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직업 (7/95)

7. 직업

꽝!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는 율.

그는 분명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분노를 철저히 절제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극에 다다른 분노가 어떤 결과를 내는지 아주 어렸을 때 이미 깨달은 율이었기에 그는 감정을 누구보다 더 잘 제어할 줄 알았다.

총 10번.

죽인 광란도끼도 지독했지만, 죽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곳을 찾아간 율도 지독했다.

“후우… 적풍투귀라…….”

그것은 10번의 끈질긴 도발로 간신히 광란도끼에게 들을 수 있었던 이름이었다.

마치 적선이라도 하듯, 자신이 일을 빨리 끝낼 수 있게 도와준 대가라며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어쩌면 율이 어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쉽게 알려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말을 통해 율은 심증만으로 추측했던 범인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모든 이를 자신의 발밑에 두고자 했던 적풍투귀.

그는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아예 망가트려버리고 마는 이였다.

그렇기에 자신을 번번이 무시했던… 심지어 그가 제일 자랑스럽게 여기던 자신의 형까지 무시했던 율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

물론 그 화를 푸는 과정에서 더욱 큰 화를 느끼게 되었겠지만… 어쨌든 그는 이제 율과 완전히 상극이 되어 버렸다.

적풍투귀와 적풍대.

“…힘이라.”

율은 힘이 없었고 그쪽은 힘이 있었다.

치졸하게 힘을 길러서 똑같은 복수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할 생각도 없었다.

현재로썬 ‘빛의 망치’가 율과 가장 친한 고레벨 유저들이었지만 그들에게 기댈 생각도 없었다.

스스로 그들의 길드원이 되길 거부하기도 했고, 애초에 ‘빛의 망치’ 길드원들은 대부분 생산직 마스터를 위한 제일 평범한 메인 직업(검사, 마법사 등등)을 얻어 오랜 세월 천천히 레벨을 올린 비전투 길드였기 때문에(물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은 전투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지만) 적풍대와 갈등을 만들게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후후… 그리고 그건 복수가 아니지.”

당장 복수를 할 마음은 없었지만 만약 나중에라도 진짜 복수를 하게 된다면 율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완벽하고 철저한 복수를 할 것이다.

이게 바로 율의 스타일이었다.

“그나저나… 이대로는 안 되겠군.”

애초에 검마노에서 율이 추구한 건 자신의 재미와 흥미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일로 인해 그것이 조금 바뀌었다.

“결국 이곳도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었어.”

현실과는 조금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내면을 들여다보면 같았다.

오히려 더 원초적인… 그래서 더 알기 쉬운 게 검마노의 세상이었다.

“…얻어야 하나?”

일이 이렇게까지 되자 직업과 레벨에 대한 율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지금까지의 생각이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이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얻는 게 좋겠군.”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심할 정도로 당했는데도 율은 여전히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감정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끝이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패배일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율은 분노를 절제하며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당장 복수를 위한 힘을 기르는 어리석은 짓은 안 한다.

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무시했던 검마노에서의 힘은 일단 가져본다.

율은 그것이 어느새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된 검마노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접속을 위해 상태를 정상으로 만드는 게 먼저인가?”

현재 율은 극도의 흥분으로 인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상태였다.

열 번째 죽음과 적풍투귀라는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분노는 굉장했다.

실제로 시스템에서 강제로 접속을 끊었다는 건 정신적으로 대단히 크게 반응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감정을 차분히 다 정리한 상태였지만 어쨌든 순간적으로 강한 분노를 느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몸을 풀며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한 율.

이미 충분히 정상적인 상태가 되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좀 더 차분한 마음을 만들었다.

“가자.”

정리를 완벽하게 끝낸 율은 다시 검마노에 접속했다.

예상대로 고성엔 더 이상 광란도끼가 없었다.

검마노에서 PK(Player Kill)를 당했을 경우 상대방의 아이디를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상대방이 ‘거짓 위장’ 주문서를 사용했을 경우 다른 이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광란도끼는 일단 그 주문서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여기도 이제 나만의 장소가 아니게 되었군.”

더 이상 이곳은 안전하지 않았다.

적풍투귀가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인가?”

스윽.

율은 가상 가방에서 자신의 낡은 기타를 꺼냈다.

마지막이라면 가장 특별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띵…….

가볍게 기타 현을 튕기는 율.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머릿속으로 태양과 달이 하나가 되는 일식(日蝕)을 떠올렸다.

아주 어릴 때 일식을 보고 몇날 며칠을 그것만 생각했던 율.

그때부터 일식은 율의 마음속에 가장 성스러운 광경으로 자리 잡혔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여전히 율은 그 일식의 과정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특별하게 여긴다.

그래서일까?

그는 그 일식과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한 노래를 굉장히 좋아했다.

느낌이 꽂히면 일주일 내내 이 노래만 들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제목은 ‘해와 달’

그 노래는 삼십 년도 넘은 오래된 노래라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만… 그때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다.

율의 손이 조심스럽게 기타의 현을 튕기기 시작하며 그의 입도 천천히 열렸다.

태양을 향해 다가오는 달처럼… 천천히 그러나 웅장하게 시작된 노래는 달이 태양을 가리며 온 세상이 어둠에 휩싸인 순간 절정으로 향해 내달렸다.

그 절정을 찍은 그 순간, 다시 어둠이 빛에 의해 점차 밀려나듯이 노래 역시 점점 더 밝아질 것이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노래.

율이 이 노래를 부르자 마치 정말로 율의 주변에 일식이라도 일어난 듯 어둠과 빛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율의 광기라 표현해도 좋을 듯했다.

노래와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노래로 표현하는 율.

그의 노래는 그 자체로 그의 의지가 되었고 그의 마음이 되었다.

어둡게! 더 어둡게!

세상을 모두 뒤덮는 어둠의 향연!

율은 그 어둠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사방을 태워버릴 것 같은 율의 광기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

지금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만들어지려는 중이었다.

고오오오!

한낮의 태양을 가리기 시작한 검은 달.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정말로 일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점점 더 절정으로 치닫는 노래.

태양을 가리는 달.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스으으으으으.

점점 어두워지는 세상.

하지만 율은 이미 노래에 완벽하게 빠져들어 주변 상황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았다.

구궁!

완벽하게 태양이 가려졌다.

그 순간, 율의 노래도 절정을 찍었다.

지이잉!

절정을 찍으며 다시 전혀 새로운 밝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율.

노래는 급격하게 밝아졌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도 다시 빛이 찾아들었다.

모든 과정이 일치했다.

마치 율이 일식을 만든 것처럼, 아니 정말로 만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율은 노래에 완전히 심취하여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그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스스로의 광기를 모두 발산하고 있을 뿐이었다.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일어난 일식.

그것은 아주 잠깐 동안의 변화였다.

하지만 그 변화의 진정한 뜻은… 아무도 몰랐다.

아아아아!

노래가 끝났다.

율이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부른 그 노래… 그 노래는 결국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물론 정작 율은 그 변화를 알지 못했지만…….

띠링, 진정한 소울의 힘으로 기적을 마저 일으킬 수 있는 당신은 위대한 음악가라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띠링, 타이틀 ‘위대한 음악가(S)’를 얻었습니다.

띠링, 모든 특별하고, 특수하고, 엄청난 조건들을 만족시킨 당신은 카오스의 율법에 의거해 봉인된 혼돈의 조각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띠링, 혼돈의 조각으로 인해 마지막 숨겨진 조건을 만족시킨 당신은 ‘영혼의 음유시인’으로 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띠링, ‘영혼의 음유시인’으로 전직하시겠습니까?(Y/N)

띠링, 거부할 경우 혼돈의 조각이 회수됩니다.

“음!?”

율은 마음속의 응어리를 다 털어버리는 연주를 끝내자마자 갑자기 쏟아진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전직 메시지임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11번째인가? 이번에도 역시 스페셜클래스군.”

율의 머릿속으로 두덴의 얘기가 자꾸 맴돌았다. 하지만…….

그건 그의 말일 뿐이었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율은 천천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OK! 전직한다!”

11번째 전직 권유에 드디어 율이 결정을 내렸다.

‘영혼의 음유시인.’

그것이 어떤 직업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율은 자신에게 이 타이밍에 찾아온 이 전직이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하지 말라던 음유시인.

하지만 율은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하라고 해서 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줄 아는 율.

그렇기에 그는 ‘영혼의 음유시인’이란 직업에 충분히 만족했다.

띠링, ‘영혼의 음유시인’을 직업으로 선택하셨습니다.

띠링, 특별 경험치를 받아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이번에 한하여 보너스 능력치 5가 전부 강제로 이능(異能) 능력치에 투자됩니다.

띠링,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Shadow Weapon)]을 얻으셨습니다. 본 아이템은 메인 퀘스트용 특별 아이템으로써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당신에게 완전히 귀속됩니다.

띠링, 악보 ‘영웅들의 서사시’를 배웠습니다.

띠링, 악보 ‘불타는 대지’를 배웠습니다.

화악!

가벼운 빛이 율을 감싸며 드디어 지긋지긋한(?) 레벨 0에서 벗어나 레벨 1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율은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몇 가지 얻었는데, 놀랍게도 그중 한 가지는 현존하는 검마노 아이템 중 가장 특별하다고 알려진 메인 퀘스트용 아이템이었다.

일명 ‘메인 조각 아이템’이라 불리는 그것은 지금까지 딱 세 번 등장했었다.

게임이 서비스되면 영혼의 시대가 열린 후 등장한 ‘영혼의 조각’, 그리고 두 번째 업데이트가 시작되고 등장한 ‘도전의 조각’, 또한 세 번째 업데이트가 시작되며 등장한 ‘정복의 조각’.

이 조각 아이템들은 일종의 업데이트를 책임지는 열쇠 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영혼의 조각 5개가 전부 모이며 본격적으로 영혼의 시대가 마감하고, 두 번째 업데이트인 ‘개척의 시대’가 열렸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조각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개척의 시대’에 등장한 도전의 조각 6개는 제대로 모이기도 전에 모두 세상에서 자취를 꽁꽁 감추었다.

그래서일까?

일정 시간이 지나고 진행된 세 번째 업데이트는 오히려 유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반격의 시대’

몬스터들은 굉장히 강해졌고… 그에 반해 유저들은 약간의 힘만 얻었다.

그때서야 유저들은 조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정확하게 깨달았다.

물론 새로운 시대는 조각이 모이지 않아도 열리긴 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시대를 정확한 열쇠(모인 조각들)로 열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좋지 않은… 그런 세상이 열리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자 반격의 시대에 등장한 ‘정복의 조각’은 최대한 공개적으로 모아보자는 의견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결국 정복의 조각 7개 중 3개만 모였을 뿐 나머지 4개는 어디의 누가 가졌는지,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율은 그 조각 아이템 중 하나를… 그것도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은 미구현 조각 아이템을 얻었다.

만약 이 사실을 다른 검마노의 유저들이 알았다면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겠지만 율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조각 아이템이 뭔지도 모르는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건가?”

율은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을 꺼내보았다.

기다란 검은색 막대기처럼 생긴 그것은,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막대기인 듯했다.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外)

능력 : 변형 상태에 따라 다름[봉인 해제에 따라 변화함].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 : 없음

상태 : 변형 전

귀속상태: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0].

조각파괴 : 무(無)

“…뭔 말이지?”

율은 아이템 정보창을 열어 확인까지 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를 못했다.

“변형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변형이…….”

율은 검은 막대기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스르륵.

챙!

율이 검을 상상하자마자 검은색 막대기가 날카로운 검이 되어 있었다.

율은 검이 된 검은색 막대기를 깜짝 놀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

: 신은 인간의 탐욕은 자신이 직접 신력(神力)을 담아 내린 신의 조각들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해서… 신은 혼돈의 힘을 빌려 자신이 세상에 내린 모든 조각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등급 : 등급 외

능력 : 내구도[무한] 공격력 1[레벨 1]

추가능력 : 현존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형이 가능함.

특수능력 : 없음

상태 : 강철검

귀속상태 : 선율 아폴론에게 귀속됨.

특이사항 : 총 네 가지의 봉인(封印)을 해제할 수 있다. 봉인 해제 시 특별한 힘이 추가된다[해제된 봉인 0].

조각파괴 : 무(無)

“아… 이런 건가?”

율은 어느 정도 이 물건의 사용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의 능력치는 딱 레벨 1에 얻을 만한 매우 평범한 옵션이었다.

메인 조각 아이템 치고는 너무 빈약한 능력치였지만 율은 그러한 능력치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메인 조각 아이템답게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율은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변형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대충 혼돈의 조각을 살펴본 율은 다음으로 타이틀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사실 율도 D~B급 정도의 타이틀을 많이 얻었다.

전부 생산직과 노래에 관련된 타이틀이었지만 어쨌든 덕분에 타이틀이 어떤 것인지는 율도 잘 알게 되었다.

타이틀 [‘위대한 음악가’]

: 영혼을 움직이는 기적의 힘. 그것이 바로 당신의 음악이다. 당신은 진정… 음악의 힘을 깨달은 선구자이면서 동시에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이다. 그런 당신이야말로 새로운 음악의 시대를 열 위대한 음악가라 할 수 있다.

스킬 : 없음

효과 : 소울에너지 수치가 +70% 증가한다.

특수효과 : 100%의 확률로 당신의 음악에 화려한 효과가 동반된다.

상태 : 활성화 중

등급 : S급

“소울에너지라…….”

아직까진 음유시인이란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제로(0)에 가까웠던 율은 이 타이틀이 S등급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저 지금까지 얻은 타이틀보단 더 좋아보였기에 미련 없이 활성화를 시켜놓았을 뿐이다.

“그래, 일단 직업부터 이해하자.”

율은 제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자신이 얻은 직업.

사실 그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그것이었다.

영혼의 음유시인’

: 과거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사랑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세상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음유시인은 많은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 노래는 그저 노래로써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혹시 당신은 아는가? 진짜 음유시인의 노래는 그 자체가 강력한 힘이 되었다는 것을… 노래로 축복을 내리고 저주를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노래로 영혼을 불러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음유시인! 당신은 이제부터 그 진짜 음유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기본능력 : 모든 종류의 악보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이사항 : 7가지의 특별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1] 불타는 대지[랭크 1]

[2] 영웅들의 서사시[랭크 1]

[3] ????

[4] ????

[5] ????

[6] ????

[7] ????

특수능력 : 연주 시 모든 공격을 회피할 확률이 30% 증가합니다.

스킬목록 :

-악기 강타(들고 있는 악기로 후려쳐 대상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1초간 기절시킬 수 있음)<재사용 대기시간 : 60초> [랭크 1]

-악기 막기(악기로 공격을 막아 데미지를 50% 감소시킬 수 있음. 단, 악기가 파손될 확률이 매우 높아짐)<재사용 대기시간 : 90초>[랭크 1]

-괴성지르기(큰소리를 질러 잠깐(1초) 동안 10m 반경 내의 모든 사람들을 멍하게 만들 수 있음)<재사용 대기시간 : 90초>[랭크 1]

현 상태 : 1차 전직 완료

“…….”

율이 다시 한 번 직업 정보를 읽어보았지만 역시나 이해가 되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율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던 건 뒤에 있는 악기 강타, 악기 막기, 괴성지르기 이 세 가지였다.

“…불타는 대지와 영웅들의 서사시?”

일단 직업이 음유시인이니 노래를 부르는 게 뭔가 메인일 것 같아보였다.

“이걸로 어떻게 하는 건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타는 대지와 영웅들의 서사시를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에 그것들의 악보와 가사가 슬며시 떠올랐다.

“어헛!”

무척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율은 자연스럽게 그 악보에 따라 연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강철검으로 변해 있던 혼돈의 조각-[섀도우웨폰]이 간단한 기타로 변해버렸다.

“어허!”

또 한 번의 놀람.

모든 종류의 무기로 변한다고 적혀 있더니 기타로까지 변했다. 생각할수록 신기한 혼돈의 조각이었다.

어쨌든 율은 이런 놀람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우선 불타는 대지… 제목처럼 무척이나 화끈하고 열정적인 노래였다.

“좋은데?”

첫 느낌부터 좋았다.

섀도우웨폰이 변한 기타 역시 손에 딱 맞았다. 마치 맞춤형 기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변화는 노래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촤아앙!

강렬한 현의 울림과 함께 율의 앞으로 피어오르는 불꽃. 비록 그리 큰 불꽃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율의 눈앞에 있는 일정 범위의 땅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거였어?”

율은 이제야 불타는 대지가 정확히 어떤 노래인지 이해했다. 그것은 일종의 광역 공격이었다.

비록 아직 랭크도 낮고 숙련도도 얼마 되지 않아 위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율에게도 그럴듯한 공격 스킬이 생겼다.

그것도 음악을 통한 공격 스킬이…….

“그럼 영웅들의 서사시는 뭐지?”

불타는 대지가 이런 것이라면… 영웅들의 서사시는 뭔지 더욱 궁금해졌다.

그런데 영웅들의 서사시를 생각하자 모든 노래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일단 첫 번째 서사시인 강철의 영웅 칼튼이 먼저 떠올랐다.

‘이건 엄청 긴 노래인가?’

결코 짧다고 생각되지 않는 여러 노래들의 묶음, 그것이 바로 영웅들의 서사시였다.

율은 조심스럽게 제일 먼저 떠오른 강철의 영웅 칼튼의 서사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별칭 그대로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매우 딱딱한 노래.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직함이 느껴지는 중후한 노래였다.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일어난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응? 뭐지?’

일단 약간 의문스러웠지만 율은 마지막까지 빠르게 연주를 하며 노래를 끝냈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도 큰 변화가…….

있었다!

띠링, 영혼의 노래가 고대의 영혼을 불러드립니다.

띠링, 강철의 영웅 칼튼(레벨 297)의 힘이 당신에게 전해집니다.

띠링, 당신의 레벨이 너무 낮아 그 레벨에 맞게 모든 능력치가 조종됩니다.

띠링, 영웅의 영혼은 당신의 소울에너지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당신에게 힘을 전해줍니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울려 퍼지는 시스템 메시지.

그와 함께 율은 자신의 몸으로 퍼져나가는 강력한 한 줄기의 강렬한 이능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건!’

비록 직접 익히거나 경험한 적은 없었지만, 이론 수업을 통해 충분히 이것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했던 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단번에 이 힘이 뭔지를 눈치 챘다.

“포스!”

그렇다.

놀랍게도 율의 몸에 충만한 포스의 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영혼의 음유시인.

그것은 단순한 음유시인이 아니었다.

이 직업은 고대의 영혼들을 현세로 불러들여 직접 몸에 강림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강림된 영혼의 종류에 따라 그들이 지닌 다양한 힘을 자신의 소울에너지가 전부 소모될 때까지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거… 정말 당기는데…….”

율은 웃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전직.

그렇게 얻은 영혼의 음유시인이란 직업.

처음엔 음유시인 계열 특유의 취약점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특이한 직업이었다. 특이할 뿐만 아니라 율의 흥미를 마구 자극하기도 했다.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

그렇다.

왠지 진짜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율도, 이 검마노의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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