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 거리의 악사(樂士) (4/95)

4. 거리의 악사(樂士)

“젠장… 배고프다.”

자신이 꼴통으로 평가받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율은 천하태평이었다.

그저 배고픔에 괴로워할 뿐이었다.

이미 최초 시작할 때 받았던 10골드는 모두 써버렸다. 사 놓았던 물과 빵도 다 떨어졌다. 남은 건 달랑 기타 하나뿐…….

정말 이대로라면 얼마 안 돼 아사(餓死)할 지경이었다.

“대학 식당도 공짜가 아니었어.”

이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쥬신대 학생 식당을 찾아가본 율이었다.

하지만 공짜로 밥을 먹으려다 NPC들에게 된통 욕을 먹고 쫓겨났다.

“뭔가 대책이 필요한데…….”

이대로 굶어죽을 수는 없었다.

아니, 죽는 건 둘째 치고 지금 당장 이 배고픔을 참기가 힘들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힘이 없어 못 부를 지경이었다.

“골드가… 골드가 필요해.”

지금 가장 절실히 필요한 건 골드였다.

이 경우 보통의 유저였다면 당장 나가서 사냥을 했을 것이다.

사냥을 하면 레벨도 오르고, 잡템도 얻고, 골드도 얻고 한 개의 돌로 몇 마리의 새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율은 보통 유저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군.”

그에게 있는 건 오로지 기타 하나뿐… 그는 정말 큰마음을 먹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현실에서는 아마 절대 하지 못했을 일. 하지만 이곳은 가상현실이었고 그 덕분에 율은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쥬신에서 가장 번잡한 쥬신의 상점가를 찾아간 율.

그는 땅바닥에서 주운 매우 낡고 지저분한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채 바닥에 기타 케이스를 열어 놓았다.

“…별짓을 다하네.”

혼자 웃는 율.

그는 이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꽤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살기 위해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띠리링.

가볍게 기타 현을 만지는 율.

그는 거리 연주를 하려는 중이었다.

이것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기타 연주를 통해 앵벌이를 하려는 것이었다.

‘굶어죽는 것보단 이게 낫지.’

현실이었다면 차라리 굶어죽었겠지만 가상현실이라는 특수환 환경이 율을 용감하게 만들었다.

율의 결심과 그의 손이 천천히 기타의 현을 훑었다.

그와 함께 조용히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작은 떨림.

현이 작게 흔들리며 쏟아내는 음(音)은 그 자체로도 묘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결코 큰소리는 아니었건만… 주변 사람들의 귓가에 명확하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

그건 마치 요정들이 몇 장의 날개를 부딪치며 내는 환상의 소리 같았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마저 아래로 내린 채 기타 연주에만 열중하는 율.

그의 열 손가락은 때론 빠르게, 또 때론 느리게 기타를 탐미하며 최고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요정이 귓가를 날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해도 자꾸 귀가 먼저 반응하는 감미로운 울림.

그 울림이 귓가를 통해 들렸지만 정작 그것을 명확하게 느끼는 건 귀가 아닌 마음이었다.

감정을 흔드는 연주, 그것이 바로 율의 연주였다.

그렇게 율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계속… 계속…….

총 10곡.

율이 거리에서 연주한 숫자였다.

율은 원래 두 곡만 연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주변을 가득 메운 유저들이 계속해서 ‘한 곡 더!’를 외치는 바람에 계획에도 없던 곡을 7개나 더 연주했다.

그나마 10곡째 땐 이제 더 이상 연주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연주함으로써 간신히 그 거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127골드…….”

무리를 해서 연주한 대가인 것일까?

율의 손에는 127골드라는 거금이 들려 있었다. 비록 게임이 서비스되고 5년이 지나며 골드의 가치가 조금 하락했다지만 아직도 100골드는 저레벨 유저에겐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물론 고레벨의 고수 유저들에겐 몇 시간 사냥으로 벌 수 있는 돈이었지만 저레벨의 초보 유저들에겐 어지간한 장비를 전부 맞출 수 있는 돈이었다.

“할 만한데?”

기력이 거의 바닥난 율은 기절하기 직전의 상태였지만 골드를 보고 힘을 내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현금으로도 만 원이 넘는 돈이네?”

1골드는 한화로 100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127골드는 현금으로 환산해도 만 원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

잠깐 연주한 것 치고는 상당한 금액이 모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예 검마노에서의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구나.”

율은 이제야 가상현실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정말 어지간한 직장보다 더 좋아보였다.

“검마노만 플레이해서 연봉 몇 억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뻥이 아니었군.”

예전엔 게임으로 돈을 벌어 살아가는 이들을 다크게이머라고 불렀지만, 이젠 아무도 그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크게이머라는 말은 사라지고 스페셜게이머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미 유망한 직업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스페셜게이머. 그들은 프로게이머와는 또 다른, 큰 분류로 인정받고 있었다.

꼬르륵.

스페셜게이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던 율이었으나 그는 곧 그 생각을 멈춰야 했다.

극도의 공복감.

굶어도 너무 굶은 율은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일단… 제대로 된 음식을!”

아무리 한 가지에 꽂히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율이었지만 세 달 동안 딱딱한 빵과 물만 먹다보니 도저히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이 허기를 해결할 수 없을 듯했다.

제대로 된 맛있는 음식.

지금 율이 찾는 건 그것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현실에서 먹었던 어떤 음식도 이 음식을 능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극도의 허기에 정신이 몽롱했던 율은 무작정 거리에 있던 간판 중 ‘궁극의 맛’이라는 간판을 발견하곤 그 음식점으로 그대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곤 메뉴판도 보지 않고 최고로 맛있는 요리를 모두 주문했다.

그렇게 나온 몇 가지 요리들.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천상의 맛을 자랑했다.

정신없이 요리를 모두 먹어치운 율.

덕분에 공복도가 한순간에 0이 되며 기력이 100%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몇 개의 시스템 메시지.

띠링, 마스터 셰프의 요리 ‘바다가재 야채 볶음’을 먹어 30분 동안 체력이 +5%됩니다.

띠링, 마스터 셰프의 요리 ‘당근불고기’를 먹어 30분 동안 시야가 10% 증가됩니다.

띠링, 마스터 셰프의 요리 ‘장어롤초밥’을 먹어 한 시간 동안 경험치 획득량이 +5%가 됩니다.

띠링, 마스터 셰프의 요리 ‘신선한 과일셀러드’를 먹어 한 시간 동안 이동속도가 10% 증가됩니다.

……

……

“응? 이게 뭐지?”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모두 먹은 현재, 갑자기 이상한 버프들이 자신에게 걸리자 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요리를 먹으면 이런 이로운 효과가 걸리는군. 근데 왜 빵을 먹을 땐 안 걸린 거지?”

율은 몰랐다.

지금 자신이 어떤 요리를 먹은 것인지.

1실버짜리 딱딱한 빵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최고급 요리들, 고레벨 유저들도 중요한 사냥을 나갈 경우에나 먹는다는 그 요리들을.

율은 쥬신에 단 한 명뿐인 마스터 셰프 ‘전주비빔밥’의 요리를 자신이 먹었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하나당 가격이 100골드가 훌쩍 넘는 최고급 요리들.

당연히 율이 가지고 있는 127골드로는 계산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율에게 돌아왔다.

* * *

“하, 하루에 10곡씩… 두 달(게임시간)이요?”

“싫어? 그러면 정식으로 가드들에게 신고할까?”

율의 죄는 무전취식.

이곳의 주인인 전주비빔밥의 말에 따르면 각 도시에는 그 도시의 치안을 지키는 가드 NPC들이 있고, 만약 도시 안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 가드들에게 걸리면 곧장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율이 약 500골드가 넘는 액수의 음식 값을 내지 못한 것이었으니, 쥬신 감옥에 50일(게임시간) 동안 감금당하게 되어 있었다.

10골드에 1일.

쥬신의 법은 생각보다 엄격했다.

‘50일 동안 감옥에 있는 건 상관없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 출석일 수가 현저히 떨어져 자칫 제적을 당할 수도 있다.’

차라리 유급을 당하면 당했지 제적은 절대 안 된다. 유급은 부모님에게 통보가 가지 않지만 제적은 곧바로 통보가 가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히 전주비빔밥은 우연히 거리에서 율의 노래를 들은 사람 중 한 명이라… 그가 밥값 대신 하루에 10곡씩 두 달 동안 가게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율은 다시는 거리 연주 같은 걸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렇게까지 된 이상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근데… 왠지 이대로 순순히 허락하는 건 싫다.’

율의 괴상한 고집이 여기서도 발동되었다.

그는 성격상 누군가에게 뭔가를 강요받는 걸 무척 싫어했다.

“…좋아요. 노래를 부를게요. 하지만 대신 저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세요.”

이미 전주비빔밥의 요리를 맛보고 요리에 대한 흥미가 급상승한 율이었다.

그렇기에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다.

흥미가 생기면 달린다는, 율의 이 기본적인 성격은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응? 요리를? 요리를 배우고 싶으면 스킬북을 구해서 배우면 될 텐데?”

사실이었다.

요리 같은 보조 스킬은 굳이 힘들게 누군가에게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냥 스킬북을 이용해 배운 후 꾸준히 반복 숙달하며 숙련도를 올리는 게 제일 쉬었다.

스킬북을 이용하지 않고 요리를 배우려면 정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아뇨, 전 꼭 아저씨한테 배우고 싶어요.”

한번 결정한 이상 바꿀 마음이 전혀 없는 율.

그는 노래를 부르는 대가로 요리를 반드시 배울 생각이었다.

“흐음~ 뭐 가르쳐주는 건 어렵지 않지. 하지만… 각오는 해야 할 거다. 스킬북을 이용하지 않고 요리를 배우는 것… 그 길이 얼마나 힘겨운지는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흐흐흐흐.”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갑자기 전주비빔밥이 기분 좋게 웃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다. 그냥 형이라 불러라.”

이걸로 계약은 성립되었다.

율은 매일 전주비빔밥의 식당 앞에서 노래 10곡을 부르고, 전주비빔밥은 율에게 하루에 한 시간씩 요리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노래에 이어 요리에 흥미를 가진 율.

그렇게 율은 점점 검마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일주일(게임시간)이 지났지만 율의 레벨은 여전히 0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기를 쓰고 레벨을 올리며 스킬을 배우는 반면, 율은 그저 고성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전주비빔밥 가게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거기에 또 하나 추가시키자면 전주비빔밥에게 하루에 한 시간씩 요리를 배우는 것.

“손목을 더 이용해. 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니까.”

전주비빔밥의 요리 강의는 매우 타이트했다.

그는 마치 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걸 주입시키겠다는 것처럼 율을 마구 몰아쳤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율이었다.

그는 정말 빠르게 전주비빔밥의 스파르타식 교육을 익혀나갔다.

검마노에서 생산 직업은 고되고 힘든 직업으로 알려졌다.

스킬 자체를 배우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그 스킬을 경지에 오를 때까지 올리는 건 매우 힘들었다.

대신 메인 직업에 소속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 스킬은 아무런 제약 없이 모두가 마음대로 익힐 수 있었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생산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든 생산 기술을 익히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생산 기술 하나를 쓸 만한 경지까지 올리는 것도 거의 한계 레벨을 찍는 것만큼 힘들었다.

그런 힘든 작업을 반복할 유저는 없었다.

사실상 더 매력 있는 메인 직업이 넘쳐나는 곳이 검마노의 세상이었기 때문에 생산 직업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렇지~ 그렇게!”

전주비빔밥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커다란 철 냄비를 한 손으로 흔들고 있는 율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그저 한번 ‘죽을 고생을 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요리를 가르쳤었다. 그런데 가르치다 보니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자신의 기술을 배워 나가는 율.

율은 엄청 빠른 속도로 마스터 셰프 전주비빔밥의 요리 노하우를 익혀나가고 있었다.

‘이 녀석… 정말 대단해!’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전주비빔밥은 굉장히 감탄하고 있었다.

처음 율의 노래를 들었을 때 한번 감탄하고 요리를 가르치며 또 한 번 감탄했다.

바로 그때 전주비빔밥은 불현듯 자신의 친한 지인들과 농담처럼 했던 한 얘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놈이라면 가능할지도?’

확실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에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언제까지 볶아요?”

율이 뒤돌아보며 전주비빔밥에게 물었다.

“으, 응? 아! 그만해도 되겠다. 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형.”

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철 냄비를 화로에 다시 올려놓았다.

요리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에 한 시간이 아닌 몇 시간을 더 배우고 싶었지만… 자신이 직접 한 시간이라고 정한 이상 그걸 다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요리… 이거 은근히 계속 당기는데.’

율이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검마노는 점점 그에게 많은 흥미를 안겨주고 있었다.

* * *

“싫은데요.”

율의 대답은 아주 빠르게, 그리고 아주 간단하게 나왔다.

“오, 왜? 설마 우리 길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거냐? 생산직들만 있는 길드라 별것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래봬도 검마노 최고의 생산길드이자 그 어떤 길드들도 무시하지 못하는 정예 길드다. 우리 길드의…….”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전 사실 길드가 뭔지도 잘 몰라요… 그냥 귀찮아서 그래요.”

율은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당연히 잘 알지도 못하는 길드 가입 같은 것엔 절대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

“귀, 귀찮아서?”

전주비빔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길드는 생산직 유저라면, 아니 설사 생산직 유저가 아니라도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빛의 망치’

누구나 인정하는 검마노 최고의 생산 길드.

가입만으로 최고의 장인이 됨을 인정받을 수 있고… 길드 창고에는 최고급 아이템이 넘쳐난다는 그곳.

지금 율은 그런 길드의 가입 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학생이다 보니… 길드 활동 같은 걸 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조금 정이 든 전주비빔밥이 너무 황당한 표정을 짓자 율은 살짝 찔리는 마음에 대충 둘러댔다.

사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이야 학기 초라 수업이 조금 여유가 있었지만… 듣기론 조금 더 지나면 몇 가지 수업이 추가된다고 했다.

“으음… 그런가?”

이제야 어느 정도 정상적인 표정으로 돌아온 전주비빔밥. 확실히 귀찮아서 ‘빛의 망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말은 그에게 너무나 충격이었다.

“네, 그럼… 더 하실 얘기가 없으면…….”

율은 요리 수업이 끝났으니 후딱 고성으로 달려가 노래나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전주비빔밥은 끈질겼다.

도저히 율을 포기하기가 아까웠던 그는 다시 생각을 바꿔 다른 제안을 했다.

“잠깐! 아직 얘기 안 끝났다.”

일단 율을 잡아놓고 빠르게 길드 채팅을 통해 다시 길드 멤버들과 얘기를 나누는 전주비빔밥.

농담처럼 했던 얘기였지만… 막상 실현해보자고 마음먹고 나니 길드의 멤버들도 열성적으로 달려들었다.

“음… 제가 시간이 별로 없는데…….”

율은 전주비빔밥이 붙잡기만 하고 얘기를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미안하다. 그래, 좋다. 길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 이건 어떠냐? 앞으론 가게 앞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아예 네가 노래를 부르고 얻는 수입에 두 배를 내가 주겠다. 그러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다오.”

율이 요즘 노래를 부르고 얻는 수입은 대략 40골드였다.

그런데 그것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하니… 무려 80골드였다. 하루에 80골드! 거의 공짜로 얻는 금액치고는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었다.

“무슨… 부탁인데요?”

“간단하다. 나에게 요리를 배우듯… 내 친구들에게 한 가지씩 기술을 배워봐라. 한 사람당 한 시간이면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워보고 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만 배워도 된다.”

연륜의 힘일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주비빔밥은 율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하지 않는 율.

그렇기 때문에 율을 유혹하기 위해선 철저한 자유가 뒷받침되어야 했다.

“으음…….”

전주비빔밥의 기가 막힌 미끼가 통한 것일까?

율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기 싫은 건 때려죽어도 하지 않는 그였지만… 80골드라는 상당량의 돈과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는 조건.

이 두 가지가 그를 마구 유혹했다.

“이것도 다 경험인데… 한번 해봐라. 원한다면 너에게만큼은 우리 식당을 평생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마.”

대충 율이 거의 낚였다고 생각한 전주비빔밥은 결정타를 날렸다.

“네! 할게요.”

성공.

전주비빔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율을 꼬드기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그들… ‘빛의 망치’의 길드 멤버들이 장난처럼 얘기했던 ‘위대한 장인’ 만들기 대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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