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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움의 장 (5/95)

5. 배움의 장

율의 생활은 매우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하루의 수면은 5시간.

아침, 점심, 저녁으로 1시간씩은 식사나 휴식을 취했기에 하루에 총 8시간을 현실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나머지 16시간은 모두 검마노에서 활동했다.

율 자신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폐인처럼 검마노에 열중할 줄은 몰랐다.

한국종합게임대학교(쥬신대)에 합격하며 검마노에 꾸준히 접속할 것은 예상했지만 아예 이렇게 거기서 살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조금은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중간 중간 조금씩 가수면 모드로 휴식을 취했기에 오히려 율의 신체 컨디션은 전보다 훨씬 좋았다.

규칙적인 생활은 검마노 안에서도 계속되었다.

접속해서 가볍게 몇 개의 수업을 듣고… 곧장 전주비빔밥의 식당으로 출근해 요리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은 ‘빛의 망치’의 길드마스터이자 마스터 대장장이인 열혈망치에게 대장기술 수업을 한 시간 동안 받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계속되는 수업들.

‘빛의 망치’에 있는 12명의 생산직 마스터들이 모두 율을 가르쳤다.

요리를 시작으로 대장기술, 재봉기술, 기계공학기술, 지도제작기술, 건축기술, 정석세공기술, 채광기술, 타투기술, 채집기술, 낚시, 응급치료기술까지였다.

물론 율이 이 모든 기술을 전부 배우지는 않았다.

율은 미리 약속한 대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건 절대 배우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율이 12가지 중 무려 8가지에 흥미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는 건축기술과 타투기술, 그리고 지도제작술과 채광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8가지 기술들은 스스로 흥미가 동해 아무런 불만 없이 계속 배워나갔다.

물론 버림받은 4가지 생산기술의 마스터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율을 꼬셔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었다.

한번 흥미가 생기면 앞뒤 안 보고 달리는 율이었지만 반대로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버림받은 4가지 생산기술이 다시 관심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4명의 마스터들은 율에게 몇 장의 건축 설계도와 몇 장의 최고급 타투 스크롤, 그리고 최고급 보석 원석 몇 개와 동방 대륙의 정밀지도 몇 장을 허무하게 헌납하는 걸 끝으로 이번 ‘위대한 장인’ 만들기 대작전에서 빠지게 되었다.

여러 가지 생산기술을 단 한 사람이 전부 마스터하게 만들어서 저 평가받고 있는 생산기술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보자며 계획한 ‘위대한 장인’ 만들기 대작전.

그 작전의 중심엔 최고의 생산직 유저 길드 ‘빛의 망치’가 있었다.

그 빛의 망치를 대표하는 12명의 마스터들이 직접 계획하고(물론 처음엔 그저 농담처럼 시작한 계획이지만) 직접 교육까지 시켰다.

그들은 현재 자신의 생산 기술을 모두 율에게 전수하려는 중이었다.

실제로 율은 전주비빔밥이 예상한 대로 대단한 재능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생산기술을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장난처럼 시작한 그들의 계획은 정말 진지하게 바뀐 상태였다.

비록 생산직업의 스킬 특성상 더 시간이 지나 적어도 익스퍼트 경지에는 올라봐야 ‘위대한 장인’ 계획이 진짜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어쨌든 초반의 시작은 매우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버림받은 4명의 마스터의 속은 더욱 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4명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율은 그저 흥미가 생긴 것들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내고 있었다.

물론 8개의 생산기술을 다 배우고 나면 그 다음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지칠 때까지 불렀다.

어차피 기력은 전주비빔밥의 식당에 가서 배가 터질 때까지 요리를 먹으면 오랫동안 100%를 유지했기에 율은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 열심히 활동했다.

그렇게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갔다.

한 달(게임시간).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이 흘러갔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율은 예전과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8개의 생산기술은 대부분 숙련도가 50을 넘어(MAX 250) 초보자 딱지를 완전히 뗀 상태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요리와 낚시는 거의 80에 가까워져 가장 특출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실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가지곤 했던 율.

하지만 현실에선 여러 가지 제약에 가로막히며 결국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율이 중학교 때 큰 관심을 가졌던 바다낚시 같은 경우 율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 바다낚시를 하러 가려고 준비했지만 결국 부모님에게 들켜 모든 계획이 무산되곤 했다.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율의 흥미를 끄는 건 주로 흔히 잡기라 말하는 것들이었고, 그 누구도 율의 흥미를 존중해주지 않았다.

애초에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율은 철저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개인의 개성이 무시되는 획일적인 교육.

어쩌면 율은 이러한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율은 가상현실에서의 배움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 누구도 율에게 정형화된 한 가지 길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면 그만이었다.

자율성이 철저하게 보장된 가상현실은 점점 율에게 천국과 같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중급반이요?”

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사실 초급반은 거의 임시적으로 만들어지는 반이에요. 아직 검마노에 적응하지 못한 몇몇 학생들을 위해 한 달(게임시간) 정도 임시적으로 운영되는 특수한 반이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달 이내에 스스로 중급반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급반을 없앨 수 있었죠. 그런데 선율 학생 때문에 문제가 생겼어요. 보시면 알겠지만 어제 선율 학생을 제외한 마지막 학생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며 중급반으로 승급했습니다. 이제 이 초급반에 남은 건 선율 학생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 측에서는 예외적으로 선율 학생을 중급반으로 승급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초급반이 더 이상 운영되는 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요. 이제부터 선율 학생은 중급반으로 가서 그곳의 수업을 들으시면 되는 겁니다.”

두덴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율에게 길게 설명해 주었다.

“…….”

율은 갑작스러운 승급 통보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초급반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는 게 익숙해진 율은 중급반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저… 그럼 중급반에 오르면 전에 말씀하셨던 수업들도 전부 듣는 건가요?”

이미 두덴에게 중급반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전부 들었던 율은 더욱 중급반에 가고 싶지 않았다.

“네, 다른 중급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을 겁니다. 일단… 초급마법입문 수업과 초급검술입문 수업은 기본 수업이니 당연히 들을 것이고, 그밖에 초급신성마법이나 초급궁술, 초급소환술, 초급주술 등등 여러 가지 기초수업도 선택 과목으로 같이 듣게 될 겁니다.”

모든 스킬들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초급 경지 같은 경우엔 특별히 직업이 없어도 즉, 포스나 스피릿, 홀리파워, 마나 같은 기운이 없어도 기초적인 마력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직업을 얻을 경우 이 마력과는 별도로 또 하나의 특수한 힘인 포스나 마나 같은 능력이 생겨났지만 기존에 레벨 50까지 꾸준히 올라갔던 약간의 마력(500)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보통 이 마력은 기초적인 생활 마법을 사용할 때 사용되었다.

예를 들자면, 두덴이 최초 수업을 시작할 때 사용했던 확성마법이나 모든 유저들이 탈것을 얻고 그 탈것을 아공간에서 다시 소환할 때 사용되는 힘이 바로 이 마력이었다.

물론 마력은 아주 기본적인, 기초 스킬들에만 적용되는 미약함 힘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검마노에서 제대로 생활하려면 여러 가지 기초 스킬들을 전부 알고 있어야 했기에 쥬신대의 1학년 중급반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기초 스킬을 수업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아…….’

율은 좌절했다.

영원히 초급반에서 뭉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사라졌다. 그리고 중급반의 무지막지한 수업을 전부 들어야 한다는 절망만이 그를 찾아왔다.

“휴~ 솔직히 선율 학생은 조금 분발할 필요가 있어요. 설마 아직도 레벨이 0인 건 아니죠? 쥬신대를 계속 다닐 생각이 있다면 조금 더 노력하는 게 좋을 거예요.”

두덴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율에게 해주었다.

“…네.”

율은 힘이 잔뜩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급반에서의 수업시간은 하루에 6시간 정도였다.

그런데 중급반으로 올라가면 무려 9시간으로 늘어난다.

사실 초급반은 4시간 수업이라 해도 대부분 한가한 이론 수업이 대부분이었는데, 중급반은 8시간 내내 타이트한 수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아~ 정말 더 바빠지는 건가?’

율은 새로운 걸 배우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사실 요즘 검마노에 집중하게 되며 마법이나 검술, 주술 등등 이런 것들이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는 빡빡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배우게 되면 결국 율이 제일 좋아하는,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게 된다.

율은 이게 정말 싫었다.

‘어쩔 수 없다. 현실에서의 휴식 시간을 최대한 더 줄여보고… 그 시간을 활용하는 수밖에.’

원래의 율이었다면 다른 쪽에서 시간일 빼겠지만 율은 이미 검마노의 생활에 완전히 중독된 상태라 결국 시간을 뺄 수 있는 곳은 현실밖에 없었다.

나름 바쁜 생활을 해왔던 율.

이로써 그는 더욱 바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흐르는 물처럼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율이 중급반으로 오른 지도 벌써 여섯 달(게임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율은 중급반 수업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지만 모든 수업이 율의 흥미를 끌어낼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수업들은 철저히 버려져 부족한 잠을 채우는 시간이 되었지만 그나마 마법, 검술, 주술, 궁술, 인술, 소환술… 이렇게 여섯 가지 수업은 율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율의 레벨은 여전히 0이었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진 분야의 스킬들은 나름 깊이 있게 익히고 있는 중이었다.

레벨이 0이다 보니 당연히 스킬들을 아무리 열심히 익혀도 직접 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관심이 있는 분야의 스킬들에 대한 연구와 이해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깊어졌다.

쥬신대에서의 수업뿐만 아니라 ‘빛의 망치’의 마스터들에게 개인적으로 받는 수업들도 꾸준히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경험치는 단 1도 얻지 않았으면서 온갖 분야의 스킬들을 익히고 있는 율.

이미 율은 쥬신대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레벨은 0이면서 중급반에서 계속 수업을 듣고 있는 유일무이한 유저.

스킬은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스킬에 대한 이해도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유저.

수업이 끝나면 누구보다 빨리 사라지는 유저.

많은 이들은 율을 쥬신대 최고의 꼴통이라고 불렀지만, 한편으로는 그 융통성 없는 고집스러움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동급생들이 중급반을 넘어 고급반으로 올라간 상태에서도 여전히 중급반에 남아 있는 유저.

이러다간 전무후무한 쥬신대 1학년 중급반 유급 학생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실제로 넉 달(게임시간)만 더 있으면 쥬신대는 또 신입생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율은 쥬신대 역사상 처음으로 1학년 중급반에서 유급을 당하는 유저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정작 율은 주변의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이미 검마노에서 수많은 재미를 찾은 후였다.

한번 흥미가 동하면 오로지 그것에만 빠져드는 그의 성격답게 그는 주변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관심을 가진 것들에만 집중했다.

띠링, 음악이해도(패시브)[특] 스킬 숙련도가 0.01증가했습니다.

띠링, 노래하기(S) 스킬 숙련도가 0.02증가했습니다.

띠링, 리듬 읽기(패시브)[특] 스킬 숙련도가 0.02증가했습니다.

띠링, 소고(小鼓)연주(AA) 스킬 숙련도가 0.11 증가했습니다.

띠링, 기타연주(S) 스킬 숙련도가 0.01증가했습니다.

띠링, 특수능력치 예술이 1올랐습니다.

띠링, 모든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 전설의 음유시인으로 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Y/N)

……

……!

“음, 이번엔 전설인가?”

율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는 전혀 전직할 마음이 없었다.

이미 이 상태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에 레벨이나 직업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가 전직 메시지를 받은 건 최초의 황혼의 음유시인을 시작으로 총 10번.

하지만 그는 번번이 거절했다.

10번 중 8번은 노래와 관련된 음유시인 전직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요리와 낚시에 관련된 전직이었다.

하지만 그 전직 권유에 대한 모든 대답은 ‘NO’였다.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충분히 즐기고 있는 율에게 직업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

“슬슬 열혈망치 아저씨에게 수업을 들어야 할 시간이군.”

이젠 굳이 시계를 꺼내지 않아도 태양의 위치만으로 대충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된 율.

확실히 그는 검마노의 세상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율은 현실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유를 이곳 검마노에서 느끼고 있었다.

현실에선 쓸데없는 관심이라고 치부되며 늘 무시당하던 율의 흥미도 여기선 모두 인정받고 있었다.

‘왜 진작 검마노를 시작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 율.

그는 그만큼 검마노에 푹 빠져 있었다.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더 강하게 내리쳐.”

열혈망치의 수업은 그 어떤 수업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수업이었다.

대장간의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와 레벨 0의 유저가 들기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쇠망치.

이 두 가지만으로도 율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열혈망치는 율이 레벨 0이라는 사실을 더욱 반가워했다.

레벨로 인해 얻어진 근력이나 체력은 진정한 대장기술을 배우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었다.

덕분에 율은 부족한 근력과 체력을 가지고 오로지 자신만의 요령을 통해 대장기술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중이었다.

깡! 까강!

“헉… 헉…….”

대장기술의 숙련도가 80을 훌쩍 넘어 드디어 생산 직업 유저들이 첫 번째 통곡의 벽이라고 부르는 120숙련도에 가까워지자 확실히 율의 기술 습득 속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120숙련도를 넘기 위해선 필히 접쇠 기술을 배워야 했는데… 그 기술이 보통 고급 기술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또한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빛의 망치’의 열두 마스터가 모두 똑같이 예상하고 걱정했던 문제… 바로 감각의 충돌이었다.

아무나 쉽게 입문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익스퍼트의 경지를 넘어설 수 없는 게 바로 생산 직업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생산 직업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감각을 아무나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생산 직업은 다른 메인 직업들처럼 특별한 힘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것들은 더 특별한 것을 요구했다.

바로 그 생산 직업에 꼭 알맞은 감각.

일명 ‘장인의 혼’이라 불리는 그 감각이 없으면 절대 생산 직업 스킬 숙련도를 익스퍼트 이상으로 올릴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장인의 혼’은 포스나 마나 같은 이능의 기운들보다 더 특별한 것일지 몰랐다.

어떤 수치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비로운 ‘장인의 혼’이었다.

‘역시… 끝까지는 무리일까?’

열혈망치는 열심히 망치를 두들기는 율을 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물론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1차 통곡의 벽을 넘어 2차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160(익스퍼트 경지)에 다다르면 그때부턴 조금씩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위에서도 언급한 감각의 충돌.

그것은 바로 생산 직업을 여러 가지 익힌 유저에게서 나타나는 지독한 저주였다.

방금 전에도 말했듯 생산 직업이 익스퍼트 경지 이상에 오르려면 ‘장인의 혼’이라는 감각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감각은 너무 민감하고 섬세한 것이라 다른 종류의 감각과 한꺼번에 익히는 게 꽤 힘들었다.

즉, 대장기술을 열심히 연마해 ‘장인의 혼’을 얻었는데… 거기에 재봉기술까지 열심히 연마해 ‘장인의 혼’을 얻을 경우, 자칫 두 감각이 충돌을 일으켜 두 감각 모두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감각의 충돌이었다.

괜히 생산 직업의 마스터들이 단 한 가지의 기술만 지니고 있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마스터들은 새로운 도전을 해보았고, 그 결과 두 가지 이상의 생산 기술을 익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실제로 열혈망치만 해도 대장기술뿐만 아니라 채광기술과 정석 세공기술도 일정 수준까지 익힌 상태였다.

하지만 익스퍼트의 경지를 넘은 건 오로지 대장기술뿐, 나머지 기술들은 그저 100~120정도의 숙련도 수치를 지니고 있을 뿐이었다.

‘…이 녀석의 재능이라면 어떻게 익스퍼트 경지까지는 전부 끌어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스터는 다르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감각은 익스퍼트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실제로 율의 재능이라면 불가능이라고 생각되었던 여러 가지 생산 직업을 모두 익스퍼트 경지까지는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마스터의 경지였다.

익스퍼트와는 전혀 다른 경지인 마스터.

그렇기 때문에 열혈망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는 익스퍼트 경지까지만 전부 올려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내가 이렇게 기대를 가지게 되었구나…….’

처음엔 정말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젠 아예 더 높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그저 실험적으로 가르쳐 보려고 했던 마음도 이젠 진짜 제자를 키우는 것 같은 마음이 되었고, 율은 사실상 ‘빛의 망치’의 공동 전인이 되어 있었다.

“야, 이놈아~ 농땡이 부리지 말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두들겨!”

그런 생각이 들어서일까?

열혈망치는 더욱 강하게 율을 몰아붙였다.

그는 이렇게 된 이상, 어설프게 끝낼 생각은 아예 버렸다. 한계가 어디든 끝까지 몰아쳐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뿐만 아니라 율을 가르치는 모든 마스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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