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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62화 (161/188)

162화

*

"1949년, 여러분이 알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흑영의 제 2도시인 심연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심연이 제 2도시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심연 외에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더 있었습니다."

모두가 숨죽이며 듣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세빈만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운연(雲淵). 이름만 들어도 느끼겠지만 구름 연못이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현재 흑영과 백영이 162년이라는 긴 전쟁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지만 그건 극히 최근에 알려진 이야기일 뿐, 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흑영과 백영이 전면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 이후라고 했다. 그 이전까지는 염원의 힘을 사용하는 방향에 대한 생각이 틀렸기 때문에 지금과같은 무력충돌은 절대 없었다는 말이었다.

1940년부터의 무력 충돌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결국 전쟁이 끝난 1953년에 흑영과 백영 사람들은 그당시 존재했던 수만의 사람들 중 수백명만 살아남게 되었다.

"운연은 평양에 있었고, 안타깝게도 운연을 포함한 흑영의 대부분의 도시는 6.25전쟁을 거치면서 모두 파괴되고 맙니다. 물론 그것은 백영도 마찬가지로, 백영의 전국에 걸쳐 존재했던 시설들은 모두 파괴된 뒤 간신히 건, 곤, 감, 리백, 그리고 광백의 다섯 곳만 남게 되었지요."

파괴된 도시들로 인해, 백영과 흑영 사람들은 결국 다시 모이기 시작했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못했다. 결국 사람들은 가장 사람이 많이 살아남은 서울의 심연과 광백에 모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서울에 백영과 흑영의 본거지가 공존하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혹자는 한국전쟁에 백영과 흑영이 관여되어 있었다고도 말하지만... 그건 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그저 소문일 뿐입니다."

자신의 말이 살짝 엇나갔다는 것을 느꼈는지, 세빈은 헛기침을 여러 번 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튼 심연에서 태어난 그 소녀는 한국전쟁의 위기를 간신히 이겨내고 심연에 다시 정착했지요. 대대로 암살자 집안이었던 그녀의 가문은 전쟁이 끝나고 안정되자마자 곧 흑영의 주력 전투부대의 간부급으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소녀도 마찬가지로 굉장한 실력을 보이며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암살단의 3번대 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세빈은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 조각들 중 하나를,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그 소녀가 바로 저, 한세빈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고 아픈 기억들을.

세빈의 고백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말았다. 그들이 그렇게 믿고 따랐던 영수가 사실은 흑영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며칠 전 경비병들과 저가 싸운 모습을 들고 궁금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 그건 해결됐겠군요. 전 사실 매우 뛰어난 암살자였습니다. 실제로 그 덛분에 흑영 내에서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하사된다는 칭호까지 부여받았죠."

그리고 그녀가 말해준 자신의 칭호는, 그야말로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다.

"제가 바로, 1987년 소탕된 흑영 암살단의 마지막 생존자, 주향입니다."

*

계속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로 인해 장 티엔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딱히 묻고 싶은 것이 생기지도 않았거니와, 새롭게 알게되는 진실은 그를 굉장히 자극하고 있었다.

아까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2장로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장 티엔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고 있엇다.

장 티엔은 부상당한 다리로 인해 절뚝거리고 있었지만 딱히 고통을 호소하거나 불편함을 말하진 않았다.

삽십분정도 산을 내려오고 나니 민가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침묵을 지키던 2장로 역시 다시 말문을 열었다.

"사령을 알고 계시겠지요."

한참동안 말이 없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령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녀가 흑귀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자, 모든 장로를 포함한 흑영의 병력들은 흑귀의 명령을 사령으로부터 전달받았기 때문에 장 티엔은 그녀를 모를 수가 없었다.

"알다마다요. 2장로 당신... 아니 원래 2장로였던 그의 충직한 부하이자, 흑귀의 눈에 들어 흑귀로부터의 모든 명령을 전했던 흑영의 굉장한 예언자, 그게 사령 아닙니까."

그가 아는 것을 모두 대답하고 나니 2장로는 껄껄 웃으며 반문했다.

"그럼 그것도 알고 계신지요? 당신이 제1대 대장으로 부임하기 6년 전쯤에 사령 역시 흑귀처럼 다른사람으로 대체되었다는 것을요."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하기사 장 티엔은 1990년의 사령의 모습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바뀌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과거로 넘어오기 전 청명을 통해 들었던 말이 그는 문득 떠올랐다.

"아.. 그렇군요 들은 기억이 납니다. 분명 백영의 별동대가 처들어와서 사령을 죽였지만... 흑귀에 의해 별동대 중 여자 한명이 세뇌당해 사령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예상외로 잘 알고 계시군요?"

물론 이건 장 티엔이 미래로 가서 청명을 만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일이다.

"아무튼, 그 사령이 현재 근처 병원에서 신분을 숨긴 채 치료받고 있습니다."

그가 부상을 당한 채 심연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 티엔은 생각했다. 자신이 미래로 떠난 사이 흑영에 생긴 어떤 일로 인해 그녀 역시 병원에 있는 것이라고.

분명 5장로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흑귀에게 그대로 전했지만, 사실 사령은 죽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귀능이 사령을 구하러 갔던 그 날, 총성이 난무했던 그 방 안에서 결국 그녀를 구해냈던 것이다.

"굳이 우리가 오늘 그녀를 보러 병원에 가는 이유는, 그녀가 깨어났기도 했고... 그녀가 흑귀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령이 비밀을 알고 있다? 아마도 세뇌되어 있어 절대 발설하지 않았던 비밀을 이젠 세뇌가 풀려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 듯 했다.

"제게 이 가면을 건네준 2장로가 죽으면서 제게 말했었죠. 그리고 그 당시 그는 굉장한 출혈에도 불구하고 사령을 데리고 심연 밖으로 탈출해 뒤늦게 구하러 간 저와 마주쳤습니다. 저에게 사령을 맡기고 얼마 뒤 그는 숨을 거뒀고... 전 그의 가면을 가져와 이렇게 죽은 그 대신 계속해서 그의 일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겹게 사령, 아니 소율을 구해낸 귀능은 목숨을 잃었고, 결국 함께 일하던 지금의 2장로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2장로와 제가 가장 최근에 알아냈지만... 차마 시간이 없어 백영에 전하지 못했던 바로 그 사실. 바로 사령과 흑귀가 굉장히 친했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흑귀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전달자 정도였던 그녀가, 어찌하여 올해들어 완전히 흑귀의 비서처럼 빈번하게 흑귀의 처소를 드나들었을까요?"

질투는 아니다, 그는 분명히 뭔가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령을 고의로 죽이려고 했다. 2장로는 사령과 흑귀는 굉장히 친밀한 관계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이야기했다.

"사령, 아니 원래 이름은 소율이지요. 저는 세뇌당한 그녀가 흑영에서 현재의 흑귀를 만났을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지만, 세뇌당하기 전 그녀의 행동 기록들을 통해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현재의 흑귀일 거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병실문 앞에 서서 2장로는 안쪽을 바라보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안쪽의 소율은 이미 일어나서 침대에 멍하니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비밀, 흑귀의 정체를, 바로 오늘... 소율씨를 통해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군요."

그의 긴장하는 모습에 덩달아 장 티엔 역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바뀐 흑귀의 정체가 드러나려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긴장 때문인지, 유달리 병실문은 요란하게 열렸다.

*

주향, 곤백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린 장 티엔을 길러낸 희대의 암살자.

그녀가 바로 세빈이었다니... 귀술과 이노우에는 기가 차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유나 역시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속여서... 정말 미안해요 여러분. 하지만 백영을 위해, 나아가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해 사실을 숨긴 채 난 영수가 되야만 했어요... 부디 이것 하나만은 믿어주세요. 1990년 광백에 돌아온 이후, 난 단 한번도 우리 백영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힘겹게 진실을 밝히고 있는 세빈 역시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숨기고 싶지 않았지만 숨겨야만 했던 진실, 강대한 예언자였기에 백영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속여왔던 그녀라고 마음이 편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여기까지 들은 이상.. 여러분 모두가 나머지 이야기를 꼭 들어주셨으면 해요. 모든 걸 듣고 난 뒤, 그래도 날 못 믿겠으면... 그 땐 더이상 백영의 일원으로써 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떨리는 손을 맞잡은 채, 세빈은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부탁드려요. 모두-"

그리고 엄청난 정신적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세빈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옆에 있던 규찬이 놀라 그녀를 받아내긴 했지만,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몸에서 식은땀이 엄청나게 흐르고 있었다.

"영수님!!"

모두가 놀라 달려왔고, 쓰러진 그녀를 이노우에가 바로 업어 의무동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7월도 이제 끝이네요.

8월한달도 힘내세요!

선추코 감사합니다 :>

-리리플

신의탑hello님 // 헐... 잠자리똥이 떨어질정도라니. 맞아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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