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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80화 (179/188)

180화

피가 터져나옴과 동시에 6월 10일의 자정이 되었고, 예정된 대로 방의 각 구석쪽에서 진을 향해 악념이 흘러들기 시작했다.

넘어진 지윤이 황급히 일어나서 가운데를 보니, 이미 상백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와 진의 위에 또다른 진을 그려내고 있었다.

"아저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자신이 죽음으로써 저주를 발동시키려고 했던 지윤은 갑작스런 상백의 대체로 인해 어안이 벙벙했다. 이대로 죽었어야 했는데 미처 죽지 못해 한스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를 향해 상백이 말했다.

"지윤아... 아니야, 이 저주는 내가 그날 너희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속죄를 겸하고 있는 것... 절대로 널 희생시킬 순 없다..."

지윤이 넘어진 바로 앞에서 진이 움직이면서 피로 두번째의 진이 모두 그려지고, 그 진의 원 가장자리의 작은 다섯개의 원 안에 흘러들어오는 악념들이 구 형태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율을 죽이려 했던 것에 대한 사죄도 함께... 너를 몰아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이해해주면 좋겠구나..."

세빈이 빠르게 모이고 있는 악념의 구를 주먹으로 내리쳤지만 기체처럼 둥둥 떠 있는 구는 그녀가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상백은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 죽었고. 악념의 기운들이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젠장... 내가 죽어야 하는데 이런 빌어먹을...!!"

지윤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렸고, 세빈은 팔에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있는 유진의 곁에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유진아, 괜찮니?"

하지만 유진의 상태는 심각했다. 잔뜩 부어오른 팔은 안에서 혈관이 터졌는지 피멍이 잔뜩 들었고 고통으로 인해 몸조차 못 가눌 정도인듯 했다.

"괘...괜찮아요... 아직... 움직일 수 있어..."

어떻게든 나머지 한 쪽 팔로 겨우겨우 몸을 지탱하며 일어났지만, 유진의 상태는 절대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귀술이 천천히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고 세빈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었다. 막으려고 했던 저주는 결국 막지 못했고, 이대로라면 세상의 종말을 피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저주는 곧바로 바로 옆에 있는 지윤과 세빈, 그리고 귀술과 유진을 잠식할 것이 분명했다.

저주의 진 가운데에는 마치 사람 형상을 한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커져가고 있었고, 덩어리가 커져감과 동시에 천정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 아직. 아직이다."

"예? 아직 뭔가 남았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그 급박한 와중에도, 세빈은 침착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유진의 식은땀을 닦아주면서도, 그녀는 머릿속에 가득한 예지몽의 내용이 언제쯤 실현될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보였던 단 한가지의 예지몽.

아까전부터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장면...

바로 저주의 한가운데에서 빛나고 있는 하나의 빛이었다.

*

한편 광백에서는 자정이 지남과 동시에 땅에 강한 진동이 오는 것을 사람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규찬은 곧바로 저주가 발동되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유나와 함께 방어진으로 이동했다.

"유나야, 절대... 침착하거라. 침착하게 절대로 네 몸이 버텨낼 수 있는 힘 이상을 담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사람들이 저주에 잠식당하기 시작해도 당황하지 말거라. 그랬다간 아무것도 막지 못한 채 너만 죽을 수도 있다. 알겠느냐?"

유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이라도 더, 가능하면 모든 사람을 살리고 싶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 사람들이 모아줬던 힘. 지금 이렇게 저주에 반응하며 빛나고 있는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해야만 할 때였다.

"하.....아아아....아아앗....."

강한 빛이 그녀의 몸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고, 그녀가 뻗은 팔로부터 뻗어나가기 시작한 빛이 방어진의 축을 따라 광백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몇달 전 건백, 곤백, 감백, 리백을 따라 세워두었던 방어진의 성물 축에 그녀의 힘이 연결되었고, 어두운 밤인데도 빛을 발하는 하나의 커다란 방어진이 백영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있는 광백을 감싸안았다.

'어머님.... 제발... 제가 버티고 있을 동안 부디 저주를 막아주세요...!'

규찬은 그녀가 떨고 있는 걸 느끼고 바로 옆에 서서 그녀의 들어올린 팔을 양 팔로 지탱해주었다.

심장이 요동치며 몸이 벌써부터 힘을 이기지 못하고 떨리기 시작했지만 유나는 절대 하늘을 향해 치켜든 팔을 내리지 않았다.

자신이 쓰러지거나 포기하는 순간... 방어진은 무너지고, 저주는 능력자들을 잠식한 뒤 세상을 덮으려 들 것이다.

*

하지만 그 빛을 봤다고 해도 세빈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빛이 누구의 빛이며, 어떻게 해서 저주를 막을 수 있게 된단 말인가..?

확실하게 보이고 있는 예지몽이지만, 절대로 예상할 수 없는 예지몽.

그녀가 닥친 칠흑같이 어두운 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예지몽같았다.

"제길, 역시 물리적인 힘으로는 절대로 파괴할 수 없겠군요. 저 가운데의 본체만 파괴한다면 저주가 멈출 것 같기도 한데..."

귀술은 하늘을 뚫고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저주의 모습을 보며 겁없이 본체에 대고 칼을 휘둘러봤지만, 역시 쓸데없는 짓이었다.

물리적 타격은 전혀 먹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방법은 염원의 힘 뿐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써 가장 강한 염원력을 가진 장 티엔은 흑향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그 역시 지금 이 저주로 인해 언제 잠식될 지 모르는 상황.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느냐 귀술아?"

세빈은 몇분간 멍하니 저주가 움직이는 걸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귀술은 처음에 무슨 소리냐며 그녀에게 되물었지만, 이내 그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왜 저주가 저희에게 달려들지 않는지 이상했는데... 이거 설마..."

마치 네 사람을 두르고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있는 것처럼 저주는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고, 귀술과 세빈은 곧바로 도대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

[구우웅]

"크윽!!"

몇분 뒤, 유나는 강한 무언가가 방어진에 부딪쳤음을 깨달았다. 엄청난 양의 두 힘의 충돌은 굉장한 파동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동굴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볼 수 없었지만 광백 외부에서 구체로 이루어진 방어막의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저주가 파고들려고 하고 있었고, 방어막은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계속해서 파고드는 저주를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유나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의 양은 분명히 존재했고,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응축된 힘으로 막기엔 저주는 너무나 강력했다.

방어막을 이루는 힘은 눈에띄는 속도로 줄어들며 그 크기는 작아졌고, 결국 10분도 되지 않아서 방어막은 광백의 내부 광장만을 둘러싸고 있을 정도로 작아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공포에 질려 유나의 곁으로 도망쳐오기 시작했고, 저주는 그 무시무시한 자태를 드러내며 마침내 백영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제길, 막아야 해, 막아야 하는데.....!!'

여기서 계속 힘을 유지했다간 저주가 자신들을 덮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남은 응축된 염원의 힘은 아직도 많았다.

이젠 자신이 몸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주가 모두 사람들을 덮친 뒤 자신만 혼자 남아 계속해서 힘을 갉아먹히며 살아남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녀는 절대로 그런 걸 지켜볼 자신이 없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유나야!!"

[쿠구구궁]

*

"모르겠습니다. 뭐지? 지금 아무도 그런 기운을 내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요."

귀술은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산 송장처럼 있는 지윤을 바로 옆으로 데려와서 이리저리 살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하구나. 분명 이렇게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면 분명 그 중심축이 있을 텐데..."

그리고 그녀는 그순간 발견했다.

바닥에 누워 눈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아픈 팔을 부여잡고 있는 유진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세빈이 발견함과 동시에 귀술도 그걸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그는 그즉시 유진의 주변을 조금씩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설마 이 아이 주변이 지금 가로막혀 있는 걸까요?"

귀술의 말에 세빈은 갑자기 확신이 들었는지 그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좌우로 움직여봤다.

그러자 저주와 가로막힌 공간 사이에서 연한 빛이 흐르는 것이 보였고, 마치 유진의 주위를 둘러싸듯 존재하고 있는 구형의 보호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크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갑작스럽게 보이지 않던 구가 보이기 시작하며 빛이 튀기 시작했다.

세빈은 침착하게 유진을 다시 눕힌 뒤 그녀에게 말했다.

"유진아, 너 혹시... 네 몸 속에 있는 그 힘. 아직도 느껴지니?"

그들이 잊고 있던 유진이 미래로부터 가져온 바로 그 힘. 원래 유나가 가지고 있다가 윤하에게 넘어간 뒤 마지막으로 유진에게 넘어온 그 힘.

유진은 조용히 눈을 감고 몸 속에서 움직이는 뭔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 조용히 잠들어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구 요동치기 시작한 그 힘 때문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뜨였다.

"뭐... 뭐죠? 아까 전까지 죽은 듯 안 느껴졌는데... 방금 전부터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그녀가 갑작스런 힘의 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힘이 요동친 이유, 그것은 과거로 가져온 유나의 힘이 원래 유나가 가지고 있는 응축된 염원의 힘과 공명하여 울리기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예언몽이란 걸 단 한번도 꿔본 적이 없는 유진의 머릿 속에 한가지 스치는 미래가 보였다.

============================ 작품 후기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얼마 안남았네요 일요일도 ㅠㅠ

선추코 감사합니다.

-리리플

-은하수보며님 // 지윤이 올해 26살, 상백은 올해 40대니까 적합한 호칭 같네요 ㅎㅎ.

-신의탑hello님 // 꽤 나이차이가 많이 납니다 'ㅅ'. 오빠라고 부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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