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고 너는 용이 되어-102화 (102/102)

5권 에필로그

나는 그동안 전혀 외부에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6개월만에 내가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나는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이텔에게 부탁을 했고, 이텔은 프로이센이 내려다보이는 궁, 현재는 대통령 관저가 된 건물의 발코니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내가 발코니에 서자 수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대충 예상한 범위 내였다. 나는 그 모두에 대답하지 않다가, 손을 허공에 들었다.

그 순간, 여기자들은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 그들 모두에게 내려앉은 어떤 마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남기자들도 내가 입을 뗀 순간 깜짝 놀라 말을 잃었다.

「친애하는 타라 여러분.」

방송을 보고 있는 도이체스 사람과, 아르텐 대륙의 사람과, 전 세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바로 재생되는 나의 음성.

「당신의 머릿속에 재생되는 언어는 ‘태초의 언어’로, 지금 전 세계의 타라들이 동시에 제 말을 듣고 또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용과 감응하기 전 세대의 사람은 모두 언어가 하나였고,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헨킨더가 된 나는 그 언어를 일부 복원해낼 수 있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저는 헤르만 예거로, 도이체스 루프트바페의 유일한 남자 용기사이자 친위대 게슈타포입니다.」

어느 순간 프로이센 전체가 조용해졌다. 이 상황에 압도되었기 때문이겠지.

「또한, 저는 드라헨킨더라는 존재입니다. 도이체스의 소식을 받아 볼 수 있었던 일부 국가들은 무엇인지 알 겁니다. 모르는 다른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용처럼 마법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입니다. 현 시대에 생존해 있던 자는 저와 프랑크의 에이스 용기사, 소피 라리보로 더 잘 알려진 게르발트 로렌츠입니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 같은 실험에 희생되었지만 전장에서 우리는 적으로 만났고, 살아남은 건 저였습니다. 저는 현재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드라헨킨더입니다.

그러면 드라헨킨더가 얼마나 강력한가? 그것은 지금 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의 타라에게 말을 걸고 있으며, 이것은 저라는 드라헨킨더 혼자만의 마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저는 인간이었을 때조차도 800명을 죽였습니다. 이제, 이 힘을 가지고, 마법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자는, 몇이나 죽일 수 있을까요? 과연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요?」

그 말에, 기자들이 흠칫, 하고 떨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타라는 드라헨킨더가 가능하다는 걸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그 성공 사례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이 ‘병기’를 생산하기 위해 아주 뜨거운 기세로 연구에 매진하겠지요.

아주, 아주 고통스러운 연구에 말입니다.」

도이체스는 드라헨킨더에 대해 공개했다. 전 정권의 핵심적인 악행이었기 때문에 필수적인 절차였다. 전 세계가 ‘유전자’의 실체를, 드라헨킨더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모두가.

「저는 이 실험을 위해 인위적으로 수태된 존재로, 이후 가혹한 실험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실험체들, 그저 평범한 소녀들이었던 그들은 몸과 마음이 부서졌습니다. 전 비공식 실험체였기에,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지요. 결국 머리만 남은 모습으로 재회했지만 말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그동안 현 도이체스 대통령이 공개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인류애에 호소해봤자 타라가 듣지도 않을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살인자로서도, 거대한 비윤리의 집행자였을 때에도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아이들은 죽을 겁니다. 그리고 죽는 게 더 나을 정도의 고통을 받을 겁니다. 타라의 ‘진보’를 위해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것을 막아낼 겁니다.」

나는 숨을 골랐다.

내가 이틀 밤낮 동안 고민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로서, 그리고 피해자였던 가해자로서.

《타라는,》

나의 음성에 기묘한 힘이 실린다.

《타라의 희생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털썩 주저앉았다. 남자들조차도, 어떤 강대한 마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제가 드라헨킨더로서 거는 저주이자 속박, 그리고 ‘맹세.’ 타라 전체에게 맹세를 걸기 위해, 저는 한 드라헨킨더 소녀의 심장을 쓰겠습니다.」

이제 카우프만의 심장이 터질 일은 없을 것이다. 타라가 아직 그걸 가둘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힘을 다 써버릴 작정이니까.

「제가 지불하는 대가는, 제 존재입니다.」

말을 잇는다.

「저는 희생되었고, 그로 인해 가해자가 되었고, 앞으로 일어날 희생을 지켜보게 되겠지요. 이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프리다 아커만을, 안토니나 코바르첵을, 소피 라리보를, 수많은 소녀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현재의 아이들만은 지키겠습니다.

희생자는 저로써 마지막입니다.」

맹세는 착실하게 완성되고 있었고, 나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서서히 나 자신이 사라져가는 게 느껴졌다. 군중은 현재 타라에게 걸리고 있는 맹세의 무게에 짓눌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텔 쪽으로 돌아보았다. 이텔은 결국 울었다. 내가 보았던 그 어떤 순간보다, 슬프게.

군중으로 고개를 돌리니 히데가 보인다. 히데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마찬가지로 맹세에 짓눌리면서도,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나를 똑바로 보고 섰다.

히데는 나에게 경례를 올렸다.

다른 편대원들도 보려고 시선을 돌렸지만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나는 죽는 것이 아니었다. 내 존재 자체가 나의 맹세로 화하면서 타라를 휘감고 있는 것이었다. 시야가 완전히 하얗게 변하고, 나의 자아는 씻겨 내려간다.

···그리고

나는 용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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