여기서 율이 힘으로 섬멸창에 맞설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놀람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점점 하나로 합쳐지는 빙룡과 화룡.

율은 두 대검과 대도를 하나로 합치며 포개 잡았다.

파멸쌍대검술 필살기(必殺技) 멸천(滅天)이었다.

두 자루의 무기가 하나로 합쳐져 하늘마저 멸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기술… 당연히 율이 뿜어내는 포스는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전력을 다해 강풍을 밀어붙이는 율.

점점 검은색 포스가 푸른색 포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크윽!”

처음으로 강풍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는 건 오히려 더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 힘을 집중해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광견의 오기가 발동되었다.

빠드득.

이빨을 꽉 물며 모든 힘을 끌어내 버티는 강풍!

그러자 다시 푸른색 포스와 검은색 포스가 팽팽하게 대치하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직!

용호상박(龍虎相搏).

진짜 전설 속의 용과 호랑이가 싸우면 이러할까?

단순히 창과 검(도)을 맞대고 있는 것일 뿐인데 그 치열함과 긴장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무 말도 못하게 할 정도였다.

“으아아아!”

“크아아아!”

드드드드!

놀랍게도 경기장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포스가 지닌 힘의 한계점까지 치솟는 두 사람의 포스.

결국 푸른색과 검은색 포스는 서로 뒤엉키며 혼돈의 포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혼돈의 포스는 매우 불안정했다.

그리고 강력했다.

꽈과과광!

한계를 넘어선 포스들은 혼돈의 포스를 내뿜으며 폭발했다. 동시에 큰 데미지를 입으며 뒤로 튕겨져 나가는 율과 강풍.

그 순간 율은 ‘세계수의 보호’를 이용해 데미지를 줄였고, 강풍은 투신강기(鬪神罡氣)를 이용해 데미지를 줄였다.

데미지 감소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한 번에 쓰러질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놓치지 않았다.

‘한 방… 한 방으로 승부가 갈린다!’

두 사람은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먼저 움직인 건 강풍이었다.

강풍의 섬전보.

그 섬전보 중에서도 강풍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으며 아꼈던 스킬인 극 섬전행(極閃電行)!

그 스킬이 발동되며 강풍은 순식간에 율의 앞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파츠츠츳!

다시 한 번 율을 향해 혈창을 내리찍는 강풍.

누가 봐도 이 공격을 율이 막아내기란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율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강풍이 내리친 혈창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숨기고 숨겼던 최후의 비기를 사용했다.

‘아이템 스킬 사용, 블링크!’

율은 아플란의 금반지를 사용했다.

0.5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순식간에 마법수식이 완성되며 율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팟!

너무나 간발의 차이였을까?

혈창이 율의 환영을 가르며 지나갔다.

마치 반쪽이 나버린 것 같은 율의 모습. 하지만 율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아플란의 금반지에 깃들어 있는 마법인 블링크를 이용해 결정적인 위기를 벗어났던 것이다.

그는 위기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반격의 기회까지 잡았다.

강풍은 공격 성공을 확신하고 온 힘을 다해 창을 내리쳤기 때문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고… 마침 블링크로 이동한 곳이 바로 강풍의 등 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기에 율이 확실히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간다!’

율은 아직 멸천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였다.

방금 전 강풍과의 격돌에서 거의 대부분의 포스를 써버린 율이었지만 한 방의 카운터 공격을 넣을 정도의 포스는 남아 있었다.

츠츠츠츳!

율이 양손으로 동시에 잡고 있던 빙룡과 화룡에서 검은색 기운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 멸천의 포스는 곧바로 강풍의 등 뒤에 꽂혔다.

‘됐다!’

율은 강풍의 등을 파고드는 멸천의 포스를 보며 공격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이 한 방이라면… 틀림없이 강풍은 쓰러질 것이기 때문에 승리를 따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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