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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지저 세계(2) (34/82)

제3장 지저 세계(2)

지저 세계에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었다.

하루 온종일 암흑으로 물든 세상, 그것이 지저 세계이고 마신의 손때가 묻은 땅이었다.

화르르륵.

“후우, 이제야 좀 살겠네.”

어둠을 밝히는 모닥불이 피어오르자 그 주변으로 처참한 몰골의 천휘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럴 테지.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사냥에만 전념했으니까.”

천휘와 강시들이 지저 세계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 와중에 천휘는 중간에 하루 정도 현실에서 잠을 잔 것을 제외하고는 강시들과 계속해서 사냥에 몰두했다.

그 결과 레벨을 무려 13이나 올렸고, 중급 마수들이 드롭하는 아이템들을 수십 개나 획득한 상황이었다.

[이제 저 강만 넘으면 흐릿하게 보이는 거성이 뚜렷하게 보일 것 같아요.]

“그렇겠지.”

지저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황량한 대지에서 천휘 일행이 확인한 유일한 건물이 있었다. 일행 중에서 가장 무위가 떨어지는 천휘에게도 보이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성.

심연의 밀림에서 확인했던 바로 그 마신의 성과 흡사한 형태의 성이었다.

지저 세계에 대한 이렇다 할 지식이 없는 천휘로서는 그 성을 쫓아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저 강 건너편에 있는 마수들이 아니겠나, 주인.]

“빌어먹을…….”

천휘 일행이 모닥불을 피워놓은 강가의 반대편에는 이제껏 상대했던 중급 마수들과는 사뭇 다른 거대한 크기의 마수들이 침을 게걸스럽게 흘려 대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중급 마수 이상의 존재들, 바로 상급 마수들이었다.

[주인이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 녀석들은 다르다. 솔직히 나조차도 저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확실히 오베른의 말처럼 상급 마수들은 중급 마수들과 격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어느 정도 해볼 만했던 중급 마수들과 달리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여기에서 정비를 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님.]

[싸가지의 말이 맞아요. 어찌 된 영문인지 저 녀석들은 이쪽으로 넘어올 수 없는 것 같으니, 여기에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 뒤에 녀석들을 상대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까지 신적인 능력을 보여 주었던 싸가지 슈트라카이젠과 쥬얼리 데보타마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천휘로서도 반대할 여지가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여기서 정확히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할 거야. 너희는 여기에서 잠시 쉬고 있어. 절대 강을 넘진 말고.”

[주인은 이세계로 떠나려는 건가?]

“아무래도 그래야지. 정확히 하루 후에 돌아올게. 나 간다.”

천휘는 이윽고 『오벨리스크』에서 접속을 종료하고 캡슐 밖으로 나섰다.

“젠장, 언제까지 지저 세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거야?”

현실 시간으로 벌써 이틀 동안이나 지저 세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마신의 힘을 얻어 시영이 세운 임페리얼 길드를 깨부수고 싶은 영완으로서는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시간일 따름이었다.

“어라? 이건 또 뭔 일이야?”

『오벨리스크』 홈페이지인 오시리스에 접속한 영완은 공지 사항에 뜬 한 편의 게시물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두 번째 에피소드’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다.

“드디어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인가?”

『오벨리스크』가 오픈한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가지 자잘한 업데이트가 있어왔지만, 스토리상의 중요한 업데이트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읽어보실까?”

[제목:두 번째 에피소드 ‘폭풍의 행진곡’]

안녕하세요, 5백만 『오벨리스크』 유저 여러분.

저는 운영자 메이드라고 해요, 후훗.

앞으로 자주 보게 되실 테니 제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아아, 이만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벨리스크』는 유저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많은 발전이 이뤄져 왔어요. 여러분도 알고 계시겠지만, 『오벨리스크』는 유저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랍니다. 그 때문에 점점 『오벨리스크』 속의 중심인물들이 NPC들이 아닌 유저 여러분으로 속속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고요.

특히 몇몇 유저 분들은 저희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무력이나 지위를 획득하신 분들까지 있을 정도예요.

때문에 감히 이번 에피소드를 감행하게 되었어요. 이름 하여 ‘폭풍의 행진곡’!

말 그대로 『오벨리스크』에 폭풍이 일게 될 거예요. 그 폭풍이 뭐냐고요? 후훗, 그건 가르쳐 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조만간 아르니안 대륙과 천 제국에 공히 엄청난 대변화가 일어날 테니 너무 궁금해하지는 마세요.

자, 변화를 알리는 서막은 과연 어디에서 벌어질까요?

모두 기대해주시리라 믿으며, 저 메이드는 이만 사라질게요!

“메이드라… 큭큭. 그 왈가닥 아가씨인가 본데? 그나저나 두 번째 에피소드라… 이거 일이 점점 흥미로워지는데?”

치열한 과잉 경쟁을 유도하는 『오벨리스크』가 허투루 에피소드를 업데이트할 리 없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분명 유저들로 하여금 치열하고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할 에피소드임에 틀림없었다.

이름부터가 ‘폭풍의 행진곡’이 아닌가.

“문제는 어떤 식으로 사건을 터트리느냐 하는 건데, 아르니안 대륙과 천 제국, 공히 사건이 터진다고 한다면… 역시나 그 방법밖에 없나?”

천 제국과 아르니안 대륙은 이제까지 이렇다 할 투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저들보다 월등히 강력한 힘을 지닌 NPC들이 서로 규합해서 비밀리에 동맹을 맺고 있거나, 혹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었다.

서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손 쳐도 다른 세력의 견제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기 힘든 것이 현 상태였다.

“천 제국의 와해, 그리고 아르니안에서는 나라 간의 전쟁이 발발하겠지. 어떤 식으로든.”

영완은 드래곤 산맥을 넘어 아르니안 대륙으로 와서는 그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던 오시리스 게시판을 매일같이 체크했다. 제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놓치지 않고 확인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또 어느 도시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정도였다.

“첫 번째는 역시나… 리버훌 성국과 라그혼 왕국인가?”

아르니안 대륙에서 최근 가장 관계가 악화된 곳은 바로 리버훌 성국과 라그혼 왕국이었다.

과거에 전성기를 맞아 일대 부흥을 일으켰던 리버훌 성국이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라그혼 왕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대륙에 전쟁의 기운이 감돌게 된다면 그 시발점은 분명히 두 왕국 사이에서 시작될 것이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건… 거대 길드 간의 참전이겠지.”

각 길드들은 국가에 귀속되어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아무리 거대 길드라고 해도 국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세력을 넓히기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때문에 국가 간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각 길드들도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전할 수밖에 없게 될 터였다.

“임페리얼 길드는 펜하르트 왕국이니 난 테오른 왕국의 편에 서야겠지. 오베른도 테오른 왕국 출신이니 말이야.”

리버훌 성국과 라그혼 왕국만큼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펜하르트 왕국과 테오른 왕국도 각종 이윤 문제로 인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두 국가 역시 전쟁의 칼바람은 피해가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펜하르트 왕국 최대 길드인 그랜저의 임페리얼 길드도 테오른 왕국을 향해 칼끝을 돌릴 수밖에 없을 테니 천휘 입장에서는 그랜저를 묵사발 만들기 위해서라도 테오른 왕국의 편에 서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복수를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했다.

삐리리리.

“어라? 이 자식이 웬일이지?”

영완은 핸드폰 외부 액정에 뜨는 ‘로리준우’라는 단어에 의아해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가 의아해하는 이유는 오늘은 녀석들이 쉬는 주말이 아닌 수요일인 탓이었다.

찰칵.

“뭔 일이냐?”

(개놈시키. 왜 이리 늦게 받아? 또 게임 중이었냐?)

“당연한 소리.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면서 『오벨리스크』에 접속 중이시다. 그나저나 뭔 일이냐고?”

(기뻐해라. 이 몸이 드디어 회사를 때려치우셨다.)

“뭐라고?”

갑작스러운 준우의 말에 영완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으하하하, 그렇게 됐다!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 때려치웠어. 더불어서 날 골탕 먹이던 과장 자식 면상에 제대로 주먹 한 방 날려 줬다. 나 잘했지?)

“…미친 새끼.”

무려 3년 동안 백수로 지내다 겨우 들어간 회사였다. 그런 회사를 겨우 1년 일하고 때려치우다니,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디야?”

하지만 영완은 준우가 진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자신이 마음을 바꾸라고 말해도 녀석은 절대 고집을 꺾지 않을 터였다. 녀석은 그런 자식이었다.

(정호랑 같이 있다.)

“그러니까 어디냐고?”

(셋, 둘, 하나.)

띵동.

“병신들. 나간다, 나가!”

준우와 정호가 직접 자신의 집으로 왔음을 깨달은 영완은 곧바로 현관문을 열어줬다.

“하이, 마이 베스트 프렌드!”

“누가 프렌드야? 잔말 집어치우고 안으로 들어가, 이 자식아.”

“아잉~ 왜 그래, 친구야.”

“…야, 낙타! 저 새끼 빨리 안으로 끌고 가!”

“네! 분부대로 합죠.”

영완의 지시에 정호와 준우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녀석들은 제대로 한판 벌이려는지 양손 가득 술과 안줏거리를 들고 있었다.

“뭐 잘난 게 있다고 술을 사와!”

영완은 준우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실이 못마땅한지 말을 툭툭 내뱉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준우가 살갑게 어깨동무를 하며 그를 자리에 앉혔다.

“자식아, 누가 잘났대? 난 그냥 내 꿈을 찾아 움직인 것뿐이야.”

“그래그래! 너 잘났다, 인마! 나는 못나서 원수 연놈이 있는 학교에 아직도 주구장창 다니고 있다, 쉬팔!”

괜한 자격지심이라도 드는 걸까? 영완의 말은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거칠었다. 성격 좋은 준우도 그의 욕설이 듣기 싫은지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었다.

“아, 젠장! 이런 분위기가 될 줄 알았어! 야, 너희 둘! 그만 지랄들 하고 와서 술이나 받아! 친구끼리 위로와 격려는 못해줄망정 말이야.”

“…….”

“…….”

정호의 호된 질책에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정호로부터 술을 받았다.

“준우! 앞으로 뭐 하고 지낼 거냐? 바로 사진작가로 나설 거냐?”

“아니, 아직. 사진작가를 하고 싶다고 해도 무작정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일단은 여기저기 알아봐야겠지. 사진도 좀 더 배워야 하고 말이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 전에…….”

“그 전에?”

준우의 말에 정호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영완이를 도와야지. 아니, 천휘를 도와야지.”

“그 소리는…….”

준우의 말에 정호의 눈이 영완에게로 향했다.

“한동안 『오벨리스크』에 전념해서 최강의 마법사로 거듭날 거다. 그리고는 시영이, 아니 그랜저가 세운 임페리얼 길드를 무너트리고야 말겠어!”

“…자식.”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대기업 직원 자리를 발로 박차고 나선 것도 대단했지만, 친구인 영완의 복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준다는 것 또한 보통 일은 아니었다.

“저 자식 저거 뻥카야. 너 이 새끼! 본격적으로 『오벨리스크』를 해서 어린 가시나 하나 제대로 물어볼 생각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어디서 뻥카질이야!”

“큭큭, 들켰나? 아무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냐?”

정호의 호통에 준우가 큭큭대며 난감한 척 오버를 떨었지만 영완은 이전의 말이 그의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식.’

언제나 그랬다. 녀석들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도 두 사람의 일이라면 언제나 만사 제쳐 놓고 해결하고자 했다. 설사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란 그런 것이었다.

“좋았어! 그럼 나도 이제부터 지현이 버리고 『오벨리스크』에 열중해보실까?”

“지현이를 버려?”

지현이는 정호의 여자 친구다. 광적으로 연상을 좋아하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귄 연하의 애인, 그녀가 바로 지현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 난 준우, 저 자식처럼 회사를 때려치울 수는 없으니 다른 시간을 쪼개서라도 『오벨리스크』를 더 오래 하는 수밖에. 그나마 시간을 적게 투자해도 몰이사냥을 하는 덕분인지 레벨은 잘 오르고 있어 다행이지.”

“몰이사냥?”

정호의 말에 영완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카오스 팔라딘, 이거 생각보다 훨씬 강한 직업 같아. 팔라딘의 방어력과 다크 팔라딘의 공격력을 모두 갖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카오스 팔라딘 특유의 카오스 스킬들이 하나같이 범위 공격이라 몰이사냥이 가능해.”

“흐음, 팔라딘의 방어 스킬을 온몸에 두르고…….”

“다크 팔라딘의 공격 스킬을 무기에 두른 채 카오스 팔리딘의 광범위 공격 스킬을 퍼붓는다 이거지? 완전히 대박이잖아!”

정호의 말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던 두 사람은 정호가 획득한 카오스 팔라딘이라는 직업의 장점에 놀란 눈초리였다. 언뜻 생각해봐도 카오스 팔라딘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직업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으하하하!”

“뭐야, 저 새끼! 술 마시다 말고 갑자기 왜 웃는 건데?”

“놔둬라. 저 새끼 이상한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 우리끼리 술이나 마시자.”

난데없이 대소를 터트리는 영완을 싸늘하게 쳐다본 정호와 준우는 둘이서 술잔을 부딪치며 입으로 잔을 가져갔다.

“정확히 반년이다.”

“반년?”

“그래, 반년.”

웃다 말고 정색하며 목소리를 내리까는 영완의 말에 정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뭔 소리야? 좀 알아듣게 말해봐, 인마.”

정호의 퉁명스러운 말에 영완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 세 사람의 힘만으로 임페리얼 길드를 어찌할 순 없다.”

“사실 그렇지. 임페리얼 길드는 이미 펜하르트 왕국을 장악한 상태야. 길원 수도 여느 10대 길드를 상회할 정도로 거대하고.”

영완의 말에 준우가 맞장구치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힘이 궤도에 오른 뒤라면 해볼 만하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셋 다 제법 뛰어난 무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랜저 녀석을 어찌할 순 없을 거 같다. 녀석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려면 녀석을 직접 처치하는 것보다 임페리얼 길드를 무너트리는 것이 더 좋을 텐데. 3 대 몇만의 전쟁에서 이기기란 요원하지 않을까?”

“숫자 면에서 밀리는 것은 걱정하지 마라.”

“그게 무슨 소리야? 숫자 면에서 밀리는 걸 걱정하지 말라니?”

영완의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정호가 되물었다.

“내가, 아니 천휘가 어떤 존재인지 잊은 거냐?”

“네가 제아무리 강시술사라고 해도 몇만이나 되는 숫자를 부릴 수 있겠냐? 예전에 네가 부릴 수 있는 강시는 고작해야 몇백이라고 했잖아.”

준우의 말처럼 영완의 캐릭터인 천휘가 한 번에 부릴 수 있는 강시의 숫자는 고작해야 몇백 구에 불과했다. 물론 최근에 고루마공의 성취가 상승하며 그 숫자가 조금 늘긴 했지만 몇만에 달하는 임페리얼 길드의 길원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예전에는 그랬지.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뭐가 달라졌다는 건데?”

“몇백이 아니라 몇천, 아니 몇만의 강시도 부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거 아니냐.”

“뭐라고? 몇만?”

“그- 그게 정말이냐?”

『오벨리스크』에서 물량으로 가장 각광받는 직업은 단연 네크로맨서였다. 경우에 따라 수천 구의 스켈레톤들을 동시에 부릴 수 있는 네크로맨서는 그 칙칙하고 음습한 스킬 숙련 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선택할 정도로 인기 직업이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들이 부리는 스켈레톤들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원 마스터만 되어도 스켈레톤 수백 구는 우습게 처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

때문에 네크로맨서들은 스켈레톤 수천 구를 부리기보다는 강력한 데스 나이트 몇 구를 소환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길드전에도 참가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강시술사는 스켈레톤보다 몇 배는 강력한 강시들을 부릴 수 있지만, 네크로맨서만큼 많은 숫자의 강시들을 부릴 수는 없었다. 강시술사와 강시들이 영성으로 연결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완은 지금 그걸 극복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천 제국에서 만들었던 강시들과 달리 아르니안 대륙으로 넘어와서 만든 몇몇 강시들은 하나같이 일반 NPC처럼 감정을 지니고 있어. 더불어 그들은 서로 간에 영성으로 연결되어 있고, 내 지시에 따라 하위 강시들에게 명령까지 내릴 수 있지. 한마디로 말해…….”

“네가 그 강력한 몇몇 강시들과 영성적인 연결을 취하면 나머지 그 휘하의 강시들도 한꺼번에 부릴 수 있을 거란 소리지?”

“빙고! 어떠냐? 해볼 만하겠지?”

영완의 물음에 정호와 준우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소 부정적인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다고 해도 유저들과의 전쟁에서 그 강시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겠냐? 게다가 우리 힘으로는 그랜저를 비롯한 임페리얼 길드의 간부들을 처치하기도 힘들어. 그들 대부분은 벌써 트리플 마스터야. 거의 오베른에 근접한 실력자들이라고.”

“준우 말이 맞다. 오베른이 제아무리 강해도 그들 전부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행여나 영완이 기분 나빠할까 말을 아끼는 정호였지만, 영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아직 자신에게 음양마령강시인 싸가지 슈트라카이젠과 쥬얼리 데보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걱정 마라.”

“응?”

“…우리 말을 이해 못한 거냐?”

“아니, 이해는 했다. 하지만 너희 둘이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어.”

“그게 뭔데?”

“드디어 완성했다, 음양마령강시를! 게다가 그 근본이 되는 시체가 하나는 전생에 소드엠페러, 나머지 하나는 8서클 대마법사다.”

“뭐라고!”

영완의 설명에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영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하지만 사실이다. 소드엠페러 강시 녀석은 오베른보다 몇 배는 뛰어난 실력자고, 8서클 대마법사 강시는 8서클 마법을 난무할 수 있는 극강의 먼치킨이다. 어때,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냐? 그 그랜저 개자식이랑?”

영완의 득의양양한 물음에 두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소드엠페러라는 경지와 8서클이라는 경지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제대로 된 한판을 벌여 볼 수 있겠는데?”

“당연하지! 소드엠페러라니, 아직까지 그 누구도 구경하지 못한 신천지의 경지다. 8서클 역시 마찬가지고! 반년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그 경지에 도달할 순 없을 정도야. 게다가 강시로 탈바꿈해서 살아생전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상태일 텐데… 이거야말로 진정한 먼치킨이네!”

“큭큭.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반년만 기다리라는 거다.”

“반년은 왜? 당장 쳐들어가 깨부숴도 되겠는데. 안 그러냐, 준우야?”

정호의 생각 없는 말에 영완은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매만지며 이야기했다.

“제아무리 음양마령강시들이 강해도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야. 최소한 녀석들의 숫자에 근접한 강시들을 제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소리지. 게다가 난 아직 마신의 힘을 얻지 못했어. 강시들이 제아무리 강해도 내가 당한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나 역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절대 무력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때문에 반년이 필요하다는 거야. 게임 시간으로 이 년! 정확히 다음 여름방학 때 거사를 치를 거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영완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진중하게 변했다. 둘의 양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그들의 의지를 보여 주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준우 네 녀석이 일생일대 최악의 선택을 한 날이니 네놈을 위해서 찐하게 한잔하자!”

“그래, 네 말이 맞다! 오늘은 준우 네놈을 위한 날이야! 오늘… 먹고 죽는 거다!”

“우오오오!”

간만에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술자리.

세 사람은 야수가 되어 그날 밤을 격렬하게 찢어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깨어난 영완은 두 친구와 함께 중화요리를 시켜 먹고는 속을 풀었다. 그리고 각자 약속이 있다며 두 친구가 떠나자 샤워로 남은 숙취를 흘려보내고는 그제야 『오벨리스크』에 접속했다.

스파아앗.

[주인, 왔나?]

“그래. 동향은?”

[저길 봐라.]

『오벨리스크』에 접속한 천휘는 오베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뭐- 뭐야, 저건?”

오베른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는 이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제부터 저러고 있다.]

크우어엉!

쿵쿵쿵!

그워어엉!

상급 마수로 추정되는 거대한 마수들.

강 건너에 있던 상급 마수들이 마치 원수라도 되는 양 피 튀기는 대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님.]

“세력전?”

다소 생뚱맞은 싸가지의 말에 천휘가 되물었다.

[저기 거대한 여우 형상의 마수가 보이십니까?]

“흐음, 확실히 여우를 닮았네. 그런데 저 마수가 왜?”

[그리고 저기 반대편에 거대한 공룡 형상을 한 마수도 보이십니까?]

“어, 보여. 저 거대한 상급 마수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거대한 녀석인데?”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이 가리킨 마수는 흡사 티라노사우루스를 연상시켰다. 짧고 연약해 보이는 앞다리와 크고 튼실해 보이는 뒷다리, 게다가 집채만 한 거대한 이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전율을 일으킬 정도였다.

반면 조금 전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이 가리킨 여우 형상의 마수는 마수라기보다는 우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저 마수의 형상은 마치…

“구미호?”

그랬다. 여우 형상의 마수는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였다. 하지만 형상만 그렇다는 것이지 저 마수가 구미호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 제국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엄연히 판타지를 모토로 한 아르니안 대륙이기 때문이다.

[저 두 녀석은 강 건너에 존재하는 마수 녀석들 중 가장 강한 놈들입니다. 저 두 녀석을 중심으로 마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저렇듯 두 무리로 나뉘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래서야 건널 수가 없잖아! 젠장!”

상급 마수들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강 건너로 향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뛰어드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파뱃을 타고 하늘로 나는 것도 힘들다, 주인. 저길 봐라.]

“젠장! 저건 또 뭐야?”

내심 파뱃을 타고 하늘을 경유해 마신의 성으로 향하려던 천휘는 오베른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곳에는 흡사 모기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마수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새의 날개에 몸체는 호랑이 형상을 한 마수가 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수가 없겠냐?”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천휘는 결국 나머지 세 강시에게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방법이…….]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믿고 있던 데보타마저 방법이 없다고 하자 천휘는 크게 실망했다. 이렇게 되면 녀석들의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싸가지, 네가?”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이 나섰다. 하지만 그가 제아무리 소드엠페러라고 해도 저 많은 수의 상급 마수들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녀석들의 추정 무력은 최소한 오베른 그 이상이었다. 생각해보라. 오베른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였다.

[제게 파뱃 녀석을 붙여 주시면 하늘에 떠다니는 상급 마수들을 모조리 처치해 보이겠습니다.]

“아, 그 수가 있었네!”

싸가지 슈트라카이젠 역시 자신의 힘으로는 상급 마수 전체를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하늘 위의 상급 마수들만 처치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천휘의 판단으로도 그 정도라면 충분히 싸가지의 힘만으로도 해낼 수 있을 듯했다.

“아공간 오픈, 파뱃 소환!”

끼에에엑!

천휘가 아공간을 열고 파뱃을 소환하자 그 거대한 동체가 눈앞에 나타났다.

“파뱃, 오랜만이다? 그나저나 네놈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듣기 거북해. 저번 일만 아니면 확!”

움찔.

천휘의 오른손이 가볍게 위로 올라가자 파뱃 녀석은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먼 산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웠다.

“싸가지, 녀석을 조종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좋았어. 상급 마수 처치 이외에 네 녀석이 또 할 일은?”

[…휴우, 마수들을 처치하고 아이템도 반드시 획득해야 합니다.]

자신의 물욕을 이제 어느 정도 파악한 싸가지의 대답에 천휘는 흡족해하며 녀석의 등을 두드렸다.

“역시 눈치가 빨라! 자, 어서 움직여! 시간이 없다!”

[저, 그러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주인님.]

“뭔데 그래?”

[저번에 거대한 두더지 형상의 마수를 잡고 나서 얻은 거대한 창을 하나 빌릴 수 없겠습니까? 아무래도 하늘에서는 길이가 긴 장병이 더 유용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네! 잠깐 기다려 봐. 어디 있었는데…….”

뒤적뒤적.

“찾았다, 레베스론의 창!”

[레베스론의 창]

마수 레베스론의 기운이 담긴 창.

창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창대가 길고 마수 레베스론 특유의 관통력을 담고 있어 찌르기에 용이하다.

등급:레어 내구력:30,000/30,000

분류:창

제한:근력 500 이상

옵션:물리 공격력 +350

옵션:적 관통 시 100의 추가 피해

옵션:공격속도 10% 하락

본래 창이 무거운 중병기이긴 하지만 레베스론의 창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보통 창이 2미터 내외의 길이인 데 반해 레베스론의 창은 3미터를 훌쩍 넘기는 창대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긴 창대 때문에 공격속도가 하락하는데 공격속도 하락 옵션까지 있어 공격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반 유저에게는 쓰레기 아이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러한 쓰레기 아이템도 하나의 장점은 가지고 있었으니, 관통에 이은 추가 데미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레어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유니크를 상회하는 막강한 데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쪽짜리 창.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은 바로 그 창을 원하고 있었다.

“여기 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제 녀석들을 모조리 꼬치 꿰듯 꿰어버려!”

[명령, 이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끼에에엑!

드디어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을 태운 파뱃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때 아닌 공중전.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휘익, 휘익.

[…….]

귓불을 스치는 날카로운 칼바람에도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전방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왱왱거리는 날갯짓으로 허공을 점령하고 있는 거대한 모기 형상의 마수들이 떼거리로 몰려 있었다.

끼에에엑!

레드 와이번의 흉포한 성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파뱃이지만 상급 마수들이 뿜어내는 마기는 녀석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듯 볼멘 울음소리를 자아냈다.

우우웅.

끼엑?

[동요하지 마라. 녀석들은 포식자들. 포식자들의 앞에서 지레 겁을 먹는다면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알겠느냐!]

파뱃이 동요한다는 것을 알고 오러를 내뿜어 녀석을 진정시킨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은 이제껏 보여 주지 않은 위엄을 내보였다.

과연 고대 하스렌 제국의 마지막 황제 자리에 올랐던 인물답게 그의 위엄은 몬스터 강시인 파뱃에게마저도 효능을 보인 것이다.

왱왱왱.

[가자, 파뱃!]

끼에에엑!

멀리서 모기의 날갯짓과 같은 소리가 들려오자 파뱃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배는 빨라졌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을 등 위에 태운 녀석의 움직임은 이제껏 보여 주지 않은 최고의 스피드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그만큼 싸가지를 믿는다는 의미였다.

[차앗!]

끼긱.

퍼엉!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랐음인가? 아니면 파뱃의 스피드가 워낙 빨라 미처 피해내지 못했음인가?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의 찌르기 공격에 모기 형상의 상급 마수가 한 번에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파뱃!]

끼에에엑!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의 부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파뱃은 빠르게 아래로 하강하며 상급 마수가 떨어트린 아이템을 낚아챘다.

채채챙!

[빌어먹을! 파뱃, 날아올라!]

파뱃이 아이템을 낚아채는 동안 어느새 다른 상급 마수들이 따라붙었다. 정말 모기를 모토로 만들어진 마수인지 뾰족한 대롱을 연상시키는 녀석의 입이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다행히 녀석의 공격을 싸가지 슈트라카이젠이 잘 막아냈고, 파뱃은 그의 명령에 따라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더 이상 아이템은 먹지 않는다. 녀석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파뱃?]

끼에에엑!

[좋아, 왼쪽부터 차례대로 처치한다! 왼쪽으로 돌아!]

어찌 된 영문인지 두 강시의 호흡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두 강시 모두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덕에 이래저래 맞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대단한데, 저 녀석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휘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녀석들의 움직임을 똑똑히 눈으로 바라봤다.

그들의 모습은 흡사 어린 시절에 읽었던 해적왕 만화에 나온 하늘의 기사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싸가지와 파뱃… 너희는 오늘부터 하늘의 강시다.’

그렇게 훗날 임페리얼 길드의 와이번 라이더들을 공포에 몰아넣게 될 하늘의 강시가 탄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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