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방금은 분명 동물이 아닌 사람의 기척이었다. 미세하게 발걸음 소리가 났다.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혹시 이안이 따라온 건가?’
이안은 미행까진 한다고 하진 않았지만, 멀리서 바라보겠다고 했다.
“이안? 이안이에요?”
나는 허공에 대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게 없으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의심을 할 법도 한데,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 순간 이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범인은 구사월 가이드를 아직도 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제 새벽에 가이딩 대기실에서 했던 말까지.
“그리고 제가 범인이라면 이 자리에서 구사월 가이드를 덮쳤을 겁니다.”
일단 나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을 보고 걸었다. 작게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돌림 노래처럼 따라붙었다. 분명 내 발걸음 소리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의 발소리였다.
기숙사가 있는 센터 뒤편에는 상점이 없었다. 편의 시설은 기숙사 안에 모두 마련돼 있으니 이 시간에 사람이 지나갈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블록만 가면 기숙사에 도착한다.
내가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걷자 그 발걸음 소리는 나와 같이 속도를 높였다. 마치 내 그림자라도 되는 것처럼 조금의 차이도 없이 정교한 움직임이었다.
뚜벅뚜벅, 그 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말 쫓아오는 게 범인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센터 바깥이라면 상관없지만, 주변에 CCTV가 너무 많았다. 일단 내 앞 가로수에 한 개. 신호등에 한 개. 코너를 도는 벽면에 또 한 개.
여기서 크리처화를 개방시켜서 달리는 건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이런 장소에서 범인이 과연 나를 덮칠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러다 얼마 전 꿨던 악몽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 편하게 가져요. 괜찮아요. 눈 깜빡하는 사이에 모두 끝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