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심연의 밀림
심연의 밀림은 리버훌 성국과 펜하르트 왕국의 국경 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경로는 두 나라 어디를 거쳐도 상관이 없었다.
천휘는 두 왕국 중 펜하르트 왕국 북쪽의 소도시 데레핀에서 가는 길을 택했다. 마탑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연결된 도시 중 가장 심연의 밀림에 가까운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단 음침하지 않은데? 그렇지 않아, 오베른?”
[그렇지 않다. 숲 전체에 지독한 마기가 어려 있는 곳이다. 느낌이 썩 좋지 않다.]
천휘는 데레핀에서 파뱃을 타고 곧장 심연의 밀림으로 향했다.
데레핀에서 심연의 밀림까지는 도보로 보름 정도가 걸렸지만, 파뱃의 엄청난 속도로 고작 하루 만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 위험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좋아, 파뱃! 저 아래에 착륙해!”
끼에에엑!
이윽고 천휘와 오베른을 태운 파뱃은 심연의 밀림에 가까운 곳에 발을 내디뎠다.
실은 조금 더 가까운 곳까지 다가가고 싶었지만 파뱃이 너무도 두려워하는 탓에 조금 떨어진 곳에 착륙해야만 했다.
끼에에엑.
“뭐야, 저 녀석. 뭐 때문에 저 난리야?”
[아무래도 저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때문인 것 같다. 강시가 되었다고 해도 본질은 몬스터인 탓에 마기를 더욱 잘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흐음, 그래?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상관은 없겠지. 아공간 오픈! 파뱃 역소환! 슈트라카이젠, 데보타 소환!”
파뱃은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냈다. 천휘가 녀석을 처음 혈강시로 만든 이유는 녀석의 공격력 때문이 아니라 비행속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뭐야, 이 개…….]
[이 빌어먹을…….]
삐이익.
[끄아아악!]
[으아아악!]
역시나 예상대로 슈트라카이젠과 데보타는 아공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천휘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보다 천휘의 피리 소리가 더 빨랐다.
[흐음, 참으로 대단한 피리로군. 소드엠페러와 8서클 마스터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다니 말이야.]
“뭣하면 너한테도 해줄까?”
[주- 주인, 난 주인의 영원한 머슴이다! 그리고 주인의 똥이 굵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 내게 그러지 마라.]
“…큭큭. 알았어, 자식아.”
천휘가 오베른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슈트라카이젠과 데보타를 괴롭히던 고통이 점차 잦아들었다.
“자, 어디 한 번 더 날뛰어보실까들?”
[…….]
[…….]
천휘의 장난스러운 말에 슈트라카이젠과 데보타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그저 뜨거운 눈빛만을 그에게 보낼 뿐이었다.
“이 자식들이 그래도! 눈 안 깔아? 죽고 잡지? 피리 한 번 더 불어주리?”
[…살려 줘.]
[…제발.]
천휘의 엄포에 드디어 슈트라카이젠과 데보타가 앓는 소리를 했다. 폭군으로 명성이 자자한 슈트라카이젠과 마녀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 데보타가 자존심을 버리고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지금부터 복창해. 나는 지금부터!”
[…나는 지금부터.]
[…나는 지금부터.]
“주인님을 영원한 종으로 모실 것이며!”
[…….]
[…….]
천휘의 선창에도 둘은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이내 천휘의 손에 들린 피리가 입으로 다가가자 곧바로 동시에 복창했다.
[주인님을 영원한 종으로 모실 것이며!]
[주인님을 영원한 종으로 모실 것이며!]
“주인님께 절대 복종하는 것은 물론!”
[주인님께 절대 복종하는 것은 물론!]
[주인님께 절대 복종하는 것은 물론!]
조금 전 천휘의 행동이 먹혀들었는지, 두 사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복창했다.
천휘는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다음 말을 선창했다.
“주인님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주인님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주인님을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
“좋았어! 이제부터 너희는 내 종이다. 마음 같아서는 살아생전의 이름을 버리고 종 1, 종 2로 부르고 싶다만, 그것은 너희의 강시권을 모독하는 짓이니 내가 봐준다. 슈트라카이젠, 네놈의 이름은 너무 길어! 네놈은 앞으로 싸가지다. 네 이름이 뭐라고?”
[…싸가지.]
천휘의 놀라운 작명 센스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바,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데보타, 너는 지독히도 못된 마녀니까 쥬얼리로 한다.”
[쥬얼리?]
“있어, 요새 잘나가는 검은 마녀. 개미를 패밀리어로 부리고 다니는. 아무튼 넌 오늘부터 쥬얼리다. 뭐라고?”
[쥬얼리.]
앞으로 싸가지라 불리게 될 슈트라카이젠에 비해 그나마 자신의 이름은 양호하다고 생각한 데보타는 금세 또 흡족한 웃음을 띤 채 천휘에게로 다가갔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저기 저 심연의 밀림을 탐험할 거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목표는 저곳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어이, 싸가지, 오랫동안 머물 근거지를 구축하려면 가장 먼저 뭐가 선행되어야 할까?”
[당연히 물이다. 다른 건 몰라도 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삐이익.
[끄아아악!]
[으아아악!]
싸가지의 대답에 천휘는 곧바로 피리를 불었다.
“오베른은 상관없지만, 너희 둘은 앞으로 내게 꼬박꼬박 존댓말 해라. 특히 쥬얼리, 넌 극존칭으로 존댓말 해. 알았어, 몰랐어!”
[끄아아악! 알았다!]
[으아아악! 알았어, 알았어!]
삐이익!
[끄아아아악! 알았습니다!]
[으아아아악! 알겠습니다!]
천휘의 피리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자 둘의 비명 소리도 커져만 갔다.
그렇게 둘에 대한 군기를 확실히 잡아놓은 천휘는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곧바로 밀림으로 들어섰다.
* * *
까악, 까악.
“쥬얼리.”
[알겠습니다, 주인님! 매직 애로우!]
휘익, 푹.
까아아아.
신경에 거슬리는 까마귀를 쥬얼리로 하여금 처치하게 만든 천휘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뭐야? 그 무섭다는 몬스터는커녕 까마귀만 주구장창 나오잖아! 여기가 정말 심연의 밀림 맞아?”
[숲 전반에 걸쳐 마기가 펼쳐져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주인의 말대로 이 근방에는 몬스터가 없다.]
[이런 경우는 하나밖에 없지. 몬스터들이 떼로 이동한 경우. 그러려면 당연히…….]
“그들보다 더욱 강한 몬스터가 이쪽에 자리 잡은 거겠지.”
싸가지의 말에 천휘가 맞장구를 쳤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소리였다. 그의 말대로 이 근방에는 심연의 밀림에 서식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강제적으로 이동시킬 만한 엄청난 몬스터가 있다고 봐야 옳았다.
“그건 그렇고… 어이, 싸가지, 자꾸 말 놓을래? 피리 맛 좀 더 보고 싶어?”
[허억! 아닙니다, 제가 언제!]
[야, 이 멍청아! 똑바로 안 할래? 네가 잘못하면 나까지 피리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이 계집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내가 바로 그 유명한…….]
삐이익.
[끄아아악!]
[으아아악!]
“…에효. 너희 둘은 지겹지도 않냐, 그렇게 싸우는 게?”
한판 붙으려는 둘을 피리 소리로 단박에 떼어놓은 천휘는 곧바로 무한의 행낭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장생 어쩌고 하는 서적이 아닌가.]
“이야, 기억하네? 맞아, 「장생본초집성」이다. 이거라면 이 근방 어디에 몬스터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천휘는 「장생본초집성」에 담긴 디텍트 기능으로 몬스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내 고통에서 풀려난 쥬얼리의 말에 뻘쭘하게 그것을 도로 무한의 행낭에 집어넣어야 했다.
[주인님, 저 디텍트보다 상위 마법인 옵저버를 펼칠 수 있습니다.]
“…맞다, 네가 있었지.”
그동안 마법사와 같이 다녀 본 경험이 부족한 천휘는 마법사, 그것도 최고라 칭해지는 8서클 마법사를 곁에 두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옵저버 마법을 펼쳐도 될까요?]
“어느 정도까지 되지?”
[반경 10킬로미터 정도는 너끈해요. 마나를 총동원해서 그 이상도 살펴볼까요?]
조금 전부터 쥬얼리의 말투는 마치 하녀가 주인을 대하듯 애교 넘치게 변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떤 의도로 그러는 것인지 알고 있는 천휘로서는 기분 좋게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해. 어서 시작해봐.”
[주변의 모든 것을 내 앞에 비출지니, 옵저버(Observer)!]
쥬얼리가 마법을 펼치자 일행의 머리 위로 희미하게 거대한 원이 하나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 녹색 점들과 노란색 점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녹색 점은 식물을 뜻해요. 더불어 노란색 점은 몬스터가 아닌 야수들을 뜻하고요. 그리고… 북측 상단에 위치한 붉은색 점은…….]
“몬스터겠지. 좋았어, 거기가 반경 10킬로미터를 지배하는 몬스터 녀석의 거처야. 아마 그 부근이라면 우리의 조건에 만족되는 지형이 형성되어 있을지도 몰라. 쥬얼리, 위치 파악 끝났지?”
[네, 주인님.]
쥬얼리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도 천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무뚝뚝하게 싸가지에게 앞으로 나서라는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 * *
[전방에 녀석이 있습니다.]
“어라? 벌써?”
쥬얼리의 옵저버 마법에 의하면, 녀석이 있는 위치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가지는 벌써 녀석의 위치를 파악했다.
[3킬로미터 전방에 녀석이 있습니다.]
무려 3킬로미터 앞에 녀석이 있다는 소리에 천휘는 내심 크게 놀랐다.
‘소드엠페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겨우 한 단계 낮은 오베른은 1킬로미터 안의 몬스터도 감지해내지 못했는데……. 기량의 차이인가, 아니면 강시 등급의 차이인가? 어찌 되었든 난 정말 엄청난 괴물을 강시로 제작한 것 같네.’
그렇게 싸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다.
밀림답게 숲이 우거지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탓에 싸가지와 오베른이 앞장서서 나뭇가지를 쳐내며 길을 트고 있긴 했지만, 역시나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확 불살라버릴까요?]
그런 천휘의 짜증을 읽었는지 쥬얼리가 나서서 말했다.
“너 바보냐? 괜히 눈에 띄었다가 이 밀림의 본좌들이 나서면 어쩌려고?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대체 그 머리로 어떻게 8서클 마스터는 됐나 몰라.”
[…….]
천휘의 핀잔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은 쥬얼리였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꼽고 더러워도 어쩌겠는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천휘인 것을.
“얼마 정도 남았냐, 싸가지?”
[이제 1킬로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녀석의 존재는 알 수 없고?”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이제껏 제가 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 같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뜸을 들이는 싸가지의 말에 천휘는 입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끼며 되물었다.
[마계의 마수일 수도 있습니다.]
“흐음, 마수라…….”
일반적으로 마계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극히 적다.
태양신 라멘의 영향력이 워낙 아르니안 대륙에 크게 미치고 있는 시대였기에, 그에 반하는 마신의 기운을 받는 마계의 세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의 세력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빛과 어둠이 있듯, 설사 태양신 라멘이 득세하고 있다 할지라도 그 이면인 마신 또한 음지에서 힘을 키우고 있을 터였다.
마수는 그러한 마계의 외곽 지역을 지키는 몬스터다.
마신의 기운을 받은 탓에 흉성이 대단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힘이 대단한 것 또한 두말하면 잔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마수라면 제가 좀 알고 있어요.]
“오, 역시 마법사! 그래, 뭘 알고 있는데?”
천휘의 호응에 쥬얼리는 신이 난 듯 입을 열었다.
[마수는 마족이나 악마들과 달리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어요. 반면, 신체적인 능력만큼은 드래곤형 몬스터에 비견될 만큼 대단하다고 해요.]
“…그게 다냐?”
[네- 네?]
내심 칭찬해주기를 기대했던 쥬얼리이건만, 천휘는 어이없다는 표정과 함께 신랄한 비난을 일삼았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알겠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마계의 외곽을 지키는 녀석들이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은 당연한 사실 아니겠어? 게다가 그들보다 더욱 상위인 악마나 마족들도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들보다 하등한 마수들 대가리가 빠가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냐? 아놔, 이 머저리. 제발 생각 좀 하고 살라니까!”
[으아악! 더 이상은 못 참아! 죽어라! 매직 애로우!]
쥬얼리는 진심으로 천휘를 죽일 요량으로 가장 빠르게 시전할 수 있는 마법으로 천휘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정도 공격에 당할 천휘가 아니었다.
삐이익.
[끄아아악!]
[으아아악!]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게다가 저 마녀 같은 가시나는 날 죽이려고 해? 용서 못해!”
삐이익, 삐이익.
[끄아아악! 그만, 그만!]
[으아아악! 제발!]
천휘의 짜증 섞인 신경질을 온몸으로 받아낸 둘은 이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예의 그 몬스터에게로 다가갔다.
“저 녀석이군. 확실히 더 이상 다가가면 눈치 채겠어.”
일행이 마수로 추정하고 있는 녀석은 5백 미터 밖에서도 그 형체가 보일 만큼 거대한 녀석이었다.
거대한 외뿔이 난 머리.
흡사 갑옷을 연상시키는 흑색의 비늘.
게다가 무엇보다 천휘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은 녀석의 전반적인 형상이었다.
‘어린 시절 무협 영화에서 봤던 중국의 영물 기린을 닮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본 것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해! 키가 족히 5미터 정도는 되겠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즐겨 보던 중국 무협 영화에 종종 등장했던 영물 기린과 너무도 흡사한 형태를 지닌 마수의 모습에 천휘는 아무래도 조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까, 주인? 가서 처치할까?]
[주인님, 제가 처치할게요! 제게 기회를 주세요! 네?]
[말도 안 되는 소리! 주인님, 저 마수는 제가 단칼에 베어 없애버리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
조금 전 자신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 강시들은 앞 다투어 자신이 나서겠다고 하고 있었다.
저따위 마수는 안중에도 없다는 셋의 태도에 천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빌어먹을! 언제까지고 이 녀석들의 후광을 업고 게임할 수는 없잖아! 천 제국에서 깨달은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나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
천 제국에서는 강시지존이라는 별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그뿐이었다.
실제 천휘는 언제나 각 단체의 초고수들에게 쫓겨 도망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다 천휘 자신의 힘이 미약했던 탓이다.
“셋 다 시끄럽고, 일단 녀석에게로 다가간다. 너희 셋은 내가 말하기 전까지 절대 나서지 마! 알았지?”
[설마 주인이 나서려는 건가?]
[흐음, 아무래도 주인님의 미천한 실력… 커헉! 아니, 주인님의 절대적인 실력으로도 저 마수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냥 저희에게 맡기시지요.]
[그래요, 주인님. 괜히 힘들게 직접 나서실 필요 있나요? 그냥 우리에게 맡기시면…….]
천휘의 말에 세 강시들이 한마디씩 건넸다.
싸가지와 쥬얼리는 천휘를 걱정해 그가 나서는 것을 만류했지만, 천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이참에 저 녀석을 처치하고 이곳에서 마령혈천권법을 반드시 익히고야 만다!’
이제 슬슬 마령혈천권법을 익히기 위한 준비 작업이 끝나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고루마공은 이미 고급에 올라섰고, 레벨도 어느새 300레벨에 근접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피스트 마스터리는 현재 중급 9단계로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령혈천권법을 익히기 위한 최소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천휘 자신을 위한 제물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마수를 제물로, 마령혈천권법을 제 것으로 만들리라 다짐하며 천휘는 앞으로 나아갔다.
* * *
거대한 마수에게로 다가가던 천휘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녀석이 내뿜는 마기다. 저 바위를 경계로 이 안은 모두 녀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지.]
[아마 우리가 침입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오베른과 쥬얼리의 말에 천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앞으로 나아갔다.
크아아앙!
“크윽!”
[꼴에 마수라고 제법 흉성이 대단한데?]
[아무래도 마수인 건 확실해 보이지? 마수는 어떤 힘을 지녔을까? 혹시나 마계의 마법을 펼치지는 않을까? 아, 기대된다.]
마수의 포효에 순간적으로 몸이 마비된 천휘와 달리, 싸가지와 쥬얼리는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삐이익.
[끄아아악!]
[으아아악! 대체 왜?]
“시끄러! 그냥 너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다! 왜? 꼽냐?”
두 강시의 태연자약한 태도에 빈정 상한 천휘는 몸이 마비에서 풀리자마자 곧바로 피리로 두 녀석을 응징했다.
[아무래도 주인에게는 무리가 있지 싶다. 그냥 내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나?]
“걱정 마, 어떻게든 될 거야. 여기서 저 두 머저리들과 함께 있어. 이 앞으로는 나 혼자 간다.”
[…조심해라, 주인.]
오베른의 걱정 어린 말을 들으며 천휘는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크르르.
“이거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장난이 아닌데?”
마수와 불과 50미터 앞까지 다가간 천휘는 녀석이 뿜어내는 엄청난 포스에 이마에서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확실히 히드라보다는 약해 보이는 녀석이었지만, 천휘에게 버거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야, 이제부터 네놈을 똥개라고 부르마. 그래야 시원하게 밟아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네놈이 내 앞에 무릎 꿇는 그 순간, 네놈은 앞으로 내 전용 자가용이 될 거다. 타아앗!”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녀석이 존재했고, 천휘는 녀석을 처치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 순간 천휘는 주변의 지형이나 그 외의 모든 요인들을 모두 잊어버린 채 오로지 똥개라고 이름 지은 마수의 움직임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크워어엉!
“크윽.”
막 마수에게 공격을 퍼부으려는 찰나, 마수의 포효 소리에 다시금 천휘의 몸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마수의 뒷다리가 굉장한 속도로 천휘의 가슴을 향해 쏟아졌다.
빠악!
“커허억!”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천휘는 엄청난 충격을 입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생명력도 절반이나 떨어졌다. 발록의 심장으로 보호된 가슴이건만, 마수의 뒷발차기 공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수의 공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천휘가 채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곧바로 천휘의 코앞까지 다가와 앞발을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그대로 그를 향해 내리찍었다.
콰아앙!
뒹구르르.
천휘는 쉽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해 옆으로 굴러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강하게 땅을 발로 내디뎠다.
“대지의 울음!”
콰앙!
크워어어!
“쳇, 역시 대지의 울음으로는 녀석의 움직임을 멈칫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인가?”
대지의 울음 역시 유니크 스킬임에도 숙련도가 낮은 탓인지 마수에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녀석의 화만 돋우었을 뿐이다.
두두두두.
녀석이 화가 단단히 났는지 대지를 진동시키며 천휘에게 돌진했다.
“대지의 울음!”
콰앙!
행여나 녀석의 돌진을 조금이라도 저지할 수 있을까 천휘는 대지의 울음을 전개했다.
하지만 그것은 녀석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시간을 지체한 탓에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을 뿐이다.
퍼어엉!
“끄허어억!”
풍덩.
결국 녀석의 뿔에 받힌 천휘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끈 떨어진 연처럼 멀리 날아가 연못으로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나무나 바위에 부딪히지는 않아 그가 받은 충격이 좀 덜했겠지만, 이미 녀석의 뿔에 받힌 것만으로도 그의 목숨은 부지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주인!]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오베른은 무시무시한 살기와 함께 마수에게로 쇄도했다. 다만, 싸가지와 쥬얼리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었다.
[감히 주인을! 이 요망한 마수 따위가!]
크워어어!
오베른의 클레이모어는 그 어느 때보다 난폭하게, 그리고 거칠게 마수를 공격했다.
마수 역시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머리에 달린 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드래곤 크레이터!]
콰앙!
크아아아!
오베른의 강력한 참격이 녀석의 허리를 두드리자 그 여파로 녀석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요망한 마수! 주인에게 해코지한 죄를 물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없애주마! 죽어라, 드래곤…….]
“잠깐!”
오베른이 막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 난데없이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주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천휘였다.
조금 전 마수에게 당한 충격으로 왼팔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왼발 또한 절고 있었지만, 분명 그는 천휘였다.
“내가 뭐라 그랬어! 내 허락 없이는 끼어들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주- 주인.]
칭찬받을 줄 알았건만 천휘는 되레 오베른을 호되게 나무랐다.
지금껏 보인 적 없는 차가운 시선에 오베른은 당황해하며 그를 바라봤다.
“…아공간으로 돌아가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아공간 오픈, 오베른 역소환!”
[주인… 주…….]
“…….”
오베른이 아공간으로 사라지자 천휘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마수를 바라봤다. 오베른의 참격에 당한 탓에 녀석 역시 출혈이 심하고 꽤 타격을 입은 듯했다.
“너희 둘은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길 바란다.”
[…….]
[…….]
행여나 싸가지와 쥬얼리가 끼어들까 천휘는 사전에 미리 못을 박아뒀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수에게로 다가갔다.
“네 녀석의 공격 패턴을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한마디로 선불 맞은 멧돼지나 다름없는 공격 패턴이네. 좋았어, 이 똥개야! 이제 2라운드를 시작해야지?”
크워어어!
천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마수는 포효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오베른 덕택에 이래저래 타격이 큰지 녀석의 포효 소리는 천휘에게 별반 효과를 못 주고 있었다.
“와라.”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표정으로 천휘는 마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수 역시 그런 천휘의 눈빛을 의식했는지 붉은 혈광이 가득한 눈으로 천휘를 응시했다.
크워어어.
두두두두.
천휘와 눈싸움을 벌이던 마수가 한 발 먼저 움직였다. 녀석은 예의 그 포효를 토해내며 천휘에게로 빠르게 돌진했다. 하지만 역시나 오베른의 공격에 타격을 입어서인지 이전보다는 훨씬 느려져 있었다.
“…….”
조금 느려졌다고는 해도 원체 돌진속도가 빠른 탓에 눈 깜짝할 사이에 녀석의 동체는 천휘의 코앞까지 이르러 있었다. 금방이라도 마수의 뿔에 치일 것만 같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휘익.
“이중극점!”
콰앙!
크아아아!
하지만 천휘는 순간적으로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 줬다. 마수의 뿔이 자신에게 닿으려는 찰나 발을 한 발 내디뎌 녀석의 뿔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몸을 비틀어 자신의 눈앞에 마수의 동체가 지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이중극점을 녀석의 척추가 있는 곳에 정확히 내리꽂은 것이다.
설명은 길었지만 이 모든 것이 0.5초 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마수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 채 거대한 동체를 땅바닥 위로 누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중극점! 이중극점!”
크아아아아!
녀석의 장기인 무지막지한 돌진을 깨트린 이상, 천휘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이제 위력적인 뒷발차기만 조심하면 되는 상황에서 천휘는 뒷발이 닿지 않는 녀석의 등 부근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며 녀석의 동체 위에 이중극점을 여러 방 선사했다.
* * *
[생각보다 잔인한 주인이네.]
[뭐,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아직 멀었어. 저 정도 실력만으로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있겠어?]
쥬얼리의 말에 싸가지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벌써 녀석을 주인으로 인정한 건가?]
[세상에는 법칙이라는 것이 있지. 그리고 그 법칙은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주인은 그 법칙을 깨트렸어. 여태 그 어떤 흑마법사도 시체를 가지고 완전한 부활을 이뤄내지 못했어. 하지만 주인은 어떻지?]
[우리는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완전한 부활이라고는 할 수 없지.]
자신의 말에 싸가지가 반박하자 쥬얼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천만에! 우리는 생명만 가지고 있지 않다 뿐이지, 살아생전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해졌지. 당신도 마찬가지일 텐데? 당신도 소드엠페러 그 이상의 경지가 보이기 시작했지?]
[…그럼 너도?]
[그래, 맞아.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부활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트릴 새로운 틀을 가지게 된 거야. 나 역시 8서클 마스터의 경지를 밟고 나서 전인미답이라고만 생각했던 9서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 드래곤을 제외한 그 어떤 유사 인종 중에서도 이룬 적이 없다는 그 신의 경지를 말이야!]
쥬얼리의 말에 싸가지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로군. 내가 다스리던 하스렌 제국에서도 너 정도의 마법사는 없었다.]
[나 역시. 지금 이 시대에 당신과 같은 검객은 없지. 하지만…….]
[하지만?]
[우리는 절대 저 악마 같은 주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설사 내가 9서클의 경지를 밟고 당신이 소드엠페러 그 이상의 경지를 밟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쥬얼리의 말에 싸가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고통은 범상한 것이 아냐. 난 소드엠페러의 경지를 밟으며 육체의 틀에서 벗어났다. 그 어떠한 것도 내게 고통을 줄 수 없는 몸이 되었건만, 주인의 피리 소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을 안겨 주고 있지. 이게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영혼에 고통을 주고 있다는 소리겠지.]
[…아마도.]
자신들의 처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은 두 강시는 답답한 심정으로 천휘를 바라보았다.
* * *
콰앙!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피스트 마스터리가 고급 1단계로 올랐습니다.]
[띠링! 300레벨을 달성함으로써 3차 승급을 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좋았어!”
무려 5분 동안 마수 녀석을 두드린 끝에 간신히 녀석을 잡은 천휘는 녀석이 죽음과 동시에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음에 너무도 즐거웠다.
[주인님, 이제 가까이 다가가도 될까요?]
“아, 그렇게 해.”
[다행입니다. 주인님께서 다치지 않으셔서.]
“자식, 그런 말도 할 줄 아는 거냐?”
어느새 부쩍 아부가 늘어버린 싸가지를 보면서 천휘는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녀석을 굴복시켰다는 성취감 때문이었다.
[주인님이 좋아하신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이것.]
“그건 뭐지?”
[저 마수가 죽으면서 남긴 활입니다만…….]
“활? 아니지. 그보다 녀석의 시체를 어서 보존하는 게 중요하지. 아공간 오픈! 싸가지, 녀석의 시체를 아공간 안으로 넣어!”
[알겠습니다, 주인님.]
마수 녀석의 달리는 속도는 파뱃의 비행속도와도 견줄 수 있을 만큼 빨랐다. 때문에 천휘는 녀석 역시 파뱃과 같은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흐음, 활이라…….”
마수의 시체를 간신히 챙긴 천휘는 이내 활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돌쇠 군단과 하이랜더 길드의 충돌에서 원거리 공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탓이었다.
물론 8서클 마스터라는 어마어마한 전력이 있긴 하지만, 천휘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돌쇠 군단과 마찬가지로 대규모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군단이었다.
[시벨리우스의 활]
마수 시벨리우스의 뿔로 만들어진 롱 보우.
철보다도 단단한 마수 시벨리우스의 뿔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좋고 사정거리도 길다.
등급:레어 내구력:50,000/50,000
분류:활
제한:민첩 300 이상
옵션:물리 공격력 +200
옵션:공격속도 10% 상승
옵션:사정거리 +5
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제법 좋은 옵션을 가진 활인 듯했다.
“활이라… 활이라…….”
원거리 공격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궁수가 최고다. 사정거리도 길고 공격력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명중률이 높다. 게다가 공격속도 역시 빠르다.
“역시나 궁수들로 이뤄진 강시들을 만들어야겠어. 어떠냐, 궁수강시.”
[그러자면 엘프들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뛰어난 궁술을 가진 족속이 바로 엘프니까요.]
싸가지의 말에 쥬얼리의 표정이 바로 어둡게 변했다. 지금은 더 이상 하이 엘프 퀸이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하이 엘프 퀸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탓에 엘프들을 잡아 강시로 만든다는 말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왜, 쥬얼리? 어째 내키지 않냐?”
[아- 아니에요, 주인님. 주인님 뜻대로 하세요.]
하지만 그런 엘프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천휘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쥬얼리는 곧바로 애교를 부리며 아부를 떨었다.
“엘프들은 체력이 너무 약하고 쓸데없이 기럭지만 길어. 난 좀 더 작고 날렵한, 진정한 사냥꾼들은 원하는데 말이야. 흐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심연의 밀림은 드넓고 신비함으로 가득한 곳이니 아마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사냥꾼들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주인님. 꼭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흐음, 그러면 좋겠지만……. 뭐, 이곳에서 살다 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 좋아, 일단 여기에 근거지를 마련한다. 저기에 마수 녀석이 사용하던 동굴이 있으니 그곳을 잘 꾸며서 사용하는 게 낫겠어. 누가 할래, 리모델링?”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
[제가 마법으로 금세 화려하고 튼튼한 집으로 리모델링하겠어요, 주인님.]
천휘의 말에 두 강시가 앞 다투어 대답했다. 천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두 강시의 피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래? 좋았어. 그럼 너희 둘이 함께 해봐. 대신…….”
꿀꺽.
꿀꺽.
천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싸가지와 쥬얼리가 마른침을 삼켰다. 천휘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긴장하는 것이었다.
“내 마음에 안 들면 피리 1분간이다. 기한은 사흘. 그 안에 해결해.”
[허억!]
[마- 말도 안 돼.]
천휘의 말에 싸가지와 쥬얼리는 허망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곧바로 동굴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강시는 밤잠을 설쳐 가며 사흘 만에 새로운 동굴을 완성시켰다.
기존의 동굴에 비해 3배는 커진 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