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음유시인 (16/95)

2. 음유시인

띠링, 굉장한 열창을 했습니다.

띠링, 열창으로 인해 특수능력치 예술이 10올랐습니다.

띠링, 당신의 열창은 도리안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도리안들은 당신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고, 그 결과 당신에게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띠링, 도리안 족과의 친화도가 대폭 상승해 ‘매우 친밀함’이 되었습니다.

띠링, 도리안 족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마을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리안의 마을은 매우 특별한 곳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특별한 마을을 방문한 최초의 유저가 될 것입니다.

띠링, ‘도리안의 인정’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띠링, 도리안 족의 장로 쿠쿠마를 찾아가 음유시인의 전설에 대해 들으세요.

……

……

드디어 도리안의 인정을 받은 율.

그의 판단은 옳았다.

흉내나 내는 음악이 아닌 자신의 음악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음유시인이란 직업 자체가 그런 것인지도…….’

검마노에서 음유시인이 배척받는 이유는 정형화된 스킬들이 전부 효과가 좋지 않아서였다.

음유시인이 아무리 최악의 인기를 기록했다지만 아예 아무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주 드물게, 정말 아주 드물게 몇몇 유저들이 음유시인을 플레이했다.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음유시인의 직업을 얻어 지금까지 알려진 그나마 가장 나은 음유시인의 스킬 몇 가지를 갈고닦았다.

그나마 음유시인을 다른 직업들과 조금이나마 차별화해 주는 찬가 3종 세트.

‘희망의 찬가’

‘용기의 찬가’

‘사랑의 찬가’

희망의 찬가는 생명력과 이능에너지를 조금씩 회복시켜 주는 노래였고, 용기의 찬가는 방어력과 공격력을 상승시켜 주는 노래였다.

그리고 사랑의 찬가는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노래였다.

이 세 가지는 음유시인의 절대 스킬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나마 희망의 찬가를 제외하곤 완벽하게 음유시인만의 버프를 제공하는 노래가 없었다.

용기의 찬가는 인첸터 계열과 신관(암흑신관) 계열의 직업들이 가지고 있는 버프 기술과 중복되었고, 사랑의 찬가는 인첸터 계열 직업들 중 몇몇이 사용하는 기술과 중복되었다.

믿을 건 결국 희망의 찬가뿐이었는데… 사실 희망의 찬가로 회복되는 생명력과 이능에너지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결과 결국 음유시인은 파티 사냥에 있어서도 인첸터와 신관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고, 최악의 직업이란 오명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몇몇 실험정신이 강한 유저들이 민첩을 주력으로 올리며 힘과 지능, 지혜를 서브 능력치로 올려서 만든 일명 ‘전투 음유시인’ 직업을 선보이면서 약간은 음유시인 인구가 늘어났지만, 그래봤자 총 유저 수와 비교하면 극소수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투 음유시인의 경우, 음유시인의 대표 스킬인 찬가 3종 세트와 몇 가지 쓸 만한 최소한의 음유시인 스킬을 배운 후 나머지 스킬들은 모두 다른 직업의 전투 스킬들을 배웠다.

즉, 음유시인이지만 노래는 거의 서브가 되고 주력은 헌터나 도적 계열 직업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전투 스킬이 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몇 가지 버프를 빼면 거의 쓸모없는 음유시인이란 직업 자체를 완전히 개조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종류의 변형 직업이 지금까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즐겨서 선택하는 마검사(인첸터 계열 마법 직업 유저들이 힘과 민첩 능력치를 주력으로 찍으며, 여러 근접 전투 스킬을 배워서 만들어진 비공식적인 직업)의 경우, 정말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변형 트리가 존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아예 총 인첸터 유저들 중 거의 절반 이상이 이 마검사 트리였을 정도이다.

전투 음유시인도 이런 마검사 트리를 흉내 내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마검사의 경우, 인첸터 마법들이 워낙 쓸 만한 게 많아서 자신이 직접 자기 자신에게 거는 버프들만으로도 상당한 능력치 상승을 가져왔기에, 그 결과 1 : 1 전투 능력에선 거의 최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음유시인은 마검사와 같은 빵빵한 버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프건 전투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 결과, 결국 마검사보다 더 전투 스킬 쪽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사실상 전투 음유시인은 음유시인 계열의 직업보단 헌터나 도적 같은 전투 직업에 더 가까웠다.

율은 이제야 왜 음유시인이 이렇게까지 몰락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중이었다.

다른 직업은 몰라도, 적어도 음유시인은 스스로를 한계에 묶어둬서는 안 되었다.

애초에 찬가 3종 세트라는 것부터가 한계였다.

그것에 묶여… 그것을 주력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진짜 음유시인의 능력인 스킬 창조의 힘을 아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한계 따위를 생각하지 않았던 율마저도 정형화된 스킬들에 빠져들어 몇 번의 실수를 경험했으니, 다른 이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 퀘스트가 끝나면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도리안들의 안내를 받으며 그들의 마을로 향하던 율은 어느 정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유시인.

율은 어쩌면 이 직업이야말로 검마노에서 가장 흥미롭고 신비로운 직업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 * *

“…그렇게 이 대륙에 13월이란 전혀 새로운 계절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 대가로 혼돈은 지오 대륙에 다른 차원의 영혼들을 유입시켜 주었지. 그것도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영혼들을…….”

길고긴 얘기가 끝났다.

도리안 족의 장로 쿠쿠마는 율에게 아주 오랜 전설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10만 년 전 혼돈(카오스)으로부터 이 세상이 만들어진 후 세상은 수많은 시대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태초에 이 세상은 지오(Gio)라고 불렸고, 단 하나의 땅 덩어리로 이루어진 이 대륙은 지오 대륙이라 불렸다.

이 지오 대륙에선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아주 오래전 지금은 신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의 지배권을 놓고 싸우기도 했었고, 신의 힘에 한발을 걸치고 있던 초월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기도 했었다.

그 뒤로 마나가 세상을 휩쓸고… 포스가 세상을 휩쓸고… 스피릿이 세상을 휩쓸고… 홀리파워가 세상을 휩쓸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 이렇게 4계절이 생겨났고 1월에서 12월까지 1년을 12개월로 나누는 기준도 만들어졌다.

먼 옛날 세상을 지배했던 신들은 이제 더 이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의 힘은 여전히 세상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고, 반신(半神)이라 불렸던 초월자들은 이제는 전설로만 대륙에 남게 되었다.

약 400년 전 있었던 큰 사건.

그 사건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단 하나의 대륙이었던 세상은 그 사건으로 인해 5개의 대륙으로 나뉘었고, 대륙에 존재하던 모든 생명체들은 엄청난 시련을 겪으며 재앙(災殃) 수준의 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특히, 대륙 전체를 지배했다고 할 수 있었던 인간들은 거의 멸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대륙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대륙마저 갈라지게 만든 그 큰 사건, 그것은 바로 차원의 경계를 허물고 나타난 다른 차원의 신 뮤온(Muon)의 등장이었다.

‘어둠의 군단’이라 불리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끌고 나타난 뮤온은 자신이 가진 신력(神力)을 이용해 대륙의 중앙에 죽음의 땅을 강제 소환시켰고… 그곳은 불사 군단의 근거지가 되었다.

물론 뮤온의 본체는 혼돈의 절대법칙에 의거해 차원의 경계를 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차원의 경계 너머에서 자신의 힘을 ‘어둠의 군단’에 전달했다.

하지만 뮤온 자체가 수많은 차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매우 강력한 신이었기 때문에 그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지오 대륙의 신들 중엔 뮤온과 같은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이 없었다.

태초에 신들의 시대를 거치며 신의 힘이 수없이 많은 갈래로 흩어졌기 때문에… 많은 신[多神]들이 존재했지만, 정작 뮤온처럼 강력한 힘을 지닌 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 어떤 신도 뮤온의 등장을 막지 못했다.

그저 뮤온이 소환한 죽음의 땅이 다른 대륙을 모두 집어삼키는 걸 막기 위해 그나마 조금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4대 신들이 각각의 힘을 발휘해 대륙을 다섯 조각으로 나눈 것이었다.

불과 빛의 신이었던 이그니아가 서쪽으로 떼어낸 대륙의 조각은 붉은 대륙이 되었고, 물과 바다의 신 이스란이 북쪽으로 떼어낸 대륙의 조각은 얼음의 대륙이 되었다.

그리고 암흑과 달의 신 아스텔로가 남쪽으로 떼어낸 대륙은 검은 대륙이 되었으며, 태양과 무(武)의 신이었던 한(韓)이 동쪽으로 떼어낸 대륙은 동방 대륙이 되었다.

당연히 뮤온이 죽음의 땅을 소환시킨 지오 대륙의 중앙 부근은 죽음의 대륙이라 불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되었다.

일단 급한 대로 대륙을 분리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뮤온이 이끄는 ‘어둠의 군단’은 건재했다.

이계의 존재들로 이루어진 어둠의 군단은 지금까지 지오 대륙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강력한 몬스터 종족들이 즐비했다.

사실상 현재 몬스터라 불리는 존재들 중 90%가 뮤온의 침공 때 차원의 경계를 넘어온 이계의 존재들이었다.

전통적으로 지오 대륙은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가 거의 드물었다.

하다못해 오크나 트롤도 몬스터라기보다는 조금 포악한 유사인종 정도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뮤온의 힘과 함께 지오로 밀어닥친 ‘어둠의 군단’은 달랐다.

그들은 진짜 몬스터라 불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오로지 파괴 본능만 살아 있는 괴물들이었다.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뮤온의 힘을 일부분 이어받은 특별한 존재, 바로 드래곤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크로메틱(Chromatic) 드래곤과 잼(Gem) 드래곤, 그리고 메탈(Metal) 드래곤으로 분류되어 있는 드래곤들이지만… 그땐 그저 드래곤이라면 단 한 종류, 바로 뮤온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크로메틱 드래곤들뿐이었다.

레드, 블랙, 그린, 화이트, 블루.

다섯 종류의 드래곤들.

이 드래곤들은 반신의 능력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였다.

그 강력한 악신(惡神) 뮤온의 힘을 일부분 이어받았기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지오 대륙에서만큼은 지오의 신들이 가질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신들의 시대가 끝나며 지오의 신들은 지오 대륙에서의 자신들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했다.

그것은 이 세상이 더 이상 신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 뒤 신들은 신계라는 다른 세상을 만들고 그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세상을 중간계(中間界)라 부르며 신들의 힘이 아닌 중간계의 힘으로 세상이 흘러가게 놔두었다.

그때의 그 결정이… 뮤온과 그가 이끄는 군단의 침공에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지만, 당시 신들은 자신들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어쨌든 뮤온의 공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해졌다.

대륙 전체로 뻗어나가는 ‘어둠의 군단’은 본래 지오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모든 종류의 종족들을 깨끗이 지워버리기 시작했다.

특히, 대륙을 지배했던 인간들은 그 ‘어둠의 군단’의 습격에 정면으로 대항했지만 ‘어둠의 군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 대륙이 ‘어둠의 군단’에 정복당하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단 10년.

그 짧은 세월 동안 지오 대륙의 대부분은 ‘어둠의 군단’에게 정복당했다.

거의 모든 인간들이 말살 당했고, 수많은 유사인종들은 ‘어둠의 군단’을 피해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쯤 되자 신계의 신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은 스스로 걸어놓은 제약 때문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이대로 중간계가 뮤온의 손에 들어가게 놔둘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제약을 피하기 위한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계책의 모태가 된 것은 ‘어둠의 군단’과 크로메틱 드래곤들이었다.

뮤온이 차원의 경계를 찢고 자신의 힘을 이용해 만든 수많은 권세들을 지오로 보낸 것처럼, 신들도 그들의 힘을 이용해 중간계와 신계를 막고 있는 경계를 뚫고 중간계로 자신들의 권능을 내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잼 드래곤이었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잼 드래곤들은 신들의 힘을 이어받은 후 곧장 지오 대륙의 모든 유사인종을 연합해 그들에게 신의 힘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곧장 뮤온의 ‘어둠의 군단’에 맞섰다.

뮤온의 힘으로 무장한 ‘어둠의 군단’

지오의 신들이 내린 힘으로 무장한 ‘지오 연합군’

두 세력은 무려 300년간이나 처절하게 싸웠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전투가 끝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나타난 한 남자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유사인종들 사이에서도 가장 적은 숫자만 살아남았던 인간.

소수만 남은 인간들에겐 대륙을 지배했던 위대한 기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유사인종들 사이에서도 가장 나약하고 쓸모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그 인간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그는 세상에 나타났던 어떤 영웅보다 나약했고 보잘것없었다.

그에겐 오크의 강한 힘도, 엘프의 강한 정신력도, 트롤의 끈질긴 생명력도, 드워프의 질긴 인내도, 하플링의 높은 지능도, 수인족(獸人族)의 다양한 능력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

인간들은 다른 어떤 종족보다 괴상한 종족이었다.

한없이 약하면서 또 한없이 강하기도 한 종족.

그렇기에 그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접근한다면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났던 그 어떤 영웅보다 강했다.

인간으로 태어나 온 세상을 떠돌며 온갖 참상을 직접 경험했고, 그 경험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그에겐 노래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그의 노래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자신의 재능을 깨달은 그는 매일같이, 정말 하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는 노래를 통해 뮤온의 ‘어둠의 군단’을 두려워하며 ‘지오 연합군’을 걱정했다.

어느새 차원과 차원의 전쟁터가 된 중간계의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는 그렇게 온 세상이 피로 물들어 버리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불태우며 이 세상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그에겐 마나도… 포스도… 스피릿도… 홀리파워도… 존재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혼(魂)을 불태우며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

처음엔 그 누구도 그런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계속 이어지는 자신들의 전투에 빠져, 싸우고 또 싸울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혼을 담은 그의 노래는 아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세상을 변화시켰다.

음유시인들의 등장.

각종 유사인종들 사이에서 그와 비슷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나타났다.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을 달래는 노랫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혼을 담은 노랫소리는 결국 지오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어느 날,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를 만들어낸 건 ‘암흑의 군단’도 그렇다고 ‘지온 연합군’도 아니었다.

음유시인들의 혼을 담은 노래.

그 노래가 변화를 만들었다.

노래로 표현된 그 간절한 갈망은 차원의 절대법칙을 만든 ‘혼돈(카오스)’을 불러들였다.

혼돈의 등장.

놀랍게도 혼돈은 절대적인 힘을 이용해 중간계의 세 번째 드래곤 일족을 만들어냈다.

메탈 드래곤… 골드 드래곤과 실버 드래곤으로 분류되는 최강의 드래곤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혼돈의 힘을 이어받은 메탈 드래곤들의 힘은 가히 무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무적의 힘을 이용해 혼란스러운 지오 대륙을 정리했다.

단 한 달.

그 한 달 만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뮤온이 강제로 만들었던 차원의 틈새는 골드 드래곤 카이어스가 틀어막았고, 신계와 중간계를 이어주던 통로는 실버 드래곤 그라이노가 막아버렸다.

그렇게 두 절대적인 힘의 공급이 사라지자 지오 대륙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고, ‘어둠의 군단’과 ‘지오 연합군’은 지오 대륙에 그대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큰 전쟁은 끝나도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메탈 드래곤들의 간섭으로 더 이상의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중간계의 균형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특히, 아직도 엄청난 숫자가 남아버린 ‘어둠의 군단’에 비해 신들의 힘을 이어받아 일당백(一當百)으로 전투를 진행시키던 유사인종들은 너무 적은 숫자만 살아남았다.

상황이 이대로 유지되면 결국 실질적인 중간계의 주인은 ‘어둠의 군단’으로 이 세계에 온 각종 몬스터들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나섰다.

혼돈의 힘을 불러들인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4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노래를 불러 결국 이미 한 번의 기적을 일으킨 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별로 남지도 않은 자신의 생명력조차 마저 불태우며 마지막으로 모든 음유시인에게 전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는 메탈 드래곤들에 의해 온 세상에 울려 퍼졌고… 그 노래를 들은 세상의 모든 음유시인은 그가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져가며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른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1만의 음유시인.

그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 마지막 ‘영혼의 노래’를 불렀다.

균형이 무너진 이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기 위한 그들의 숭고한 희생.

무려 한 달 동안이나 계속된 음유시인들의 ‘영혼의 노래’는 지오 대륙의 자전 주기마저 변화시켰고, 그 결과 그들이 노래를 부른 한 달은 지오 대륙이 공전과 자전을 멈추게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13월.

봄도 여름도, 그렇다고 가을도 겨울도 아닌… 4계절의 날씨가 마구 뒤섞여서 나타나는 혼돈의 달.

13월은 결국 두 번의 기적을 일으킨 절대적인 힘… ‘혼돈’에게 바치는 제물과 같은 것이었다.

어쨌든 음유시인들은 그렇게 하나둘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붓고 쓰러졌다.

그렇게 그들의 희생이 한 달 동안 이루어진 그곳은 ‘소울시티(Soul City)’라 불렸고… 그들의 희생은 정말 또 한 번의 기적을 불러왔다.

‘결국 유저들의 영혼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은… 음유시인들이 만들어낸 기적 때문이었군.’

율이 지금 들은 이 얘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비사였다.

유저들이 알고 있는 역사는 악신 뮤온의 침공과 그에 맞서 싸운 지오 대륙의 연합군.

그리고 한 영웅의 희생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는 정도뿐이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영웅이 뮤온의 세력을 물리치고 평화를 찾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진정한 비밀의 역사를 듣게 된 율.

그는 이제야 검마노의 세상이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어떤 의미에선 단순한 아이템이나 칭호보다 더 대단한 것을 얻은 율.

이 숨겨진 이야기의 가치는 율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했다.

“자네는 진정한 음유시인들의 전설을 찾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소울시티를 찾아가게… 그곳엔 모든 음유시인의 전설이 숨겨져 있다네.”

띠링, 쿠쿠마가 들려준 전설은 당신에게 또 다른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띠링, 숨겨진 퀘스트 ‘소울시티를 찾아서’가 생성되었습니다.

띠링, 처음으로 자신들의 친구가 된 ‘불멸의 영혼’을 지닌 이에게 쿠쿠마가 도리안의 비밀 악보를 공개했습니다.

띠링, 비밀 악보는 총 3가지입니다. 그 중 단 한 가지만 고를 수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비밀 악보…….’

“자네라면 이 음악을 연주할 자격이 있지. 암~ 충분해. 한 번 들어보고… 자네가 원하는 걸 골라보게.”

[도리안의 검][000.000]

: 도리안들은 분쟁을 즐기지 않지만… 자신들을 위협하거나 억압하는 존재가 있으면 그 즉시 대항했다. 그들은 자유를 사랑하는 만큼 그 자유를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소모에너지 : 소울에너지 20

능력 : 연주가 끝나는 즉시 목표물 주변에 강력한 유형(有形)의 검이 소환되어 최대 15초간 공격을 한다.

특이사항 : 단 15초 만에 연주를 끝낼 수 있는 매우 짧은 멜로디(연주를 한 시간 만큼 검이 소환되어 공격한다), 재사용 대기시간[40초].

특수능력 : 없음.

[도리안의 달빛][000.000]

: 도리안들은 달빛을 너무 좋아해 그 달빛의 기운을 흉내 낸 자신들의 힘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힘은 마치 진짜 달빛과 같이 포근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소모에너지 : 소울에너지 30

능력 : 연주가 끝나는 즉시 자신과 자신이 지정한 한 명의 파티원의 최대 생명력이 20%씩 증가하고(1분 유지), 1초당 1%의 생명력이 회복되었다(10초 유지).

특이사항 : 연주시간(30초), 재사용 대기시간[5분].

특수능력 : 없음.

[도리안의 그림자][000.000]

: 도리안들은 은신의 달인이었다. 그들의 독창적인 은신법은 모두 노래로 만들어졌다. 노래를 이용한 그들만의 숨기… 그것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소모에너지 : 소울에너지 25

능력 : 연주가 시작되면 서서히 몸을 숨길 수 있다. 연주 시작 후 10초가 지나면 완전한 은신상태가 된다.

특이사항 : 30초 연주에 10분 지속. 은신 랭크(S)의 고급 은신 스킬이라 어지간한 탐지 마법(스킬)엔 걸리지 않는다. 재사용 대기시간[11분].

특수능력 : 은신상태에서는 ‘도리안의 습격(B)’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호오…….”

율은 세 노래를 모두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세 노래 모두 굉장히 뛰어난 노래였다. 무엇을 골라도 나머지 두 개가 아까울 것 같은 상황.

하지만 여기서 무리하게 다른 노래들까지 욕심내다가는 자칫 애써 올려놓은 도리안들과의 친밀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흐음…….”

율이 잠시 고민하며 세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할지 생각해보았다.

율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리안의 그림자… 이걸 배우고 싶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도리안의 검’과 ‘도리안의 그림자’를 놓고 살짝 고민하던 율은 과감히 그림자 쪽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건 공격 스킬보다는 은신 스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은신 스킬의 특성상 은신 상태에서 무슨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줄 스킬로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선택이네.”

띠링, 도리안의 비밀 악보 ‘도리안의 그림자’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네가 앞으로 가야 할 여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주는 거니 받아두게.”

띠링, ‘영혼의 나침반’을 얻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그걸 들고 현자 아플란을 찾아가면 아마도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줄 걸세.”

일단 주는 건 받고 보는 게 좋았다.

띠링, 숨겨진 퀘스트 ‘소울시티를 찾아서’의 하위 퀘스트 ‘현자 아플란’이 생성되었습니다.

중요한 비사를 들은 건 물론이고 비밀 악보도 하나 배우고 선물까지 받았다.

이제 쿠쿠마에게 더 이상 받거나 들을 얘기는 없었다.

6개월 전 간단한 퀘스트로 시작되었던 지옥과도 같은 연계 퀘스트는 결국 히든 퀘스트로까지 이어졌다.

히든 퀘스트는 일명 무(無)등급 퀘스트로 유명했는데, 등급이 없는 이유는 난이도가 제멋대로였기 때문이다.

일단 평범하게 받을 수 없는 숨겨진 퀘스트는 모두 히든 퀘스트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이 히든 퀘스트가 어떤 건 굉장히 쉽게 클리어가 가능했고, 또 어떤 것은 당최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어려웠다.

물론 보상은 난이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히든 퀘스트라…….’

율은 일단 자신이 받은 히든 퀘스트는 절대 난이도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이 퀘스트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험난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퀘스트 역시 굉장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을 게 분명했다.

Quest [소울시티를 찾아서]

: 음유시인들의 공동묘지라 불러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음유시인들의 위대한 기적이 만들어진 곳이라 불러야 할까? 어쨌든 당신이 음유시인이라면 ‘소울시티’를 찾는 것은 의무일지 모른다. 하지만… ‘소울시티’를 찾기 위해선 수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만 같다.

보상 : ?????

진행 과정 : [현자 아플란] 퀘스트 진행 중.

기간 : 무기한

주의 사항 : 퀘스트 중이라도 퀘스트 생성 조건에서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퀘스트 소멸.

퀘스트 생성 조건 : 예술 능력치 200 이상, 음유시인 계열 스페셜클래스, 혼돈의 조각 소유, 음유시인의 길(114연계 퀘스트) 클리어, 도리안과의 친밀도 ‘매우 친밀한’ 이상.

“하위 퀘스트가 B+급이라니…….”

퀘스트의 등급은 F부터 F+, FA, E, E+, EA… A+, AA, S, S+, SS까지 다양하게 존재했다.

보통 C급만 넘어도 꽤 난이도 있는 퀘스트로 분류되었고, B급 이상이면 어지간하면 파티가 클리어하는 파티 퀘스트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파티 퀘스트도 아니면서 A였다.

즉, 상당히 어려운 퀘스트라는 뜻이었다.

“보통 퀘스트가 아니라는 건가?”

확실히 퀘스트 생성 조건만 보아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플란이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NPC의 이름이었다.

율은 하위 퀘스트 창을 열어 다른 정보가 있는지를 찾아봤다.

하지만 그곳엔 도리안들에게 정보를 얻으라는 말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하긴… 여기까지 오는 것도 만만하진 않았지.’

율은 웃었다. 어차피 쉽게 클리어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다시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도리안들을 만나볼까?”

어차피 율은 도리안들의 마을을 한번 둘러보며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읏차!”

기지개를 한번 펴는 율.

그는 확실히 1년(게임시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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