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룬의 유적
“지도 제작이 그렇게 어렵나요?”
“아무래도 그렇지. 나도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익히긴 했는데 숙련도는 낮아. 그에 반해 피넌은 대단하지. 난 이제껏 지도 제작 스킬을 고급의 단계까지 수련했다는 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했어.”
“호오! 그래요?”
천휘는 이번 일정을 위해 하린을 비롯한 탐험사단과 명품 사단의 유저 몇몇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피넌이었다.
그의 주 직업은 모험가. 더불어 그는 보조 직업으로 측량사를 선택했다.
지도 제작 스킬이 최소한 고급이 되어야 전직할 수 있다는 측량사는 지도 제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유용한 스킬들을 활용할 수 있었고, 더불어 먼 지형까지 측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마을에서 여기까지의 지도가 제작되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아,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피넌은 천휘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하지만 아랫사람에게 쉽사리 말을 놓지 못하는 성격인지 아직까지도 천휘에게 존대를 못하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피넌이 건넨 지도는 예전 대륙의 상점에서 팔던 최상급 지도보다 더욱 정교하고 깔끔했다. 한눈에 주변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피넌의 지도는 저절로 감탄하게 만들 정도였다.
“대단하네요! 혹시 현실에서도?”
이 정도 지도를 제작할 정도라면 현실에서도 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컸다.
물론 현실에서의 지도 제작과 『오벨리스크』 내에서의 지도 제작은 만드는 과정부터 모든 것이 달랐지만,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아, 그러시구나. 여기에서 좀 쉬었다 갈까요?”
“그러죠. 지도 제작 스킬을 너무 오래 활성화시켰더니 머리가 좀 아프네요.”
“그럼 진작 말씀하시지. 모두 이곳에서 좀 쉴게요!”
일행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천휘는 또 다른 유저에게 다가갔다. 그는 명품사단의 유저로, 약초 채집을 중급 8단계까지 익힌 콜터라는 사내였다.
“약초가 좀 있나요?”
“그렇게 좋은 약초는 없는데, 이 정도면 간단한 응급약 정도는 만들 수 있겠네요.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좀 더 지켜봐야죠.”
“그러네요. 계속 수고해주세요.”
천휘와 일행이 항구 마을을 떠나온 지도 반나절이 흘렀다. 거리상으로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지도를 제작하면서 움직이는 탓에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앞으로도 최소한 일주일은 해야 한다니.’
룬 아일랜드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제법 쓸 만한 지도를 제작하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소요될 듯했다.
너무도 지루한 여정!
천휘는 『오벨리스크』를 즐겨 오면서 처음으로 게임을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 *
“그게 좋겠어, 동생. 다들 피곤한 것 같아.”
벌써 닷새가 흘렀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섬은 제법 규모가 있어 탐사 기한이 좀 더 길어질 듯했다.
닷새가 지난 지금, 일행은 항구 마을의 반대편 부근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돌고래 구이로 하죠. 음식은 저와 하린 누님이 마련하도록 할 테니 여러분은 쉬세요.”
“그래, 다들 좀 쉬어.”
일행의 대부분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천휘와 하린은 그저 일행을 안내하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때문에 음식은 대부분 두 사람이 마련하고 있었다.
“맹주.”
“아, 왜 그러시죠?”
아공간을 오픈하려는 순간 피넌이 다가왔다.
“이걸 보시죠.”
“무슨…….”
피넌이 건넨 지도를 살핀 천휘는 하린을 바라봤다. 자신이 보기에는 뭔가 특이할 만한 사항이 눈에 띄지 않았다.
“어라? 이게 정말이야, 피넌 동생?”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무슨 일이에요?”
두 사람의 대화에서 뭔가 찾아냈다는 것을 깨달은 천휘가 물었다.
“마을이 있어.”
“마을이요? 오! 그럼 이곳 룬 아일랜드에도 원주민 마을이 있는 건가요?”
“그런 것 같아. 일단 배 좀 채우고 곧장 마을로 가보는 게 좋겠어.”
닷새 동안 천휘가 본 것이라고는 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숲과 몬스터들이 전부였다.
그나마 멀찌감치 떨어져서 일행을 보호하고 있는 돌쇠들 덕분에 몬스터들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료했던 여정 중 드디어 새로운 뭔가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천휘는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이제 출발하죠.”
“내가 안내하죠.”
룬 아일랜드 인근 해역에서 자주 잡히는 돌고래 구이로 배를 채운 일행은 피넌의 안내에 따라 원주민 마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라? 여기 어떻게 지나가죠?”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서부터 이어지는 절벽이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닷물이 굽이치는 엄청난 높이의 절벽이었다.
“반대편으로 가려면 다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절벽과 절벽 사이를 지나치려면 다리가 있어야 하건만, 그 어디에도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원주민들은 멀리 우회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우회할까요?”
이 근방은 워낙 숲이 우거져 있어 파뱃을 소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절벽을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어. 몽타, 좀 도와줄래?”
“그럴게요.”
하린의 부탁에 키가 작은 사내가 절벽 끝에 섰다. 고작 160 정도의 작은 키였지만, 몽타는 엄연히 스물다섯의 성인이었다.
몽타는 대충 거리를 가늠해보더니, 등 뒤에 있는 거대한 활을 풀어 양손에 거머쥐었다.
“몽타는 훌륭한 사냥꾼이야. 게다가 레벨도 꽤 높아. 무려 350레벨이나 되니까.”
“아, 정말요?”
350레벨이라면 상위 1퍼센트의 고렙이라는 소리였다. 사냥꾼들이 사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몽타는 충분히 레벨이 높은 축에 들었다.
“게다가 저 활은 이제까지 공개된 그레이트 보우 중 유일한 유니크 아이템이야.”
“호오!”
하린의 설명에 천휘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의 감탄에 몽타가 살짝 어깨를 들썩였다.
“사정거리가 500미터에 이르는 몬스터 활이야. 화살에 밧줄을 엮어 반대편 나무에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고 이동하면 될 거야.”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 몽타와 난 이런 경험이 많거든. 몽타가 가지고 다니는 밧줄도 충분히 사람 두세 명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니까 안심해도 돼.”
하린의 설명에 천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머지 일행에게도 양해를 구했고, 모두들 흔쾌히 수락하며 빠르게 절벽을 넘기를 희망했다.
“그럼 시작합니다.”
몽타가 시위에 기다란 밧줄이 묶인 화살을 메겼다.
거의 몽타의 키와 맞먹는 거대한 활.
몽타는 신중하게 반대편의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고는 이내 화살을 쏘아냈다.
쐐애액-
푸욱!
허공을 가르는 요란한 파공성과 함께 화살촉이 반대편 나무에 정확히 꽂혔다. 과연 350레벨의 사냥꾼답게 활 솜씨가 예술이었다.
“나 먼저 넘어갈게.”
몽타가 밧줄을 나무에 묶자, 하린이 익숙하게 미리 준비한 끈을 밧줄에 걸고는 절벽으로 뛰어들었다.
“…하아! 저 누님은 무섭지도 않으시나.”
순식간에 반대편 절벽에 도착한 하린을 천휘는 질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40줄을 훌쩍 넘겨 버린 아줌마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믿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다음은 내가 가지.”
밧줄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 하린의 행동에 유저들이 하나 둘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몽타를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무사히 절벽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네요.”
몽타 덕분에 엄청난 거리를 단축한 일행은 피넌의 안내로 원주민 마을로 향했다.
“흠… 이거 점점 산으로 가는데요?”
“그러게. 산 중턱에 마을이 위치했나 보네.”
“몬스터들을 피하기 위해서 그랬나 보죠.”
원주민 마을은 룬 아일랜드 유일의 산에 위치하고 있었다. 피넌의 측량으로는 대략 600미터가량 되는 듯했는데, 아무래도 룬 아일랜드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가장 유력한 장소였다.
“아직 멀었어, 피넌 동생?”
산을 오른 지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네요. 분명히 이 부근인데…….”
피넌이 제작한 지도상에 나타난 마을이 실제로는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결국 일행은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마법 결계가 주변에 깔려 있는 것 같아.”
“그러게요. 하지만 제 탐색 숙련도로는 마법 결계가 발견되지 않네요. 탐색 숙련도는 누님이 가장 높으시잖아요. 정말 이 주변에 마법 결계가 깔려 있나요?”
피넌의 물음에 하린이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아니, 내 탐색 스킬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이곳에 펼쳐진 마법 결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난위라는 소리지.”
“흠… 누님이 해제할 수 없다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해제할 수 없는데…….”
예상외의 난관에 부딪힌 일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보다 못한 천휘가 한마디 건넸다.
“혹시 이 마법 결계라는 게 마법사들도 해제할 수 있는 겁니까?”
“원래 마법 결계는 마법사들이 더 손쉽게 해제할 수 있어. 일반적인 결계라면 우리 모험가들이 더 능하겠지만, 마법 결계의 경우에는 마나의 변이를 통해 결계가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빙긋.
하린의 설명에 천휘는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아공간을 오픈해 로즈란을 소환했다.
“로즈란, 여기에 마법 결계가 설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어?”
[호오! 제법 수준 높은 마법 결계네요? 이 정도면 최소한 7서클, 어쩌면 저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가 설치해놓은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이거 해제하는 게 가능할까?”
[원래 마법 결계란 설치하는 것은 어려워도, 해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만큼 쉬운 일이죠. 근간을 이루고 있는 마나의 흐름만 읽을 수 있으면 되니까요. 지금 당장 해제할까요?]
“어서 해제해봐.”
[네, 주인님.]
천휘의 명령에 로즈란이 숲을 부드럽게 응시했다.
분명히 천휘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숲이었다. 하지만 로즈란의 눈에는 뭔가 보이는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숲의 나무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캔슬(Cansel)!]
파아아앗!
갑작스러운 로즈란의 마법과 함께 그녀가 있던 자리에서부터 새하얀 빛이 쏟아졌다. 그와 더불어 마나에 민감한 유저들은 주변의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 여기는!”
“찾았다!”
[띠링! 룬 아일랜드의 원주민 마을 아즈카를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3,000 상승합니다.]
마을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온몸에 기이한 문양의 문신을 새긴 원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각기 잘 벼려진 칼과 단단한 나무로 만든 방패를 쥐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일행 중 전투 직업을 지닌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천휘와 하린, 그리고 몽타가 전부였다. 나머지 유저들은 대부분 비전투 직업으로, 전투가 시작되면 그저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어라? 이것들 온몸에 룬어를 그리고 있네?]
일행과 원주민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을 때, 로즈란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원주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접근에 원주민들이 잔뜩 경계하며 칼을 곧추세웠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호오! 이건 사라진 고대 마법 치아파오잖아? 이 마법의 수식이 아직 남아 있다니! 대단한데? 꺄아악! 저건 뭐야! 고대 마법 펠라치오잖아! 이게 아직 남아 있었어?]
“…….”
“…….”
그녀의 다소 과장된 몸짓에 천휘 일행은 물론이고, 원주민들도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원주민들을 헤집고 다니다가, 뭔가에 홀린 듯 머리에 커다란 깃 장식을 한 여성 원주민에게 다가갔다.
[저, 저건!]
마치 신심이 가득한 신도가 신을 보듯 로즈란이 경배 어린 표정으로 여성 원주민에게 다가갔다.
채채챙!
그러나 깃 장식의 여성 원주민이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지, 주변에 있던 원주민들이 로즈란에게 칼을 겨누며 접근을 불허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로즈란!”
[아아아!]
천휘의 호통에도 로즈란은 계속해서 여성 원주민에게로 다가갔다. 조금만 더 접근한다면 원주민의 칼에 찔릴 것만 같았다.
삐이이익!
[꺄아아악!]
천휘는 결국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힘차게 불었다. 그에 로즈란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워낙 오랜만에 겪는 고통이라 로즈란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비명을 내질렀다.
“너, 너무 심한 거 아냐?”
“괜찮아요. 이것들이 요새 군기가 빠져서 감히 주인의 말을 듣지도 않고.”
하린의 걱정 어린 말에도 천휘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의 말을 들었는지 로즈란은 경직된 얼굴로 천휘의 곁으로 다가왔다.
[주, 주인님.]
“이제야 정신이 좀 드나 보지?”
[죄, 죄송해요.]
“입에 발린 말 필요 없고. 저 원주민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뭔데 그 지랄이야?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랄을 떤 거면 하루 종일 피리 소리를 듣게 될 줄 알아.”
천휘의 엄포에 로즈란의 전신이 눈에 띌 정도로 바들바들 떨렸다. 그만큼 피리 소리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저 원주민들의 몸에 새겨진 건 고대 마법의 수식이에요.]
로즈란은 떨리는 음성으로 자신이 아는 바를 털어놨다.
“고대 마법의 수식?”
[네. 예를 들면, 주인님의 일행이신 눈송이 양의 하쿠나 마타타가 고대 마법이에요.]
“아, 그렇지. 하쿠나 마타타가 고대 마법… 이라는 소리는 저 원주민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모두 고대 마법의 수식이라는 거야?”
[네. 물론 겹치는 것도 있지만, 대략 스무 가지 정도의 수식이 새겨져 있네요. 그리고 저 여인의 몸에 새겨진 수식은…….]
깃 장식을 쓴 여성 원주민을 바라보는 로즈란의 눈빛이 다시 경외심으로 물들었다.
[고대 마법의 최고봉! 환상의 9서클 마법이라 알려진 메테오 스웜(Meteo Swarm)이에요!]
“9서클!”
“메, 메테오 스웜이라면!”
제아무리 마법에 문외한인 유저라 할지라도 메테오 스웜을 모를 수가 없었다.
처음 『오벨리스크』가 오픈할 때, 아르니안 대륙에서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공개되는 동영상 중 마법사의 티저 영상이 있었다.
그 티저 영상 속 마법사는 거대한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로브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
이윽고 마법사가 기다란 마법 지팡이를 하늘 높이 추켜올리며 주문을 외우자, 하늘이 시커멓게 암흑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10초가 지나자 어두웠던 하늘이 열리며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도시 위로 떨어져 내렸다.
셀 수 없이 많은 불덩어리들의 대침공!
거대한 도시는 채 30초가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안에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그 영상에서 마법사가 시전했던 마법이 바로 메테오 스웜이었다.
“저, 저거 익힐 수 있겠어?”
[시간만 충분하다면…….]
“익혀! 당장 익혀! 이제부터 한동안 널 부르지 않을게! 네가 때가 되면 신호를 보내!”
[원하시면… 그렇게 할게요.]
9서클 마법의 재림!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리는 메테오 스웜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 * *
아즈카 부족은 무려 1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룬 아일랜드를 지켜 온 원주민들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들 아즈카 부족은 아르니안 대륙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대륙에서는 그들 아즈카 부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고대의 룬어를 사용했다.
고대의 룬어란 고대 마도 시대에 사용되었던 언어로, 대륙에서는 룬어를 문어로는 사용했지만 구어로는 사용하지 않았다.
다행히 로즈란이 룬어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천휘 일행은 그들과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이방인이여.]
메테오 스웜 마법의 수식을 문신으로 새긴 여성 원주민은 아즈카 부족의 제사장이었다.
제정일치 사회인 아즈카 부족은 그녀가 제사장임과 동시에 족장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카르.
여인답지 않은 걸걸한 목소리를 지닌 그녀의 말을 로즈란이 해석했다.
“우리는 아즈카 부족과 교류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천휘의 말을 다시 로즈란이 해석해 룬어로 아카르에게 전했다.
[우리는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룬의 자식들!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그대들을 도울 것이다.]
“좋았어!”
아카르의 말에 천휘가 쾌재를 불렀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려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문제?”
[우리 아즈카인을 이 룬 아일랜드에 감금한 거대 도마뱀 녀석이 천 년의 맹약을 이행하기 위해 이 땅에 돌아올 것이다.]
“천 년의 맹약?”
거대 도마뱀이라 함은 당연히 드래곤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드래곤과의 맹약이라니…….
천휘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로즈란, 통역을 꼭 반말로 할 필요는 없겠지?”
[죄- 죄송해요.]
이어지는 아카르의 말에 로즈란은 말을 높여 통역하기 시작했다.
[천백 년 전, 이 땅은 룬 문명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당시 이 땅에서 태어난 대마법사 룬께서는 천부적으로 마나와 감응할 수 있는 체질로 태어나셨죠. 그로 인해 당시 이 땅을 지배하고 있던 실버 드래곤 아즈카어스의 축복을 받아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마법을 익히실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그녀를 통해 마법은 인간들에게 전파될 수 있었고, 마법을 익힌 인간들은 각종 마법을 고안하며 마법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륙의 인간들이 말하는 고대 마도 시대의 시작이었죠.]
아카르의 말이 이어지면서 천휘를 비롯한 유저들이 점점 말을 잃어갔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동화를 읽어주셨던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인간들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죠. 실버 드래곤 아즈카어스는 오로지 대마법사 룬에게만 마법을 가르쳐 줬습니다. 그저 그녀의 재능을 축복하며, 과연 그녀가 얼마나 마법을 이해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의 생각보다 대마법사 룬은 훨씬 더 마법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그녀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놀라운 속도로 마법을 배워갔고, 인간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드래곤들만의 전유물이라는 9서클의 벽을 깬 것이죠.]
드래곤 다음으로 마법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는 하이 엘프조차도 9서클의 경지는 전인미답이었다. 말 그대로 드래곤의 전유물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대마법사 룬의 재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드래곤의 마법을 인간이 익히기 쉽게 재구성했고, 인간들은 그녀가 재구성한 마법을 빠른 속도로 습득해나갔습니다. 고대 마도 시대 당시 일반 서민조차 1서클 마법사였으니, 어느 정도로 마법이 성행했는지 알 수 있죠.]
거기까지 들은 천휘는 그 이후의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들의 힘이 너무 강성해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드래곤들이 나서서 인간들의 숫자를 줄였다? 이거 왠지 냄새가 나는데…….”
“천휘 동생, 혹시 이거…….”
천휘와 하린뿐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모든 유저들의 눈이 동시에 허공에서 부딪쳤다.
“지금 아르니안 대륙의 상황과 똑같잖아!”
현재 아르니안 대륙은 난데없는 몬스터들의 봉기로 강성했던 왕국들이 모두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대부분의 NPC들이 몬스터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제 남은 이들이라고는 고작 수만 명밖에 남지 않은 NPC들과 10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이 전부였다.
이 모든 것이 회사 측의 농간이라 생각했었던 일행이었지만, 이제야 그 원흉이 누구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모르는 겁니다. 괜히 설레발치지 말고 끝까지 들어봅시다.”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버락이라는 사내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명품사단에서 차출된 이로, 드워프 수준의 채굴 스킬을 소유하고 있는 검 제작 전문의 대장장이였다.
“버락 님 말씀이 옳네요. 모두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죠.”
[무슨 말들을 나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말을 이어나가자면… 천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드래곤들은 천 년의 맹약을 지키기 위해 이 땅에 나타나 인간의 번성을 저지하기 위한 파멸의 전주곡을 퍼트릴 겁니다.]
유저들이 나눈 이야기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천휘는 그녀의 말에 한 가지 의문 사항이 생겨 로즈란을 통해 자신의 물음을 전했다.
“이 땅이라는 게… 설마 이 룬 아일랜드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유저들도 침을 꿀꺽 삼키며 경청했다.
[이 룬 아일랜드에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후우! 다행이네.”
로즈란의 말에 유저들이 저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NPC들뿐 아니라 유저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룬 아일랜드가 아니라 이 세틀러 제도 전역에 찾아올 것입니다.]
“…빌어먹을!”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하더라니.”
예정된 드래곤의 침공!
그때, 르네상스 혈맹의 모든 유저들 앞에 희미한 퀘스트창 하나가 생성되었다.
[띠링! 메인 퀘스트 ‘대륙의 원흉’이 발동되었습니다.]
아르니안 대륙을 폐허로 만들어버린 몬스터들의 침공!
그 몬스터 침공의 배후에 드래곤이 있었다.
그들은 아르니안 대륙의 조율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의 문명을 무너트리고 터전을 빼앗았다.
그런 그들이 이제 오랜 구원의 맹약을 위해 세틀러 제도마저도 무너트리려 하고 있다.
그들의 침략으로부터 세틀러 제도를 구하라!
난이도:S
기한:6개월
보상:대륙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몬스터들의 퇴각
이제껏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S급의 퀘스트!
퀘스트창이 뜬 순간 르네상스 혈맹의 모든 유저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 * *
‘대륙의 원흉’ 퀘스트와 관련된 것은 르네상스 혈맹의 모든 이들이 일체 함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떠들어봤자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짙은 절망감뿐이었다.
더불어 『오벨리스크』 팬 사이트인 오시리스에도 이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지 않도록 했다. 이는 혹시라도 유저들이 드래곤의 공격을 두려워해 세틀러 제도로 이주해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만큼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전율 그 자체였다.
“자, 그럼 각자 흩어져서 이 루니아산의 모든 것을 파헤치도록 합시다. 집결 일은 대략 사흘 전후가 좋겠죠?”
“사흘이면 충분하지.”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천휘 동생?”
천휘의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다.
아즈카 부족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룬 아일랜드 유일의 산은 루니아산이었다.
제법 산세가 커다란 루니아산은 때가 묻지 않아 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다.
천휘와 함께 온 유저들은 로즈란의 도움으로 아즈카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고, 그 퀘스트들은 대부분 루니아산과 관련 있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루니아산에서만 채굴된다는 루니아 철의 채굴에 관한 퀘스트도 있었고, 루니아산 북쪽 낭떠러지 부근에 있는 여러 개의 키메라 던전을 탐사하는 퀘스트 등, 퀘스트에 목말라 있는 르네상스 혈맹의 유저들에게는 가뭄 뒤의 단비와도 같은 쓸 만한 퀘스트들이 많았다.
“모두들 수고해주세요.”
각자 직업에 맞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일행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 남은 이는 하린과 천휘, 그리고 로즈란뿐이었다.
[룬의 가호가 있기를… 라고 하는데요?]
천휘 일행이 마을을 벗어나기 직전, 족장 아카르가 직접 배웅을 해주며 축복을 빌었다.
[띠링! 룬의 가호로 마나 회복 속도가 25% 상승합니다.]
“오! 이런 건 또 처음인데요?”
“그러게. 아무래도 이 섬의 비밀은 마법에 있는 모양이야.”
하린의 말은 천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1천 년 전, 인간들에게 마법을 전파한 최초의 대마법사 룬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섬이니만큼 아무래도 마법과 관련하여 섬의 비밀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번에 그 비밀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룬 아일랜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래야겠지. 아무튼 얼른 아카르가 말한 룬의 유적으로 가보게.”
천휘와 하린은 루니아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로즈란은 퀘스트를 마치고 돌아올 다른 유저들을 위해 마을에 남겨 뒀다.
아즈카 마을에서 산 정상까지는 제법 험난했다. 경사가 가파른 것은 물론이고,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맹수들이 득실거렸다.
그중에서도 특히 레벨 320대의 산사태 호랑이와 산사태 갈색 곰은 제법 위협적인 몬스터였다.
크아아앙!
“후우! 이 녀석들, 더럽게 맷집이 좋은데요? 잘하면 카이젠 오우거들보다 세겠어요.”
“그만큼 경험치는 많이 주잖아. 나 벌써 레벨 업 했어. 잠깐 기다려 봐. 무두질로 녀석들 가죽을 벗겨 내게.”
사냥이 끝남과 동시에 하린이 산사태 갈색 곰의 가죽을 벗겨 냈다. A등급인 녀석의 가죽은 명품사단의 재봉사 유저들에게는 최고의 재료 아이템이었다.
하린이 산사태 갈색 곰의 가죽을 벗겨 내는 동안 천휘는 산 정상을 바라봤다. 육안으로 살펴봐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듯했다.
“이제 슬슬 탐색 스킬을 활성화해야겠어. 룬의 유적이라는 곳이 던전이라면, 내 탐색 스킬에 반드시 위치가 드러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해주세요, 누님. 부탁드려요.”
탐색 스킬을 활성화하는 동안에는 전투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천휘는 하린이 탐색 스킬을 활성화하는 동안 나타나는 맹수들을 홀로 처치하며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했다.
“야호오오오!”
산 정상에 도착하자 하린은 마치 등산객들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주변에 산이 없어 메아리는 치지 않았지만, 전방으로 바다가 훤히 드러나 있어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이쪽 해안가는 정말 경치가 좋은데요?”
“그렇지? 마을을 건설한 해안도 풍경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쪽은 정말 예술인 것 같아. 하지만 절벽이 해안을 따라 쭉 늘어져서 이쪽에 배를 대는 건 불가능하겠어.”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이쪽은 이후의 전쟁에서도 방어가 용이하겠어요.”
유저들이 하나 둘 세틀러 제도에 정착하게 되면, 아마도 각 섬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르네상스 혈맹이야 룬 아일랜드를 선점하고 빠르게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나머지 길드들은 엇비슷한 시기에 세틀러 제도에 도착할 테니 길드 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하긴 천휘 동생은 혈맹의 맹주이니, 당연히 신경 쓰이겠지. 그나저나 왜 내 탐색 스킬에 위치가 잡히지 않는 거지? 설마 던전이 아닌 건가?”
“그럴 수도 있겠죠. 그냥 일반 유적이거나 무덤, 혹은 동굴일 수도 있겠죠.”
“흠…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데 던전으로 만들지 않다니. 개발자들이 너무 날림으로 만든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하하하! 설마요.”
대륙의 10대 모험가로 명성을 떨치던 하린이다. 고급의 단계에 이른 그녀의 탐색 스킬에 던전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룬의 유적이 던전이 아니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천휘와 하린은 산 정상 부근을 살폈다. 주로 자신들이 올라온 방향이 아닌 반대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찾았어요, 누님!”
“정말!”
산 정상에서 30분을 헤매던 두 사람은 결국 룬의 유적으로 보이는 건축물을 발견했다.
우뚝 솟은 2개의 기둥! 그리고 두 기둥 아래로 아즈카 부족의 원주민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딸랑 이거?”
“흠… 다른 입구가 없는 걸로 봐서는 정말 딸랑 이거인가 본데?”
흡사 영국의 고대 건축물인 스톤 헷지를 연상시키는 구조였다. 룬의 유적이라고 하더니 정말 말 그대로 유적인 모양이었다.
“주변에 파편들이 많네. 원래 이곳에 다른 건축물이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모양이야.”
“누구겠어요, 누님. 그 빌어먹을 도마뱀 자식들이겠지.”
“역시 그 녀석들밖에 없나. 설마 저것도 그 녀석들 짓인가?”
하린이 가리킨 방향에는 작은 섬이 하나 있었다.
섬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바위섬인데, 윗부분이 비스듬하게 잘려 나간 것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난리를 쳐 놨네, 도마뱀 자식들. 아무튼 이 유적을 살펴보죠.”
드래곤에 대한 분노를 속으로 곱씹으며 천휘는 하린과 함께 유적을 돌아봤다.
하지만 유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기에, 조사를 시작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2개의 기둥 앞에 나란히 섰다.
“…아무것도 없지?”
“…그러네요. 아무래도 뭔가 다른 매개체가 필요한가 봐요.”
“역시 섬의 비밀과 관련된 퀘스트가 이토록 쉽게 해결될 리가 없지. 아무래도 섬의 전반적인 탐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 다시 와봐야 할 것 같은데?”
하린의 말이 옳았다. 이 주변에는 아무리 살펴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조물 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2가지의 추측을 할 수가 있었다.
하나는 퀘스트 장소를 잘못 찾은 경우다. 워낙 방대한 게임이다 보니, 유저들이 퀘스트를 하다가도 종종 장소를 잘못 짚는 경우가 있었다.
두 번째는 연계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다. 보통 제법 굵직한 퀘스트의 경우 여러 개의 연계 퀘스트를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천휘와 하린은 지금이 두 번째 경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오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확실한 게 낫겠죠.”
“그래, 동생. 일단 아즈카 마을로 돌아가 유저들과 합류해서 나머지 지형의 지도 제작을 마치고 항구 마을로 돌아가자고.”
“네.”
하린의 말을 따라 두 사람은 루니아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룬 아일랜드의 근원이 되는 루니아산!
루니아산은 앞으로 르네상스 혈맹에 있어서 훌륭한 사냥터로, 그리고 자원의 보고로 가장 중요한 지형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