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NPC들의 운명
“천휘 아직 안 왔냐?”
“금방 올 거야. 앞으로 30분 정도면 도착한대.”
“젠장! 30분이나? 죽어나겠군.”
미온의 대답에 카멜이 불평을 토로했다.
일행의 주변에는 마치 배급을 기다리는 노숙자들처럼 수백의 NPC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더욱이 어떻게 소문이 돌았는지 점점 더 그 숫자가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잔소리 말고 계속 움직여. 천휘 말 못 들었어? 이들은 장차 우리의 큰 전력이 될 거야. 이 일을 계기로 우호도가 최고조에 이른다면 이들은 우리를 따라 그 미지의 섬으로 향하게 될 테니까.”
카멜의 불평을 일축하는 하린의 말에 일행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야흐로 『오벨리스크』는 이렇듯 이방인과 NPC들이 서로 합심하여 이 난국을 타개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 * *
휘우웅!
“바다다!”
“아, 시원해!”
지옥과도 같았던 카이젠 산맥을 지나 피오르해에 당도한 천휘와 강철 사슬 일족은 확 트인 바다를 보자마자 긴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죄송하지만 조금 더 움직여야 합니다. 말씀드렸던 배가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정박하고 있습니다.”
강철 사슬 일족 드워프들이 바다에 감탄해하고 있을 때 천휘는 아칸과 심각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야지. 이곳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의 바다라 불렸던 피오르해이니, 안전한 곳에 당도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지. 모두들 그만 감탄하고 다시 움직이세!”
아칸의 외침에 강철 사슬 드워프들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어라? 아빠! 저들은 화염의 망치 일족 아니에요?”
“오! 그렇구나.”
“화염의 망치 일족?”
모단이 가리킨 곳에는 강철 사슬 일족과 흡사한 모습의 드워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강철 사슬 일족이 그 이름처럼 허리춤에 얇은 강철 사슬을 차고 있는 데 반해, 그들은 화염과도 같은 붉은색 경갑옷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게 누군가. 아칸 아닌가.”
“오랜만일세, 김리. 용케도 이 난리통에 살아남았군.”
“지옥을 헤쳐 온 기분일세.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야.”
“동감이네.”
화염의 망치 일족 수장으로 보이는 김리라는 드워프와 안면이 있는 듯 아칸이 반갑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김리 역시 아칸이 반가운 듯 와락 그를 껴안았다.
“다른 일족들은 어떻게 되었나?”
“…알 수 없네. 어쩌면…….”
“으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들도 신의 도우심으로 간신히 살아난 상황에서 다른 일족을 걱정할 처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어딜 그리 바쁘게 가는 겐가.”
“아, 우리는 저 이방인을 따라가는 중일세.”
“이방인을?”
아칸의 말이 뜻밖이었는지 김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천휘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칸의 소개에 천휘가 대뜸 인사를 건넸다.
‘잘하면 또 다른 드워프 일족을 데려갈 수도 있겠어.’
아칸과 제법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천휘는 김리에게 아칸에게 건넸던 제안을 재차 제시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일개 이방인이 어찌 우리를 돕는다는 거지?”
역시나 우호도가 낮은 화염의 망치 일족과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휘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최고의 패가 남아 있었다.
“일개 이방인이 아니네. 그는 우리 일족을 위해 아크 리치를 처단했고, 더불어 카이젠 산맥에서 위험에 빠져 있는 우리 일족을 구해주었네. 그는 여느 이방인과 달라. 무력은 물론이고, 따뜻하고 고운 심성까지 지녔네! 잘 생각해보게. 이대로라면 자네 일족은 일족 대대로 내려오는 대장 기술을 실전할지도 모르네. 대장장이는 무릇 대장장이질을 해야만 비로소 대장장이인 것이네. 이런 척박하고 생소한 땅에서 그것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
아칸의 거듭되는 설득에 김리의 굳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은 그 역시 아칸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천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
* * *
“더 이상 NPC들을 돕지 말고 이순신에 올라.”
강철 사슬 일족과 화염의 망치 일족을 동시에 데려온 천휘는 곧장 일행에게 이순신으로 오르도록 했다.
일행은 두말하지 않고 그의 말을 따랐다. 벌써 몇 시간째 거듭되는 중노동에 비록 이곳이 가상현실이라고는 하나 심신이 피곤해진 탓이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일행이 이순신에 오르자 테크토가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다들 고생했으니 일단 기력이나 좀 회복해둬. 난 드워프들에게 방을 소개해드리고 다시 돌아올게.”
천휘는 테크토와 함께 강철 사슬 일족과 화염의 망치 일족을 각기 선실로 안내했다. 워낙 거대하게 만들어진 선박인지라, 선실의 규모도 꽤 컸다.
“그야말로 대단한 선박이로군. 이방인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배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어떻게 이토록 뛰어난 조선 기술을 이방인이 익히게 된 거지? 천휘도 그렇고 이방인들은 대단한 구석이 있어.”
“하하하! 장인 일족이신 드워프 여러분이 제 배를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실로 향하는 중 이순신의 이모저모를 확인한 아칸과 김리는 연방 테크토의 조선 기술을 칭찬했다. 그에 테크토는 겸손한 말로 응수했다.
“여러분은 이 층을 이용해주십시오. 이후의 연락은 이 녀석을 통해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미켈란젤로.”
천휘의 부름에 닌자거북 중 한 명인 미켈란젤로가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에 닌자거북의 정체를 알고 있는 강철 사슬 일족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화염의 망치 일족은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하지. 어서 가보게. 자네를 찾는 이들이 많은 듯한데 말이야.”
아칸의 말에 천휘가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테크토와 함께 갑판으로 올라갔다.
“언제 또 드워프들을 구워삶은 거냐? 아무튼 수완도 좋아요.”
“구워삶기는. 농담 그만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각자 지난 모임 때 말했던 동료들에게 연락 돌렸지?”
천휘의 물음에 일행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긍정을 표했다.
“로빈, 마탑도 걱정 없는 거냐?”
“다행히 탑주님을 비롯한 마탑의 주축 마법사 NPC들은 무사한 것 같더라. 몬스터들의 준동으로 진 마탑도 결국 무너지고 말았지만, 미리 몸을 빼내신 덕에 마탑의 전력은 3할가량 보존할 수 있었던 모양이야.”
“역시.”
진 마탑은 아르니안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력을 보유한 곳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A급 몬스터들과 중급 이상의 마수들. 진 마탑으로서도 피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힘든 상대들이었다.
“모두들 명심해둬. 이곳도 언제까지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어.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떠야 해. 기한은 보름. 그 안에 자신이 구축한 동료들을 이곳 페난 마을로 오라고 해.”
천휘의 설명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페난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페난에 머물고 있는 NPC들은 어떻게 할까?”
미온의 물음에 일행이 천휘를 바라보았다.
“다 태울 수는 없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말이었다.
배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00.
그중 절반가량이 강철 사슬 일족과 화염의 망치 일족으로 채워진 상황이었다.
거기에 더해 앞으로 이곳으로 모일 동료들만 해도 기백은 넘는 상황. 로빈이 연락을 취한 진 마탑의 마법사들까지 더한다면 배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은 많아봐야 100명이 넘지 않았다.
“개중에 재주 좋은 이들만 태울까? 그나마 우리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런 이들을 태워야 할 것 아냐.”
“…….”
로빈의 냉정한 판단을 들은 천휘는 멀리 난간 너머로 보이는 NPC들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
‘테크토 형님이 말씀하신 섬까지는 최소한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그렇단 얘기는 우리가 저들을 데려가지 않는다면 모조리 몬스터들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천휘의 고민은 불쑥 이야기에 끼어든 로즈란의 한마디에 해결되었다.
[이러는 건 어떨까요?]
로즈란의 물음에 천휘를 비롯한 일행이 반색을 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8서클 대마도사였던 만큼 그녀의 지식과 지혜는 누구보다 풍부하고 깊이가 있었다. 그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그녀의 조언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주인님께 라프라스가 있잖아요.]
“그렇지.”
[라프라스도 대략 5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과연 대양의 거센 물살을 이겨 낼 수 있을까?”
로즈란의 설명에 로빈이 반문했다. 그 역시 라프라스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반문이었다. 문제는 그저 라프라스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로즈란의 말이 맞아. 라프라스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해. 거친 바다의 물살도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수십 명의 인원을 태운 상태에서 혹시나 해왕류 몬스터들과 조우하게 되었을 때야. 해왕류 몬스터들은 바다의 왕이라 불리는 만큼 그 덩치는 물론이고, 그 강함까지 어마어마하니까.”
다소 딱딱한 천휘의 설명에 로즈란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해왕류 몬스터를 잡아 저희처럼 강시로 제작하시면 되지 않겠어요? 호호! 그리고 해왕류 몬스터로 하여금 거센 물살을 헤쳐 나가도록 하면 되는 것이고요.]
번뜩!
간드러지는 웃음과 함께 이어지는 로즈란의 말에 일행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제안대로라면 NPC들을 모두 데리고 섬으로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천휘야.”
“내가 보기에도 그래! 해왕류 몬스터 중에서도 특대 사이즈를 잡아다가 그 위에 NPC들을 태우면 되는 거 아냐.”
“…….”
로빈과 카멜이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천휘는 별다른 말없이 뭔가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아따! 미쳐블게 좋은 생각이랑깨. 역시 마법사들은 뭔가 달라도 달라브러. 퍼뜩 해왕류 몬스터를 잡아와 블자고잉.”
“다행이네용. 이로써 저 불쌍한 NPC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게 된 거죵?”
“…….”
이어지는 블랙헤드와 눈송이의 말에도 천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에 하린이 나서서 그를 불렀다.
“천휘야, 무슨 고민 있어?”
하린의 물음에 한창 들떠 있던 모두의 시선이 천휘에게로 향했다.
“로즈란의 생각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문제는 이 넓은 바다에서 어떻게 저 많은 NPC들을 태울 만큼 거대한 해왕류 몬스터를 찾느냐는 거죠. 게다가 해왕류 몬스터는 말 그대로 몬스터예요. 운송 수단이 아니라는 거죠. 라프라스야 등이 단단한 등껍질로 되어 있어 NPC들을 태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해왕류 몬스터들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 않겠어요? 문제는 또 있어요.”
“또?”
“엄청난 크기의 해왕류 몬스터를 무슨 수로 강시화시키느냐 하는 거예요. 제가 소유하고 있는 강시 중 가장 거대한 강시가 라프라스예요. 비교적 시약이 적게 드는 혈강시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시약이 소모됐어요. 강시 제작에 드는 시약은 몬스터의 크기에 비례하거든요. 한마디로 말해 해왕류 몬스터를 강시화하려면 천문학적인 시약이 소모된다는 거예요.”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는 천휘의 말에 일행의 분위기가 금세 냉랭해졌다. 그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해왕류 몬스터를 강시화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휘 아우.”
“말씀하세요.”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일행 중 가장 연장자라고 볼 수 있는 테크토였다.
“확실히 자네의 말대로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저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지 않겠나? 언젠가 자네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네. ‘NPC들은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들이지만, 그들 역시 이 『오벨리스크』 내에서만큼은 우리 유저들과 똑같은 생명들’이라고 말이야.”
“…….”
테크토의 말이 옳았다.
자신이 수행했던 퀘스트, 혹은 행동들 중에 실현 가능한 것들이 얼마나 되었었나?
드래곤 산맥을 넘어온 일은 아직까지도 아무도 성공한 이가 없을 만큼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고, 4대 금지 중 한 곳인 심연의 밀림을 정복한 일 역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작 이 정도의 일로 애초에 포기하는 것은 자신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야 본모습으로 돌아왔군.”
“그러게. 저 자식은 저런 사악한 미소를 짓는 게 가장 어울려.”
“저런 웃음을 지을 때마다 꼭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잖아. 그리고 그걸 반드시 성공시키고 말이야.”
오랫동안 그를 살펴 온 로빈과 카멜, 그리고 이제는 애인이 된 미온의 말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쳇! 날 그렇게 이상한 놈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아무튼 테크토 형님의 말씀처럼 이번 일 반드시 성공시킨다. 이것은 비단 우리를 위한 것만이 아니야. 운영자 이 망할 잡것들의 농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NPC들을 위한 것이지.”
천휘의 비장하기까지 한 다짐에 일행 역시 얼굴에 웃음기를 없애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왕류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야. 테크토 형님, 형님은 이곳 피오르해에서 가장 오래 머무셨으니, 혹시 해왕류 몬스터의 거처를 알고 계시지 않나요?”
천휘의 물음에 테크토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는 곳이 한 군데 있긴 하지. 문제는 녀석이 해왕류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가장 흉악한 녀석이라는 것이지.”
“어차피 그 문제야 제가 알아서 할게요. 여차하면 파뱃 녀석을 타고 튀면 되니까요. 좋았어. 그럼 해왕류 몬스터와 관련된 것은 해결됐고, 녀석을 강시로 제작할 시약 문제인데… 로빈, 혹시 주변에 피난 온 엘프 부족 없었어?”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로빈은 반발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더니 눈송이를 바라봤다.
“송이야, 너 어제 엘프 봤다고 하지 않았어?”
“엘프요? 아, 맞다. 엘프라고 하기엔 좀 어렸지만, 커다랗고 뾰족한 귀가 분명히 엘프였어요.”
“좋았어. 그럼 로빈과 눈송이는 엘프들을 수소문해서 내가 적어주는 재료들을 이 주변에서 찾아봐. 이 부근도 사람들의 손을 덜 타서 제법 시약이 될 만한 마법 재료들이 많을 거야. 엘프들은 천부적으로 마법 재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그들을 이용하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몇몇 재료들은 카이젠 산맥에서 찾아봐야 하니까 내가 오베른과 닌자거북들을 붙여 줄게. 그들이라면 카이젠 산맥에서도 충분히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마.”
이제 남은 문제는 해왕류 몬스터 위에 어떻게 NPC들을 태우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나와 드워프들이 거대한 뗏목을 하나 제작해두지. 녀석의 거대한 크기를 감안해 만들어야 하니 기능적인 면은 많이 저하되겠지만, NPC들을 태우는 데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테크토와 드워프라면 충분히 거센 물살에도 이겨 낼 수 있는 튼튼한 뗏목을 만들어낼 것이다.
“테크토 형님의 뗏목 제작을 제외하곤 지금부터 3일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 해. 크기에 상관없이 시약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녀석을 혈강시로 제작하는 데 열흘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모두 명심해. 기한은 3일이야. 기한을 넘겨서는 절대 안 돼!”
단호한 천휘의 말에 일행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기한은 겨우 3일!
그 안에 주어진 일들을 끝마쳐야 했다.
* * *
휘이잉!
거친 파도만큼이나 피오르해에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왔다. 웬만한 새조차도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없을 만큼 마의 바다 피오르해의 바람은 거칠고 투박했다.
“흠… 이 근처인 것 같은데. 파뱃, 왼쪽으로 틀어봐.”
끼에에엑!
혈강시가 되어 비행 능력이 한층 발달하게 된 파뱃에게는 거친 바닷바람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장거리 비행도 충분히 가능했다.
“후우… 아무래도 테크토 형님은 훌륭한 조선 기술을 지니시긴 했지만, 지도 제작 스킬은 영 별로인 것 같네.”
테크토가 그려 준 지도는 너무도 조악했다. 거리감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고, 피오르해에 산재한 섬의 모양조차 정확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얼추 이 부근까지는 온 것 같은데. 파뱃, 저쪽으로… 아, 찾았다!”
한참 동안 지도를 살피던 천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탄성을 터트렸다.
봉우리 부근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만년설.
구름까지 닿아 있는 켈리만산이 존재하는 섬, 켈리만섬에 도착한 것이다.
“파뱃, 저 섬의 해안가로 가자!”
끼에에엑!
쏴아아!
천휘는 새하얀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해안가를 천천히 걸어갔다. 행여나 이곳 NPC들에게 위협이 될까 봐 일찌감치 파뱃은 아공간으로 되돌려 보냈다. 지금 그의 곁에는 카이젠과 로즈란만이 함께하고 있을 뿐이었다.
“로즈란, 마법으로 마을이 어디 있는지 알아봐.”
[그럴게요. 주변의 모든 것을 내 앞에 비출지니, 옵저버(Observer)!]
로즈란이 마법을 펼치자 그녀의 전면으로 거대한 화면이 그려졌다. 그리고 마치 실루엣을 보는 것처럼 희미한 그림이 이어지며 이 섬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거대한 바위가 있는 부근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어요. 문제는…….]
“문제는?”
[아무래도 생명의 기운이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지 않았나…….]
“뭐야? 빌어먹을! 당장 그곳으로 안내해!”
천휘는 이곳 켈리만섬의 NPC들에게서 흰 고래 라푼을 만나기 위한 퀘스트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들이 모두 죽어 사라진다면 흰 고래 라푼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 수가 있었다.
천휘와 두 강시는 빠르게 마을 부근으로 달려 나갔다.
* * *
카앙!
채앵!
“크악!”
“아악! 여보!”
켈리만 마을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마을의 NPC들도 제법 무기를 다뤄본 듯 강단 있는 기세를 떨쳤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빙룡의 대지에서만 서식한다는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 열댓 마리가 마을을 침략한 것이다.
켈리만 자경대의 활약으로 7마리의 트롤들을 처치하긴 했지만, 문제는 나머지 8마리였다. 자경대가 모두 사망한 시점에서 켈리만 마을 NPC들의 괴멸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하나 둘 마을 NPC들이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을 때, 천휘 일행이 켈리만 마을에 도착했다.
“이런, 제기랄! 당장 저 녀석들을 모두 처치해!”
마을 NPC들이 거의 죽임을 당한 광경을 목격한 천휘는 NPC를 단 한 명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리곤 초로의 노인 NPC에게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던 트롤을 향해 파멸의 주먹을 전개했다.
콰앙!
“젠장!”
강맹한 위력이 담긴 천휘의 주먹에 트롤은 나가떨어졌지만, 불행하게도 초로의 노인은 트롤의 발에 채여 죽음을 면치 못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카이젠이나 로즈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인 듯 얼마 남지 않은 NPC들이 피를 토해내며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온이라도 데려오는 건데!”
자신이나 카이젠, 로즈란은 공격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치료나 회복은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일에는 신성 마법을 익힌 미온이 제격이었다.
“이렇게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로즈란! 너는 지금 당장 마을을 돌아다니며 살아 있는 주민들을 찾아봐!”
[네, 주인님!]
마법 저항력이 강한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을 상대하기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로즈란이었다.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NPC 확보를 그녀에게 맡긴 것이다.
“카이젠, 녀석들을 최대한 빨리 죽여 버려!”
[충!]
천휘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카이젠은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시켰다.
[라그나 블라스트(Ragna Blast)!]
카이젠의 위력적인 스킬 한 번으로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 2마리가 저세상으로 갔다. 레벨 280대의 B급 최상위 몬스터였지만, 소드엠페러의 극한에 이른 카이젠에게는 동네 똥개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녀석들이었다.
반면, 천휘로서는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3마리의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들이 다소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보법을 운용해 민첩하게 회피하면서 공격을 퍼붓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었다.
쿠웅!
“헉헉!”
드디어 마지막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을 처치한 천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녀석들을 처치하는 데 무려 10분이나 보법을 운용한 탓에 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쉬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단 한 명의 NPC라도 더 확보해야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이젠, 로즈란의 위치는? 헉헉!”
[마을 북쪽 방향입니다.]
카이젠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무려 4미터의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트롤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일반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이 3미터임을 감안한다면, 녀석은 아마도 일족의 우두머리쯤 되는 모양이었다.
“가자!”
정황상 로즈란은 녀석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제아무리 8서클 대마도사인 그녀이지만, 마법 저항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준 보스급의 녀석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1분쯤 달리자 멀리서 로즈란과 트롤 우두머리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로즈란이 캐스팅이 짧은 저서클 마법을 난사하며 트롤 우두머리의 접근을 막아내고 있긴 했지만, 녀석은 마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거칠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트롤이 도끼를 들고 있어?”
본래 트롤은 어떤 일족이든 몽둥이를 들고 있기 마련이다. 오크나 고블린 등이 조악하긴 하지만 무기를 들고 공격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그만큼 녀석들의 지능이 낮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로즈란과 대적하고 있는 트롤 우두머리는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아마 저 도끼 때문에 로즈란이 더욱 고전을 하고 있는 듯했다.
“카이젠! 녀석을 전면에서 상대해! 내가 녀석의 뒤를 친다!”
[알겠습니다!]
트롤 우두머리 녀석과 가까워지자 천휘는 카이젠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와 함께 전후에서 녀석을 합공할 생각이었다.
[하앗!]
카이젠이 일부러 기합을 내지르며 녀석에게 쇄도했다. 천휘가 뒤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의도였다.
크워어엉!
콰앙!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카이젠의 공격을 녀석이 괴성을 내지르며 도끼로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일대를 울리는 굉장한 충격음.
천휘는 그 충격음을 틈타 녀석의 등 뒤로 접근했다.
“죽어라! 파멸의 안식!”
응집된 파멸의 기운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트롤의 허리 부근을 강타했다.
퍼억!
빠각!
크워어엉!
파멸의 안식이 정확하게 꽂히자 거대하고 두꺼운 녀석의 척추가 대번에 끊어졌다. 척추는 모든 척추동물의 중심 뼈대가 되는 중요한 지지대. 그것이 부러지면 척추동물은 더 이상 바닥에 발을 내딛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 녀석의 목을 잘라버려!”
그러나 상대는 끔찍할 만큼 엄청난 재생 능력을 지닌 트롤이었다. 그것도 녀석은 눈보라 수염 일족 우두머리.
천휘는 혹시 몰라 카이젠으로 하여금 무너져 내린 녀석의 목을 잘라버렸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카이젠이 녀석의 목을 잘라내자 기분 좋은 알림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켈리만 마을의 NPC들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했다.
천휘는 다급히 로즈란을 쳐다봤다. 물론 눈보라 수염 일족 우두머리가 떨어트린 도끼는 이미 회수했다.
“주민들은 어떻게 됐지?”
로즈란의 주변에는 트롤 우두머리 녀석의 도끼에 맞아 으깨진 NPC들의 시체밖에 보이지 않았다. 로즈란이 자리를 고수하며 녀석을 상대했다면 분명 NPC가 주변에 있어야 하건만, 그 어디에도 생존해 있는 NPC는 보이지 않았다.
[저로서도 모두의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어요.]
“뭐라고? 그렇다면…….”
최악의 전개였다. 이런 식으로 흰 고래 라푼을 만나는 것이 꼬여 버리면, 페난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일행을 볼 면목이 없게 된다.
[하지만.]
“하지만?”
이어지는 로즈란의 말에 천휘가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물었다.
[다행히 한 소년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어요.]
“소년? 소년이 어디에 있… 아!”
로즈란의 말에 주변을 살피던 천휘는 이내 풀숲에 숨어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란 조그마한 풀숲에 몸을 웅크리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워 보였다.
[괜찮니?]
“…….”
로즈란의 감미로운 물음에도 소년은 일언반구의 대답도 하지 않고, 독기 가득한 눈빛을 품으며 이쪽을 노려볼 뿐이었다.
[부모님은 안 계시니?]
“…….”
계속되는 로즈란의 물음에도 소년은 여전히 침묵을 고수했다.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걸까?”
[그렇진 않아요. 주인님이 오시기 전까지만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였어요. 엄마를 애타게 찾기도 했고요.]
“그럼 뭐야? 왜 말을 안 해?”
잔뜩 짜증이 섞인 천휘의 말에 소년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풀숲에서 빠져나와 로즈란의 품에 안겼다.
“어라?”
자신을 꺼리는 것 같은 소년의 행동에 천휘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저씨 무서워.”
“아저씨? 젠장! 누구보고 아저씨래! 이제 고작 서른 살인 총각한테!”
“으아앙! 엄마!”
아저씨라는 말에 흥분한 천휘의 고함에 소년이 기어코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대체 왜 애를 울리고 그러세요! 그래그래. 울지 마.]
“으윽!”
로즈란의 핀잔에 천휘는 더 이상 화를 내지도 못하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그러니까 트롤들이 나타나 너희 엄마를 끌고 갔단 말이지? 이웃집 누나들도 모두?]
“응. 모두 끌려갔어. 하지만… 아빠와 아저씨들, 그리고 동네 형아들은…….”
이어지는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켈리만 마을에 널브러진 남자 NPC들의 시체들.
눈보라 수염 일족 트롤들과 치열하게 싸웠다는 것을 보여 주듯 그들의 시체는 온전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을 만큼 끔찍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엄마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아?]
“눈보라 수염 일족의 마을은 알아. 하지만 거기로 끌려가시지 않았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
뒷말을 흐리는 소년을 보며 로즈란이 궁금한 듯 물었다.
“빌어먹을 흰 고래 녀석의 제물로 끌려가신 걸 거야. 흰 고래, 그 개자식이 살고 있는 동굴로…….”
[흰 고래라면?]
소년과 대화를 나누던 로즈란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바라보는 천휘가 있었다.
‘소년의 말이 사실이라면 흰 고래 녀석은 괘씸하게도 여자 NPC들을 먹이로 삼고 있는 거겠지. 이게 무슨 동화 같은 이야기야. 여자들을 제물 삼아 힘을 키워나가는 괴물이라니. 게다가 녀석은 뱀이나 구미호 같은 요물도 아니잖아. 보통 흰 고래라면 성수나 신수, 뭐 이런 식이어야 정상 아닌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하지만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저 소년을 안내인 삼아, 감히 인간을 먹이로 삼는 흰 고래 녀석이 살고 있다는 동굴로 찾아가야 했다.
“이름이 뭐지?”
뜬금없는 천휘의 물음.
소년은 그의 말에 처음으로 대답했다.
천휘가 소년에게 블랙헤드가 만든 밀떡과 미온이 제작한 기력 회복제를 준 결과였다.
“벤너.”
“좋아, 벤너. 이제부터 우리는 너희 엄마와 동네 누나들을 구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벤너 너처럼 흰 고래의 동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우리가 흰 고래를 처치하고 엄마를 구해줄 테니, 벤너 너는 우리를 위해 흰 고래의 동굴로 안내해.”
“…흰 고래는 강해. 우리 아빠가 바다에서도 제일 강한 녀석이라고 했어.”
천휘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었다.
아이에게 있어 흰 고래는 자신들을 잡아먹는 마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걱정 마. 우리 주인님은 흰 고래보다 훨씬 강하셔. 트롤들도 우리 주인님이 모두 처치한 것 잊었어?]
그런 아이의 불신을 불식시키고자 로즈란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봄날의 햇살과도 같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정말 구해줄 수 있어?”
로즈란의 말에 혹한 벤너가 천휘를 보며 물었다.
불안함이 가득한 벤너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보며 천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퀘스트 ‘흰 고래의 제물’이 발동되었습니다.]
고대 하스렌 제국,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마의 바다 피오르해를 지배한 세 몬스터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거대하고 흉성이 강한 몬스터를 일컬어 흰 고래 라푼이라고 했다.
추운 곳에서 살아가는 고래의 특성상 흰 고래 라푼은 추위를 좋아했고,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피오르해에는 추운 지역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사시사철 한기가 가득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해발 9,329m에 달하는 켈리만산이 있는 켈리만섬이었다.
흰 고래 라푼은 켈리만섬에 정착했고, 그 섬의 주민들을 30년에 한 번 꼴로 잡아먹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 주기가 짧아지더니, 급기야 눈보라 수염 일족을 부려 켈리만 마을의 여자 주민들을 모두 끌고 갔다.
흰 고래의 끔찍한 제물이 될 그들을 구출하라!
난이도:A
기한:1일
보상:켈리만 마을의 보물
“구해줘요, 형.”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드디어 아저씨가 아닌 형이라고 말하는 벤너.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듯했다.
천휘 역시 그런 벤너의 아부가 마음에 드는지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