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공격력 20, 모든 능력치 +4[레벨 20]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 : 생성되지 않음.
상태 : 양손대검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0]
조각파괴 : 무(無)
“하압!”
하단전에서 치솟아 오른 포스는 곧장 율이 들고 있던 검은색 양손검을 타고 바깥으로 분출되었다.
폭풍검기(暴風劍氣)라 불리는 공격.
물론 아직 랭크가 1밖에 되지 않는 기술이라 과거 폭풍검 베논이 사용했을 때처럼 검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진짜 폭풍을 만들 정도는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쥬신 근처의 숲속에 있는 회색 고블린들에겐 충분히 두려운 공격이었다.
콰광!
키에에엑!
레벨이 거의 30에 가까운 회색 고블린들이었지만 레벨이 20밖에 되지 않은 율에게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했다.
물론 율이 이렇게 회색 고블린들을 학살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밖에 없었지만 그는 최대한 이 시간을 활용해 고블린들을 쓸어버렸다.
‘남은 시간은 24초…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지금 빠져나가야 해.’
율은 시간 분배를 철저히 하며 절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괜히 어설프게 소울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 고블린 무리들에게 포위당하게 되면, 바로 사망이라 볼 수 있었다.
“으압!”
다시 한 번 남아 있는 포스를 전부 끌어내며 오른발로 강하게 땅바닥을 찍었다.
퍼퍼펑!
주변 10m 반경으로 퍼져나가는 포스의 기운.
순간 율 주변으로 모여들었던 회색 고블린들이 충격을 받고 뒤로 밀려났다.
폭풍숨결이라 불리는 광역 넉백(knock Back) 기술이었다.
그 기술로 빠져나갈 틈을 만든 율은 일말의 미련도 두지 않고 곧장 회색 고블린 무리를 뚫고 뛰쳐나왔다.
폭풍검 베논의 독문 신법인 질풍보(疾風步)를 밟으며 빠르게 전선에서 이탈한 율.
회색 고블린은 도저히 그런 율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3… 2… 1… 해제!’
안전한 지역까지 빠르게 물러난 율은 영혼 강림 해제로 느껴질 괴리감에 대비했다.
어쩌면 율에게 가장 취약한 순간이 바로 지금일지 몰랐다.
영웅의 영혼이 주는 힘이 사라지며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 순간 아주 잠깐 상반된 두 몸의 차이로 인해 약 3~4초간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큭!”
어지러움과 함께 무력감이 찾아왔다.
처음엔 중심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이 있었지만 이젠 어지러움을 느끼며 잠깐 온몸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영웅 베논의 영혼이 사라지며 그가 잠시 율에게 허락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휴우~ 결국 마지막에 잡은 놈이 떨어트린 아이템은 수거하지 못했네.”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웅들의 영혼을 이용한 사냥은 늘 이렇게 줄타기하는 것처럼 해야 했다.
자신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었지만… 사냥의 연속성에 있어서는 매우 좋지 않았다.
결국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냥 속도였다.
물론 율은 그러한 자신의 단점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기 위해 소울에너지 수치가 낮아지면 ‘불타는 대지’나 그밖에 노래들을 부르며 기본 스킬들의 숙련도를 올렸다.
특히, 율은 자신이 가진 특수능력치인 예술이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능력치인지 깨닫게 된 후로 전보다 더 꾸준히 노래를 불렀다.
연구 결과 예술 능력치는 소울에너지의 회복 속도는 물론이고 소환되는 영웅의 영혼이 가지는 기본적인 능력치들에도 영향을 주었다.
즉, 예술 능력치가 높으면 더 완벽한 ‘영웅들의 서사시’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곧 소환된 영웅의 영혼이 가지는 능력치와 연관이 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아직 확실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예상이 맞는다면 궁극적으로는 그가 가진 거의 모든 스킬에 예술 능력치가 영향을 줄 게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율은 꾸준히 노래를 부르며 여러 숙련도와 예술 능력치를 올렸다.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율이기에 이것은 마치 돌 하나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죽어라 노력하는 이보다 더 무서운 이가 바로 마음껏 즐기는 이였다. 그렇기에 율의 성장은 무척이나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레벨 20이 되었으니… 드디어 경매장을 이용할 수 있겠군.”
레벨 20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의 도시 시설물을 이용하지 못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레벨 20이 되어 쥬신의 정식 시민권을 얻어야만 쥬신의 공공 시설물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시간도 늦었으니 일단 다시 쥬신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강해졌다.
최대 30%까지 더 강해지는 몬스터들… 물론 그만큼 획득 경험치와 보상이 더 좋아졌지만 굳이 무리를 하며 사냥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레벨 20을 찍은 이상 필히 쥬신으로 돌아가 시민권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경매장은 물론이고, 정식으로 라이프 스톤에 영혼을 등록시켜야만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라이프 스톤에 정식으로 영혼이 등록되어 있지 않을 경우 쥬신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권을 얻는 건 필수였다.
또한 라이프 스톤에 정식으로 영혼을 등록할 경우, 그 라이프 스톤을 이용해 간단한 버프도 받을 수 있었고, 또한 몇 가지 반복 수집 퀘스트도 받을 수 있었다.
이것들은 레벨이 낮을 때 매우 유용한 것들이었다.
“휴~ 다시 돌아가는 것도 일이네, 일이야.”
율은 쥬신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와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사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럴 경우 돈이 많은 고레벨 유저들은 영혼의 귀환을 타투로 몸에 새겨서 사용하거나 값비싼 귀환 주문서를 이용해 한 방에 마을로 돌아갔지만… 율은 돈도 돈이었지만 일단 그런 것들을 사용할 수 없는 레벨이었기에 그저 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레벨 100이 되면 탈것을 등록해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선 그저 레벨을 올리는 게 제일 좋았다.
흔히 레벨 50이 넘지 않는 유저들을 검마노의 제대로 된 유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은 제대로 된 각종 시스템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PK만 같은 경우도 사실상 50레벨 이하의 유저들은 PK를 막을 힘이 없다.
검마노는 완벽한 자유 PK를 추구하는(마을 안과 같은 가드가 존재하는 안전지대 제외) 게임이라 PK를 막으려면 ‘수호주문서’라는 주문서를 사야 했다.
이 주문서는 일종의 플레이어 선공 방지용 주문서였다.
이 주문서를 사용하면 ‘빛의 보호’라는 버프가 걸리고, 이것이 걸린 유저는 다른 플레이이어가 절대 먼저 공격할 수 없었다.
물론 이 버프는 악행수치를 1이라도 올리는 행동을 할 경우(다른 이를 공격하거나 다른 이의 아이템을 훔치는 것 같은 나쁜 행동들) 곧바로 사라졌지만, 어쨌든 자신이 정당한 플레이를 즐긴다면 절대로 공격당할 리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 주문서를 사용하려면 50레벨이 되어야 했다.
주문서의 유지 시간은 플레이어가 로그아웃하는 그 순간까지였다.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보통의 유저들에겐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수호주문서’.
검마노엔 이러한 다양한 시스템이 아주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레벨 50을 넘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레벨 50이하의 유저들 같은 경우는 죽음에 대한 페널티 또한 전혀 없기 때문에 저레벨 유저를 무한 PK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죽자마자 아무런 페널티도 없이 소울스톤에서 바로 부활할 수 있었다.
오히려 50레벨 이하의 저레벨 유저들은 플레이어에게 죽을 경우 ‘죽음의 선물(10분간 이동속도와 생명력+20%)’ 버프를 받게 되어 전보다 더 좋아졌다.
다시 사냥터로 가는 게 조금 귀찮을 수 있었지만 어차피 50레벨 이하의 유저들은 마을 근처의 저레벨 사냥터에서 사냥했기 때문에 그다지 멀지도 않았다.
즉, 50레벨 이하의 유저를 무한 PK해서 얻는 건 끝없이 올라가는 자신의 악행수치밖에 없었다.
악행수치가 높아지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현상금이 걸리고, 각종 상점과 경매장도 이용하지 못하고… 심지어 종류에 따라 스킬을 배우는 데도 제한이 생겼다.
당연히 반대로 선행 수치가 쌓이면 좋은 점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굳이 악행수치를 쌓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도록 모든 걸 유저들의 자율 의지에 맡기는 게 검마노의 특징이었고 장점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 * *
“훌륭한 쥬신의 시민이 되길 빌겠네.”
시민권을 얻는 퀘스트는 생각보다 귀찮았다.
레벨 20이 되면 쥬신의 자치회장(NPC)에게 ‘쥬신의 역사’라는 퀘스트를 받으며 시작되는 이 16연계 퀘스트는 일명 ‘똥개 훈련’ 퀘스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만큼 쓸데없이 왔다갔다 먼 거리를 이동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율은 무려 2시간에 걸쳐 이 똥개 훈련 퀘스트를 완료했다.
하이라이트는 쥬신에 있는 108개의 수호 동상을 일일이 확인하고 돌아오는 마지막 16번째 퀘스트였다.
외곽부터 중앙까지 그 넓은 쥬신 전체에 퍼져 있는 108개의 동상을 직접 확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50분.
진짜… 탈것도 없고 순간 이동 기술도 없는 저레벨 유저들에겐 짜증나는 퀘스트였다.
이 퀘스트를 만든 이유는 쥬신의 지리를 확실히 알려주기 위한 배려였겠지만, 율처럼 이미 쥬신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겐 그저 귀찮은 퀘스트일 뿐이었다.
어쨌든 율은 두 시간 동안 고생한 끝에 드디어 시민권을 얻었다.
이것으로 이제 율은 정식으로 쥬신의 라이프 스톤에 자신의 영혼을 등록할 수 있게 되었고, 동방 대륙을 여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게 되었다.
“힘들어…….”
율은 별로 재미도 없고 흥미도 안 생기는 이런 퀘스트는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경매장으로…….’
율이 시민권을 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경매장 때문이었다.
동방 대륙 전체를 잇고 있는 이 대규모 경매장 시스템은 검마노의 명물이었다.
그곳엔 없는 게 없다고 알려졌다.
아주 작은 부품부터 최고급 장비 아이템까지 경매장은 검마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거래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사실 율은 레벨에 어울리지 않는 거액의 골드를 지닌 알부자였다.
그동안 전주비빔밥에게만 받은 골드도 만 골드가 넘었다. 원래는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도의상 골드를 계속 받기가 미안했던 율이 중간부터는 아예 안 받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났던 것이다.
사실 하루 수입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전주비빔밥이었기에 돈을 계속 받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율 스스로가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었다.
어쨌든 이 정도 돈이면 레벨 150의 유저가 고급 장비를 풀세트로도 맞출 수 있을 만한 돈이었다.
물론 레벨 250의 최고레벨 유저들에겐 그저 쓸 만한 장비 하나를 구하기도 힘든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레벨 20의 유저가 가지고 있는 돈치고는 무척 많은 돈이었다.
‘최대한 나에게 맞는 아이템을 구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쓸데없이 마구 쓸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율은 다른 유저들과는 많이 다른 아이템을 원했다.
경매장에 도착한 율은 곧장 중앙에 있는 커다란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이 거대한 게시판이 바로 경매장의 핵심이었다.
이 게시판 근처에 가면 경매장 메뉴를 활성화시킬 수 있었는데… 그것을 활성화시킨 후 여러 가지 검색 조건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검마노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단축키처럼 지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율은 손가락을 두 번 튕기는 행동을 경매장 메뉴를 불러오는 단축 행동으로 지정했다.
딱! 딱!
그의 행동에 의해 활성화되는 경매장 메뉴.
비록 율은 경매장을 처음 이용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워낙 인터페이스 자체가 간결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비교적 쉽게 자신이 원하는 검색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다.
그가 찾는 아이템은 단순했다.
힘, 민첩, 지능, 지혜 등등 이런 기본능력치는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이능 능력치만 집중적으로 봤다.
어차피 소울에너지만 충분하면 나머지 능력치는 자신의 기술로 커버할 수 있었던 그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주르르륵.
율이 설정한 검색 조건에 부합되는 아이템들이 잔뜩 나타났다.
율은 여기서 다시 한 번 검색 조건을 세분화시켜 아이템들을 나눠볼 생각이었다.
설정하고 검색하고, 또 설정하고 검색하고… 그렇게 몇 번의 분류 작업이 끝나자 드디어 율은 자신이 원하는 몇 가지 아이템을 찾을 수 있었다.
반짝이는 금반지[매직(Magic)]<장신구류>
: 금으로 만들어진 반지. 누군가 정교한 마법 수식을 새겨 놓았다. 커플링으로 써도 좋을 것 같은 반지이다.
능력 : 이능 +19
레벨제한 : 100이상
-즉시 구매가격[1000골드]
고급비단망토[매직(Magic)]<장신구류>
: 비단으로 만든 고급 망토. 정석 가루로 만든 잉크로 망토 전체에 그려 넣은 그림은 그것 자체로 마법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능력 : 이능 +24
레벨제한 : 140이상
-즉시 구매가격[1600골드]
강화된 튼튼한 가죽방어구 세트[매직(Magic)]<방어구류>
: 가슴, 어깨, 다리, 팔 등 네 가지 부위가 모두 모여서 만들어지는 세트 아이템. 튼튼한 가죽으로 만들어 방어력도 제법 높지만 결정적으로 마법을 이용해 강화시킨 덕분에 특별한 마법 능력도 지니고 있다.
개별능력 : 가슴[방어도+40, 민첩+42], 어깨[방어도+25, 이능+34], 다리[방어도+30, 민첩+37], 팔[방어도+20, 이능+31]
능력 : 2세트 효과[방어력+110], 4세트 효과[이능 +87]
레벨제한 : 200이상
-즉시 구매가격[5400골드] *개별 판매하지 않음.
축복받은 가죽부츠[레어(Rare)]<방어구류>
: 몇 가지 축복을 받은 낡은 가죽부츠. 비록 낡았지만 축복의 힘은 그 부츠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능력 : 방어도+30, 지능+20, 이동속도+5%, 이능+70, 소울에너지+5%
레벨제한 : 250이상
직업제한 : 음유시인
-즉시 구매가격[900골드]
영혼을 부르는 장갑[레어(Rare)]<방어구류>
: 영혼들의 힘이 담긴 특별한 장갑. 장갑 자체는 평범한 것이지만, 영혼들의 힘이 담겼기 때문에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능력 : 방어도+30, 지혜+20, 이능+40, 소울에너지+50
레벨제한 : 250이상
직업제한 : 음유시인
-즉시 구매가격[1000골드]
검마노에서 아이템 등급은, 노말(흰색)-매직(녹색)-레어(푸른색)-유니크(보라색)-엘리트(노란색)-레전드(주황색)로 나뉘었다.
그 외에도 등급 외의 메인 퀘스트용 아이템들이 있었지만 그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이니 보통의 등급에선 제외되어 있었다.
등급은 그렇게 나뉘어 있지만 사실 현재까지 등장한 아이템 중 최고 등급은 유니크였다.
어떤 이들은 엘리트 아이템도 등장했다고 떠들었지만 그건 거의 루머일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까지 정확하게 확인된 건 유니크 아이템이 최고였다.
검마노에선 아이템 자체가 워낙 귀한 존재였기에 매직만 되어도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특히, 레벨 250의 한계 레벨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매직 아이템으로만 장비를 맞추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레어 아이템은 레벨제한이 250에 맞춰져 있었다.
물론 아주 가끔 레벨제한이 낮은 레어 아이템도 등장했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였다.
당연히 가격은 등급 순서대로 결정되었다.
가끔 명품이라 불리는 등급을 뛰어넘는 옵션을 지닌 아이템도 등장했지만, 그건 정말 희귀한 경우였다.
하지만 율이 현재 찾아놓은 몇 가지 아이템은 그 기본적인 가격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었다.
매직보다 싼 레어, 심지어 레벨제한도 더 낮은 아이템이었건만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쌌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직업 제한에 적혀 있는 음유시인이란 글자 때문이었다.
수요가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팔리지 않았다.
가끔 직업 제한을 보지 못하고 실수로 사는 유저들을 제외하곤 거의 거래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음유시인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레벨이 250이나 되는 음유시인들은 거의 전무(全無)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경매장에 수수료를 내고 올리는 것도 아깝다며 모두 정석(情石)으로 만들어 버렸다.
율은 그게 안타까웠다. 사실 그는 좀 더 음유시인들의 직업 아이템을 구하고 싶었지만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레어 아이템 두 개를 구하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딱… 100골드 남았군. 그럼 마지막으로 재료를 좀 사고…….”
마음 같아서는 아이템을 좀 더 사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돈이 없었다.
율은 살짝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몇 가지 물건(버림받은 4명의 마스터에게 선물로 받은)들을 경매장에 올려 팔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올리지 않았다.
이미 ‘빛의 망치’의 열두 마스터들과는 어느 정도 친해진 율이었기에 도의적으로 그걸 파는 건 아닌 것 같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어쨌든 율은 자신이 고른 다섯 가지 아이템을 그 즉시 구매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100골드를 이용해 몇 가지 재료 아이템을 구매했다.
이제 잔고는 거의 0원. 율에게 완벽한 지름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근데 이상한 것은 그가 산 다섯 개 아이템은 모두 분명 율의 레벨(20)로는 착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율은 아무 거리낌 없이 즉시 구매를 했다.
이유는 뭘까?
아무 대책 없이 산 건 분명 아닐 것이다.
율의 성격상 뭔가 생각한 것이 있기 때문에 산 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율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율은 아이템을 가지고 곧장 ‘빛의 망치’의 길드원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방으로 달려갔다.
조금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공용 공방은 한산해 보였다.
정식 길드원은 아니었지만 마스터들의 허락으로 언제라도 공용 공방을 이용할 수 있었던 율이기에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방에 들어선 율은 조용히 몇 가지 재료를 꺼내 놓았다.
“레벨제한이라…….”
검마노에서 레벨제한은 그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따라 결정되었다.
‘능력치의 합이 결정하는 아이템 레벨제한…….’
스윽.
율은 자신이 샀던 아이템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무려 레어 아이템이었던 ‘축복받은 가죽부츠’.
율은 이미 여러 생산 기술을 배우며 강화 기술도 어느 정도 습득한 상태였다.
물론 가죽 세공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제대로 된 강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지금 율에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강화가 아닌 제대로 되지 않은 강화였다.
“제일 어려운 강화가… 복합옵션강화였지?”
복합옵션강화는 기존의 옵션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옵션을 부가하는 이중강화기술이었다.
예를 들어, 힘과 민첩 옵션을 지닌 아이템에 복합옵션강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체력 능력치를 추가함과 동시에 기존의 힘과 민첩 능력치도 상승시킬 수 있는 강화라는 뜻이었다.
기존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옵션강화보다 한 단계 위의 고난위도 강화였다.
검마노에서 강화는 기본적으로 무한하게 가능했지만… 대신 강화에 실패하면 지정했던 능력치가 오히려 하락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강화에 도전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특히, 율은 현재 복합옵션강화를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당연히 성공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하지만 율의 손놀림엔 전혀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율이 원하는 것은 강화의 성공이 아닌 실패였다.
강화를 하는 이유는 강화를 성공시켜 좋은 능력치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율은 그걸 반대로 생각했다.
‘강화에 실패하면 아이템의 능력치가 깎인다. 심할 경우 마이너스(-)도 된다. 그렇다는 건 즉… 아이템의 필요 레벨도 낮아진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하게 확인한 정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율은 분명 능력치의 합이 레벨제한을 결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띠링, ‘축복받은 가죽부츠’에 복합옵션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하고 싶은 옵션과 추가하고 싶은 옵션을 선택하십시오. 강화 실패시 지정한 능력치들이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지능 상승 옵션 강화, 기본능력치 지혜 상승 옵션 추가.”
마음 같아서는 체력과 민첩을 제외한 모든 능력들을 강화하고 싶었지만 율의 강화 기술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 제일 적당한 두 가지 능력만 고른 율.
그의 선택이 있자 강화는 곧바로 이루어졌다.
띠링, 띠이이!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강화에 들어가 재료가 사라지며 아이템에 (지능-6, 지혜-7)이 하락합니다.
“됐어!”
일단 성공이었다.
이제 남은 건 능력치 하락으로 레벨제한이 떨어졌는지 확인만 하면 되었다.
축복받은 가죽부츠[레어(Rare)]<방어구류>
: 몇 가지 축복을 받은 낡은 가죽부츠. 비록 낡았지만 축복의 힘은 그 부츠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능력 : 방어도+30, 지능+14, 지혜-7, 이동속도+5%, 이능+70, 소울에너지+5%
레벨제한 : 240이상
직업제한 : 음유시인
레벨제한 240.
250에서 무려 10이나 하락했다. 대성공이었다.
“역시… 예상대로였어.”
고개를 끄덕이는 율.
강화 실패를 통한 레벨제한 하락시키기.
이것은 오로지 율에게만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유저?
모든 능력치가 골고루 필요했던 다른 유저들은 아예 시도도 할 필요가 없는 짓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이렇게 계속 능력치를 하락시켜 레벨제한을 20까지 떨어트리면 되는 것이다.
물론 한 가지의 능력치라도 마이너스(-) 수치가 50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아예 강화 실패시 아이템이 파괴될 수도 있는 확률이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골고루 적절하게 능력치를 떨어트려야 했다.
“자~ 그럼 계속해볼까?”
오늘 경매장에서 사온 모든 아이템을 꺼내놓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율.
그는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형 아이템들을 오늘 전부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굉장히 무모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시도… 이 시도가 정말 율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