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고 너는 용이 되어-30화 (30/102)

2권 2장. 에리히의 방관-(1)

우리는 도시 내부로 안내되었다. 우리의 양 옆에는 친위대원이 각각 한 명씩 붙어 있다. 지금의 상황도 그렇고, 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마치 계엄령을 방불케 했다. 한낮의 도시인데도 오가는 사람은 한둘 정도로 무척 썰렁했다. 우리와 마주보는 쪽으로 한 명, 건너편 길가에서 잰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한 명.

그렇게 우리는 인간형으로 변신한 돌고래를 처음 보게 되었다.

왜소한 체격의 남자였다. 피부는 회청색으로 돌고래 특유의 색 그대로였다. 그것만 빼고는 인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고 했는데, 아주 약간은 달랐다. 우선 이마가 둥글었다. 저 남자만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까 건너편에서 얼핏 봤던 다른 남자도 예쁘게 둥근 이마를 갖고 있으니 아마 돌고래의 특징인 것 같았다. 그 외에도 홍채의 지름이 인간보다는 조금 컸다. 검더라도 진갈색을 띠는 게 전부인 인간과는 다르게 홍채의 색은 완전히 새카만 색이었다.

신기해서 관찰하는 나와는 달리 우리 옆에서 걷고 있는 친위대원들은 늘상 보던 모습인지 별 반응이 없었다. 돌고래 남자는 우리—친위대원 셋—가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보고 약간 경계하는 빛을 띠더니 옆으로 비켜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그 남자와 스쳐지나간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우리가 한참 동안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지 그들이 가는 길을 멈추고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왜냐하면 난 이 느낌을 처음 겪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위대 바서슈와인 지부에 도착할 때쯤 우리는 그것을 언제 또 느꼈는지 기억해 냈다. 그러나 거기서 생각을 더 전개할 틈도 없이 우리는 어떤 장교에게 가야 했다.

갈색 머리카락에 듬성듬성 새치가 나기 시작한 친위대 장교였다. 고집스러운 눈을 외알 안경이 덮고 있다. 계급장을 보니 연대지도자*. 아마 이 도시의 계엄사령관일 것이다.

(*대령)

우리는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

“친위대 중앙본부 비밀국가경찰 방첩과 소속 헤르만 예거 최상급돌격지도자입니다.”

그가 어딘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지. 지금 중대 사건이 터져서 계엄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 중이다. 그런데 본인이 루프트바페 소속 용기사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한 명 있어서, 신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살짝 난처한 표정이 지어지려는 걸 억눌렀다. 루프트바페에 용기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녀가 우리가 아는 사람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녀가 헤르만을 알 확률은 있었지만.

그러나 꼭 면식이 없더라도 신원을 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용기사만 아는 몇 가지를 물어보면 될 일이다.

“그렇습니까. 혹시, 그녀의 신원을 확인하고 내보낸 뒤에도 제가 계속 여기 머무를 수 있습니까? 본부 쪽 일로 여길 조사해야 해서요.”

“불허한다. 자넨 여자의 신원만 확인하고 혼자 나가게.”

곤란하게 되었다. 우리는 프리몬트 연대지도자의 제복을 눈여겨보았다. 그가 주렁주렁 달고 있는 뱃지 중에서 우리가 아까 보았던 게 있었다.

사실 저 문양 자체는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새까만 원 둘레로 다시 원, 좀 더 간격을 두고 다시 더 큰 원. 원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번개 모양의 선. 태양륜(Sonnenrad) 혹은 흑태양(Schwarze Sonne)이라 불리는 게르만족 전통 오컬트 상징물이었다. 상당히 유명한지라 일종의 부적으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지금 우리가 바서슈와인에서 만나본 친위대원들은 전부 저 뱃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친위대다. 그런데도 저건 낯설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최근 저것을 자신들의 문양으로 삼은 단체 하나를 알고 있다. 우리는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언제나 순수한(sinteinô pistikeins)」

그 말을 들은 우리 양옆의 친위대원 둘이 화들짝 놀랐다. 우리는 그들을 무시하고 프리몬트 연대지도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제 결정에 인간 한 명 목숨이 달려 있는 걸 알게 된 이상,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싶거든요.”

프리몬트 연대지도자의 얼굴이 당황 반, 감탄 반으로 물들었다. 표정을 수습하려고는 하지만 우리 눈을 속일 수는 없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1만 5천 대 3억. 그 중 꽤 효율적인 선택을 하셨군요.”

이번에는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표정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 1만 5천은 바서슈와인의 돌고래의 총개체수. 3억은 도이체스 제국민의 수. 우리는 말했다.

“우선 계엄령. 여기는 후방입니다. 지금 우리가 전쟁 중이라지만 ‘전쟁’에 의한 계엄령이 내려지는 건 어렵겠죠. 그렇다면 가능한 건 전염병 정도가 있겠는데 그건 제외했습니다. 애초에 전염병이었으면 제가 알았을 겁니다. 택시 기사 정도면 몰라도, 같은 친위대원인데 굳이 숨길 이유가 없지요. 그렇다면 전시에 준하는 국가보안비상사태라는 얘긴데—마침 이곳에는 친위대 기밀문서보관소가 있습니다.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보안사태라면 저것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이상해집니다. 저는 처음부터 게슈타포라고 소속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방첩과이죠. 국가보안사태라면 더더욱 절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어갈 수 없었고, 루프트바페임이 밝혀지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신원 보증이 필요한 것까지는 납득할 수 있지만, 그걸 굳이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다는 게 이상합니다. 제가 우연히 왔지만, 말 그대로 우연이죠. 루프트바페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될 일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하나가 확실해집니다. 국가보안비상사태는 맞지만 결코 외부에 뭔가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데, 애초에 신원 보증이 왜 필요하지요? 잘 모르지만, ‘루프트바페 소속’인 것만으로도 혐의가 벗겨질 무언가의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우선 누군가가 바서슈와인에서 국가보안사태를 일으켰다면, 그자는 돌고래이거나 인간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용의자 범위에 그 ‘자칭 용기사’가 들어간다면, 사실 그녀가 용기사인지 아닌지 밝혀내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행적이 의심스러우면 범인이고, 아니면 무고한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외부에 알려져선 안 될 뭔가를 하려는데’ ‘외부인인 저를 영입해서까지’ 신원을 밝히려 했습니다. 그럼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첫째. 지금부터 할 ‘비밀스런 일’을 그냥 강행할 경우 반드시 그녀에게 위해를 끼칠 것이다. 둘째. 그녀가 용기사라는 것이 확인되기만 하면 그녀는 용의선상에서 절대적으로 벗어난다.

그녀가 용기사란 게 밝혀지면 확실히 보증되는 것—곧 그녀가 인간이란 것입니다. !파라나 아랑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화장을 해서 피부색을 가린 돌고래는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겠죠. 루프트바페에 들어온 돌고래는 한 마리도 없으니까요.

따라서 이번 사태의 장본인은 돌고래입니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골치 아프죠. 돌고래는 어떤 모습이든지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 결코 모를 상황에서, 도시를 봉쇄한 뒤 할 수 있는 비밀스런 상황을 생각해 봤습니다··· 예를 들면 여기 사는 1만 5천마리의 돌고래를 전부 처단한다든지. 그러면 그 죽은 돌고래 중 하나는 범인이겠죠. 1만 5천의 생명체를 죽여서까지 지켜야 할 비밀이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지금 이 도시를 봉쇄하셨으니 이미 결단을 내리셨겠죠. 언제 집행합니까?”

프리몬트 연대지도자는 멍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런···”

“상당한 논리적 비약이지만, 그 흑태양 뱃지가 결정적인 단서였습니다.”

도이체스 제국의 한 비밀극우단체 KK는 그 베르논 황태자가 공식석상이라 조금 돌려 말할 수밖에 없는 순혈주의 우생학 극렬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단체다. 개인적으로는 베르논 황태자가 직접 자금을 댄 게 아니라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밀스럽고 수수께끼에 싸인 단체라서 게슈타포 정도, 그것도 전담 과 소속이 아니면 친위대도 존재를 잘 모른다.

그들의 상징문양은 흑태양(Schwarze Sonne). 그리고 슬로건은 ‘언제나 순수한(sinteinô pistikeins)’—이것은 고대 게르만 민족인 고트족의 언어를 복원해낸 것이다. 그리고 프리몬트 연대지도자와 주변의 친위대원들, 흑태양 뱃지를 차고 있는 친위대원들은 전부 이 말에 반응했다. 이 단체의 상징을 차고, 슬로건을 알고,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알 집단이 할 만한 극단적인 선택이라면, 혹시나.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맙소사, 이게 게슈타포라는 건가···!”

우리는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더욱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우리의 시위가 성공적으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이제 우리를 바서슈와인 밖으로 내쫓기란 불가능하다. 방금 전에 그들이, 우리가 모든 진실에 거의 근접했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우리는 더 이상 ‘외부자’가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공범이었다.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식으로 말하지. 우리는 아인자츠그루펜 데 지카하이츠폴리짜이 운드 다스 SD(Einsatzgruppen der Sicherheitspolizei und des SD). 제국의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 그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악한 핏줄들을 처단한다. 크라쿠프로 가던 중 이곳에 주둔하게 되었다.”

굳이 의미를 축약하자면 특무대라고 부르면 될 것이다. Sicherheitspolizei가 들어가는 걸 보니 제국 치안 경찰(SIPO), SD가 들어가는 것을 보니 치안 서비스(Sicherheitsdienst)의 지휘를 받는 것일 테다. 이는 이 조직이 어느 미친 권력자—카이저—의 비밀스런 특수부대 그 이상의 의미, 정교한 체계가 잡힌 조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크라쿠프는 현재 점령국이며 따라서 후방이다. 저 말은 그럼 크라쿠프의 민간인을 몰래 학살하러 가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물어본다.

“대상은 어디까지입니까? !파라, 아랑, 돌고래까지?”

“아니, 순수한 게르만 혈통을 위협하는 존재 전부 다. 천한 슬라브족도 해당이다.”

그러면 ‘인간’이 아닌 이종족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 단지 민족이 다를 뿐인 인간도 그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표정관리를 잘 하는 에리히조차도 살짝 얼굴이 일그러질 뻔했다. 이 제국은 정말 미친 것이 아닐까? 아니, 정정하자. 이미 이곳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악취를 풍기는 건 알고 있다.

그러면서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말을 잇는다.

“지금 1만 5천을 제거하는 건 얼핏 번거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효율적이지. 범인을 찾아내는 수고와 계엄을 유지하는 비용에 비하면 말야.”

그는 효율이라는 말에 강세를 두었다.

“혹시 말입니다.”

우리는 슬쩍 말을 꺼내보았다.

“깨진 유리의 밤(Kristallnacht)에도 관여하셨습니까?”

그는 발뺌하기를 포기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반-이종족 시위는 일어날 법했지만 너무 전국적이고 조직적이었다. 알비 중위의 어머니는 그럼 의도된 재앙에 휘말린 것이다.

프리몬트 연대지도자가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범인이 훔쳐간 건 ‘에니그마’. 그것을 듣자마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미친 생각인 건 여전히 변함없었지만, 적어도 왜 저런 정신 나간 계획이 나왔는지 그 연유는 납득이 되었다.

에니그마는 도이체스 제국이 사용하는 암호기계다. 작동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다중 치환 암호를 전기공학적으로 구현해내는 기계 부분, 그리고 그렇게 암호화된 문구를 다시 마법으로 암호화하는 마법장치 부분. 전자만으로도 도이체스 제국의 모든 과학력이 응집된 정교한 방식이라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학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뚫릴 가능성이 0%는 아니고, 그래서 거기에다가 정신계 용의 마법을 이용해 다시 암호화한다. 문자 그대로 난공불락의 암호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만약 적국이 에니그마를 확보한다면 도이체스의 모든 암호체계는 무력화된다. 새로 개량하면 잠시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 승기는 적국에게 넘어간 뒤일 것이다.

우리가 번번이 만나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었다. 다행히 초기 에니그마—우리가 가장 기를 쓰고 찾아내려는 시대—는 마법 암호화가 개발되지 않은 때라 기계장치만 있었지만, 그럼에도 못 푸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주 엄청난 행운으로 몇몇 문구는 몰래 해독해내는 데 성공했으나, 여전히 힘들었다. 그마저도 이텔이 없었으면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에니그마는 암호책과 한 세트였다. 그 모든 보안장치와 더불어 암호책이 없으면 보통 수단으론 해독조차 불가능. 이텔이 공백, 혹은 그 이전의 암호책을 몰래 복사해 넘겨주지 않았다면 가끔씩 에니그마를 써낼 기회가 왔어도 해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공백 그 당시는 전쟁 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씩 암호책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전쟁 중인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한다. 암호책 그 자체는 당시 암호에 관심이 있었던 꼬마 이텔이 몰래 가져온 것들이었지만 그걸 지금 나에게 넘겨준 건 목숨을 건 행동이었다. 아마 유출된 게 들키면 공주라 해도 사형에 준하는 처벌을 받겠지.

그 중요한 걸 외부인이 훔쳐가게 두었다니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 정도로 보안이 허술했다면 좀 더 일찍 찾아와서 자료를 몰래 뒤져봤어야 했는데.

기밀문서보관소는 친위대 관할이지만 의외로 배치되는 인원은 적다. 기밀에 접근하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으니까. 그 사람의 공백을 죄다 용병기로 채워놓았고, 그래서 상시 주둔하는 인원은 그 용병기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보직들인 유지병단이 대부분이다.

“범인은 아인자츠그루펜 대원인 아르노 얀츠다.”

“네?”

말의 아귀가 맞지 않아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돌고래인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그가 아인자츠그루펜? 이종족, 이민족 학살자들의 소속이라고?

우리의 당황한 표정을 본 그가 말했다.

“믿기 어렵지만 그는 돌고래였다. 지금 밖을 돌아다니는 돌고래들과 다르게, 그는 정확히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할 수 있었어. 그가 잠시 다른 인간의 얼굴을 훔치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었네. 용병기 없이 그렇게 변신하는 건 불가능해. 원래부터 마법을 쓸 수 있는 자가 아니라면.”

변신하고도 원래처럼 기능하려면 고도의 연산이 필요하다. 웬만한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다. 선천적으로 매우 두뇌회전이 빠르고 그에 적합한 체질을 지닌 존재, 돌고래가 아니라면.

그제야 용기사의 신원을 그토록 절박히 밝혀내려 한 것도 이해가 갔다. 어떤 모습으로든지 변신할 수 있다면, 처단 개시 전에 사람만 대피시켜놓는 꼼수가 전혀 통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인간도 모조리 죽여 놓는 방법도 있겠지만, 만약 그녀가 진짜 용기사였다면 루프트바페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라인스 윈터다.”

낯익은 이름. 제1전투비행단 제24비행전대 제1비행대대 제2편대 소속의 용기사. 잿빛 머리카락에 새카만 눈동자를 지니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다. 같은 대대 사람이니만큼 왕래도 잦았고 마법 관련해서는 정말 자주 만났다. 몇몇 시시콜콜한 것을 캐물으면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면, 솔직히 100퍼센트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자넨 게슈타포니까.”

말에 뼈가 있다. 우리는 잠시 난처한 웃음을 짓고 경례를 올렸다.

돌아서서 나가려는 우리에게 그가 불쑥 말을 건넸다.

“정확히 발음하더군.”

“무엇을 말입니까?”

“파라.”

!파라는 그냥 ‘파라’라고 읽지 않고, 혀를 한 번 튕긴 다음에 말한다. 저 느낌표 기호는 혀를 한 번 튕기라는 표시. 오직 !파라에게만 있는 음소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저 발음을 무시하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저 질문을 던지는 그의 시선은 꽤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대충 둘러댔다.

“신기하니까요. ‘저런 것’이 언어라니.”

그러면서 웃었다. 그는 우리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만족한지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다른 친위대원들과 함께, 그러나 아까보다는 더 느슨하게 둘러싸인 채 우리는 문제의 용기사에게 향했다. 그녀는 근처의 작은 여관에서 묵고 있었다. 그녀를 불러오면서 다른 친위대원들은 도주경로를 슬쩍 막아섰다. 이윽고 회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내려왔다.

우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돌고래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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