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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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수업을 모두 마친 유진은 귀가 시간이 되서야 정신을 차렸다. 겨우겨우 곰밤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하려는데 교문 밖을 나오니 익숙한 사람이 그들을 반겼다.
동시에 도착한 문자는 여전히 몽롱한 유진의 정신을 깨우기엔 충분했던 모양이다.
[발신자 지훈. 시간 2032년 4월 29일 12시 22분. 내용. 유진아... 나 아무래도 수림고 애들에게 포위당한거 같거든? 어떻하면 좋을ㄲ]
"어이, 오랜만?"
게다가 동시에 앞에 나타난 저번의 그... 이름은 기억안나는 양아치 놈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훤히 알게 해주었다.
"뭐야 이새꺄. 너냐 지훈이 납치한게?"
문자의 내용때문인지 유진이는 굉장히 열받은 상태인 듯 했다. 그러나 이놈의 양아치는 한달 전이나 지금이나 역시 눈치없기는 세계 제일이다.
"워워 진정해. 여기서 니가 날 패봤자 득될 건 하나도 없으니까 말야?"
양아치는 갑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기둥에 묶인 채로 벽에 기대 쓰러져 있는 지훈이 사진을 떡하니 유진이에게 들이댔다. 아직 지훈이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유진은 순간 뇌의 회로가 끊어질 뻔 했다.
"너이새끼!!! 지훈이한테 뭔짓 한거야!!"
"하하, 이봐 내가 뭐 무조건 때려눕히는 거만 선호하는 건 아니라고? 단지 수면제 먹이고 재워뒀을 뿐이야."
열이 잔뜩 받은 유진이 당장에라도 양아치를 날리려고 하는 걸 한율과 찬웅이 겨우겨우 막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순순히 따라와줄 생각이 드냐?"
"... 안내 해 새꺄."
"누님, 혼자 가면 위험함다!!"
그러나 양아치는 유진 외에 또다른 사람이 자신과 동행하려 하는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율과 찬웅이 어떻게든 따라가겠다고 억지를 부렸으나, 그들은 결국 유진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
"됐어. 알아서 해결하고 올 테니까 너네 얌전히 귀가해 알았어?"
"누님!!"
하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유진을 보냈다가는 뭔가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질 거라는거. 유진이 메카수트를 차고 있던 안 차고 있던, 인질이 있는 이상은 힘을 못 쓸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유진을 양아치 편에 보내고 나서 두 사람은 초조한 마음에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 곰탱 너 지금 나랑 같은 생각하냐?"
"그래 씨발. 저 개새끼 조지려면 그분들밖엔 없을것 같다고."
예상컨대 그들은 아마도 혼다와 니시노를 찾아 가는 중이 아니었을까 한다. 저번에 도움받았던 것도 있고, 그들이라면 잡혀간 유진을 쉽게 되찾아 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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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당탕]
"야야, 살살 해라 살살 해. 고이 잡혀 오셨는데 초장부터 그러면 쓰냐."
흔히들 양아치들은 한번 깨지면 자기가 모시는 형님을 하나씩 데리고 오던데, 이놈의 양아치도 양반은 못 됐던 모양이다. 어디서 힘 꽤나 쓰는 건달들을 불러와서는 지훈이를 인질로 잡은 채 유진이를 묶어두고 신나게 주먹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퍽!]
"크하, 이 썅년아. 어디 또 뎀벼봐! 니 친구 죽는 꼴 보고싶으면 말이지..."
계속해서 맞고만 있는 유진도 화가 안 나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인질로 잡힌 지훈이는 잘못 건드렸다간 바로 아물었던 상처에 위험이 갈 수도 있는 불안정한 몸 상태였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메카수트도 두 사람다 차고 있었고, 연계기동도 언제든지 가능하긴 했으나, 학생주임 선생님과 한 약속으로 인해 그녀는 섣불리 메카수트를 기동하는 일은 피할 생각이었다. 현행법상 괜히 메카수트 일반인한테 휘둘렀다가 영원히 못 쓰는 경우도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오 짜증나. 이새끼를 어떻게 족치지.'
속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유진은 계속해서 생각해야만 했다.
지훈이가 다치지 않으면서도 둘 다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야 윤대준. 너 언제까지 그렇게 패고만 있을거냐?"
"분 풀릴때까지죠 형님들. 이년 때문에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아세요? 아주 그냥 지 빽 믿고서 깝치는게 얼마나 꼴보기 싫던지... 영기고 멍청한 새끼들이 이년을 좋다고 따르는것도 겁나 마음에 안들어요."
와 싫어하는 이유도 많아. 도대체 어느 열등감때문에 자신에게 저렇게 분을 삭이고 있던 건지 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따지고보면 그녀가 처음 영기고를 제패할 때도 알 수 있지만, 영기고 문제아들이 심성은 착하긴 했던 모양이다. 그들은 싸움으로 못 이기자 바로 유진을 형님으로 모시고 그녀를 따랐으며, 지금 이 양아치처럼 쓸데없이 인질극이나 벌이는 더러운 짓은 절대 한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한율이랑 찬웅이 녀석은 집에 잘 갔나 모르겠네. 쓸데없이 나 구출한다고 또 애들 데리고 몰려오는 거 아녀?'
하여간 오지랖은 넓어서. 자기 몸 챙기기도 바쁜 때에 쓸데없이 다른 걱정은 많이 하고있는 유진이었다.
"야야, 얼굴은 좀 치지 마라 얼굴도 반반한데 상처 생기잖아."
게다가 이상하게도 같이 온 형님이란 놈들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지 아까부터 자꾸 유진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전 이 얼굴도 얼마나 짜증난다구요. 이쁘게 생긴 주제에 깔이나 하면 되지 어디서 대장질이야 대장질은."
슬슬 고개 숙이고 맞기만 하는것도 지친 유진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몸에 들어오는 이 윤대준이란 놈의 주먹은 간지럽기 그지없었다.
유진이는 저번에 장 티엔에게 붙잡혀 물고문 당할 때를 생각하니 코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에 비하면 진짜 지금의 아픔은 새발의 피였다.
[1개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고개를 들고 양아치 놈에게 눈빛으로 겁이나 줘 볼까 헀는데 뜬금없이 그녀의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왔다. 이미 유진이와 지훈이의 폰은 건달들이 압수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문자를 먼저 확인한 건 건달이었다.
보안이 안 걸려 있냐고? 그 보안을 유진이가 문자 소리 들리자마자 바로 풀어버렸다.
"읽어."
그녀의 말과 동시에 스마트폰이 문자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발신자 발신자 곰탱. 시간 2032년 4월 29일 13시 55분. 내용. 누님! 지금 갑니다! 그 흰옷 형님들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집에 아무도 안 계시네요,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라도 갈게요!!]
"뭐야 이놈은?"
건달 아저씨가 다짜고자 메시지를 읽어버린 유진이에게 물었다. 유진은 안그래도 심심하던 찰나에 말할 기회를 줘서인지 웃으며 대답했다.
"걔들 제 똘마니인데요."
"똘마니?"
똘마니라는 말에 대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 제가 뭐가 그리 좋은지 절 따르는 애들인데 엄청 격해요."
"웃기는 새끼들이군. 여자를 따르는 놈들은 하여간 하나같이 못난 새끼들이라니까."
그들 앞에 붙잡혀 있는 조그만 여자아이를 따른다는 말에 건달 두명은 비아냥거렸다. 그러더니 한 명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대준을 밀어버리고 유진의 턱에 손을 갖다댔다.
거친 손이 그녀의 턱에 닿자 유진은 웃던 표정에서 바로 인상을 썼다.
"야, 너 걔들한테 대주기라도 했냐? 존나 신기하네. 이 여자애가 뭐가 좋다고 누님누님 거리는지 난 이해가 안되네."
"모르지 그거야. 진짜 대준거 아냐?"
어짜피 찬웅과 한율이 자신이 어디 잡혀있는 지 알고 구하러 올 가능성은 적었기 때문에, 유진은 어떻게든 그들이 지훈에게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행동해야 했다. 3명이나 되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였다간 지훈이가 다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그녀가 신중, 또 신중을 기하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지훈이 앞에 있던 녀석마저 유진이의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기회라 생각했는지 몰래 팔부분 메카수트를 기동하려고 손을 조금씩 움직였다.
"얘야. 애들한테도 대줬는데 우리한테도 함 주지 그래?"
"좋은 생각이네. 야 대준, 카메라 켜라. 동영상 촬영 한번 하게."
대준이 폰을 키려고 잠시 정신을 팔고, 건달 두 명은 유진에게 원하는 게 있는 듯 손이 점점 그녀의 몸에 가까워졌다.
'지금이다.'
하지만 절호의 찬스, 파워 스위치를 누르려던 그녀는 굉음과 함께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두 사람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와장창!!]
"누님! 저희 왔슴다!!!"
"이 썅놈새끼들!! 당장 우리 누님 풀어주지 못해!!"
누군고 했더니 찬웅과 한율이었다. 절대로 자신이 있는 위치를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떡하니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유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헐. 너 이 새끼들 누님한테 뭔진 하려고 한거냐? 미친거 아냐?"
게다가 마치 옷을 벗기는 듯한 자세로 유진의 앞에 쭈그려 있는 두 사람과, 아까 대준에게 맞으면서 풀린 교복 상의 단추로 인해 절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인지 둘은 굉장한 분노를 내뿜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여길 찾아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 때문에 타이밍이 깨졌고, 지훈이가 다시 위협받을거란 생각에 재빨리 버튼을 누르려 했다.
"잠깐, 움직이면 알지?"
유진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당장에라도 튀어나가려던 그녀의 눈에 비친 광택이 나는 물체는 지훈을 겨누고 있는게 분명했다.
"헉, 초.. 총?"
"뭐야 이새끼 정체가 뭐야?!"
총이라니, 지훈이가 총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총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유진은 꼭지돌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대준과의 애매한 거리로 인해 그녀가 밧줄을 풀고 달려듬과 동시에 총탄이 지훈이에게 또 날아가 상처를 입힐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야야... 대준아, 니가 아무리 잘나가는 도련님이어도 그렇지, 그건 좀..."
"시끄러워요 형님들. 빨리 하려던 거나 마저 하세요, 저기 저 새끼들도 마저 묶어버리시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권총으로 인해 난입한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여태까지 학교에서 일어났던 다툼이나 교외 싸움질에서도 저런 고급 흉기가 등장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이 하는 수 없이 들고온 야구방망이와 철봉을 내려놓는 순간, 유진은 또한번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참... 고놈 위험하게 노는구나."
"?!"
분명 여기는 3층, 게다가 입구는 한율과 찬웅이 막고 있는데, 어디선가 귀신처럼 나타난 여성 한 명이 대준의 권총을 붙잡아 하늘을 향해 꺾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뭐해? 거기 오빠들 당장 움직이지 않고?"
트렌치 코트와 선글라스의 꽤나 올드한 패션을 한 그녀는 굉장히 놀란 표정의 대준을 가볍게 무시한 채 찬웅과 한율에게 움직일 것을 명령했다.
'누...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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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코 해주시는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 ^-^/시간이 남아서 지름작 하나도 같이 연재중이니 관심있으시면 한번 보시는것도 좋을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