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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70화 (169/188)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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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쯤 뒤, 광백의 입구에선 소란이 벌어졌다. 사정을 듣고 심연으로의 출정을 준비하던 세빈과 유진이 밖으로 달려나와서 만난 건 굉장히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은 다름아닌 장 티엔의 일행이었다.

그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유진이 먼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고, 손을 흔드는 게 유진인 걸 알아챈 흑향이 곧바로 세빈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어머니!!"

자기보다 약간 큰 흑향이 자신을 와락 껴안으며 뜬금없이 어머니란 단어를 말하자 세빈은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녀의 옆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혼다가 팔에 붕대를 감은 채로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놀랐다.

"혼다...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하지만 그녀는 곧 장 티엔과 혼다를 통해 그가 원래 영수 호위대에서 일하던 그 혼다가 아닌, 그의 동생이란 것을 알게되었다. 너무나도 비슷하게 생긴 외모 덕분인지 세빈은 반가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수뇌부로 돌아오자 모두가 혼다를 보고 놀라워했다. 그간 흑영 내에서 귀능과 함께 일하고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고생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단 한 사람 귀술만은 그리 편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는 그의 쌍둥이 형의 죽음에 대한 소식 때문이었고, 그는 혼다가 업고 온 아이를 건네받고 나서 결국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귀능이 부디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한 유언을 들은 귀술은 한동안 아이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그 아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귀술을 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바람에 결국 목놓아 울고야 말았다.

규찬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즉시 추모 기도를 올리러 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장 티엔과 흑향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전해듣기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귀술은 아이를 데리고 조금 늦게 따라들어왔고, 그가 들어왔을 때 그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아이와 함께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빠."

"그렇지. 아빠. 우리 애기 이름이 뭐라구?"

"우주에요. 올해 일곱살. 나우주!"

계속 착하지 착하지를 외치며 곁에 아이를 두고 웃음을 짓고 있는 귀술을 보고 있자니 세빈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귀능이 죽었다는 소식에 세상 다 잃은듯 슬퍼하다가도, 그의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아빠 대신 저렇게 밝은 표정을 짓다니, 역시 속이 깊은 어른이었다.

"스승님, 정말 죄송했습니다."

회의실에 오자마자 장 티엔은 세빈 앞에서 절했다. 그동안 무례하게 그녀를 죽이기 위해 추격했던 것에 대한 사과이자, 세뇌당해 모든 것을 잊어버린 잘못에 대한 사과였다.

흑향은 그런 그를 보며 옆에 함께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괜찮다. 다 이해한다. 너희들이 모든걸 깨달았다면 그걸로 족하고, 너희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세빈은 엄청난 고생 끝에 탈출했다는 장 티엔의 이야기를 듣고, 이럴줄 알았으면 과거로 돌아왔을 때 진실을 얘기해주고 보내지 말걸 그랬다는 이야기를 했다.

장 티엔은 그래도 고생하긴 했지만 성과가 있었다면서 그녀에게 5장로와 싸울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고, 세빈은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가 염원력을 사용하면서 다른 행동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놀란건 세빈 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내 가르침을 뛰어 넘었구나 티엔. 굉장히 자랑스럽구나."

"별 말씀을요. 이 모든게 스승님 덕분입니다. 그동안 지은 죄가 있으니, 스승님의 명령이라면 이제 어떤 명령이라도 따르겠습니다. 명령만 내리시길."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장 티엔은 세빈에게 굉장히 헌신적인 사람으로 변모해있었다. 부모이자 스승인 그녀에게 과거부터 헌신해왔던 그로써는, 당연하고도 친숙한 일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은 거의 없었다.

"그래, 알겠다. 그럼 너희도 나와 유진이가 심연으로 침투할 때 함께하도록 하거라."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한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규찬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특히 오랜만에 재회한 장 티엔, 흑향, 그리고 혼다의 이야기가 가장 구설수에 많이 올랐다.

"그럼 작전을 실행하기에 앞서, 다시한번 저주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소."

규찬은 돌아오자마자 자신이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자료들은 대부분 막연한 내용에 대한 것 뿐이었고, 정확한 저주의 정보에 대해서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전무했다.

아무리 찾아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저주 이야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더 이번 심연 침투 작전에 혈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저주에 대한 언급을 빠르게 정리한 뒤 침투계획을 세우려고 하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귀중한 정보를 알려준 이가 있었으니,

"저... 잠시만요. 무슨 저주요?"

바로 흑향이었다. 세빈을 비롯한 모두가 그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 뒤돌아봤고, 갑작스럽게 이목이 집중되자 흑향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는지 당황했다.

세빈이 뭐라도 알고 있으면 이야기해보라는 말을 했고, 흑향은 잠깐동안 우물쭈물하다가 기억나는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세뇌당한 탓에.. 많은 기억이 사라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주 어릴때 기억은 이상하게 생생하게 남아있더라구요. 그래서 방금 저주의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게 있었습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기대를 한몸에 받은 만큼 흑향이 이야기해준 것은 그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를 들뜨게 만들었다.

"순응의 저주라고 했죠... 분명 그 저주는 집 한켠의 책에 적혀있었습니다. 근데 어머니는 기억 못하시는건가요?"

흑향은 세빈도 혹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떠올려보라고했지만, 세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그런 책이 집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당시 그녀는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고서 장 티엔을 키워내는데만 열중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아무튼 그 책 안에 적혀있던 대로라면 순응의 저주가 목표로 하는 것은 분명 꿈꾸는 힘을 사용하는 자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알려준 사실들이 어느정도 세빈의 예지몽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설득력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이 저주는 꿈꾸는 힘을 다루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집니다. 인간의 악념을 원료로 하여 발동되는 순간 저주가 주변의 인간들부터 잡아먹기 시작하지요."

그녀가 이야기해주는 저주의 진실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발원지로부터 퍼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진 꿈꾸는 힘을 따라 움직이고, 그 몸 안의 모든 힘을 갉아먹고 나면 완전히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저주가 더욱 무서운 이유는. 그렇게 저주에게 잠식당한 사람들은 아직 꿈꾸는 힘이 남아있는 주변사람들을 찾아 이동하기 시작하고, 마찬가지로 새로이 찾은 사람으로부터 꿈꾸는 힘을 흡수하여 잠식시키는 일의 연속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저주의 대상은 간단합니다. 일단 모든 염원사와 예언사가 그 첫번째 대상이에요. 그 중에서도 힘이 약한 사람들... 그들은 저주에 걸리면 몇분 이내에 모두 저주에 잠식당하고 말 겁니다. 게다가 잠식당한 뒤 모든 힘을 흡수당하면 그순간 그 사람의 몸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 죽어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주를 막기 위해 투입될 세빈 정도의 꿈꾸는 힘이라면 5시간정도는 무리 없이 버틸 것이라는 게 흑향의 설명이었다.

"특이하게도 대상자의 의식이 없으면 저주도 꿈꾸는 힘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걸로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백영 사람 모두의 의식을 잃게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결국 다시말해 저주는, 세상에는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은 채로 오로지 꿈꾸는 힘을 가진 사람들을 없애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흑귀는 어찌해서 자신과 흑영 사람들까지 모조리 죽게 만들 이런 저주를 발생시키려 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이 의견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서로가 그동안 알아냈던 여러 사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규찬 쪽에선 그동안 알아낸 또다른 예언자의 존재 사실을 장 티엔에게 알렸고, 그 역시 저번에 혼다와 함께 알아냈던 흑귀의 실체가 여자일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 의견이 하나가 되어 놀라운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결론은 흑귀가 여자이고, 그녀가 현재 엄청난 예언력을 주무르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군."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장 티엔 일행이 백영으로 넘어옴으로써 해결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직까지 그녀가 완전하게 정체가 누구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정도 결론에 다다른 것만 해도 충분한 성과였다.

"결국, 강대한 예언자의 존재가 현실이 되었군."

하지만 예언자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흑귀라는 사실은 침투 작전을 준비하던 이들에겐 그렇게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세빈이 아무리 예언몽을 꾸면서 작전에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적진에서 마찬가지로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면 이 전투는 정말 어려워 질 게 불보듯 뻔했다.

게다가 규찬의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만 그를 신경쓰이게 만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즐감하세요!

비축은 다 해뒀고 이제부터는 수정하면서 하루 1편씩 계속 올리겠습니다 :>

선추코 감사합니다~

-리리플

은하수보며님 // 1등 축하요! >_<신의탑hello님 // 유진이는 여자라는걸 자각하기도 전에 온갖 위험한 일을 다 겪은 탓에 자기가 어느새 그 말에 적응한 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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