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hello님 // 다행히 장 티엔도 의리는 지키는 사람입니다 ㅎㅎ 157화
"흑향!!"
그럴리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해 봐도, 눈 앞에 보이는 흑향의 모습에 그는 침착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설마 사령 말고도 또다른 예언자가 있었단 말인가? 그가 미래에 갔다 온 사이 자신도 모르는 예언자가 흑귀를 돕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장 티엔은 무력을 쓸 수 없었다. 자신이 섣불리 행동하는 순간 5장로에게 흑향이 살해당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잡혀있는 그녀는 약에 취했는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자, 일단 앉게나 장 티엔. 할 말이 많으니까."
*
같은 날인 5월 27일 광백의 입구.
"미안하지만 안으로 들여보낼 순 없다 꼬마야."
한편 장 티엔과 헤어진 세빈은 광백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얼마나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건만, 왔더니 유진은 자신의 곁에 없었고, 몸은 원래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과거로 돌아오면 어려진 몸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한시가 급합니다. 빨리 총수님을 만나야 해요!!"
그래서인지 광백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은 그녀가 영수 한세빈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녀가 아무리 자신이 한세빈이라고 이야기해봤자 오해만 살게 뻔했다.
어떻게 안으로 들어갈 지 고민하던 그녀는 어쩔수 없이 강경책을 쓰기로 했다.
'무리해서라도 안으로 파고들어가면 안쪽에 소식이라도 닿겠지. 그럼 분명 날 잘 아는 사람들이 나올거야.'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돌아가는 척 하면서 숲 속에 몸을 숨겼다. 멀리서 광백으로 들어가는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그녀는 가벼운 돌맹이 한개를 집어들었다.
'조금 아프겠지만...'
그리고는 재빨리 경비병에게 돌을 던진 뒤 최대한 입구에 가까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민감한 시기라서 그런지 경비병은 돌에 맞고 주변을 살피기만 할 뿐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세빈은 혀를 찼다.
몸을 이용한 격투는 현재의 그녀에게 주특기는 아닌데다가 기억도 가물가물했지만, 그래도 방법은 그것뿐이었던 모양이다.
"어허, 못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아 이 꼬마녀석!"
그녀가 다시 시야에 나타나자 경비병이 더 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마 겁을 주려는 속셈이었겠지만 세빈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진격했다.
결국 세빈이 경비병 바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경비병은 소리치는 걸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경비병 앞에 도착하자마자 힘껏 그의 가랑이 사이를 걷어찼다.
"끄악!"
"헉, 이 이 녀석이!!"
바로 조금 떨어져 있던 경비병이 달려왔지만 그가 가까이 왔을 때 이미 세빈은 숨겨두었던 단검을 쓰러진 경비병의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
"당장 총수님께 연락해. 그리고 한세빈이 돌아왔다고 전해!!"
자신의 동료가 붙잡힌 걸 보고 그는 당황했지만, 혹시 모르는 또다른 적의 습격이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에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빈은 강경했다, 이것이 그녀가 안으로 들어갈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어서!!"
"큭... 대명아 일단... 일단 안쪽에다 연락해라!"
결국 세빈에게 인질로 잡힌 경비병이 나머지 경비병에게 명령하고 나서야, 그는 무전기를 통해 안쪽에다가 밖의 상황을 알렸다.
몇 마디인가 무전기를 통해 대화를 나눈 경비병은 통화가 끝나고 나서 다시 세빈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지 마!! 안쪽에서 사람이 나오기 전까진 움직일 생각 마라!!"
그를 확실히 자리에 매어 두고 그녀는 침착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습격자로 판단해서 병사들이 달려와 그녀를 안으로 잡아가던,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알아채던,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장 티엔을 맞은편 의자에 앉힌 흑귀는 자연스럽게 차를 타 왔다. 앞에 놓여진 찻잔을 보며 장 티엔은 혹시나 모를 독을 의심했지만, 흑귀는 걱정하지 말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 마라, 행여나 내가 널 독살하려 했거든 진즉에 흑향과 함께 죽였을 테니."
상당히 공격적인 발언이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그는 조심스레 찻물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겁니까 사령관님?"
여전히 흑향은 5장로에게 붙잡힌 채 바닥에 뉘여 기절해 있었고, 그는 인질로 잡힌 흑향이 신경쓰여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일단 최선이라고 생각한 그는, 흑귀에게 어서 이야기할 것을 권했다.
"혹시, 도경현이란 사람을 아는가?"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는 몇십년 전 흑영 내의 세력 싸움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도경현이라면... 대대로 흑영의 사령관 가문인 도씨 집안의 마지막 생존자 아니닙니까?"
그 사람은 장 티엔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본디 흑영 사람들이라면 흑귀가 흑영을 장악하기 전까지 대대로 흑영을 이끌어 온 도씨 가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잘 알고 있군. 그렇다면 그 도경현이 언제 어떻게 사망했는지도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흑귀의 집권 전 사령관이었던 도재혁을 마지막으로 도씨 가문은 몰락했다. 그 이유는 도재혁의 좋지 못한 다스림에도 있었지만, 그의 사후 흑영 사람들을 설득해 사령관 자리에 오른 흑귀 역시 한 몫을 하고 있었다.
흑귀는 집권하기 전 미리 레임덕이던 도재혁 몰래 모든 장로들과 무력집단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고, 결국 도재혁이 노사(老死)한 뒤 엄청난 속도의 쿠데타로 흑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도재혁의 일가 친척은 모두 죽임을 당했으며, 유일하게 살아서 도망친 그의 아들 도경현의 생사는 흑영 내에 알려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흑영 사람들은 도경현이 죽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잘 모르겠군요."
그 말에 흑귀는 괴상하게 웃었다.
"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 작전에 참가했던 인원들은 흑귀, 아니 나의 명령 하에 모두 입막음을 당했으니까."
잠시 차를 마시며 뜸을 들이던 흑귀는, 쓰러져 있던 흑향을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도경현은 심연에서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말이지. 하지만 가족과 함께 도망쳤기 때문에 암살자들이 습격할 때 위기를 맞게 됐어."
장 티엔은 자신이 모르던 이야기가 흑귀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집중은 이윽고 나온 한 사람의 이름으로 인해 부서졌고, 그와 동시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의 부인과 자식을 도망치게 한 뒤, 자신들을 쫓아온 암살자를 모두 처치하지만 마지막에 3:1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지. 세명중의 한 사람이었던, '장 쥔차이'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
장 쥔차이. 장 티엔이 불러본지 너무나도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름. 바로 흑귀 집권 당시 제일 빠르게 행동했던 암살자 대장이자 장 티엔의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뭐 하지만 그 장 쥔차이도, 8년 뒤 백영의 기습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그당시 흑영의 암살자 집단은 궤멸되었다. 간신히 단 한 사람만이 목숨을 건진 채 흑영으로 귀환했어."
장 티엔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풋내기 싸움꾼에서 최고의 암살자로 길러준 스승님이 바로 그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을. 어린 자신이 갈길을 찾지 못하고 흑영 내에서 겉돌 때, 자신을 거둬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바로 그녀가 주향, 흑향의 엄마이자 그당시 암살단의 부대장이었지. 하지만 생존하여 흑영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흑귀는 그녀에게 암살단이 궤멸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그로 인해 파문당한 그녀는 더이상 중요 직책에 오를 수 없게 되었다."
그랬다, 그녀는 흑귀로부터 버림받은 뒤 장 티엔을 만났고 3년간 그를 엄청나게 단련시켜왔다. 3년간의 주향을 통한 지옥같은 훈련을 통해 괴물로 성장한 장 티엔은 흑영 부대의 일원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며 흑귀의 눈에 들게 된다.
그가 스승인 주향에게 수료를 받고 난 다음날, 그는 주향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어린 딸인 흑향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엄청나게 강한 예언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파문당했던 주향의 딸이자, 강한 예언력을 가진 어머니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을 쓸수 없어 완전히 외톨이로 성장한 그녀. 며칠동안 돌아오지 않는 주향을 기다리던 장 티엔은 9살 차이의 어린 동생이 걱정되 자신의 집에 데리고 갔고, 그 뒤로 둘은 함께 수련하며 마치 남매처럼 지내게 되었다.
"웃기는 일이 아닌가. 주향이 가진 예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장로들이 알았다면 절대 그 파문에 동의하지 않았을 걸세. 멍청하게도 그들은 그 선택으로 인해 흑영이 가뿐하게 승리할 수 있는 전쟁을 여태까지 끌고 온 거나 다름없지."
하지만 그런 과거들을 어찌하여 밝힌단 말인가? 게다가 흑귀는 자신과 장로들에 의해 벌어진 일을 마치 다른 사람이 한 것마냥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차, 그 말을 깜빡했군. 주향이 백영의 습격으로 인해 암살단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사람 하나를 죽였다네."
전혀 연관성 없는 이야기의 연속에 장 티엔은 갈수록 혼란만 가증되고 있었다.
"바로 살아남았던 도경현의 아내를 죽인 거지. 도망치다가 잡힐 뻔한 위기에 처하자 민간인을 살해해 시간을 벌었던 걸세,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 작품 후기 ============================
장맛비가 잠시 멈추니까 바로 더워지네요.
선추코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리리플
신의탑hello님 // 네 미래로 장 티엔과 함께 넘어왔던 암살자가 흑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