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끈적거리는 동굴
“…이런 이유로 이제부터 우리는 멀록의 근거지로 쳐들어가게 되었다.”
천휘는 촌장이 준 퀘스트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멀록은 징그러워서 싫은데. 게다가 경험치도 별로 안 주고.”
“맞아. 멀록은 동 레벨의 몬스터들에 비해 경험치도 짜고 아이템도 건질 만한 게 없어.”
아이들은 이미 멀록 사냥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반발이 심한 건 여자 아이들이었다. 물고기의 몸체에 사람 팔다리를 하고 있는 징그러운 형상의 멀록을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리 만무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
아이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읽으며 미온이 슬쩍 천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긴. 살살 꾀어서 데려가야지.”
자신의 제자들은 윽박을 지른다거나, 협박을 한다고 해서 말을 들을 아이들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곳은 학교가 아닌 게임 속. 그런 방법은 더더욱 통하지 않았다.
“멀록 로드를 처치하는 데 함께하는 남자 아이들에게는 이 손목 방어구를 주겠다. 더불어 여자 아이들에게는 이 팔찌를 주지.”
천휘는 결국 아이템이라는 최후의 패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다른 걸로는 영악한 녀석들을 꾈 수 없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초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이상한 쓰레기 잡템 주는 거 아니에요?”
역시나 아이들은 천휘에 대해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불신을 불식시키고자 천휘가 아이템의 정보를 아이들에게 공개했다.
[심연의 손목 방어구]
심연의 밀림에 서식하는 마수들의 단단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손목 방어구. 오러 블레이드도 견뎌 내는 마수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만큼 강철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한다.
등급:레어 내구력:500/500
분류:손목 방어구
제한:제한 레벨 100
옵션:물리 방어력 +200
옵션:체력 +5
[심연의 팔찌]
심연의 밀림에서 거주하는 다크 엘프가 세공해 만든 팔찌. 다크 엘프의 마기가 깃들어 있어 순수한 검은 결정이 마력과도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등급:레어 내구력:300/300
분류:팔찌
제한:오직 여성만 착용 가능
옵션:물리 방어력 +50
옵션:마법 방어력 +50
옵션:특수 스탯 매력 +30
“레어 아이템!”
“어머! 저 팔찌 좀 봐! 너무 멋져! 내 손목에 두르면 정말 딱이겠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산하며 천휘의 곁으로 다가왔다.
천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저지했다.
“이 아이템들을 너희 모두에게 지급하겠다. 어떠냐? 퀘스트를 할 거냐, 말 거냐?”
“하겠습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전 이제부터 선생님의 종이에요!”
아이들의 적극적인 반응에 고취된 듯 천휘가 양팔을 위로 벌리며 소리쳤다.
“나를 믿습니까?”
“믿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는 뭐든 따르겠습니까?”
“따르겠습니다!”
다소 이상한 천휘의 물음에도 아이들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했다.
마치 사이비 종교 교주와 신도들을 보는 듯한 그 광경에 미온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다들 미쳤어, 진짜.”
천휘와 미온, 그리고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페난 마을을 떠나 서쪽 절벽으로 향했다. 천휘가 아이들을 마을에 풀어 퀘스트에 관련된 정보를 끌어 모아 멀록의 근거지를 알아낸 것이다.
“잘 들어라. 명탐정, 너는 다른 전사 계열 아이들과 함께 1진을 맡는 거다. 너희들이 할 일이 뭘 거 같으냐?”
“멀록들의 접근을 막고 근접전을 펼치는 거겠죠.”
“바로 맞혔다. 멀록은 마법 방어력은 높지만, 물리 방어력은 낮아. 그러니까 이번 퀘스트의 중심은 너희 1진에게 있는 거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레어 아이템의 힘은 역시나 대단한 듯, 평소 까칠함의 대명사였던 녀석이 토도 달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코난, 너는 활을 주 무기로 쓰는 아이들을 데리고 2진을 맡는다. 어차피 동굴 안에서는 시야가 좁아 먼 거리까지 내다볼 순 없겠지만, 멀록 녀석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할 일을 다하는 거다. 거기에 더해 주술사들이 나타나면 가장 먼저 녀석들을 처치하는 것 역시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의외로 활을 무기로 삼는 아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코난을 비롯해 3명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코난의 실력이 출중하니, 충분히 다른 아이들을 보조하며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라푼젤과 파라오는 다른 법사 계열, 성직자 계열 아이들과 3진을 맡아라. 아까 말했듯 멀록 녀석들은 마법 방어력이 높으니, 공격 마법보다는 보조 마법이나 저주 마법을 거는 게 효과적일 거다. 한 가지 말해두는데… 구룩!”
“네?”
라푼젤과 파라오에게 설명을 하다 말고 천휘는 한 남자 아이에게 주목했다. 녀석의 이름은 용석. 『오벨리스크』에서의 아이디는 구룩이었다.
“너 화염 계열 마법사지?”
“그런데요?”
“가장 즐겨 쓰는 마법은?”
“3서클 파이어볼이랑 5서클 익스플로전요.”
“동굴 안에서 어떤 마법을 쓸 거냐?”
“당연히 파이어볼과 익스플로전…….”
“하아…….”
구룩의 한심한 말에 천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현실에서도 그렇듯 녀석의 2프로 부족한 행동 때문이었다.
“비좁은 동굴에서 파이어볼이나 익스플로전 같은 폭발형 마법을 쓰면 어떨 것 같으냐?”
“흐음, 잘못하면 천장이 무너질 수도… 아, 그럼 전 마법을 못 쓰는 건가요?”
“…너 설마 마법을 그 두 개밖에 안 배운 건 아니겠지?”
“그런데요. 왜요?”
“…….”
“…….”
보통 한 계열의 마법만 익히는 마법사들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경우에 따라 쓰일 수 있는 마법 10가지 이상은 익히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벨리스크』의 사냥터는 무궁무진한 데다, 어떤 상황에 처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룩은 오로지 단 2가지의 마법만을 익혔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것만을 익혔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왜 두 가지 마법만 익힌 거야?”
미온이 궁금증을 참다못해 물었다. 그녀 역시 마법사는 여러 형태의 마법을 다양하게 익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예로, 로빈은 모든 계열의 마법을 고루 익혀 천휘 일행 중에서도 가장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강하고 멋지니까요.”
“응?”
조금은 뜬금없는 대답에 미온이 살짝 당황하며 되물었다.
“사실 다른 서클 마법도 익혔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삭제했어요. 강하지도, 멋지지도 않으니까. 제겐 오로지 파이어볼과 익스플로전뿐이에요.”
마치 자랑스러운 듯 가슴까지 활짝 펴며 이야기하는 구룩을 보며 천휘는 다시 한 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녀석, 이대로 뒀다간 반드시 좁은 동굴 안에서 익스플로전을 휘갈길 놈이었다.
“어디 있었더라…….”
천휘는 이야기하다 말고 무한의 행낭을 뒤졌다. 아이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천 제국의 행낭. 아이들의 이목이 절로 천휘에게 집중되었다.
“아, 여기 있다. 구룩, 지금 이 자리에서 이걸 익혀라. 이걸 익히지 않으면 넌 퀘스트에서 제외다. 당연히 레어 손목 방어구는 국물도 없게 되는 거지.”
“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이건 횡포예요!”
“아이템은 내 손안에 있다. 어쩔 거냐?”
천휘의 물음에 구룩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레어 손목 방어구는 그만큼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배우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넌 이번 멀록 토벌에서 이 마법만 사용하면 된다. 절대 다른 마법을 사용하면 안 돼!”
“그 마법서나 주세요!”
“후훗! 여기 있다.”
천휘는 구룩에게 마법서 하나를 건넸다. 제법 값이 나가는 마법서지만, 타인도 아닌 자신의 제자들에게 주는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하게 줄 수 있었다.
“이건!”
마법서를 받고 읽어 내려가던 구룩이 놀란 표정으로 천휘를 바라봤다.
“왜 그래?”
“뭔데, 뭔데!”
구룩이 보물을 발견한 듯 놀라자, 아이들이 그 주변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구룩이 마법서의 정보를 아이들에게 공개했다.
[마그마 블레이드(Magma Blade)]
극열의 마그마, 그 정기를 무기에 씌운다!
6서클 마법 마그마 캐논(Magma Cannon)의 열기를 무기에 담아 고열의 화염을 발산시킨다.
등급:5서클
분류:마법서
제한:5서클 마법사
옵션:마법 공격력 300% 증가
옵션:1초당 25의 지속적인 화염 데미지
“5서클 블레이드 마법서?”
“4서클이 최고 아냐?”
“뇌전의 기사 크롬웰이 구사하는 블레이드 마법이 몇 서클이었지?”
“4서클!”
“헉!”
레벨은 낮아도 『오벨리스크』에 대한 지식은 풍부한 듯 아이들은 금세 마그마 블레이드 마법서의 가치를 알아봤다.
본래 무기에 마법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블레이드 마법은 3서클이다. 파이어 블레이드나 윈드 블레이드가 가장 대표적인 마법이었다.
그러나 예외도 있었다. 바로 천휘가 화신의 홀에서 만났던 지존 12인 중 한 사람, 뇌전의 기사 크롬웰이 장본인이었다. 그는 350레벨 보스 몬스터 썬더 버드를 사냥하고 얻은 4서클 블레이드 마법, 썬더 블레이드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한두 가지 정도의 4서클 블레이드 마법서는 종종 공개됐지만, 단연코 5서클 블레이드 마법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선생님! 저희도 스킬 북 하나만 주세요!”
“저도 신성 마법서 하나만 주세요!”
난데없이 아이들이 천휘를 빙 둘러싸고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목적은 단 하나! 천휘를 삥 뜯으려는 심산이었다.
“조용!”
“아잉, 선생님, 말 잘 들을게요. 스킬 북 하나만 주세요.”
“앞으로 선생님을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스킬 북 하나만 부탁해요!”
조용히 하라는 천휘의 외침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결국 천휘가 무한의 행낭에 손을 넣어 하나의 스킬 북을 꺼냄으로써 소란은 일단락되었다.
반짝반짝.
“허, 참.”
전에 없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 아니 정확히는 스킬 북을 쳐다보는 아이들이 기가 막혀 천휘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내게도 이제 쓸 만한 스킬 북은 몇 개 없다. 고작해야 다섯 개 정도? 하지만 다들 레어 등급, 혹은 유니크 등급의 스킬들이다. 내게는 필요가 없어서 그냥 가지고 있던 것들이지.”
“유니크 스킬!”
“최고!”
마치 유니크 스킬이 자신들 것이라도 되는 양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 수량은 고작 해야 몇 개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이 스킬 북들을 받을 수 있는 수는 많아봐야 다섯이 전부라는 소리다. 흐음, 어떻게 할까?”
천휘의 말에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여차하면 대결도 불사할 눈빛들이었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하도록 하자. 오늘부터 학교에서건 『오벨리스크』에서건 가장 내 말에 잘 따르는 다섯 사람에게 스킬 북을 주도록 하겠다. 한마디로, 학교 생활을 가장 건전하고 모범적으로 이행하는 아이들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
천휘의 말에 아이들은 말문이 막혔다.
건전하고 모범적인……. 8반 아이들로서는 너무도 어렵고 힘든 말들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니크 스킬 북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우선! 이번 중간고사에서 너희들의 건전하고 모범적인 실력 향상을 기대하겠다. 누가 가장 성적이 좋은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입학 고사와 견주어 가장 성적이 많이 향상된 한 사람에게 유니크 스킬 북을 주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이 유니크 스킬 북은 모든 직업을 망라하고 유용한 스킬이라는 것만 알아둬라.”
천휘의 말에 아이들 대부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공부와는 담을 쌓은 아이들이니, 그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더불어 300등 밖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은 250등 안까지 성적을 향상시킨다면, 매직 등급의 스킬 북을 주도록 하겠다. 물론 각 직업에 알맞은 스킬 북으로 말이야.”
특히나 성적이 나빴던 아이들은 천휘의 말에 다시금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250등 정도라면 어느 정도 열심히 공부한다면 어떻게 해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휘야, 다 왔어.”
천휘와 아이들이 그렇게 계약을 체결하는 동안 일행은 어느새 페난 마을 서쪽 으스름의 절벽 앞까지 도달했다.
“자, 그럼 아까 정해진 진영 잊지 말고, 제대로 된 사냥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우오오오!”
처음 마을을 떠났을 때보다 한층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아이들.
천휘는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아이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악마와도 같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띠링! 미발견 던전 ‘끈적거리는 동굴’을 발견하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경험치 150%, 아이템 드롭률이 150% 상승합니다.]
“미발견 던전!”
“오! 미발견 던전은 처음이야!”
피오르 해역은 워낙 몬스터들이 많아 아직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여러 대형 길드에서 발 벗고 나서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조만간 이 근방도 개척될 것이 불을 보듯 자명했다.
“희희낙락거리지 마라. 여긴 사냥터다! 긴장을 늦춰서는 될 일도 안 되는 법이야. 삼비!”
“삼비 아니라니까요! 제대로 이름을 불러달란 말이에요!”
“대체 어딜 봐서 우리가 그런 촌스런 이름으로 불려야 하냐고!”
“짜증나게, 진짜!”
삼비라는 말에 솔비와 담비, 그리고 고비가 버럭 화를 내며 앞으로 나섰다.
“셋 다 이름에 ‘비’가 들어가니 삼비지.”
“아, 진짜! 자꾸 그렇게 부를 거예요!”
“그럼 뭐라고 부르지?”
“흐음, 그건…….”
천휘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고비가 말을 잇지 못하고 솔비와 담비를 바라봤다. 그에 솔비가 웃으며 소리쳤다.
“미녀 삼총사!”
“아, 그거 좋은데?”
“최고야!”
“호호, 그렇지?”
“…….”
미녀 삼총사라 불러달란 솔비의 말에 천휘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쳐다봤다. 하지만 셋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칭찬하기 바빴다.
“그냥 너희들 삼비 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미녀 삼총사는 어울리지 않아. 너희는 삼비가 딱이야!”
“아씨! 진짜 그러면 우리 그냥 갈 거예요!”
“가든지 말든지. 하지만 가고 싶으면 그 손목에 찬 팔찌와 유니크 스킬은 얻을 수 없다는 걸 기억해둬라.”
“…….”
핵심을 찌르는 천휘의 말에 셋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제아무리 자존심이 세다고 하더라도 레어 팔찌보다 소중할 수는 없는 법.
그녀들은 결국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삼비예요!”
마치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동시에 외치는 삼비를 보며 천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너희 삼비들은 이제부터 한발 먼저 앞으로 나아가 주변의 정보를 모아와. 만약 다른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면 계단까지 가는 길도 파악해오고.”
삼비는 모두 은신에 능한 어쌔신들이었다. 레벨이나 숙련도도 높아 멀록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알았어요. 애들아, 가자.”
고비를 중심으로 삼비가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천휘에게 지시를 받았으니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시간의 제한이 있는 이상 그들은 빨리 움직여야 했다.
“나머지는 이곳에서 일단 대기한다. 삼비들이 오면 그때 움직일 거야. 다들 무기 정비에 신경 쓰고, 무엇보다 마법사들은 적절하게 메모라이즈들 해둬.”
“네!”
역시 엄청난 수의 강시 군단을 부리는 천휘답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아이들은 학교와는 사뭇 다른 그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이번 퀘스트를 제법 기대하는 눈치였다.
스르륵.
“왔냐?”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동굴 입구에서 기다린 지 30분. 드디어 동굴 안으로 정찰을 떠났던 삼비가 귀환했다.
더불어 그녀들은 천휘를 놀라게 하기 위해 몰래 등 뒤로 다가갔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확하게 위치까지 집어낼 순 없지만, 주변에 흐르는 위화감만으로도 천휘는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탓이었다.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고. 동굴 안에 멀록들이 있었냐?”
“1층에서는 멀록 도끼 전사와 멀록 투사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어요.”
“1층에는? 그럼 다른 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는 소리 아냐.”
“네, 맞아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어요.”
“흐음, 그래?”
생각보다 멀록 녀석들이 근거지로 삼은 동굴의 규모가 꽤 큰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아낸 게 있는데…….”
“그래? 정보는 뭐든 알고 있으면 좋지. 그게 뭐지?”
“녀석들은 푸른 점액 일족 멀록들이에요. 게다가…….”
“게다가?”
“동굴 전체에 만지기도 싫은 점액들이 흥건해요. 어찌나 미끄러운지 하마터면 미끄러져서 은신이 풀릴 뻔했다니까요.”
“점액이라…….”
몸이 가벼워 균형 감각이 좋은 어쌔신들마저 미끄러질 뻔했다면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공격의 시발점은 바로 땅을 딛고 있는 발에서 시작된다. 땅을 박차는 힘이 팔로 옮겨져 더욱 빠르고 강맹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끈적거리는 점액이 흥건해 발을 제대로 디딜 수 없다면 전력의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다.
‘토벌이 조금 더 늦춰지긴 하겠지만, 이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지.’
끈적거리는 점액이 조금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이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그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게다가 여차하면 자신과 미온이 도와줄 수도 있으니 큰 염려는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좋아! 어느 정도 계획이 잡혔으니 이제 출발해볼까? 삼비, 너희가 앞장서라! 그 뒤를 1진이 받쳐 주고.”
“네!”
“그러죠.”
삼비를 필두로 아이들이 하나 둘 끈적거리는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천휘와 미온은 맨 마지막까지 남아 아이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걸음을 옮겼다.
“이런 식으로 반의 단합을 꾀하다니, 제법 효과적인데?”
“후후! 이런 게 바로 시대 맞춤형 교육이지.”
미온의 칭찬에 천휘가 거만을 떨며 말했다.
“오호, 그러셔? 그 거창한 시대 맞춤형 교육에 아이들을 아이템으로 매수하는 것도 포함되나 보지?”
“끙.”
“아이템 같은 건 그저 한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는 아이들의 진심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아둬. 네가 가진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란 말이야.”
가만히 보면 미온은 부잣집 딸답지 않게 경험이 풍부한 듯했다. 물론 평소의 모습은 철딱서니 없는 부잣집 딸이었지만, 종종 이렇듯 천휘조차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곤 했다.
“네, 네. 충고 고맙습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큭큭!”
끈적거리는 동굴은 과연 바닥이 온통 미끌거리는 점액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로 인해 호기롭게 동굴 안으로 들어섰던 아이들은 한동안 점액 위에서 걸음을 옮기는 연습을 해야 했고, 천휘와 미온은 후방에서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자자, 이제 어느 정도 적응했으면 어서 움직이자. 벌써 현실 시간으로 저녁 먹을 때가 다 됐다. 게임을 하더라도 저녁은 먹고 해야지. 1층만 통과하고 안전지대인 계단에서 로그아웃할 생각으로 빨리 움직이자.”
“네!”
아이들도 장시간 게임을 해 배가 고픈지 천휘의 말에 군말 없이 대답했다.
“전방 10미터 앞에 멀록 녀석들 등장! 도끼 전사 다섯에 투사 셋이야!”
때마침 정찰을 떠났던 고비에게서 전갈이 왔다. 소규모의 푸른 점액 일족 멀록 무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좋았어! 우리들의 실력을 보여 주자!”
“우오오오!”
명탐정의 말에 남자 아이들이 기합을 내질렀다. 그들 대부분은 명탐정과 함께 1진을 담당한 아이들이었다.
“우리도 지지 말자!”
“나타나기만 해봐라! 내 화살로 꼬치구이를 만들어줄 테니!”
2진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들도 전의를 불태웠다. 혈기왕성한 10대답게 끓어오르는 것도 쉬운 모양이었다.
“주신 라멘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전투의 의지를! 드높은 사기(士氣)!”
“여신 카라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수호의 방패를! 아이언 바디(Iron Body)!”
더불어 마법사들과 성직자들은 1진의 친구들에게 보조 마법을 걸었다. 비좁은 동굴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그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제법 짜임새 있는데?”
“애들이라고는 해도 제법 레벨이 높은 녀석들도 있으니까. 아마 묻진 않았지만 대형 길드 소속인 녀석들도 있을 거야. 예를 들면… 명탐정?”
“흐음, 크루세이더면 천공의 날개 길드려나?”
“꼭 그렇다고는 볼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지.”
푸른 점액 일족 멀록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아이들과 막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에도 천휘와 미온은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도 동떨어진 광경이지만, 아이들도 그 둘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투에 몰입했다.
“하앗!”
미끄덩.
“헉! 뭐야, 이거!”
가장 먼저 선제공격을 펼친 김전일은 예상외의 전개에 황당했다.
그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을 쓰는 아이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멀록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장창을 사용하는 투렉과 강철 도끼를 사용하는 페로타 정도였다.
“이 녀석들 몸에도 점액이 묻어 있어!”
“베기 공격은 소용없어! 투렉처럼 찌르기 공격을 해야 돼!”
“마법사들은 무기의 예기를 더해주는 샤프니스 마법을 걸어줘!”
창끝을 이용해 찌르기 공격을 하는 투렉을 보며 검을 쓰는 아이들이 베기 공격이 아닌 찌르기 공격으로 전환했다.
“이거나 받아라! 하앗!”
끄끄끅.
“통한다! 찌르기 공격이 통해!”
“좋았어! 계속 이대로 몰아붙여!”
과연 찌르기 공격은 효과가 있어 멀록들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멀록들은 보통 멀록이 아닌 전투에 특화된 멀록 도끼 전사와 투사들이었다.
까앙!
“빌어먹을! 이 자식들 힘이 장난이 아니잖아?”
찌르기 공격이 통했다고는 하나, 아이들 대부분은 찌르기 공격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베기 공격을 중심으로 수련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대다수가 멀록에 비해 레벨이 낮아 녀석들의 힘이나 민첩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아이들 중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끄아악!”
아이들 중 가장 레벨이 낮은 게일이라는 아이가 멀록 투사의 검에 복부가 꿰뚫리고 말았다. 결과는 즉사. 성직자 계열의 아이들이 회복 마법을 그에게 퍼부었지만, 그를 살릴 수는 없었다.
휘릭.
끄끄끅.
코난이 다급하게 게일을 처치한 멀록 투사를 화살로 처치했다. 녀석이 마지막 남은 멀록이었다.
“쳇! 결국 죽어버렸잖아.”
“바보 같은 자식. 레벨이 떨어지면 다른 녀석들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지, 뭐 하러 혼자 상대한 거야?”
아이들은 회색으로 물들어버린 게일의 시체 앞으로 다가와 얼굴을 찌푸린 채 짜증 섞인 말들을 내뱉었다.
험한 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녀석들은 오래도록 게일의 시체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아이들은 게일의 시체를 뒤로하고 동굴 안으로 나아갔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오후 두 시에 접속해라.”
“쳇! 이제 겨우 일곱 시라고요. 우린 더 할 수 있어요!”
당초 계획대로 천휘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도달하자 아이들을 로그아웃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버텼다.
“지금부터 10초 내로 로그아웃을 하지 않는 이들에겐 유니크 스킬을 가질 자격을 박탈하겠다. 10!”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완전히 독재자라니까!”
“9!”
“이익!”
“8!”
계속되는 카운트에 아이들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하나 둘 로그아웃을 하기 시작했다.
“5!”
“진짜 이러기에요? 우리들은 더 해도 상관없다고요! 어차피 나가봐야 저녁 차려 줄 사람도 없고. 아무튼 우린 안 나가요!”
“4! 누구든지 예외는 없는 법이다, 명탐정.”
“아씨! 알았어요. 간다고요, 가!”
“후훗.”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명탐정과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로그아웃했다. 이제는 자신의 말을 잘 따라주는 아이들을 보며 천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이제 어쩔 거야? 우리도 그만 할까?”
“무슨 소리. 우린 이 앞으로 가서 멀록 로드라는 녀석의 얼굴이나 구경하자고. 여차하면 녀석을 잡고 말이야.”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아이들도 함께 공유한 퀘스트였기에 아이들도 함께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천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녀석들의 실력으로는 멀록 로드를 잡을 수 없어. 고작 멀록 도끼 전사들과 투사들을 상대로도 다섯 명이나 목숨을 잃었으니, 말 다 했지.”
“그럼 왜 이곳으로 데려온 거야?”
“말했잖아. 그저 이런 사냥을 함께함으로써 결속력을 다지기 위함이었다고.”
“확실히 아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기미가 좀 보이긴 하더라.”
아이들은 다소 버거운 멀록들을 상대하며 조금씩 서로 의지하며 합심하게 되었다. 레벨이 낮은 아이들과 레벨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이들이 2명이나 3명씩 짝을 이뤄 멀록을 상대하면서 얻게 된 결과물이었다.
“당연하지. 누가 기획한 일인데.”
“어련하시겠어요.”
“어쨌든 오늘 내로 이 퀘스트 클리어해야 해. 이번 주말 안에 테크토라는 유저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저 쿠닉섬에 가봐야 해.”
“쳇! 여자 친구에게 한다는 말이 고작 그런 거냐? 주말에는 조금 더 즐거운 곳에서 데이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미온의 앙칼진 말에 천휘가 뜨끔한 표정으로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미온은 미온이었다.
“미안, 미안. 이번 일이 조금 급한 거라서. 좀 이해해주라. 대신 다음 주말에는 멋진 데이트 준비할게!”
“…하아! 게임 폐인 남자 친구는 이래서 사귀는 게 아닌가. 몰라! 앞장서기나 해!”
“큭큭! 어.”
천휘는 미온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아이들도 사라졌으니 마음 놓고 애정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파아앗.
“아무래도 찝찝해서 안 되겠어.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여기서 계속 사냥이나 해야지.”
천휘와 미온이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위쪽에서는 방금 로그아웃한 명탐정이 다시 접속했다.
스파아앗.
“뭐야, 너도 온 거야?”
“그러는 너는!”
그리고 뒤이어 고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 역시 명탐정처럼 시간이 남아 재접속한 것이다.
스파아앗.
“이번엔 또 누구야!”
“아, 다시 접속하면 안 되는 거였나?”
“용필이 너도 왔냐?”
“용필이라니! 여기서는 김전일이라 불러.”
결국 김전일까지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하며 파티를 맺었다. 각자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세 사람이기에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히 멀록들을 처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소규모 무리일 때에만.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래? 어차피 위는 별 볼일 없잖아.”
“그랬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녀석들이 나타나면?”
“그때는 도망가면 되지! 남자 새끼가 쪼잔하긴!”
다소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던 명탐정은 고비의 말에 성을 내며 소리쳤다.
“쪼잔하긴 누가 쪼잔해! 좋았어! 그럼 내가 앞장설 테니 뒤처지지나 마라.”
명탐정이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씩씩거리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에 김전일과 고비는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끄끄끄끄.
“흐음, 여기부터는 멀록 주술사도 나오네?”
“게다가 숫자도 많아. 위층과는 비교도 안 돼.”
지하 1층은 지상에 비해 훨씬 면적이 넓었다. 게다가 지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종유석과 석순이 동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여기는 위에서 떨어지는 점액에도 대비해야겠는데?”
“그러게.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점액을 맞으면… 기분 나쁘겠지?”
“아마도.”
두 사람에게 멀록의 존재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 중에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점액에 닿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로즈란을 불러서 우리 위쪽을 우산처럼 차단해야지.”
“그런 것도 가능해?”
“8서클 대마도사인데 그 정도도 못할까 봐? 아공간 오픈, 로즈란 소환!”
파앗.
[주인님, 오랜만에 봬요.]
로즈란은 소환되자마자 특유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어, 그래. 진짜 간만이네.”
[맞아요, 주인님. 요새 주인님이 불러주지 않아 얼마나 심심한지 아세요? 아공간 안은 너무도 고요하다고요.]
“흐음, 확실히.”
자신의 필요에 의해 자신의 강시가 되어버린 녀석이다. 이성이 사라졌으면 모르되, 녀석들은 인간처럼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이계의 공간. 로즈란을 비롯해 다른 강시들은 그 끝없는 어둠의 공간에서 자신이 불러줄 날만을 언제까지고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쳇! 오랜만에 몸 좀 풀려 했더니. 미온, 녀석들이 불쌍해서 안 되겠다. 우린 그냥 마수를 타고 천천히 구경이나 하자.”
“그래. 사냥은 다음에 해도 되는 거니까. 그렇게 해.”
천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건지 미온은 흔쾌히 그의 말에 찬성했다. 그에 천휘는 싱그러운 미소를 그녀에게 보내며 나머지 강시들을 소환했다.
“아공간 오픈, 카이젠, 오베른, 로렌, 닌자거북이 소환!”
천휘는 이성을 가지고 있는 모든 강시들을 소환했다.
천마강시 오베른, 음양마령강시 카이젠과 로즈란, 그리고 로렌까지. 더불어 닌자거북의 수장인 레오나르도를 천마강시로 만든 탓에 닌자거북들도 한꺼번에 소환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간만이다, 주인.]
[으하하하!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충!]
강시들의 인사에 천휘는 가볍게 손을 드는 것으로 마무리하며 또 다른 강시를 소환했다.
“아공간 오픈, 똥개 소환!”
크아아앙!
“이건 뭐야?”
“말 그대로 똥개. 개치고는 승차감이 제법이야. 함께 타자. 로즈란, 너는 우리와 함께 똥개에 타는 대신 위쪽에 마나의 막을 쳐서 점액이 묻지 않도록 해.”
[그럴게요, 주인님.]
똥개 시벨리우스는 세 사람을 태우고도 자리가 남을 만큼 거대했다. 게다가 힘도 세서 그들을 태우고도 아무런 흐트러짐이 없었다.
“너희들은 뭘 해야겠냐?”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의 처치 아니겠는가.]
이제는 제법 눈치가 늘어난 오베른의 대답에 천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해.”
“쳇! 어둡잖아? 횃불 같은 거 준비 안 해왔어?”
“횃불은 없고 이건 있다.”
파아앗.
“어라? 이거 휴대용 라이트 볼(Light Ball)이잖아? 이거 하나에 30실버짜리 아냐?”
“쳇! 게임 폐인 형을 둬서 돈이 많은가 보네.”
김전일이 꺼낸 라이트 볼에 의해 어두웠던 계단이 환해졌다. 그래봐야 반경 3미터의 시야밖에 밝힐 수 없지만, 어두운 동굴에서는 그것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명탐정 네 말대로 예전에는 형이 많아 도와줬었지. 하지만 최근엔 아니야. 형은 요새 형수님이랑 사랑싸움하느라 바쁘거든.”
왠지 모르게 서글퍼 보이는 김전일의 모습에 명탐정과 고비는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뭐야, 그 표정은! 꼭 사랑하는 사람을 뺏긴 것 같잖아!”
“우호호호! 진짜 그래. 말로만 듣던 브라더 콤플렉스인가 봐.”
“…….”
자신을 놀리는 말에 김전일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 모습에 명탐정과 고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설마…….”
“진짜로?”
“야! 너 진짜 브라더 콤플렉스냐?”
“세상에! 시스터 콤플렉스가 있단 소린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브라더 콤플렉스가 있을 줄이야!”
김전일과 그의 형인 거인 토르의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하던 두 사람은 이내 빛이 사라지는 걸 느끼며 빠르게 그의 뒤를 쫓았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쉿! 조용히 해봐!”
“…뭔데 그래?”
부리나케 김전일을 쫓아온 두 사람은 소리를 죽이며 계단 너머를 살폈다. 그곳에는 천휘와 미온이 나란히 서 있었다.
“뭐야! 우릴 놔두고 두 사람이서 사냥을 하려 했단 말이야?”
“젠장! 담탱이가 우릴 호구로 봤어! 이 정도 멀록들은 발목 잡는 녀석들만 없으면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히…….”
“조용히 해봐! 담탱이가 뭔가 하려고… 헛! 저건 뭐야?”
“바… 방금 담탱이 머리 위로 거… 공간이 보이지 않았어?”
“저… 저 여자는 대체 누구야?”
천휘가 아공간을 열고 로즈란을 소환하는 모습을 목격한 세 사람은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놀랐다.
하지만 이윽고 또다시 아공간이 열리며 여러 강시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놀란 눈은 더욱 커지며 말문까지 막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놀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아공간이 열리며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개와 말을 섞어놓은 형상의 야수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그 야수의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담탱이는 미온 선생님과 함께 저 야수의 등 위에 올라탔어.”
“세상에! 저 사람들을 좀 봐! 저런 검술이라니!”
“저 엘프는 또 어떻고! 한 번에 대여섯 발을 활시위에 당겨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멀록 주술사의 머리통을 꿰뚫고 있어.”
“대… 대단해!”
아이들이 보기에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은 가공할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격에 여러 마리의 멀록을 처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녀석들의 공격을 일체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게 움직이며 녀석들을 모조리 베어 넘기고 있었다.
“저런 건 우리 형이라도 불가능해…….”
“저기 선생님들의 위를 봐봐.”
“헉! 저건 또 뭐야!”
“마법인가?”
게다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여자 역시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마나의 장막을 광범위하게 펼쳐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점액들을 모두 튕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저들은 뭐야?”
* * *
천휘와 강시들은 어떤 어려움도 없이 지하 3층에 도달했다. 지하 2층에서는 멀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구를 지닌, 멀록 우두머리 수십 마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겨우 몇 분 만에 강시들에게 전멸당하며 너무도 쉽게 길을 열어줬다.
“레오나르도, 더 이상 계단이 없다고?”
[충! 이 층이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천휘의 물음에 한발 먼저 3층을 정찰했던 닌자거북의 수장 레오나르도가 말했다.
“생각보다 작은 던전인 모양이네?”
“그런가 보다. 그럼 멀록 로드라는 녀석도 앞에 있나?”
[그렇습니다. 수십 마리의 멀록들이 녀석을 호위한 채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 흐음, 그렇다면 이 동굴은 역시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나?”
레오나르도의 보고에 천휘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행여나 녀석이 도망이라도 치면 잡을 길이 없는 탓이다. 거대한 바다에 숨은 녀석을 무슨 수로 잡는다는 말인가.
“바다로 도망가면 이제까지의 고생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거 아냐?”
“그렇겠지. 게다가 피오르해에는 그 악명처럼 거대한 크기의 해왕류 몬스터들이 많으니, 바다로 도망치면 잡을 길이 없어.”
[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라프라스가 있잖아요, 라프라스가.]
잠자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로즈란의 말에 천휘가 무릎을 탁 치며 그녀를 돌아봤다.
“맞아! 녀석이 있었지? 녀석에게 바다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라고 하면 되겠어. 좋아! 그럼 바로 녀석을 처치해볼까? 너희들은 졸개들을 처치해. 난 곧바로 멀록 로드를 잡을 테니.”
[쳇! 메인은 역시 주인 몫이란 말인가.]
[으하하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난 그저 내 화살에 녀석들을 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네!]
[네놈은 그래서 문제라는 거다! 남자라면 응당 가장 강한 녀석을 상대해야 한다!]
[으하하하! 그러니까 그건 네 녀석의 사고라니까!]
오베른과 로렌은 다툼이 많았다. 무에 대한 끝없는 투지로 똘똘 뭉친 오베른으로서는,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로렌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대결을 펼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옳았다. 그들은 모두 천휘의 강시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고, 그런 점에서 천휘는 그들을 다루기가 훨씬 수월했다.
“조용.”
[…쳇.]
[으하하하! 조용히 하지.]
천휘의 나지막한 말에 둘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로렌은 끝까지 호탕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알아서 나머지를 처치해, 난 로드 녀석만을 노릴 테니. 미온도 몸이 근질근질하면 녀석들을 도와줘.”
“조심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야. 혼자서 상대하기 힘들면 내가 옆에서 거들게.”
“후훗! 걱정 마셔. 이래 봬도 지존 12인 중 한 사람인 거인 토르도 이긴 몸이야. 좋아! 그럼 보스 몹 레이드를 시작해보실까?”
천휘는 똥개 시벨리우스에서 내려 앞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다른 강시들도 그에 뒤처지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호호호! 미온 님은 제가 보호해드릴까요?]
“괜찮아. 멀록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까. 그보다 로즈란은 가보지 않아도 돼?”
[호호호! 저 녀석들이 열을 올리면 제가 낄 수가 없어요. 어차피 이곳은 비좁은 동굴 안이라 제가 낄 자리도 없고요. 여차하면 라이트를 사방에 띄워서 어둠을 밝혀 주면 되지요.]
“확실히 저들이 힘을 합치면 이기지 못할 상대가 없을 테니까.”
천휘와 함께 다니면서 강시들의 힘을 직접 눈으로 지켜본 미온이다. 그녀는 화신의 사막에서 귀환한 뒤로 계속 천휘와 함께 사냥을 다녔기에 그동안 천휘가 힘을 숨겨 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진정한 힘은 마신의 권능이라는 파멸의 권능도, 그 엄청난 재력도 아닌 바로 눈앞의 강시들이었다. 그들만 있다면 임페리얼 길드 따위는 순식간에 전멸시키고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우리도 가자.”
[호호호! 그러죠. 똥개, 출발.]
크워어엉!
끄끄끅.
끄끄끅.
끈적거리는 동굴의 가장 밑바닥은 심해와 연결되어 있었다. 멀록은 그곳을 통해 바다와 동굴을 오가며 주변의 해안 지대를 약탈하고 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와 다를 바 없는 멍청한 멀록들은, 인간들이 만든 목책을 부수고 그들을 잡아갈 만큼 똑똑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난 마을을 약탈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네임드 몬스터 멀록 로드 그웬 때문이었다.
녀석은 보통 멀록들과 달리 침팬지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비록 말은 못하지만, 효과적으로 멀록들을 운용해 페난 마을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도 뛰어나 이제껏 다른 해왕류 몬스터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푸른 점액 일족 멀록들이 살아갈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라! 으하하하!]
[너희들의 목숨, 오늘 종지부를 찍어주지.]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아! 그냥 죽이면 되지! 지금부터 내기다! 누가 가장 많이 죽이는지!]
평소라면 멍청한 인간들이 감히 덤벼 온다고 치부했겠지만, 멀록 로드 그웬은 그들에게서 해왕류 몬스터와 같은 공포를 느꼈다. 본능적으로 강시들이 생태계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포식자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끄끄끅!
멀록 로드 그웬은 곧바로 부하들에게 강시들을 처치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몰래 심해로 빠져나가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공간 오픈, 라프라스 소환!”
라프라프.
“라프라스, 저 녀석을 도망 못 가게 막아!”
멀록 로드 그웬은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룰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거대한 마수의 등장에 지레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끄끄끅.
결국 멀록 로드 그웬은 라프라스와 일전을 펼치기로 작정했다. 자신 역시 멀록들의 로드. 해왕류 몬스터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이곳 끈적거리는 동굴에서만큼은 자신이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멀록 로드 그웬의 주 무기는 흡사 꼬챙이를 연상시키는 날카롭고 가느다란 창. 녀석이 창을 꼬나 쥐고 라프라스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라프라스, 워터 브레스!”
라프라프!
파아앗!
멀록 로드 그웬이 공격을 하려 하자, 천휘가 급히 라프라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곧 라프라스의 거대한 입에서 터틀 드래곤과 맞먹는 워터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끄끄끅.
멀록 로드 그웬은 감히 라프라스의 워터 브레스에 맞서지 못하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뛰어난 위기 감지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그리고 라프라스가 벌어준 찰나의 시간 동안 천휘는 어느새 라프라스의 등 위로 올라가 멀록 로드 그웬이 도망칠 수 있는 길목을 차단했다.
“내가 이 녀석을 처치하기 전까지 그쪽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앞으로 일주일간 아공간에서 썩을 줄 알아라!”
[에엑!]
[말도 안 된다, 주인!]
[으하하하! 과연 주인이로군! 그 정도 내기는 있어야 시위를 당길 맛이 나지!]
[빌어먹을! 라그나 블라스트!]
[질 수 없지! 드래곤 스크류!]
[으하하하! 데몬 스피어!]
천휘의 엄포에 세 강시들이 강력한 공격을 연이어 퍼부었다. 하나하나가 동굴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일격들이었다.
“후훗! 그럼 이제 우리도 시작해볼까?”
끄끄끅.
멀록 로드 그웬이 두려운 눈빛으로 주먹을 풀며 다가오는 천휘를 바라봤다. 녀석의 뛰어난 위기 감지 능력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눈앞의 녀석은 해왕류 몬스터보다 더욱 무서운 녀석이라고.
하지만 이젠 도망칠 길도 없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녀석은 이내 두려움을 떨쳐 내고 전의를 불태우며 꼬챙이처럼 생긴 창을 들어 천휘를 겨냥했다.
“호오, 역시 보스 몬스터는 보스 몬스터야. 좋았어! 그럼 나도 진심으로 대해주지! 파멸의 휘장! 림다일!”
파멸의 권능을 발휘하자 천휘의 등 뒤로 악마와도 같은 마신의 형상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더불어 그의 다리에는 마수왕 림다일의 힘이 깃들었다.
끄끄끅.
천휘의 등 뒤에 피어오른 마신의 형상에도 멀록 로드 그웬은 선공을 취했다. 이미 전의를 불태운 이상 마신의 형상에도 투지를 잃지 않은 것이다.
“후후.”
멀록 로드 그웬의 재빠른 찌르기 공격을 천휘는 웃으면서 피해냈다. 무려 300퍼센트나 빨라진 이동속도! 지금의 천휘는 아르니안 대륙 그 어떤 존재보다도 빠르고 민첩했다.
“파멸의 대지!”
콰아앙!
천휘는 시간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보스 몬스터라고는 하나, 상급 마수인 라프라스도 어쩌지 못하는 저레벨 보스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녀석은 본신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닌, 수많은 멀록들을 통솔할 수 있기에 보스 몬스터가 된 것뿐이었다.
끄끅.
어느덧 파멸의 대지도 숙련도가 상승해 중급에 들어섰다. 중급의 파멸의 대지는 이젠 하나의 스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사기적인 능력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무려 직경 15미터의 영역에 존재하는 모든 상대에게 무려 3초간이나 스턴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파멸의 축제!”
거기에 더해 파멸의 축제 역시 중급에 이르러 주먹 하나하나에 담겨진 위력이 증가했다. 무려 기본적인 물리 공격력의 125퍼센트에 달하는 공격이 한꺼번에 수십의 잔영을 만들며 퍼부어지는 것이다.
끄끄끅.
하지만 멀록 로드 그웬은 파멸의 축제를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쓰러지지 않았다. 더불어 파멸의 축제를 몸으로 받아내는 동안 스턴 상태에서도 풀려났다. 보스 몬스터인 탓에 스턴 지속 시간이 1초 줄어든 것이다.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섭섭하지! 하앗! 파멸의 안식!”
파멸의 안식은 아직 중급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천휘가 지닌 스킬 중에서도 가장 사기적인 스킬이 아닌가. 마법 공격력과 물리 공격력을 더한 값에 무려 10배를 상승시키는, 말 그대로 마신의 권능!
퍼어엉!
끄… 끄… 끅.
[띠링! 멀록 로드 그웬이 사망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띠링! 퀘스트 ‘멀록 퇴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멀록 로드 그웬의 창을 페난 마을로 들고 가 보상을 받으십시오.]
“호오, 레벨이 올랐나? 그러고 보니 요새 통 레벨을 신경 쓰지 못했네. 스탯창 오픈!”
레벨:364 칭호:강시지존, 다크 엘프의 영웅, 마수 학살자
주직업:강시술사 부직업:격투가
명성:187,330 악명:3,805,080
생명력:42,860(+2,800) 마나:260,000(+123,800)
기력:40% 포만감:60%
물리 공격력:52~56(+600) 물리 방어력:125~135(+1,050)
마법 공격력:118~124 마법 방어력:68~72(+600)
<기본 스탯>
근력:320(+180) 민첩:410(+560) 체력:260(+80)
지능:620(+130) 지혜:410(+430)
<특수 스탯>
손재주:610 의지:320 감지:540 집중:210
“흐음, 아직 부족해. 그랜저 녀석은 곧 400을 돌파할 텐데. 아렌 녀석은 진작 돌파했을 테고. 이번 일만 끝내면 나도 사냥터 하나 잡고 몰이사냥 좀 해야겠어. 어찌 됐든 레벨은 얼추 맞춰줘야 하니까.”
자신의 라이벌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레벨이지만, 천휘는 아무렇지 않았다. 온통 레전드 아이템으로 도배한 자신이기에 그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들! 다 끝낸 거냐!”
[물론이다, 주인!]
[으하하하! 늦다, 늦어!]
어느새 푸른 점액 일족 멀록들을 모조리 처치한 강시들. 역시나 너무나도 믿음직한 녀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