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3장. 철골강시의 한계 (24/82)

제3장. 철골강시의 한계

천휘는 파뱃을 타고 동굴이 위치한 바위산을 한 바퀴 돌아 반대편에 내려섰다. 행여나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챌까 봐 크게 우회한 것이다.

“일단 미친 소 녀석부터. 아공간 오픈! 미친 소 소환! 응? 왜 안 나오지?”

천휘 자신은 분명히 미친 소를 아공간에서 소환했다. 그런데 녀석이 분명 아공간 안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나오지 않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소리였다.

“흐음, 미친 소 이 자식이 미쳤나, 왜 안 나오지?”

애꿎은 미친 소를 탓하며 천휘는 왜 녀석이 소환되지 않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아, 이런 멍청이! 저번에 이름을 바꿔줘놓고는! 변강쇠, 나와!”

음메에에!

“큭큭, 역시! 돌쇠, 너희도 나와!”

쿠아아앙.

미친 소, 아니 이제는 변강쇠가 된 녀석과 돌쇠라 불린 철골강시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의 숲이 처참하게 황폐해졌다. 녀석들의 거대한 덩치에 나무들은 속절없이 부러지거나 쓰러졌고, 숲이었던 그 부근은 순식간에 커다란 공터로 변하고 말았다.

“아, 그러고 보니 오베른 녀석도 어느 정도 회복했겠지? 시간도 꽤 지났으니까. 좋아, 한번 소환해볼까? 오베른 소환!”

파아앗.

“으응?”

역시 천마강시답게 경이적인 회복력으로 부상이 모두 치유된 듯 오베른은 굳건한 모습으로 천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천휘는 그의 눈빛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나야 했다.

[죽어!]

“헉!”

갑작스러운 오베른의 공격에 천휘는 보법을 밟아가며 뒤로 빠르게 후퇴했다.

콰앙! 콰앙!

“이 빌어먹을 새끼! 주인을 죽일 셈이냐!”

거대한 오베른의 클레이모어가 지면을 거칠게 두드렸다. 간발의 차이로 천휘가 피하고 있기는 했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이 제작한 강시에게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주인은 개뿔! 나를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네가 준 약 때문에 내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 알기나 하느냔 말이다! 죽어라, 죽어!]

오베른의 말을 듣고서야 그가 왜 이러한 난동을 부리는 것인지 알게 된 천휘는 식은땀을 흘리며 부리나케 발을 놀렸다.

“야, 그건 오해야!”

[오해? 무슨 오해!]

콰앙!

“허억!”

자신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클레이모어에 천휘는 간담이 서늘해진 눈빛으로 오베른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이 미친놈이 오늘 일을 크게 칠 모양이었다.

“야, 머슴! 정말 이럴래? 내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그 히드라한테 뒈졌어, 인마!”

[그까짓 도마뱀 따위에게 당할 나 오베른이 아니다!]

콰앙!

“헉! 진짜 이 미친놈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호구로 보이나? 하아앗!”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님을 이제야 기억해낸 천휘는 곧바로 클레이모어를 피해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흥,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네가 미친 짓을 하니까! 당장 그만두지 못해? 이중극점!”

콰앙!

천휘의 주먹이 오베른의 흉갑을 강하게 두드렸다.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오베른은 아무렇지 않은지 양손으로 클레이모어를 거머쥐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폭음이 주변을 휘감았다.

다행히 천휘는 공격을 피해낸 듯 멀찌감치 떨어져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이 미친놈아!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흐음, 좋다. 주인의 마지막 가는 길, 유언이라도 들어주지. 말해봐라.]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 탓에 광기가 조금 가라앉은 듯 오베른이 클레이모어를 어깨에 걸치고 오만하게 천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 천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녀석이 또다시 날뛸까 봐 화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시에 내가 너에게 그 약을 준 건, 만에 하나라도 네가 녀석에게 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큭, 끊지 말고 좀 들어줄래?”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거라면 집어치워라! 내가 그까짓 도마뱀에게 진다고?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오베른의 강렬한 살기에 주눅이 든 듯 천휘는 눈을 내리깔았다.

‘젠장, 잊고 있었어! 녀석은 그랜드 소드마스터라는 걸!’

종종 잊을 때도 있지만, 녀석이 그랜드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면 녀석이 두렵게 느껴진다. 게다가 고루폭마단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혼자서 에이션트 히드라를 처치한 장본인이 아닌가.

“좋아, 네가 그 정도 실력을 가졌다고 치자. 하지만 내가 준 단약을 먹은 건 결국 네 의지였어. 안 그래? 내가 그걸 줬다고 해도 네가 네 의지로 먹은 거잖아. 내 말이 틀렸나?”

[…….]

천휘의 대꾸에 오베른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 반응에 천휘는 옳다구나, 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그걸 너에게 줬을 뿐이야. 그리고 그 단약에 대한 효능만을 일러줬을 뿐이고. 너도 알 거 아냐? 당시에 네가 그 히드라 녀석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단약을 먹었다는 걸. 그런데 이제 와서 내게 화를 내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 입이 있으면 말해봐!”

[…….]

천휘의 연이은 재촉에 오베른의 살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멍청한 자식. 역시 넌 나한테 안 돼!’

그런 오베른의 모습을 본 천휘는 득의에 찬 미소를 띠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찌 되었든 결말이 좋으면 된 거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이제 화 풀어. 넌 결국 최고의 머슴으로서 네 본분을 다했잖아.”

[…주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나…….]

“하나?”

드디어 오베른의 입에서 원하던 말을 들은 천휘는 미소를 띠다가 ‘하나’라는 말을 듣고 의문에 찬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내 분노를 삭일 수는 없다. 내가 아팠던 만큼만 맞아라!]

퍼억!

“크허억! 이 개자식이!”

오베른의 주먹에 복부를 강타당한 천휘는 녀석을 욕하며 주먹을 마주 휘둘렀다.

결국 두 사람은 진흙탕 같은 개싸움을 벌이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저 돌쇠들을 이끌고 이방인들과 전투를 벌이라는 소리인가?]

“그래. 이번 전투는 돌쇠들을 시험해보고자 마련한 자리야. 하지만 마냥 방심할 수만은 없어. 상대가 대단한 강자들이거든.”

[강자들이라고 해봤자 이방인들,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오베른의 투지 어린 말에 천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매만지며 말했다.

“이 멍청아! 누가 너보고 나서서 싸우래? 넌 그냥 돌쇠 녀석들을 이끌기만 하라니까! 전투의 최전방에는 변강쇠 녀석과 돌쇠들이 자리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변강쇠? 그게 누구지? 새로운 동료인가?]

“아, 맞다! 너에게는 말 안 했었지? 미친 소 녀석을 이제 변강쇠라 부르기로 했다.”

[변강쇠? 그게 무슨 의미이지? 그러고 보니 돌쇠도 처음 듣는 말이로군.]

오베른의 물음에 변강쇠도 관심이 가는지 천휘를 바라봤다.

“아, 그거? 돌쇠는 쇠처럼 단단하고 강인한 체력을 소유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고, 변강쇠는…….”

천휘는 말을 하다 말고 변강쇠를 바라봤다.

“그 누구보다 정력이 강하고 대물을 일컫는 신조어야. 변강쇠를 봐라! 저 정도 크기는 되어야 변강쇠 소리를 듣지 않겠어?”

[호오, 과연. 변강쇠가 덩치가 크긴 하지.]

오베른이 변강쇠의 체구를 보는 한편, 천휘는 녀석의 아랫도리를 바라봤다. 그야말로 대물을 뛰어넘어 거물이라고 봐야 옳을 녀석의 아랫도리.

가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력의 절대 강자, 변강쇠 소리를 들을 만했다.

“좋아,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 지금쯤이면 얼추 사냥도 끝났을 것 같으니 말이야. 오베른, 부탁한다. 난 하늘에서 지켜볼게.”

[걱정 마라. 내가 있는 한 이방인 녀석들은 하룻강아지나 마찬가지니 말이야.]

오베른의 호언장담에 천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파뱃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럼 부탁한다.”

[내가 누군가? 난 주인의 머슴이다! 천하제일 머슴의 힘을 보여 주지!]

“큭큭. 그래, 믿는다.”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을 머슴이라 칭하는 오베른을 보며 천휘는 하늘 위로 솟구쳤다.

* * *

“드디어 저 녀석 한 놈만 남은 건가?”

“그래,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

어느새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은 외눈박이 괴물의 보금자리의 끝에 이르렀다. 그들의 흉포한 칼날과 뜨거운 투지에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은 모조리 사냥당한 상태였다.

물론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번 사냥에 참가한 총 48명의 유저 중 8명이 죽음을 당해 강제 접속 종료가 되고 말았고, 그 외 10명가량의 유저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자체적으로 로그아웃한 상태였다.

이제 남은 인원이라고는 총 30명.

그들은 이제 이번 사냥의 마지막 사냥감인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를 잡기 위해 모여들었다.

쿠오오오!

“크윽.”

“확실한 보스급 몬스터로군. 그것도 추정하기엔 트리플 마스터급이야.”

“네 말이 맞다, 페이튼.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전설의 하이랜더가 바로 우리다!”

로열 하이랜더 브리튼의 말에 유저들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그것과도 같았다.

“다구리엔!”

“장사 없다!”

“죽을 때까지 다구리다!”

브리튼을 필두로 유저들이 둘로 나뉘었다.

브리튼이 이끄는 15명의 유저와 페이튼이 이끄는 나머지 15명의 유저.

브리튼의 조가 먼저 전투를 치르는 사이, 페이튼의 조는 뒤에서 기회를 엿보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2개 조로 나뉘어 교대하면서 녀석에게 타격을 입힐 심산이었다.

“호오, 확실히 머리가 좋은데? 어차피 전사들로만 이루어진 저들로서는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하니 15명 정도만 돼도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의 전 방위를 둘러싸며 공격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확실히 겨뤄볼 만하겠어. 하지만…….”

저들이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저들로 하여금 크나큰 시련으로 다가올 것이다.

천휘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들 비켜! 크림슨 블레이드!”

콰아앙!

크워어엉!

쿵!

“역시 마스터! 대단한 위력인데?”

“괜히 마스터가 아니라니까!”

브리튼의 강력한 스킬 공격에 거대한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의 몸이 거칠게 땅바닥에 처박혔다. 척 보기에도 녀석은 꽤나 심대한 타격을 입은 듯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페이튼, 총공격이다!”

“기다리고 있었다!”

브리튼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페이튼의 조도 사냥에 합류했다. 보스급 몬스터치고는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정황상 거세게 몰아붙이면 금세 녀석을 처치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모든 일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었다.

크아아아앙!

[띠링!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의 피어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3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80% 하락합니다.]

“크윽!”

“젠장, 아직 쓰러지지 않은 거였나!”

하이랜더 길드의 모든 유저들이 한꺼번에 움직임을 멈췄다. 고작해야 평소 때의 20퍼센트의 이동속도로만 움직일 수 있는 탓에,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굼벵이처럼 굼떠 보였다.

쿠아아앙!

콰아앙!

“커헉! 빌어먹을! 모두 있는 힘을 다해 피해!”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가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굼벵이와 같은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브리튼과 페이튼은 가장 먼저 속박에서 풀려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의 앞을 막아섰다.

“젠장, 이따위 허접한테 무려 다섯 명이나 죽다니! 페이튼!”

“알고 있다! 반드시 막아낸다!”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막아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둘 모두 트리플 마스터의 전사였다. 3분 정도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콰아앙!

스겅.

“그렇게 느려서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쿠오오오!

자신을 향해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가 몽둥이를 내리찍자 브리튼이 앞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녀석의 허벅지를 베어냈다.

그의 무기는 길이가 다른 2자루의 낫.

자루가 짧은 낫은 시클(Sickle)이라 불렸고, 자루가 긴 낫은 사이드(Scythe)라고 불렸다.

‘하이랜더의 십자가’라는 이름의 유니크 아이템으로, 브리튼을 지존으로 만들어준 최강의 무기였다.

“지금이다, 페이튼!”

“나만 믿어라! 타앗!”

브리튼의 외침에 페이튼이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에게로 쇄도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브리튼과 다른 한 자루의 소드 브레이커였다. 날카로운 칼날을 대신해 톱날이 붙어 있는 기형 검이었다.

“이거나 먹어라!”

쿠오오오.

페이튼의 소드 브레이커가 조금 전 브리튼의 시클이 지나간 자리를 파고들었다.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의 입장에서는 작은 상처였겠지만, 톱날이 붙은 소드 브레이커가 상처를 헤집고 지나가자 극렬한 통증이 뇌까지 이어졌다.

“앗, 이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어? 정말이네!”

“다들 꾸물대지 말고 당장 이 녀석을 해치워!”

드디어 동료 유저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브리튼이 지시를 내렸다.

이미 한쪽 발을 못 쓰게 된 상황이기에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는 금세 유저들에게 쓰러지고 말았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어라? 이거 뭐야?”

“왜 그래?”

레벨이 올랐다는 기분 좋은 알림음을 들은 브리튼은 페이튼의 의아스러운 반응에 그에게 다가갔다. 이미 다른 동료들은 사냥을 하느라 줍지 못했던 아이템들을 주우러 떠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을 처음 클리어한 사람이 우리가 아닌 모양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히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잡히지 않은 보스 몬스터인데!”

공식적으로 외눈박이 괴물의 보금자리는 그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한 미정복 필드였다.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했던 부분이기에 오류가 있을 턱이 없었다.

“아니야. 내 직업이 뭐냐? 모험가 아니냐. 만약 우리 길드가 이곳을 처음 클리어했다면 내게 그에 상응하는 명성 상승이 있을 텐데, 그런 게 없다.”

“흐음, 그게 정말이라면 우리보다 한발 앞서 누군가가 이곳을 클리어했다는 소리네. 그게 누굴까? 혹시……?”

“너도 같은 생각이냐? 역시 그 골든 시크릿이 이곳을 먼저 클리어한 것 같지?”

두 사람은 조금 전 레드 와이번의 위에 타고 있었던 골든 시크릿을 떠올렸다. 단 한 번의 파이어 브레스로 카이젠 사이클롭스 열댓 마리를 해치워버린 레드 와이번을 길들인 골든 시크릿.

그 정도의 무력을 지닌 사내라면 분명히 카이젠 사이클롭스 로드를 해치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젠장, 괜히 힘들게 고생했네.”

“그러게 말이다.”

두 사람이 그렇게 허탈해하고 있을 때, 아이템을 주우러 갔던 유저 한 명이 부리나케 두 사람에게로 달려왔다.

“마스터!”

“무슨 일이지?”

“입구에서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 리젠되었어!”

“뭐라고?”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한동안 그 휘하의 몬스터들은 리젠되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브리튼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게 말이 돼? 우린 방금 보스 몬스터를 해치웠다고!”

“사실이야! 그것도 백 마리 정도가 리젠됐어! 그보다 중요한 건…….”

“중요한 건?”

“녀석들이 이전에 우리가 해치웠던 카이젠 사이클롭스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다!”

유저의 침중한 말에 브리튼이 페이튼을 바라봤다.

“일단 이럴 게 아니라 입구로 가보는 게 좋겠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 말이 사실이라면 뭔가 버그가 일어난 게 틀림없어.”

“버그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일단 가보는 게 옳겠지!”

브리튼과 페이튼은 자신들을 부르러 온 유저와 함께 빠르게 필드의 입구로 달려갔다.

그곳에 이르자 과연 수십 마리의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 나타나 동료들과 대치 형국을 이루고 있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스터다!”

“뭐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라고. 대체 이 녀석들은 뭐야? 리젠된 건 그렇다 치고, 왜 흉성이 강한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 우리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거냐고!”

“뭐라고?”

그러고 보니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은 그저 대열을 갖추고 동료들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대열을 갖춰? 그것도 지능이 오크보다 못하다는 사이클롭스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음에도 그 휘하 몬스터 녀석들이 리젠되지를 않나, 멍청하기로 유명한 사이클롭스들이 마치 인간의 군대처럼 대열을 갖추고 있지를 않나.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 힘든 일들로 인해 브리튼과 페이튼은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대들이 이들의 마스터인가?]

그때 마치 가래 끓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 좌우로 넓혀 길을 만들자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어깨에 짊어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는 미노타우로스로 보이는 몬스터 한 마리가 거대한 배틀액스를 들고 뒤따르고 있었다.

“뭐- 뭐야!”

사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오베른이었다.

더불어 그를 따르는 미노타우로스는 당연히 변강쇠였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은 천휘의 지시하에 하이랜더 길드를 박살내기 위해 나선 강시들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낸들 아냐? 어떻게 저 사내는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을 조종할 수 있는 거지?”

아르니안 대륙에는 강시라는 생명체가 없다.

비슷한 것이라고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좀비들과 스켈레톤뿐이었다.

그러니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하이랜더 길드의 마스터 브리튼과 부마스터 페이튼이라고 해도 눈앞의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 강시라곤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동일했다.

눈앞의 사내가 말로만 듣던 소환사 직업의 트리플 마스터, 그랜드 서먼이라는 생각이었다.

소환사 직업은 공식적으로 아직도 투 마스터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주 스킬인 서먼 마스터리의 극악한 숙련속도 때문에 레벨이 200을 상회해도 투 마스터의 벽을 넘기란 요원했기에 트리플 마스터는 아직까지 소환사들에게 있어 꿈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설사 그랜드 서먼이라고 쳐도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을 이 정도로 소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저자는 척 보기에도 기사 클래스가 아닌가!”

“흐음.”

브리튼의 강한 반발에 페이튼도 그제야 어색한 면이 많음을 깨닫고 이내 오베른을 보며 소리쳤다.

“이 사람이 마스터다. 무슨 일이지?”

[역시 그대가 마스터였군. 제법 실력이 대단해. 충분히 이들을 이끌 재량이 있어.]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는 오베른을 보며 브리튼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껏 『오벨리스크』를 하면서 이토록 오만하게 자신을 평가하는 이가 존재했던가, 새삼 회상해볼 정도였다.

“하하하! 저 자식 마음에 드는데? 마스터에게 저따위 말이라니!”

“큭큭큭, 그러게. 이러다 오랜만에 마스터의 PK를 볼 수 있는 거 아냐?”

오베른의 오만한 말에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선 이제껏 보이지 않던 살기가 잔뜩 묻어나왔다.

[그대에게 기회를 주지. 나를 이기면 수하들을 살려 줄 테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수하들은… 이 녀석들에게 벌집이 될 거다.]

갈수록 가관이었다.

도저히 더 이상은 보고 있을 수가 없다는 듯 동료들의 살기 어린 눈빛이 브리튼에게로 향했다. 여차하면 녀석에게 일제히 달려들 기세였다.

하지만 브리튼은 쿨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간만에 몸 좀 풀어보지. 그리고 나 역시 제안 하나 하지. 그대가 이기면 녀석들을 살려 줄 거고, 그대가 내게 지면… 그대를 비롯해 네 뒤에서 알짱거리고 있는 녀석들을 모두 곤죽으로 만들어주마.”

브리튼의 강렬한 눈빛에 오베른이 어깨를 으쓱하며 앞으로 나섰다.

[변강쇠, 뒤로 물러나라.]

음메에에!

오베른의 지시에 변강쇠와 돌쇠들이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페이튼.”

“알겠다. 모두 뒤로 물러나지!”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도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에게 전투를 벌일 만한 전장을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긴말은 필요 없겠지.]

“두말하면 잔소리! 타앗!”

오베른과 브리튼이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오베른의 손에 들린 거대한 클레이모어와 브리튼의 손에 들린 사이드와 시클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콰앙!

히드라도 베어버리는 오베른의 강력한 참격을 브리튼은 가늘기 짝이 없는 2자루의 낫으로 막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곧이어 그의 왼손에 들린 짧은 자루의 시클이 오베른의 갑옷을 훑고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흐음.]

히드라의 공격에도 끄떡없던 갑옷이건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종잇장 찢어지듯 찢어지자 오베른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오러인가?]

평범한 낫으로는 절대 자신의 갑옷을 상처 낼 수 없다. 상대의 무기가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마찬가지다. 오베른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오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강자임을 알아챘다.

“후훗.”

오베른이 당황해하는 것을 느낀 브리튼은 득의에 찬 웃음을 흘렸다.

그런 브리튼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오베른의 전신에서 가공할 살기가 그에게로 폭사되었다.

“큭.”

오베른의 살기는 히드라마저도 움찔하게 할 만큼 대단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그것이니 오죽할까.

브리튼은 그의 살기에 숨이 턱 막혀 오는 것을 느꼈지만, 겨우 그 정도로 위축될 수는 없는지 그 역시 살기를 끌어올리며 대항했다.

[죽여주지.]

오베른의 눈에 시뻘건 안광이 어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브리튼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빠아악.

“커허억.”

브리튼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오베른의 클레이모어가 그의 어깨를 무너트렸다. 일부러 오러도 맺지 않고 오로지 힘으로만 녀석의 어깨를 가격한 것이다.

“브리튼!”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브리튼이 비틀거리자 둘의 대결을 관전하고 있던 페이튼이 놀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까앙, 까앙.

하지만 오베른은 쉴 틈을 주지 않고 그를 몰아붙였다. 거대한 체구에도 그랜드 소드마스터답게 그의 신형은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빨라 속도를 자랑으로 삼는 브리튼조차도 간신히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지경이었다.

콰아아앙!

“마- 말도 안 돼!”

다시 한 번 강렬한 폭음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오베른의 클레이모어가 흡사 도끼로 나무를 내리찍듯 브리튼의 2자루 낫을 부러트리며 그의 몸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만 것이다.

다행히 아직 숨은 붙어 있는 모양이지만, 재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강제 로그아웃될 위험한 상황에 처한 듯했다.

“모두 마스터를 도와!”

위급한 상황에 앞뒤 잴 것도 없이 페이튼이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이 오베른의 앞을 막으며 브리튼을 보호하자 대치 국면은 더욱더 긴박하게 돌아갔다.

“빌… 어… 먹… 을.”

“브리튼!”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이 무서운 눈빛으로 오베른을 노려보는 사이, 브리튼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동태눈처럼 흐릿해 페이튼으로 하여금 가슴이 미어지게 만들었다.

“나 안 죽었어. 그러니까 소리치지 마라. 머리가 울리니까.”

“자식이!”

기운은 없어 보였지만 아직 움직일 기력은 있는지, 브리튼이 누워 있는 채로 멀리서 오연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베른을 쳐다봤다.

[패배를 인정하는가?]

단 한 올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음성.

그의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연의 나락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순수하게 당신과 나의 대결이었다면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했겠지. 하지만 동료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이상! 아직 지지 않았다! 하이랜더들은 방형으로 대형을 구축하라!”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은 스스로를 하이랜더들이라고 불렀다.

불멸의 전사를 지칭하는 닉네임인 하이랜더.

그들은 그 이름 그대로 자신들의 목숨을 무엇보다 아끼며 『오벨리스크』를 즐기는 진정한 사내들이었다.

그 사내들이 뜨거운 마음을 품고 오베른의 전면에 서서 방형으로 대열을 갖췄다.

[제법 모양새는 갖췄군. 어디 병사들을 부리는 실력 좀 봐볼까? 변강쇠!]

음메에에!

오베른의 부름에 변강쇠와 돌쇠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그들은 몬스터 강시들답게 흉성을 토해내며 각자의 무기를 들고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을 압박했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주눅 들 것 없다! 그래봐야 몬스터! 우리는 최강의 몬스터 헌터 하이랜더다! 3명씩 조를 이뤄 녀석들을 각개격파한다! 절대 뭉치지 마!”

브리튼은 생명력과 기력을 회복하면서도 입을 쉬지 않고 명령을 전달했다. 그의 명령에 하이랜더의 전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돌쇠들을 압박했다.

음메에에!

크워어어!

그런 그들이 가소로웠는지 변강쇠가 거대한 배틀액스를 들고 포효했다. 그에 돌쇠들이 호응해 지축을 뒤흔들며 전진했다.

콰앙!

“끄아아악!”

“이- 이럴 수가! 보통의 사이클롭스들이 아니잖아!”

“빌어먹을! 방어력도 장난이 아니야! 마치 철갑옷을 두드린 느낌이야!”

초반의 분위기는 변강쇠와 돌쇠들이 휘어잡았다. 그저 보통의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이겠거니 했던 그들이 실상은 철골강시로 강화된 카이젠 사이클롭스들인 탓이었다.

“젠장! 녀석들의 방어력이 너무 대단해! 쐐기형으로 대형을 구축해!”

페이튼의 지시에 유저들이 빠르게 대형을 변화시켰다. 브리튼을 대신해 진형의 맨 앞에서 돌쇠들을 공격했기에 저들의 방어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뼈저리게 실감한 탓이었다.

[제법 훈련을 받은 모양이군. 일개 이방인들 주제에…….]

기사 출신인 오베른이 보기에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전술과 진형이었지만, 그래도 훈련은 제대로 받았는지 대형을 흐트러트리고 재배열하는 것과 같은 기초적인 움직임은 뛰어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오베른이 보기에 더 이상 변수는 없어 보였다. 이방인들이 기초적인 전술을 익혔다고는 하나 그야말로 기초적인 것에 불과할 뿐인 반면, 돌쇠들은 철골강시 특유의 근력 강화와 방어력 강화를 이룬 덕에 압도적인 공격력과 방어력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격!”

오베른이 이제는 심드렁하게 전황을 살피고 있는 사이, 페이튼을 필두로 한 하이랜더 길드의 유저들이 재빨리 오크들이나 쓸 법한 글레이브를 꺼내들었다.

날이 넓은 창과 도의 중간 형태를 띤 글레이브.

그들이 사용하는 글레이브는 오크들이 쓰는 것과 같이 조악하진 않으나 효능이 뒤떨어지는 탓에, 전황을 뒤집어엎을 만한 위력을 발휘하긴 힘든 무기였다.

하지만 눈으로 목격하고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콰아앙!

끄워어어!

[이런!]

단 한 번의 충돌로 두꺼운 철벽을 이루고 있던 선두의 돌쇠들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던 오베른이 놀라 나무에서 떨어져 내렸을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스킬인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검붉은 빛이 하이랜더 길드 유저들의 글레이브에 어리는 것을 확인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글레이브가 찌르기를 위한 것이 아닌, 베기를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돌격 공격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 형태는 찌르기다. 달리는 힘을 싣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들은 그런 이점을 버리고 베기 공격을 택했다. 분명히 베기 공격과 관련된 전체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다시 한 번 검기의 파도(Slash Wave)!”

“검기의 파도!”

페이튼의 외침에 모든 하이랜더 유저들이 글레이브를 수평에 가깝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의 글레이브에서 검붉은 반월형 검기가 생성되며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콰아앙!

“좋았어! 이제 다시 방형으로 전환한다!”

반월형 검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신체 어느 한 부분이 잘리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돌쇠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에 페이튼은 곧바로 하이랜더 유저들로 하여금 쐐기 대형을 해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강행 돌파!”

그리고는 재차 이어지는 명령.

글레이브를 집어넣고 각자의 무기를 빼든 하이랜더 유저들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돌쇠들에게로 쇄도했다.

음메에에!

하지만 그렇게 무너질 철골강시들이 아니었다.

대장 격인 변강쇠가 흉성을 토해내자 자세가 흐트러진 돌쇠들이 몽둥이를 부여잡고 자신들을 향해 내달리는 하이랜더 유저들과 드잡이를 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다가 주인에게 욕먹겠군.]

한번 무너진 진형은 복구하기 힘들다.

하물며 전술에 능한 상대라면 그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오베른으로서는 행여나 돌쇠 한 기라도 잃을까 염려되어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크레이터!]

콰아앙!

“커허억!”

“끄아아악!”

오베른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하이랜더 유저들과 돌쇠들을 갈라놨다. 그것으로 유저들은 오베른이 이제껏 단 한 번도 견식하지 못했던 절대 강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에게 졌다면, 알아서 기어라!]

오베른의 오만한 외침에 하이랜더 유저들이 분노로 치를 떨며 그를 바라봤다. 비록 가상현실이라 해도 그들은 스스로를 진정한 사내라 여기며 게임을 즐겨 왔다. 목숨도 소중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었다.

결국 그들은 오베른의 클레이모어에 모조리 한 줌의 흙으로 바스러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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