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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75화 (174/188)

1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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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발한 세빈과 유진, 그리고 흑향과 장 티엔은 빠른 속도로 심연을 향해 이동중이었다. 이동하면서도 세빈은 계속해서 중간중간 예언몽을 통해 흑귀의 소재를 파악했고, 그 결과 그들은 흑귀가 정확히 심연으로 향하고 있는 걸 알아냈다.

게다가 유진과 세빈이 메카수트를 이용해 장 티엔과 흑향을 업고 이동하는 속도는 흑귀가 도주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흑귀보다 20분이나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흑귀와의 거리는 이제 500m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메카수트가 2벌이 존재하느냐고? 그건 바로 유진이 과거로 넘어올 때 새로이 만들었던 연계기동용 장비까지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지훈이와 함께 개발한 프로토콜로 인해 연계기동 장비는 하나의 별도 메카수트처럼 운용이 가능해졌고, 마침내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현재 시간은 오후 9시 경. 심연까지는 이제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흑귀가 먼저 심연으로 들어가 숨기 전에 그들은 심연 밖에서 흑귀를 잡아야만 했다.

제아무리 예언력을 다루며 전투하는 사람이라도, 4:1은 무리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는 아까전에 유진의 마지막 일격에 맞아 피해를 입었을 테고, 그럼 더더욱 홀로 싸우는 게 힘들 터였다.

"무전을 통해 귀술이 5장로를 포박했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흑귀를 먼저 잡아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귀술까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세빈이 심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에게 말했다. 이제 흑귀와의 거리는 단 100m. 눈앞에 보이는 숲이 끝나는 지점이 심연의 입구였으며, 아마도 그 곳에 도달하는 순간 흑귀와 마주하게 될 상황이었다.

모두가 긴장한 채로 닥쳐올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얼마 뒤 숲이 끝나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저기있다!"

아니나다를까, 세빈이 예언한 대로 그곳엔 입구 거의 바로 앞에서 달리고 있는 흑귀가 보였다.

개활지로 나오자마자 흑향은 세빈의 등에서 저격라이플을 들고 뛰어내려 자리를 잡았고, 세빈이 흑향을 내려놓자마자 빠른 속도로 흑귀에게 메카수트를 이용해 접근했다.

[타앙!!]

착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흑향의 저격소총이 불을 뿜었고, 당연한 얘기였지만 흑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의 총알을 피해 방향을 틀었다.

2발, 3발, 그리고 4발. 연속해서 저격탄이 발사되면서 흑귀의 경로를 제한했고, 그 결과 세빈은 흑귀가 심연의 입구에 들어설 때 쯤 그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게 되었다.

"후... 드디어 잡았구나 흑귀."

"끈질긴 녀석들, 어짜피 날 추격해봤자 의미 없을 텐데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거야?"

세빈은 유진에게 배운 대로 메카수트를 침착하게 운용하면서 흑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빈이 흑귀를 입구 반대쪽으로 몰아준 덕분에 저격탄이 계속해서 흑귀의 움직임을 가로막고 있었고, 마침내 장 티엔과 유진이 그 자리에 도착하며 3:1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걸 본 흑향은 재빨리 저격총을 챙겨 등에 메고 다시 그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도망갈 곳이 없을걸?"

유진의 메카수트에서 잔뜩 쌓인 열이 빠져나오며 쉬익 소리가 났고, 장 티엔 역시 대검을 뽑아 고쳐 잡으며 공격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흑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과연 작전은 굉장히 효율적이군요. 하지만, 여러분 뭔가 잊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녀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세빈이 빠르게 무방비 상태인 흑귀를 공격했고, 유진이 그 틈새로 빠져나오는 흑귀를 재차 몰아세웠지만 역시 흑귀는 강적이었다. 엄청난 속도의 메카수트를 이용한 공격이 양쪽에서 들어오는데도 없을 것만 같은 틈을 찾아내 피하는 흑귀.

장 티엔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그의 빈틈을 찾았지만 지금도 충분히 흑귀는 모든 빈틈을 유진과 세빈에게 노려지고 있었다.

"하하, 이런. 안되겠군."

흑향이 개활지를 가로질러 반쯤 왔을 때, 흑귀는 혀를 차며 갑자기 빠르게 굴러 뒤쪽으로 물러났고. 그가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공격해라, 나의 부하들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숲 속에서 갑자기 검은 로브를 걸친 수많은 병사들이 튀어나왔고, 그것들의 움직임을 본 세빈은 곧장 그 병사들이 세뇌당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대체! 이건 분명 내 예지몽에 보이지 않았는데-?!'

게다가 하필이면 달려오고 있는 흑향을 완전히 둘러싼 형태로 모여들고 있는 세뇌병사로 인해, 흑향은 갑작스럽게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장 티엔이 그걸 보고 놀라서 흑향에게 뛰어갔고, 유진 역시 황급히 그를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한세빈, 지금 어째서 예지몽이 틀렸는가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당연하게 함정에 빠진 거고 말야."

세빈은 자신의 앞에서 말하고 있는 흑귀의 말에 절대 그것만은 아니길 빌었지만, 흑귀는 그 말도 안되는 일을 당연하다는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면서 느끼지 않았나? 우리의 예언몽이 계속해서 겹치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나본데 예언몽이 겹쳐서 서로의 의식이 연결된 순간 예언자들은 서로를 속일 수 있다 한세빈."

애초에 경험할 수 있는 횟수가 일생에 몇 번 존재하지도 않는 예언몽의 충돌를 느끼는 걸 넘어 그 상태에서 상대의 의식을 컨트롤할 수 있다니?

자신이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서도 실제로 시도해 본 적 조차 없는 경지에 흑귀는 이미 도달해 있었다는 뜻이 된다.

갑작스럽게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세빈은 충격에 빠졌고, 흑귀는 그런 그녀에게 비릿한 미소를 날리면서 심연 안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디한번 잘 살아남아 보라고. 아까 내가 광백에 끌고갔던 인원보다 배는 많을테니 말이야... 하하하!"

충격에 빠진 세빈을 뒤로 한 채 흑귀는 빠르게 심연의 안쪽으로 사라져갔고, 뒤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장!!"

흑향이 빠르게 장 티엔과 유진 쪽으로 합류하려 했지만 세뇌병사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고, 다급해진 장 티엔은 대검을 고쳐잡으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날려드릴테니까 제 손 밟고 도약하세요!!"

유진이 바로 메카수트 출력을 올려 그가 발돋움을 할 수 있게 손을 마주잡고 준비했고, 장 티엔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그녀의 손에 오른발을 딛어 도약 자세를 취했다.

"츠아아앗!!"

엄청난 기세로 유진이 그를 하늘을 향해 띄워올렸고 도움닫기를 한 장 티엔은 그의 착지지점에 있는 세뇌병사를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하나, 둘, 세명을 뛰어넘자 그는 세뇌병사들보다 먼저 흑향에게 도달했고 유진은 엄청난 기세로 두 손의 출력을 최대한 높인 뒤 몰려오는 병사들을 하나둘씩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아까 광백에서 막던 것처럼 이 사람들을 약하게 부상만 입혀서 세뇌를 풀게 할 순 없는 상황. 어떻게든 흑향을 구하고 이들을 떨쳐내는 것 외엔 방법은 없었다.

"세빈언니!!! 빨리 쫓아가요!!"

그리고 그녀는 멀리서 흑귀를 쫓아가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세빈을 움직이게 해야 할 의무도 있었다. 분명 잘 추격 중이던 그녀가 지금 저기 입구에 멈춰 서 있는 이유가 있었을 테고,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저기 멈춰서게 되면 저주를 막을 수 없을 확률이 높아질 뿐이었다.

"아.. 아!"

다행히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세빈은 정신을 차렸고, 그녀는 유진을 한번 슬쩍 돌아본 뒤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물론 정신없이 세뇌병사들을 처리하고있는 유진이 그런 세빈의 모습을 봤을리 없지만, 세빈은 계속 유진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 가능하다면 세빈은 어떻게든 유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맙다 유진아... 어떻게든, 이 저주를 막아내마...!'

세빈이 안쪽으로 사라졌는지 뒤늦게 확인한 유진은 그녀가 제대로 흑귀를 쫓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안도했다.

자신이 지금 이 많은 병력을, 그것도 인간 이상의 상태인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이 역경을 이겨내고 세빈을 도와주러 가야한다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긍정적인 마인드, 그것이 그녀의 최대 장점이고 그녀를 이끄는 최고의 원동력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절망적인 상황이 절대 오지 않는다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바로 지금의 상황처럼.

"흑향-!!!"

[추학-!]

"아악-!!"

============================ 작품 후기 ============================

와아아아 덥다아아아아... 처진다아.... 후 ㅠㅠ 선추코 감사합니다! 즐감하세요~

리리플

-신의탑hello님 // 그렇겠죠? 워낙 짧은 시간에 여자로써 기억이... 평범한 것도 아니고 저런 것들 뿐이라서 -_-;

-은하수보며님 // 유진이는 아마 자길 뭐라고 부르던 이제 신경 안쓰는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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