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유전무죄 무전유죄
울창한 수림이 광활하게 펼쳐진 산맥의 한 귀퉁이.
숲의 지배자라는 자이언트 오우거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자이언트 오우거들을 겁내지 않고 자이언트 오크들이 삼삼오오 모여 숲을 돌아다니는 카이젠 대산맥에 볼품없는 몰골의 사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 무려 일주일 만인가?”
사내는 드래곤 산맥을 넘어 아르니안 대륙의 카이젠 대산맥에 발을 들여놓은 영완이었다. 아니, 『오벨리스크』에서는 천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사내였다.
영완은 힘겹게 드래곤 산맥을 넘어서고도 일주일 동안 접속하지 못했다. 시영과 희영의 상견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은 탓이다.
하루 종일 둘의 상견례 생각에 학교에서도 멍하게 있던 그가 이렇듯 다시 『오벨리스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두 사람의 상견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동료 교사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오벨리스크』에 접속하지 못했어. 오늘부터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개시영, 그놈의 정신을 반드시 갱생시키고야 말겠어!”
쿠와아앙!
“…그 전에 이 카이젠 대산맥부터 벗어나는 게 급선무이겠지?”
멀리서 들려오는 흉포한 울음소리에 천휘는 그제야 이성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흐음, 저쪽이 서쪽인가? 일단 친구들과 테오른의 수도 오베른에서 보기로 했으니까 그쪽으로 가볼까.”
자이언트 몬스터들이 즐비하게 서식하고 있는 카이젠 대산맥임에도 불구하고, 천휘는 아무렇지 않게 발을 떼었다.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마교의 추격대와 무림맹의 추격대조차 따돌릴 수 있었던 자신의 경공에 말이다.
“더럽게 화려하네.”
테오른의 수도 오베른에 대한 첫 느낌은 일국의 수도답게 무척이나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천 제국의 수도 북경이 거대함과 정갈함이 잘 어우러진 도시라면, 오베른은 화려한 건축물들과 잘 정비된 도로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그나저나 이 자식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성문 근처에 있으라고 했더니.”
천휘는 친구들을 찾아 주변을 살폈다.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탓에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툭툭.
“누구… 설마 정호랑 준우냐?”
“야! 정오에 보자고 해놓고 이제 오면 어떡해!”
“별수 있냐. 카이젠 대산맥을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친구 등록부터 하자. 내 아이디는 천휘다.”
“난 카멜.”
“난 로빈.”
『오벨리스크』에서 친구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마주 보고 해야 하기에 세 사람은 이제야 친구 등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호의 아이디는 카멜.
현실에서 낙타가 별명인 그가 자주 애용하는 아이디였다. 친구들은 그의 오물거리는 입을 놀리기 위해 낙타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정호는 그 별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낙타의 거시기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준우의 아이디는 로빈이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해적 만화 원피드에서 등장하는 검은 머리의 여자 로빈을 본 따 만든 아이디였다. 준우는 아직까지도 그 만화의 캐릭터와 같은 여자 친구를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회포는 나중에 풀고, 일단 암시장부터 가자. 위치는 알아놨지?”
“알아놓긴 했는데, 정말 돈은 있는 거냐? 암시장에서의 경매는 수십만 골드짜리 물건들만 나온다고.”
“걱정 말고 안내나 해, 인마.”
로빈의 걱정 어린 말에 천휘는 그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을 일축시켰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허리춤에 매인 갈색의 작은 행낭을 어루만졌다.
천휘가 갖고 있는 2개의 행낭은 모두 이곳 아르니안 대륙의 아이템 등급으로 치자면 최소한 유니크, 혹은 그 이상의 물건들이었다.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랗고 검붉은색을 띤 행낭은 ‘빙옥(氷獄)’이라는 물건이었다. 천 제국에서도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크 아이템으로, 그 안은 빙옥이라는 이름처럼 영하 100도 이상의 냉기로 가득해 시체를 온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효능이 있었다.
게다가 크기에 상관없이 5천 근(3톤)의 물건들을 집어넣을 수 있어 천휘는 그것을 강시 보관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 매인 갈색 행낭은 ‘무한의 행낭’이라는 아이템이었다. 천 제국에서도 단 5개밖에 풀리지 않는 초레어 아이템으로, 행낭보다 작은 크기의 물건들을 무려 1만 근(6톤)이나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천휘는 그곳에 천 제국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처분하여 마련한 금괴 수천 개를 보관하고 있었다.
“여기다.”
“흐음, ‘죽은 시인의 사회’라…….”
“유명한 책 이름이지. 세상의 부조리함과 싸우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암시장에서 이런 간판을 내걸다니. 뭔가 역설적인데?”
로빈이 안내한 암시장은 여느 주점과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 안에는 대낮부터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셔 대고 있었고, 바텐더로 보이는 사람은 카운터에서 컵을 닦고 있었다.
“카르페 디엠(이 순간을 즐겨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로빈이 다가가 바텐더에게 말을 걸자, 그가 웃으며 화답해왔다. 그러면서 주점의 다른 여종업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쪽으로.”
여종업원의 안내로 세 사람은 주점 안의 통로로 들어섰다. 통로는 지하로 향하는 듯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여종업원을 따라 10분 정도를 걸었을까.
드디어 계단을 밝히던 횃불이 아닌 은은하고 고아스러운 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귀여운 용모의 여종업원은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는 곧바로 통로를 따라 위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 세 남자는 이내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후아, 무슨 여자가 저렇게 냉기를 풀풀 풍기는 거냐?”
“그러게. 말 한마디 걸기도 힘드네.”
“이런 데서 일하려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자.”
천휘의 말에 로빈이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젖혔다.
“어서 오십시오.”
“…….”
문 안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 2명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위 주점에서 미리 연락을 취한 듯했다.
“입장료는 10만 골드입니다.”
“헉!”
“10만 골드!”
“그게 얼만데?”
아직 아르니안의 화폐 단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천휘를 뺀 나머지 두 사람은 기겁하며 소리를 빽 내질렀다.
“야, 그만 가자. 완전히 바가지잖아!”
“왜 그러냐니까. 소리만 치지 말고 그게 현실로 어느 정도 금액인지 말해봐.”
“1만 골드가 현실로 천 원 정도 하니까. 10만 골드면 무려 만 원이라고! 로빈 녀석 말대로 그냥 가자. 꼭 암시장이 아니어도 쓸 만한 물건 구할 곳은 많아!”
“만 원이라……. 뭐, 그 정도쯤이야.”
카멜의 말에 천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허리춤에 매인 행낭에서 커다란 금괴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 정도면 되려나?”
“충분합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
“…….”
천휘가 꺼낸 금괴에 검은 정장의 사내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세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야, 저거 얼마짜리인데 저 사람이 허리까지 굽실거리냐?”
검은 정장의 사내를 따라 다시 이동하던 도중 로빈이 조심스럽게 천휘에게 물었다.
“아마 현실로 치자면 오만 원 정도 될 거다.”
“오- 오만 원?”
“마- 말도 안 돼!”
천휘의 아무렇지 않은 말에 로빈과 카멜이 화들짝 놀라며 천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야, 그렇게 호들갑 좀 떨지 마. 내가 다 쪽팔리니까.”
“지금 호들갑 안 떨게 생겼냐! 어떻게 된 녀석이 오만 원짜리 금괴를 그냥 팁으로 줄 수 있는 거냐고!”
“맞아! 우린 고작해야 1만 골드에 벌벌 떠는데. 흑흑.”
두 사람의 호들갑에 천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행낭에서 금괴 2개를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넸다.
“너희들 이제부터 광렙하려면 돈 필요할 테니, 이거 써라.”
“커헉! 친구야!”
“친구, 아니 친구님,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야! 좀 떨어지라고! 쉰내 난다고!”
금괴를 집어든 두 사람이 난데없이 자신을 끌어안자, 천휘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무려 5분 동안이나 잡혀 있던 천휘는 두 사람에게 강력한 주먹 한 방씩을 먹이고 나서야 풀려 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러세요.”
간신히 두 사람에게서 벗어난 천휘는 이윽고 두 사람과 멀찍이 떨어져서 검은 정장의 사내를 따라갔다.
그러자 천휘의 주먹에 얻어맞았던 로빈과 카멜이 어느새 정신을 차리며 그를 따라왔다.
“큭, 친구야, 같이 가자!”
“친구님, 같이 가요!”
“젠장! 떨어지라고!”
어렵게 도착한 암시장에는 아직 이른 시각임에도 많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들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기 꺼리는지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도 얼굴 가리자. 둘 다 이걸 얼굴에 써.”
“이게 뭔데?”
“인피면구. 일종의 가면 같은 거니까 일단 써.”
“알았어.”
“그러지, 뭐.”
천휘가 먼저 인피면구를 쓰고 자리에 앉자, 로빈과 카멜도 천휘에게 건네받은 인피면구를 쓰고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암시장은 흡사 공연장을 연상시키듯 전방에 단상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로 대략 백여 석 정도 되는 좌석이 놓여져 있었다.
“암시장에 사람이 은근히 많네?”
“아마 다들 각 길드의 마스터들이거나 테오른 왕국의 귀족들일걸? 암시장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니까 이 정도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한 거지.”
천휘의 물음에 카멜이 설명해줬다.
“아,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둘 다 조용히 해.”
단상 위로 머리가 벗겨진 뚱보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객석은 순식간에 침묵으로 물들었다.
“오늘도 저희 카르페 디엠 경매장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경매의 사회를 맡은 가레온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가레온이라 소개한 사내는 보기만 해도 역겨운 웃음을 흘리며 허리를 굽실거렸다.
“오늘 나올 물품들은 총 삼십여 점. 지난 경매에서 낙찰되지 못한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 두 점과 함께 여러분께 선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자, 그럼 곧바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나올 물건은 유니크 상급의 평을 받은 양손검, 데몬 슬레이어입니다.”
가레온의 설명과 동시에 단상 위로 거대한 양손검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같이 새까만 검신과 자루에 새겨진 데몬의 형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을 느끼게 할 만큼 지독한 살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시작가는 300만 골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320!”
“340!”
“370!”
경매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조용했던 객석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데몬 슬레이어를 노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지 경매 낙찰가는 점점 치솟더니, 급기야 500만을 부르는 사람마저 나오고 말았다.
“자, 500만. 그 이상 없으십니까?”
“700만!”
더 이상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자 가레온이 500만의 가격에 물건을 낙찰시키려는 찰나, 천휘가 가볍게 손을 들며 700만을 외쳤다.
웅성웅성.
순간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저마다 웅성거리며 천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휘는 사람들의 집중되는 이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펼치고 앉아 있었다.
“야! 너 미쳤어? 무려 700만이라고!”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 시끄럽게 하면 저 검 너한테 안 준다.”
“흡.”
천휘의 나지막한 말에 막 말을 내뱉으려던 카멜이 급하게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자, 700만. 더 없습니까? 더 이상 가격을 부르시는 분이 없는 관계로 데몬 슬레이어는 저기 계신 중년의 손님께 낙찰되었습니다.”
탕! 탕! 탕!
가레온이 낙찰을 알리는 망치를 두드리자, 객석은 순식간에 적막해졌다.
“150만!”
“자, 드디어 150만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더 이상 없으면 유니크 하급 로브인 ‘대현자의 로브’는…….”
“300만.”
가레온이 막 낙찰을 알리려는 찰나, 다시 한 번 천휘의 손이 들리며 기존 낙찰가의 2배를 외쳤다.
그러자 150만을 외쳤던 사내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잔뜩 뿔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320만!”
“500만!”
“으윽, 제길!”
하지만 천휘가 다시 거의 2배에 가까운 500만을 외치자, 그 사내는 더 이상 가격을 부르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이로써 오늘의 마지막 물품이었던 ‘대현자의 로브’가 낙찰되었습니다.”
땅! 땅! 땅!
“자, 이제 삼십 분의 휴식을 가지고 지난 경매에서 팔리지 못한 레전드 아이템 두 점의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레온이 단상에서 내려가자, 그제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야기의 중심은 당연히 천휘에 관한 것들이었다.
“대체 누구지?”
“테오른의 귀족은 아닌 것 같아. 내가 알기로 저렇게 생긴 귀족은 없어.”
“그렇다면 다른 왕국의 귀족인가? 오늘 나온 삼십여 점의 경매 물품 중 무려 열다섯 가지를 독식했어. 적어도 5천만 이상의 금액을 지녔다는 소리지.”
“한 나라의 귀족이라 해도 그 정도 금액을 펑펑 쓸 수는 없어. 적어도 공작 이상의 거물임이 분명해.”
『오벨리스크』는 여느 가상현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유저와 NPC를 구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제를 직업으로 선택한 유저들이 ‘신의 판별’이라는 신성 마법을 통해 유저를 구분하는 방법이 존재할 뿐이었다.
“…….”
“…….”
“왜들 그렇게 말이 없냐?”
휴식 시간이 되었음에도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두 친구를 보며 천휘가 넌지시 물었다.
“…야, 너 정말 그만한 돈이 있기는 한 거냐?”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연 카멜이 내뱉은 물음은 정말 돈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개인이 5천만 골드가 넘는 금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구냐? 천 제국의 삼존 중 한 사람인 강시지존 천휘다. 그만한 돈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지.”
“후우, 네가 아무리 삼존 중 한 사람이었다 해도 그만한 돈을 물 쓰듯 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아르니안 최고의 갑부라는 골드마스터 라이먼도 그만한 돈을 한자리에서 쓸 수는 없을 거다.”
친구들의 물음이 점점 깊어지자, 천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강시지존이라는 거창한 명호를 지니고 있지만, 예전의 나는 천 제국에서 그저 그런 도굴꾼에 불과했다. 보다 좋은 강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약 시술을 견뎌 낼 뛰어난 시체가 필요했고, 그런 시체를 얻기 위해서는 유명 고수들이나 군문의 무장들이 묻힌 무덤을 전전해야 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그래. 너희가 생각하는 그대로다. 예전에 우연히 전대의 유명한 무장의 무덤을 도굴한 적이 있다. 그 무장은 뛰어난 창술로 유명했었기에 당시 한창 강시 제작에 열을 올리던 내게 있어 최고의 시체였지. 너희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벨리스크』에서 유명 인사들의 시체는 절대 사라지지 않아. 유명 NPC들은 사후에도 유저들을 위한 퀘스트를 위해서도 남겨 놔야 하기 때문이지. 아무튼 그 무장은 죽으면서 전대 황제에게 엄청난 보물들을 하사받아 그 보물들과 함께 무덤에 묻히게 됐지. 결과적으로…….”
“천휘, 네가 그 보물들을 모조리 독식했다? 지금 이 말이냐?”
“빙고!”
천휘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로빈과 카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갑부라는 생각에 전신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들 알아라. 경매 시작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야. 하나도 놓칠 수 없지!”
“…이거 아무래도…….”
“로또 맞은 기분인데?”
천휘가 다시금 단상 위에 오른 뚱보 가레온에게 열중하고 있을 때, 카멜과 로빈은 볼을 꼬집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자, 그럼 레전드 아이템 두 점의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특별히 두 점의 아이템을 동시에 보여 드리고 한 점씩 경매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가레온의 지시에 단상 위로 두 점의 아이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고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점의 아이템은 모두 두꺼운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먼저 소개될 물품은 ‘발록의 주먹’이라는 전설의 건틀릿입니다. 잠깐 그에 얽힌 비화를 설명하자면, 테오른 왕국의 건국왕 테오른 대제의 호위 무사 에머튼 경이 사용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로 그 무구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전시된 무복 역시 에머튼 경이 생전에 입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발록의 심장’으로, 이제까지 나온 모든 무복 중 단연 으뜸으로 여겨지는 물품입니다. 두 물품 공히 1천만 골드에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레온의 설명이 모두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선뜻 가격을 부르지 않고 있었다. 1천만 골드라는 엄청난 거금도 문제이려니와, 건틀릿이나 무복 모두 아르니안 대륙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격투가들이나 사용하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는 법.
“1,200만 골드!”
이제까지 단 한 차례도 경매에 참가하지 않은 한 여인이 가장 먼저 나서서 가격을 외쳤다. 그녀 역시 로브로 얼굴을 가렸지만, 목소리만큼은 변조할 수 없어 사내가 아닌 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1,500만 골드!”
여인이 가격을 부르기가 무섭게 천휘가 가격을 높였다. 이제까지 나왔던 모든 경매 물품 중에서도 가장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들이기에 처음부터 경매에 참여한 것이다.
“1,600만 골드!”
하지만 여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레전드 아이템을 노릴 만큼 엄청난 돈을 준비해왔는지 천휘보다 더욱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이다.
“2,000만 골드!”
“와아아!”
급기야 천휘가 2천만 골드를 외치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레전드 아이템이라고는 해도 2천만 골드를 부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익! 2,200백만 골드! 이봐요!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 저 건틀릿은 제 거예요!”
그런 천휘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릴 질렀다. 그러나 천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가격을 불렀다.
“5,000만 골드!”
“…….”
“오- 오천만 골드가 나왔군요. 저희 카르페 디엠 경매장이 생긴 이래 가장 높은 낙찰가입니다! 이거 흥미진진한데요?”
천휘가 부른 엄청난 가격에 술렁이던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경매 진행자인 가레온도 엄청난 가격에 흥분하면서 언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봐요! 돈만 많으면 다인 줄 알아요!”
도저히 5천만 골드 이상은 부르지 못하겠는지 여인은 로브까지 벗어젖히며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천휘를 쏘아봤다. 하지만 천휘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뜨거운 눈빛으로 건틀릿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자, 그럼 ‘발록의 주먹’은 5,000만 골드에 낙찰되었습니다!”
건틀릿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복 또한 3천만 골드라는 거액에 천휘에게 낙찰되었다. 그리고는 세 사람은 곧바로 경매 주최 측에 1억 3천만 골드라는 엄청난 금액을 금괴로 지불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저 녀석들 잡아!”
“젠장! 대체 어디에서 온 놈들이야! 유저 주제에 저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다니!”
“아무튼 잡아서 족 쳐!”
세 사람이 경매장을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각 길드마스터가 대동한 사제들이, 천휘가 NPC가 아닌 유저임을 밝혀내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천휘로 인해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한 길드마스터들이 그에 대한 척살령을 내렸다.
『오벨리스크』는 PK가 자유로운 게임.
비록 이곳이 수도 오베른이라고는 하나, PK는 가능한 곳이었다.
“헉헉! 젠장! 난 마법사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빌어먹을! 이럴 거였으면 왜 우리랑 같이 온 거야!”
“네놈들 줄 거였으니까!”
세 사람은 도주하는 와중에도 서로의 탓을 하며 다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카멜이 뭔가 떠오른 듯 소리쳤다.
“아! 맞다! 이곳 오베른에는 신성불가침인 여관이 있다고 들었어.”
카멜의 외침에 로빈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말이 되냐? 신성불가침이라니. 교황이 지배하는 리버훌 성국도 신성불가침 지역은 없거든?”
“법적으로 지정된 게 아니라, 여관 주인의 배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성불가침이 된 거라니까! 아무튼 따라와 봐!”
카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로빈과 천휘는 결국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인 상황. 이렇게 쫓겨 다닐 바에야 차라리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때 아닌 밤중의 소란은 이제 오베른의 남쪽 광장 쪽으로 전이되고 있었다.
“저기다!”
추격이 시작된 지 10분이 지나서야 카멜은 드디어 로빈과 천휘가 원하던 말을 내뱉었다.
“헉헉, 어딘데?”
“저기 저 여관! 붉은 마녀의 집!”
어느새 체력이 뒤처지는 로빈을 업고 있던 천휘가 힘겹게 입을 열자, 카멜이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남쪽 광장의 왼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과연 붉은 마녀의 집이라는 간판이 내걸린 여관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마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녀석들을 그곳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
“파이어볼!”
“프로스트 애로우!”
세 사람의 의도를 그제야 눈치 챈 각 길드의 마스터들이 급기야 세 사람을 향해 마법과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제껏 최대한 마법이나 스킬을 자제했던 이유는 행여나 주변 건물을 손상시킬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수도의 건물을 손상시키거나 NPC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엉덩이가 무거운 수도 방위군의 눈 밖에 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테오른 왕국에서 힘깨나 쓰는 그들이라 할지라도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콰앙!
휘익, 휘익.
“젠장! 녀석들이 드디어 미쳤나 본데?”
“야, 강준우! 등에 업혀서 딴 짓거리 하지 말고 방어 마법이나 펼쳐! 이러다 저기까지 가기도 전에 우리 다 죽겠다!”
“걱정 말라고! 이 몸이 힘 좀 써줄 테니까!”
이제 여관까지는 채 100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 사람을 쫓는 이들의 공격은 점점 거세져서 급기야 도로를 깨부수기까지 했다.
그러는 와중에 로빈이 천휘의 등 뒤에서 기다란 지팡이를 양손에 집어 들고 휘황찬란한 마법을 펼쳐 냈다.
“레인보우 실드(Rainbow Shield)!”
오색 창연한 방어막이 세 사람의 등 뒤로 펼쳐지자, 그들을 압박하던 엄청난 맹공들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메이지 클래스의 4서클 방어 마법, 레인보우 실드.
메이지를 마스터하고 6서클에 접어든 마법사답게 4서클 방어 마법을 캐스팅도 하지 않고 펼쳐 낸 것이다.
“좋았어! 이대로 돌진이다!”
“으하하하! 꼴좋다, 자식들!”
“…….”
“…….”
레인보우 실드가 그들의 공격을 가로막는 동안 세 사람은 추격자들의 약을 올리고는 여관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이 참으로 잘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후아, 간신히 도착했네.”
여관 안으로 들어선 카멜은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천휘 역시 숨을 헐떡이며 여관 로비에 놓인 의자에 몸을 의지했다.
“이야, 이거 오밤중에 엄청난 추격전인걸?”
세 사람이 숨을 고르는 동안 카운터에 있던 매혹적인 여인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 이 여관 주인?”
“보시다시피. 그런데 저 녀석들은 이 동네에서 한딱까리 하는 놈들인데, 뭔 일들이야?”
“설명하자면 깁니다. 보시다시피 우리가 지금 만신창이 상태이니 나중에 말씀드리죠. 일단 삼 인실 하나 주세요.”
그나마 가장 상태가 양호한 로빈이 정중하게 여인에게 방을 빌리고자 했지만, 매혹적인 미모의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되지. 내 여관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나한테 허락을 맡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붉은 마녀의 집. 몰라? 이 여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은 게 있으니까 온 거 아냐. 어서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
이제 겨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인의 당돌한 질문에 화가 날 법도 하건만, 세 사람은 그럴 기운도 없는지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이윽고 카멜이 어느 정도 숨을 고르고 앞으로 나서 자초지종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거 재밌게 됐네. 좋아. 얼마든지 지내다 가도 좋아. 저 재수 없는 자식들에게 한 방 먹여 준 것만으로도 내 기분이 좋아지니까 말이야. 자, 여기 방 열쇠. 2층 맨 마지막 방이니까 알아서들 가.”
카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여인은 이내 즐겁다는 듯 콧소리까지 내고는 카멜에게 방 열쇠를 건네고 카운터로 사라졌다.
“대체 뭐야, 저 여자?”
“아, 이제 기운 좀 차렸나?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어느새 의자에서 일어선 천휘의 물음에 카멜은 대답을 피하고는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뭐야, 완전 화사한 방이잖아?”
“큭, 역시 소문대로군.”
“소문?”
“그런 게 있어. 일단 좀 쉬자. 네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시달린 줄 알아?”
카멜의 핀잔에 천휘가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침대 위에 몸을 드러눕혔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니. 마치 현실처럼 피곤함이 느껴질 정도야.”
뜬금없는 카멜의 말에 천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십 대와 이십 대 태반이 이 게임을 하는 것 아니겠냐. 삼십 대 이상은 『삼국쟁패』라는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오벨리스크』로 넘어오겠지.”
“그렇지도 않을걸? 우리 아버지도 『삼국쟁패』를 하시는데 환갑이 가까우신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매일 꾸준히 접속하시더라. 아마 『삼국쟁패』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중장년층에게 엄청난 어필을 한 듯해.”
천휘의 말에 로빈이 반박했다. 제법 그럴싸한 설명이었다.
“뭐, 그들은 그들이고 우리는 우리니까. 아무튼 정호야.”
“카멜이라 부르라니까.”
“큭, 알았어, 인마. 카멜, 저 여자의 정체가 대체 뭐기에 길드마스터들이 이곳에 접근조차 못하는 거냐?”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야.”
천휘의 물음에 카멜이 자세를 고쳐 잡고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별것 없어. 소문에 의하면 저 여자가 이 나라의 국왕 테오른 12세의 애인이래. 게다가 그녀 자신도 흑마법을 7서클까지 연마한 다크 메이지라, 뒤가 켕기는 사람들은 이곳에 얼씬도 못한다고 하더라고. 그것뿐이야.”
“흐음, 국왕의 숨겨진 애인이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걸?”
카멜의 말에 천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무한의 행낭에 손을 집어넣었다.
“자, 그럼 여기서 오래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것들을 너희 둘에게 주마. 이것들을 가지고 이전에 내가 말한 대로 광렙해야 된다.”
천휘는 짐짓 멋진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암시장에서 산 아이템들을 건네기 시작했다.
“이- 이거 정말 받아도 되는 거냐?”
“그- 그래. 어떻게 수백만 원어치 아이템을 쓰라는 거야. 난 못해.”
“자식들, 소심하기는. 나한테 소심하다고 뭐라 하지 말고 네놈들이나 신경 쓰시지? 잔말 말고 받아둬.”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천휘를 보며 두 사람은 다시 그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친구야, 사랑한다!”
“너밖에 없다, 친구야!”
“이런 쉰내 나는 자식들! 어서 안 떨어져?”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 간신히 두 사람을 떨쳐 낸 천휘는 이내 다시 한 번 무한의 행낭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자, 이게 너희들에게 줄 마지막 선물이다.”
“이건 또 뭔데?”
천휘가 건네는 책자를 받아든 로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로빈, 너에게 준 건 오행신공이라는 내공심법이고 카멜, 너에게 준 건 혼원신공이라는 내공심법이다.”
“오행신공?”
“혼원신공?”
생소한 말에 카멜과 로빈은 대답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휘를 바라봤다.
“…눈 치워라. 짜증나니까.”
“흠흠.”
“자식이 민망하게.”
“아무튼 로빈, 너에게 준 오행신공은 내공심법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거야. 대자연에 떠도는 자연의 기운을 자신의 몸 안에 끌어 모으는 것밖에는 효능이 없는 것이거든. 그리고 카멜, 너에게 준 혼원신공 역시 마찬가지다. 내공이 쌓이는 게 아니고 그저 탁한 것과 맑은 것을 무리 없이 어우러지게 하는 효능이 있을 뿐이지.”
천휘의 친절한 설명에도 두 사람은 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휴우, 이런 바보들. 잘 들어봐. 마법사인 로빈 너에게 제일 중요한 건 뭐야?”
“마나지.”
“그 마나는 뭐로 이뤄진 건데?”
“마나란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하는 거지. 아! 그렇다면!”
“그래, 이 바보야. 오행신공은 너로 하여금 훨씬 빠르게 마나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해줄 거고, 마찬가지로 남들보다 훨씬 강력한 마법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줄 거다. 한마디로, 최강의 대마법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
“그럼 나는?”
로빈에게 있어 오행신공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 카멜이 다급하게 물었다.
“카멜, 넌 지금 팔라딘이지. 그럼 네 몸 안에 축적된 기운은 뭐야?”
“신성력이지.”
“그럼 네가 팔라딘을 마스터하고 나중에 다크 팔라딘으로 전직하면 어떻게 되겠냐?”
“다크 팔라딘? 그렇게 되면 신성력과 흑마력이 상충을 일으키게 돼서 캐릭터가… 설마?”
“바로 그 설마다. 혼원신공은 신성력과 흑마력을 조화롭게 해주지. 실제로 천 제국에서도 혼원신공으로 상성이 정반대인 두 무공을 결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천휘의 설명에 카멜이 떨리는 눈빛으로 혼원신공 책자를 바라봤다.
“자, 그럼 이제 나머지는 너희들에게 맡기마. 내공심법과 아이템들로 정확히 반년 안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봐. 나도 그 안에 최고의 힘을 갖추고 나타날 테니.”
천휘의 당찬 말에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럼 우리 금괴 열 개씩만.”
“지존이 되려면 돈부터 있어야지. 금괴 열 개씩만 주라. 응?”
“이런 빈대 새끼들! 꺼져! 네놈들 줄 돈은 더 이상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