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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타락한 현자 (31/95)

4. 타락한 현자

아플란이 크게 분노하자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초 5분 정도는 아플란이 수비를 하고 율과 엘리스가 공격하는 형식이었다면, 그 뒤 20분은 율과 엘리스가 최대한 피하거나 방어하고 아플란이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하는 형식으로 되어버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아플란이 앞뒤 안 가리고 고급 마법들을 난사하기 시작하자 엘리스와 율이 공격할 틈이 오히려 사라졌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실제로 아플란은 최선의 방어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율과 엘리스 역시 대책 없이 그저 방어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아플란의 마나에 주목했다.

아무리 아플란이 많은 양의 마나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고급 마법을 난사하다간 결국 마나가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크게 분노한 아플란은 그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아플란의 공격이 너무 거세고 강력해 율과 엘리스는 정말 간신히 피하거나 막고 있는 실정이었다.

결국 승부는 아플란의 마나가 먼저 바닥이 나느냐, 아니면 율과 엘리스가 먼저 쓰러지느냐로 결정될 것만 같았다.

퍼퍼퍼펑!

아플란의 전방이 동시에 폭발했다.

6클래스 마법 ‘라인 익스플로전’의 효과였다.

율과 엘리스가 간발의 차이로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나며 바닥을 뒹굴었다.

스텝도 제대로 밟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회피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동작이었다.

라인 익스플로전에 이은 공격은 ‘화염의 비’라 불리는 5클래스의 광역 마법이었다.

워낙 유명하고 쉽게 배울 수 있는 광역 마법이라 그 파훼법도 많이 나온 마법이었지만 이런 혼전 중에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게 사실이었다.

율과 엘리스는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화염들을 피하며 일단 아플란과의 거리를 좁혔다.

어떻게 해서라도 조금이나마 반격해서 숨통을 좀 트여놔야지, 이대로 계속 공격만 당하면 정말 5분도 버틸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합!”

틈을 비집고 엘리스가 용권파를 날렸다.

꽈광!

덕분에 아플란은 화염의 비 캐스팅을 멈추고 블링크를 이용해 공격을 피했다.

이걸로 약간이나마 숨을 돌리 수 있게 된 율과 엘리스는 다시 제대로 몸을 추슬렀다.

[얼마 남지 않았어!]

[5분? 아니 3분만 더 버티면 될 거 같은데.]

율과 엘리스는 빠르게 파티말로 의견을 교환했다.

둘 모두 아플란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눈치 챘다.

마지막 불꽃을 마구 태우고 있는 아플란.

그 불꽃에만 휘말리지 않는다면 승리는 율과 엘리스의 것이었다.

물론 그 둘도 아플란 만큼이나 지친 건 사실이었다.

전투 시간이 30분에 가까워지며 이래저래 율과 엘리스도 마지막 밑바닥 힘까지 끌어내 싸우는 중이었다.

‘남은 소울에너지는 대략 14% 정도인가?’

율은 남은 소울에너지를 체크했다.

이미 아플란이 미친 듯이 공격을 시작할 때부터 슈나이더의 영혼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의 소울에너지를 남길 수 있었다.

‘이길 수 있다!’

이쯤 되자 율은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다.

힘겨운 전투의 끝.

그 끝이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대상 엘리스!”

율은 마지막 남은 소울에너지를 전부 쥐어짜서 바바리안의 전설 타이온의 영혼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영혼을 곧장 엘리스에게 주입시켜 주었다.

어차피 아플란은 거의 반쪽짜리 보스 몬스터가 된 상태였다.

물론 이대로 시간을 주면 마나를 회복하고 다시 미친 듯이 날뛰겠지만, 율과 엘리스로선 그 시간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엘리스의 딜링을 극대화시켜 주기 위해 선택한 영웅 타이온.

타이온의 영혼으로 인해 엘리스는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마나가 바닥난 아플란은 거의 샌드백 수준이었고, 그 샌드백을 엘리스가 폭발적인 힘으로 미친 듯이 두들겼다.

단, 5분.

5분 만에 아플란은 결국 쓰러졌다.

거의 40분 동안 계속되었던 혈투.

40분 동안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던 전투였다.

쿠쿵!

힘을 잃고 쓰러지는 아플란.

드디어 길고 길었던 청백산에서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띠링, 불사인 아플란의 육체를 쓰러트렸습니다.

띠링, 육체가 사라지며 안쪽 제단을 감싸고 있던 보호 마법이 모두 해제되어 아플란의 영혼이 담겨 있는 생명석이 드러납니다.

띠링, 아플란을 지배하고 있던 마기(魔氣)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며 그와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띠링, 아플란의 유물을 얻을 자격을 얻었습니다.

띠링, ‘진정한 영웅들의 서사시’ 숙련도가 0.03올랐습니다.

띠링, ‘영웅들의 서사시’ 숙련도가 0.04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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