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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출항 (67/82)

제6장. 출항

르네상스 혈맹의 맹주로 등극한 천휘는 카멜과 미온을 대동해 페난으로 건너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최강의 사내 아렌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보냈다.

<한 판 붙자!>

짧고 간결한 문구!

하지만 그 안에 품은 뜻은 어마어마했다.

최강의 사내 아렌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일반인들의 눈으로 봤을 때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아렌이 누구인가!

최강의 사내! 야수왕!

엄청난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실로 놀라운 무력의 소유자가 바로 아렌이다.

게다가 성격 또한 무척이나 호전적이고 패도적인 탓에 도전을 해오는 유저들은 무조건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 아렌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천휘라는 사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렌은 공개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죽을 각오하도록!>

오만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유저들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는 오만해도 되는 위치에 있었고, 그러한 오만이 오히려 더욱 매력으로 다가오는 사내였다.

그렇게 대결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 * *

까아악!

을씨년스러운 까마귀 울음과 함께 페난 서쪽의 평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뼈다귀의 무덤이라는 필드로, 레벨 50~60대의 하급 스켈레톤들이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뼈다귀의 무덤은 그곳으로 모인 유저들에 의해 모조리 가루로 산화했고, 이제 그곳에는 둘의 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모인 유저들로 가득했다.

“앗! 저기 아렌이다!”

“최강의 사내다!”

“오! 그 주변으로 지존 12인들이 모두 모여 있어!”

“정말이잖아!”

먼저 모습을 드러낸 쪽은 아렌이었다.

그는 마제스티 길드의 간부들, 즉 지존 12인이라 불리는 이들을 모두 대동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보무도 당당한 그의 움직임에 유저들이 감탄 어린 얼굴로 뚫어져라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휘이익-

그가 등장하자 평원은 침묵에 휩싸였다. 흉신악살과도 같이 무서운 얼굴로 서 있는 아렌을 바라보며 유저들이 감히 입을 놀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평원은 언제 깨질지 알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정말 갈 거냐?”

“당근.”

“가서 뭘 어쩔 건데?”

“더 이상 최강의 사내가 녀석이 아님을 보여 줘야지.”

“…….”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는 눈빛.

카멜은 그런 천휘의 눈빛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지면 죽는다.”

“내가 질 것 같아?”

“아니.”

“큭큭! 그래. 난 지지 않아.”

자신을 향한 따뜻한 눈빛에 미온 역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제 가자.”

끼에에엑!

파뱃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자, 파뱃이 날개를 접고 빠르게 아래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어라? 저건 또 뭐지?”

“뭐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던 한 유저의 말에 친구가 퉁명스럽게 받아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

“새가 저렇게 크냐! 저거 와이번이잖아!”

“모두 피해! 와이번이다!”

순식간에 뼈다귀의 무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와이번의 공습은 공포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유저들이 멀찌감치 도망친 와중에도 아렌을 비롯한 마제스티 길드의 유저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마라.”

아렌의 짤막하면서도 힘이 깃든 말에 마제스티 길드 유저들은 석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만큼 아렌을 믿는다는 의미였다.

휘리릭-

파뱃이 날개를 활짝 펴자 하강하는 속도가 급감했다.

곧 무사히 파뱃이 착지에 성공하자 천휘는 녀석을 하늘로 올려 보냈다.

“모두 요새 유명세를 떨치는 이들이군. 카오스 팔라딘 카멜과 생명의 여신 미온이라……. 게다가 그들을 은연중 이끌던 암중의 리더… 당신이 천휘인가?”

아렌의 표정은 어느새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천휘는 부드러운 그의 얼굴이 오히려 더 두렵게 느껴졌다.

“리더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냥 친구라고 해두지.”

“후후! 친구라…….”

아렌의 야수와도 같은 눈빛을 천휘는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역시 포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들었구나. 괴물 같은 자식!’

천휘가 판단하기에 아렌은 현재 포 마스터였다.

검사로 치면 카이젠과 같은 소드엠페러의 경지!

하지만 카이젠은 소드엠페러의 극에 이른 상태이기에 둘이 붙는다면 아렌의 필패가 될 것이다.

‘네 녀석이 포 마스터라 해도 내 상대는 아니지.’

카이젠과의 대련에서도 최근에는 제법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는 천휘다.

물론 카이젠과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에 준하는 대결을 펼쳐 왔다.

게다가 온갖 레전드 아이템으로 도배한 자신이 아닌가.

“눈싸움 따위는 의미 없지 않나?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자고.”

천휘의 도발에 아렌이 괴기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쿡쿡쿡! 으하하하! 좋다! 네 녀석에게 최강이라는 칭호가 왜 내게 주어졌는지 똑똑히 알려 주지!”

두 사람이 조금씩 거리를 벌리자 일행들은 더욱 크게 거리를 벌렸다. 그 누구도 두 사람의 경천동지할 대결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파뱃으로 인해 멀리 도망쳤던 유저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원진을 이루었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릴 정도로 뼈다귀의 무덤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바람 소리와 두 사람의 땅바닥을 스치는 발소리뿐이었다.

“굉장해! 놀라워! 그 발걸음은 뭐지? 마치 어쌔신의 쉐도우 스텝과 비슷하면서도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군.”

아렌의 말에 천휘는 흠칫했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삼재보법의 특성을 녀석이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압도적인 기세로군. 역시 당신에겐 최강의 사내라는 수식어보다 야수왕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려.”

“쿡쿡쿡! 그럴지도 모르지.”

짤막한 대화를 나눈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마신과 야수왕의 격돌!

마신의 주먹과 야수왕의 발톱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콰앙!

짧고 굵은 충격음!

이윽고 연달아서 쇳덩이가 부딪치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굉음은 조용했던 평원을 뜨겁게 달구며 유저들의 눈을 한데 끌어 모았다.

“저것이 야수왕의 움직임인가!”

“상대는 또 어떻고!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할 수가 있지?”

한시도 쉬지 않고 사방으로 움직이며 공방을 펼치는 둘의 모습에 유저들은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었다. 그중 몇 사람만이 어두운 안색으로 대결을 관전하고 있었다.

‘허허! 아렌이 서두르고 있군.’

‘천휘의 공격이… 막히고 있다.’

아렌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신선! 마찬가지로 천휘의 무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카멜!

두 사람은 둘의 대결을 바라보며 상대의 무력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었다.

특히 신선의 놀라움은 엄청났다. 어찌나 놀랐는지 옆에서 데브라가 쫑알쫑알 말을 건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정도였다.

“야수 본능!”

“파멸의 휘장!”

5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치던 둘은 약간의 거리를 벌리고는 곧바로 보조 스킬을 끌어올렸다. 더불어 천휘는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스킬을 전개했다.

‘고루마공!’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발록의 심장과 그 외 레전드 방어구를 착용하면서 천휘는 고루마공을 운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렌과 손을 섞으며 녀석의 클로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발록의 심장으로 보호받던 어깨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것이 그 증거였다.

[고루마공이 고급 1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고루마공에 의해 물리 방어력이 25% 상승합니다.]

중급 단계 고루마공에 의한 물리 방어력 상승은 기껏해야 10퍼센트 내외였다.

그러나 아르니안 대륙의 스킬들과 달리 한 제국의 무공은 그 궤가 사뭇 다르다.

끊임없이 스킬을 전개하는 것만으로 어렵지 않게 고급 단계에 이르는 것에 반해, 한 제국의 무공은 고급 단계, 즉 10성의 작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련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끊임없는 수련에 더해 그 무공에 대한 자기 자신의 이해가 뒷받침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성취가 바로 10성의 경지였다. 때문에 9성의 경지와 10성의 경지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격차가 컸다.

천휘는 그동안 따로 고루마공을 운용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강시들을 제작하고 부리면서 강시 제작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고루마공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10성의 경지, 즉 고급의 단계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하앗!”

파멸의 휘장과 함께 고루마공을 동시에 운용하자 공방일체의 완벽한 보조 스킬로 변모했다.

2배의 데미지 향상과 스탯의 증가를 부여하는 파멸의 휘장과 물리 방어력 25퍼센트 상승의 고루마공.

이 두 보조 스킬의 조합은 천휘에게 다시금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크아아앙!”

천휘의 기합 소리에 맞춰 아렌도 기합을 내지르며 거리를 좁혀 왔다. 마치 야수와도 같은, 머리를 울릴 정도로 커다란 기합이었지만 천휘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콰앙!

퍼엉! 퍼엉!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음이 평원을 뒤흔들었다.

두 사람이 밟는 땅은 짓이겨진 휴지 조각처럼 형편없이 파헤쳐졌고, 주변의 공기는 더할 나위 없이 무거워졌다.

숨 막히는 공방!

유저들은 침을 삼키는 것조차, 숨을 내쉬는 것조차 아낀 채 둘의 치열한 공방을 두 눈으로 똑똑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승부는 허무했다.

“파멸의 안식!”

“큭! 수왕의 권능!”

천휘가 변칙적으로 다리를 휘둘러 아렌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한발 앞서 자신의 최강 스킬인 파멸의 안식을 전개했다.

그에 아렌 역시 무너진 자세를 힘겹게나마 바로잡으며 최강의 스킬인 수왕의 권능으로 맞섰지만, 힘을 제대로 실은 천휘의 공격과 무너진 자세 속에서 어렵게 스킬을 전개한 아렌의 공격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퍼어엉!

“저런!”

“아, 아렌이!”

“마, 마스터가!”

천휘의 주먹이 아렌의 가슴에 적중했다. 그 강맹한 위력에 아렌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 모습에 아렌을 응원하던 유저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아앗! 림다일!”

곧이어 밀려나는 아렌의 신형을 천휘의 신형이 따라잡았다. 그 놀라운 속도에 유저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천휘의 신형은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파멸의 안식!”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아렌의 안면에 천휘의 주먹이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이어지는 천휘의 주먹세례!

아렌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어지럽게 클로를 휘둘렀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크허억!”

복부에 주먹을 허용한 아렌이 마침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동시에 그의 입가를 타고 검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아렌의 패배!

상대 역시 꽤나 부상을 입긴 했지만, 아렌의 처참한 몰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패배를 인정해라, 아렌!”

아렌을 발아래 둔 천휘는 그에게 패배를 시인하도록 만들었다.

그야말로 정정당당한 대결!

천휘는 남자답고 호탕한 성격의 그가 당연히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 여겼다.

“헛소리! 난 지지 않는다! 절대!”

그러나 천휘의 예상과는 달리 아렌은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이미 생명력과 마나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힘없는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승부에 대한 집착인가.’

승부나 대결에 목숨을 거는 남자는 많았다. 주위만 둘러봐도 내기나 승부를 좋아하는 남자는 발에 차이고도 남았다.

그러나 아렌처럼 끝내 패배를 시인하지 않는 이들은 드물다. 그들은 두 부류다. 쇠고집이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패배를 시인하지 않는 경우다.

천휘가 보기에 아렌은 그 2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듯했다. 고집도 무척이나 세 보였고,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도 무서울 만큼 두터운 듯했다.

‘죽여주지!’

아렌을 죽일 마음까지는 품지 않았지만, 그는 죽기 전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천휘는 결국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파멸의 권능을 주먹에 주입했다.

“파멸의 안식!”

아렌을 영원한 안식으로 인도해줄 파멸의 권능!

이미 움직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아렌으로서는 그 파멸의 권능을 피할 힘마저 없었다.

“데몬 배리어(Demon Barrier)!”

콰앙!

그런데 파멸의 권능이 아렌의 몸에 닿기 직전, 예상치 못한 방해꾼의 개입으로 천휘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짓이지?”

천휘의 공격을 막아낸 이는 다름 아닌 데브라였다. 그녀가 절체절명의 순간 흑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허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승자는 자네일세.”

천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데브라가 아닌 신선에게서 나왔다. 데브라는 그사이 아렌에게 다가가 최상급 생명력 회복 물약과 최상급 마나 회복 물약을 건넸다.

“최강의 사내 어쩌고 하더니, 고작 목숨이 아까운 병신 새끼였잖아?”

“확실히 재수 없는 놈이긴 하네.”

신선이 앞으로 나서자 조용히 대결을 관전하던 카멜과 미온도 천휘의 옆으로 다가섰다.

3 대 3의 대결 구도!

하지만 천휘는 더 이상 대결을 펼칠 생각이 없었다.

“아렌, 너는 내게 졌다. 더 이상 네놈은 최강의 사내가 아니다. 이제부터 최강의 사내라는 수식어는 나 천휘가 가져가겠다!”

“…….”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일어서던 아렌은 천휘의 말에 뚫어져라 그를 바라봤다.

“허허! 놀라운 일이로군. 자네가 이토록 강한 줄은 몰랐군. 화신의 사막에서 저들을 이끌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신선의 말에 천휘가 작게 미소를 그리다가 재차 아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시 나와 한판 벌이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그 전에 마제스티 길드를 이끌고 페난을 떠나라! 페난은 너희들의 땅이 아닌 모든 유저들의 땅이다! 네놈의 마제스티 길드 따위가 설치고 다닐 땅이 아니야!”

“저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마스터를 이겼다고 해서 우리 길드 전체를 어떻게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미친놈 아냐, 저거?”

천휘의 발언에 마제스티 길드 소속 유저들이 노발대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반면, 마제스티 길드 소속이 아닌 유저들은 반색하며 즐거워했다.

“대결에서 패했으면 떠나라!”

“네 녀석들 따위는 없는 게 낫다고!”

“우우우우!”

“이, 이 자식들이!”

그동안 마제스티 길드의 횡포에 시달렸던 유저들이 한목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그에 당황한 것은 마제스티 길드 소속의 유저들이었다. 비록 무력으로는 그들이 우위에 있을지라도, 이렇듯 많은 유저들이 힘을 합한다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다.

“허허! 아렌, 아무래도 우리를 달가워하지 않는 무리들이 많은 것 같네.”

“…….”

유저들의 야유에 신선과 아렌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빌어먹을!”

화신의 사막에 이어 또다시 맛보는 패배!

아렌은 최강의 사내라는 수식어와 함께 페난이라는 근거지까지 잃으며 쫓기듯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 * *

“으악! 이게 뭐야?”

“으웩! 뭐야! 이 역겨운 냄새는!”

아렌과의 일을 끝마치고 천휘는 카멜과 미온을 이끌고 흰 고래 라푼의 강시화가 이뤄지고 있는 호수를 찾았다.

“큭큭! 역겹기는 무슨! 난 좋기만 한데.”

“…후각 장애냐? 이게 무슨 좋은 냄새야! 시궁창에다 누가 토한 냄새라면 모를까!”

“으웩!”

결국 강시화가 일어나며 풍기는 고약한 냄새에 카멜과 미온은 호수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이 이상한 듯 바라보던 천휘는 아무렇지 않게 호수로 다가갔다.

“별일 없었지?”

[내가 지키고 있었다. 별일이 일어나면 이상한 것이다.]

“큭! 그래, 네 말이 맞다.”

천휘는 오베른과 인사를 나누고는 흰 고래 라푼의 시체를 바라봤다. 더 이상 흰 고래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시체는 전반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빠른데? 시약이 좋아서 그런가?”

예상보다 대략 1.5배 정도 진행 속도가 빨랐다. 이런 추세라면 오늘 저녁 중으로 강시화가 끝날 수도 있을 듯했다.

“오베른!”

[무슨 일인가, 주인?]

“지금부터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동안 수차례 강시 제작을 봐온 오베른이다. 천휘의 말만으로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오베른에게 지시를 내린 천휘는 흰 고래 라푼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해가 지며 석양이 해수면을 따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미 카멜과 미온은 파뱃에 태워 쿠닉섬으로 보냈다.

푸슉푸슉!

“드디어 시작인가.”

흰 고래 라푼의 시체가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독물이 되어버린 호수가 요동쳤다.

천휘는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호수에 두 손을 담갔다.

“흐읍!”

그리고 고루마공을 전개했다.

고루문의 선대 장문인들도 대부분 이루지 못했다는 10성의 경지.

천휘는 10성의 경지, 즉 고급의 단계에 도달한 고루마공을 전개해 흰 고래 라푼의 시체에 마나를 주입했다.

고루마공의 마나가 흰 고래 라푼의 시체를 휘감으며 전신을 타고 전이되었다.

시체의 크기가 워낙 거대한 탓에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천휘는 개의치 않았다.

각종 마나 증가 아이템들로 도배한 그의 마나는 40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8서클 대마도사인 로즈란조차도 천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고루마공에 의해 변형된 마나가 흰 고래 라푼의 시체를 완벽하게 검은빛으로 물들이자, 호수의 독물이 빠르게 흰 고래 라푼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스파아앗!

호수의 물빛이 원래의 푸른색으로 되돌아옴과 동시에, 흰 고래 라푼의 시체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띠링! 천마강시를 제작하셨습니다.]

[띠링! 강시 제작술이 고급 5단계에 올랐습니다.]

“고급 5단계? 가만! 그렇다면?”

천휘는 흰 고래 천마강시에 대한 것도 잊고 무한의 행낭을 뒤져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역시!”

그가 꺼낸 책은 바로 고루문에만 비밀리에 전승되는 ‘강시 제작의 모든 것’이었다. 평소에는 그저 낡아빠진 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는 빛을 내뿜고 있었다.

“예전에도 이랬었지! 음양마령강시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렇다면 지금도!”

천휘는 새로운 강시를 제작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강시 제작의 모든 것을 펼쳤다.

[띠링! 강시 제작술이 고급 5단계에 이르러 ‘생령강시의 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이스!”

이제 자신은 최고의 강시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음양마령강시를 뛰어넘는 최고의 강시!

천휘는 저절로 손이 떨릴 정도로 희열에 휩싸여 있었다.

‘당장에라도 생령강시를 제작하고 싶지만…….’

천휘는 누가 뭐라 해도 강시술사다. 근본적으로 강시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때문에 최고의 강시인 생령강시 제작은 천휘에게 있어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마음을 잠시 접어둬야 할 때다.

성장해가는 해안 마을들!

이번 에피소드를 위한 퀘스트들도 조금씩 유저들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었다.

더 이상 페난에서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뿌우우우!

“오오! 그래! 널 잊고 있었어!”

이름:라푼

등급:천마강시

생명력:250,000 마나:10,000

<기본 스탯>

근력:5,200 민첩:700 체력:2,500

지혜:120 지력:30

“생명력이 25만이라……. 이런 녀석을 잡은 건가, 내가?”

생명력 수치만 따진다면 능히 드래곤과 맞먹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을 수하로 부릴 수 있다니…….

천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뒤로하고 라푼의 거대한 동체 위로 올라섰다.

“라푼! 가자!”

뿌우우우!

천휘의 말에 라푼이 허공으로 물 분수를 뿜으며 호수를 막고 있던 제방을 부수고 바다로 빠져나갔다.

* * *

“영차! 영차! 모두들 힘내세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완성돼요!”

라푼의 등 위로 테크토와 드워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선박이 올려졌다. 워낙 거대하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탓에 근력 스탯이 높은 유저들이 대거 달려들었지만, 선박을 옮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휘익- 쿵!

“모두 수고하셨어요! 이제 쉬셔도 돼요!”

“와아아아!”

드디어 라푼의 등 위로 거대한 선박이 올려졌다.

자력으로는 물 위에 뜰 수조차 없는 반쪽짜리 선박이었지만, 그 규모만은 대단해서 충분히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미온.”

“내가, 뭘. 난 그냥 응원만 했을 뿐인데.”

“원래 냄새나는 사내들에게는 그런 게 더 중요한 거야.”

“그런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미온을 천휘가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최근에 너무 『오벨리스크』에만 몰두해 그녀와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천휘는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주말에 그녀와 꼭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 그보다 아이들이 찾아왔던데?”

“응. 어차피 그 녀석들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불렀어. 자식들이 끝까지 거절하기에 담임으로서의 권력을 좀 발휘했지.”

“그건 권력이 아니라 강제야, 강제!”

“네 말대로 강제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럼으로써 녀석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면 된 거지, 뭐. 아무튼 난 녀석들을 만나러 가볼게.”

“그래.”

출항 준비는 대충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강철 사슬 일족의 도움으로 이순신호는 소형 대포와 캘버린포로 중무장할 수 있었고, 화염의 망치 일족의 도움으로 합판을 부착시킬 수 있었다.

블랙헤드는 로렌을 비롯한 다크 엘프 강시들의 도움으로 페난 인근과 쿠닉섬을 돌아다니며 충분한 식량을 확보했다. 약 30일의 항해에도 끄떡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더불어 하린은 NPC들에게 낚시 스킬을 전수해 항해가 길어질 때를 대비했다. 수많은 NPC들이 낚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바다 한복판에서도 어느 정도 식량을 충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로빈과 눈송이는 해왕류 몬스터들과의 전투에 대비해 르네상스 혈맹 소속의 마법사들에게 실전 훈련을 지도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의 마법 시전과 지시에 따른 동일 마법의 전개가 주 훈련 내용이었다.

그렇게 출항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며 출항 날짜가 잡혔다.

현실 시간으로 하루 뒤인 목요일 저녁 6시가 출항 시간이었다.

하루 동안의 꿀맛 같은 휴식!

앞으로 있을 큰 고난을 대비한 휴식이었다.

천휘는 그 휴식을 자신이 맡고 있는 1학년 8반 아이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늦으셨네요.”

“차가운 바닷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어요.”

“무려 한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쩝!”

쿠닉섬에서의 일로 조금 늦게 도착한 천휘는 아이들의 매서운 눈빛에 난감했다.

“너희들을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선생님이 이번에 혈맹을 결성했는데 너희들도 혈맹에 가입했으면 해서다.”

“혈맹이요?”

“그게 뭐냐?”

“피로 맺어진 동맹이잖아. 일종의 길드 같은.”

과연 문제아들답게 혈맹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다행히 그나마 모범생인 반장 파라오의 설명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혈맹 이름이 뭐예요?”

파라오의 물음에 천휘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르네상스 혈맹. 이름 멋지지?”

“…좀 노땅 티 나네요.”

“그러게. 꼭 짝퉁 패밀리 레스토랑 이름 같아.”

“구려. 전 가입 안 할래요!”

“…노땅. 짝퉁. 구려.”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는 아이들의 말에 천휘의 표정이 흉물스럽게 일그러졌다. 개인적으로 르네상스라는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건만, 아이들의 기준은 자신과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가입하지 않으면 이번 수학여행의 여행지로 경주에 한 표 던지겠다.”

조금 있으면 수학여행 시즌이 돌아온다.

보통의 고등학교는 1학년 1학기에 수학여행을 다녀오는데 천휘가 근무하는 예슬 고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웩! 경주!”

“제일 싫어!”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흑흑! 초딩 때부터 경주만 두 번 다녀왔는데.”

경주라는 말에 아이들이 저마다 불평을 토로하며 시건방진 말을 찍찍 내뱉었다.

“여행지 후보가 어디, 어디인데요?”

삼비의 리더 고비의 물음에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천휘를 바라봤다.

“경주, 제주도, 그리고… 일본이다!”

“와! 일본!”

“대박! 무조건 일본이지!”

“오! 예! 그럼 혈맹에 가입하면 일본으로 수학여행 가는 거죠?”

“만약 너희들이 혈맹에 가입하면 일본에 한 표를 던지도록 하지.”

천휘의 말에 아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혈맹에 가입했다. 그 모습에 천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나는 분명히 일본에 한 표를 찍었다. 문제는… 다른 반 담임선생님들께서 모두 경주를 찍었다는 거다.’

이미 수학여행지는 경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천휘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위해 분명히 일본에 한 표를 던졌었다. 더불어 자신은 분명히 일본으로 수학여행 갈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었다.

‘후후! 애들은 애들인가?’

* * *

수학여행을 빌미로 아이들을 르네상스 혈맹에 가입시킨 천휘는 곧바로 아이들과 함께 쿠닉섬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의 휴식을 취하자고 했건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계속해서 접속을 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맡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여, 맹주 아닌가. 뒤의 아이들은 누구지?”

“아, 아칸.”

쿠닉섬에 도착한 천휘와 아이들을 가장 먼저 반겨 준 이는 아칸이었다. 그는 강철 사슬 일족과 함께 쿠닉섬의 목재를 베어내어 이순신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저와 인연이 있어 혈맹에 가입시킨 아이들입니다.”

“자네와 인연이 있다면 응당 그래야지. 그런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칸의 눈빛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천휘는 아차 싶어 얼른 뒤를 돌아봤다.

아이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천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특유의 껄렁껄렁한 행동을 보이며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뭐야? 이 꼬진 섬은?”

“젠장! 일본이라는 말에 혹해서 오긴 했는데… 이건 뭐, 보이는 건 노땅이요, 차이는 건 똥자루들뿐이네. 잘 빠진 걸들은 하나도 없는 거야?”

“…모두 집합.”

나지막한 천휘의 중얼거림에 아이들은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천휘의 목소리가 작은 탓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모두 집합.”

이전보다 한층 커진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근처에 있던 반장 파라오를 비롯한 몇몇이 반응하며 천휘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집합!”

짧고 굵은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살기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살기에 반응하듯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으하하하! 그러니까 내가 그 클럽에서 어제 하나 건졌다는 거 아니냐!”

“이야! 제법 대단한데? 난 클럽 안 간 지 꽤 됐는데 말이야.”

“조만간 같이 한번 가자. 내가 잘 아는 형이 홍대에서 DJ 하거든.”

“그렇게 하…….”

명탐정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전일은 조용해진 주변을 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명탐정 역시 바보는 아닌지 입을 다물며 슬그머니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명탐정, 그리고 김전일, 내 너희에게 특별히 선생님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너희가 날 이긴다면 특별히 유니크 아이템 하나를 선물해주마.”

“유, 유니크 아이템!”

“대, 대박! 어서 시작하죠!”

천휘의 말에 둘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무기를 챙겼다.

아이들은 멍청하게도 천휘의 말을 이해 못한 둘을 애도하며 거리를 넓혔다.

“지금의 대결은 정식 대결이다!”

“당연하죠! 유니크 아이템이나 내놓을 각오하세요!”

“횡재했네! 큭큭!”

둘은 바보가 확실했다.

분명히 천휘의 신위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유니크 아이템에 눈이 멀어 그와 대결을 펼칠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둘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천휘의 음모였다.

“죽어도 내 탓 하지 마라.”

“선생님이나 울지 마세요.”

“후후! 그래. 천천히 밟아주마.”

“네? 히익!”

명탐정의 도발에 천휘가 스산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방적인 구타!

아이들 중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둘이었지만, 분노에 휩싸인 천휘의 주먹을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끄아아악! 선생님, 살려 주세요! 아니, 차라리 죽여주세요!”

“저도요! 너무 아파요!”

결국 고통을 견디다 못해 둘은 천휘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다. 둘의 싱크로율은 고작 10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천휘의 주먹이 안겨 주는 고통은 그 10퍼센트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부터 내 허락을 받지 않고 입을 뻥긋하거나 자리를 이탈할 시에는… 나와 정식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다.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너희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더불어 내 말만 잘 들으면 적어도 레어 아이템 하나씩은 챙겨 줄 테니, 알아서들 잘하길 바란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교사의 지혜!

천휘는 조금씩 그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 * *

“닻을 올려라!”

우렁찬 카멜의 외침에 돌쇠들이 닻줄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닻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돛을 펼쳐라!”

이어지는 로빈의 외침!

그에 돛을 책임지고 있던 다크 엘프 강시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바람을 타기 위한 돛을 활짝 펼쳤다.

“출항이다!”

거대한 이순신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와 동시에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라푼도 천천히 이순신을 따라 물살을 갈랐다.

드디어 르네상스 혈맹의 깃발이 피오르해에 펄럭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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