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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48화 (147/188)

148화

*

"허억... 허억..."

누군가의 꿈 속에서, 부모와 아이는 정신없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그들 뒤로 검은 두건을 쓴 자들이 따라오고 있었고, 그 선두에 선 자의 두건은 반쯤 찢어져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이쪽, 이쪽이야!"

도망치던 사람들은 재빨리 숨을 만한 공간을 발견하고, 서둘러 몸을 숨겼다. 다행히도 뒤에서 접근하던 자들은 숨은 곳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렸다.

한참을 뛰어 왔는지 쉽게 숨을 고르지 못하던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빌어먹을... 이런식으로 배신을 당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어떨해 여보? 저들 분명 당신의 사람 아니었어...? 왜 갑자기 우리한테... 이렇게..."

아이를 안고 있던 여자는 겁에 질린 아이를 진정시키면서도 지금 벌어진 사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역시 그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도... 나도 모르겠어. 흑귀 그자가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이런 식으로 우리 가문에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겁먹은 아이는 자꾸만 여자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고, 언제까지 이 곳에 숨어있다간 들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세 사람은 다시 움직여야만 했다.

"무엇보다 내가 모르게 어느새 흑영 사람들 모두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는게... 나로써 믿기지가 않아. 우리 아버지를 지지하던 사람들까지 모두들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저렇게 태도를 싹 바꿔버리다니..."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본 뒤 추격자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세 사람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내에 인적이 드문 산길을 벗어나야만 했다.

재빨리 산길을 달려내려온 그들은, 이내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정도 희망이 생기기 시작한 때였다.

"일단은, 헉... 서둘러서... 헉..."

혹시모를 추격자가 있을지 몰라 그들은 다시한번 몸을 숨겼다. 주변의 인기척은 없었기에 차분히 숨을 고르면서 남자가 다시 이야기했다.

"서둘러 민가쪽으로 가야해. 그러면 시선이 많아지기때문에 녀석들 행동반경도 좁아질테니까."

"알았어 여보."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은, 이내 도시의 가장자리로 들어설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의 도시 외곽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지만 세 사람은 도시 안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굉장히 안도하고 있었다.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뒤를 살피던 남자는 이윽고 추격자들이 어느새 쫓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따라왔다. 달려 여보!!"

"크읏, 벌써?!"

하지만 너무나 오랜 시간을 아이를 업고 달려왔던 탓인지, 여자는 지친 모습이었다. 지친 채로 계속해서 쉬지 못하고 달리던 그녀는 결국 사람들이 보이는 곳을 얼마 남기지 않은 거리에서 그만 발목에 힘이 풀려 넘어지고야 말았다.

"여보!! ... 젠장!!"

남자는 여자가 넘어지자 서둘러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꺼내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넘어진 그녀를 향해 멀리서 화살이 날아들었고, 날쌘 몸놀림으로 남자는 화살을 쳐내고 여자를 일으켜주었다.

"여보, 내쪽 보지 말고 쭉 달려, 이 녀석들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막을테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러면 어떻해!!"

"그냥 내 말 들어. 지금 이렇게 숫적 열세인 이상 절대로 같이 도망치긴 어려워. 일단 먼저 도망가, 나중에 만나면 되니까...!"

여자는 한사코 먼저 가기를 거부했지만, 남자는 어쩔 수 없다며 그녀를 보내려고 애썼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또 화살이 하나 날아왔다.

[깡!]

"어서!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 다시 만나면 되니까 걱정 마!!"

"여보..."

결국 남자의 성화에 못이겨 여자는 아이를 안은 채 가던 방향으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홀로 남게 된 남자는 앞에서 달려오는 추격자들의 위치를 대강 파악하고 있었고 그들이 몇명인지조차도 알고 있었다.

"일단 앞쪽에 둘...!"

[슈악-! 퍼퍽!]

"끄악!!"

단검을 입에 문 채로 허리춤에서 빠르게 던진 단도들이 날아가 어둠 속에 박혔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보이지 않지만 정확히 날아든 단검들이 추격자 둘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지붕 위에 하나...!"

[슈악-!]

"끄억!"

지붕 위에서 누군가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남자를 덮쳐왔다. 순식간에 날아든 습격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재빨리 두번의 검을 막아내고 가슴에다 정확히 단검을 찔러넣었다.

그의 오른팔이 피로 물들었고, 그가 미처 준비하기도전에 두 사람이 동시에 그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두사람! 이 자식들까지만 막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을텐데...!'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은 그대로 남자를 지나쳤고 다른 한 사람은 그대로 남자를 향해 공격해왔다.

'놓치면 큰일이다...!'

놓치는 순간 자신의 아내가 위험해진다는 생각에 남자는 재빨리 돌격해오는 사람을 그대로 흘려버리고 마지막 남은 단도 하나를 집어들어 자신을 지나쳐간 추격자에게 던졌다.

다행히도 그의 필사적인 마지막 단도는 그대로 달려가던 추격자의 머리에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타격을 확인한 남자는 그대로 단검을 들어 자신을 지나친 또다른 추격자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 외에 한 사람이 더 그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푸욱]

"크으억!!"

그가 단검을 쥔 손으로 순식간에 화살 하나가 날아들었고, 그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을 땐 그의 가슴 바로 앞에 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젠장..."

1979년 6월 10일, 대대로 이어져 온 흑영의 사령탑 가문인 도씨 가문의 직계 후손인 도경현이 사망한 날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장면은 전환되어, 눈을 뜬 사람의 앞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흑귀의 처소였다. 오랜만의 과거 꿈 때문이었는지 흑귀는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 이 꿈을 다시 꾸다니... 하하... 참."

냉장고에서 물을 찾은 그는 쉴새없이 물을 들이켰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결되지 않는지, 그는 답답함에 입고있던 윗저고리를 벗어던져버렸다.

어둠 속에서 가슴에 감은 그의 붕대가 아주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다.

"크...크큭... 어서, 어서 빨리... 모두 없애버리고 말겠다... 크큿흐흐하하하!!!"

*  * *

2032년 4월 29일.

"유진아."

어젯밤 지훈이와 새로운 프로토콜 연구를 하느라 밤을 샌 탓인지 유진이는 오늘 하루종일 잠만 자는 중이었다. 오전 4시간 연속 수업, 그것도 자신의 담임 선생님의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굉장한 기세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한.유.진?"

그녀를 향한 한자 한자 힘을 준 무서운 기운이 교탁으로부터 뿜어져 나왔지만, 그녀는 깊은 숙면으로 인해 깰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모두들 교탁 앞의 선생님이 유진이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으며, 마침내 선생님이 유진이 앞에 도착하자 다들 우려의 눈으로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톡톡]

"한유진."

선생님이 그녀의 머리를 톡톡 치고 나서야 유진이는 입으로부터 늘어진 침을 주르륵 흘리면서 고개를 번쩍 일으켰다. 그녀는 눈 앞에 나타난 트레이닝복을 보고는 순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나, 이내 엄청나게 밀려오는 머리쪽의 고통으로 인해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안 일어나냐 이 놈의 자식아아아앗-!"

"끄으으으아아아아악!!!"

학생들이 선생님의 이 엄청난 헤드락에 붙인 기술명은, 러브 헤드락 lv3.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기술명이라고 생각되는 이건, 어떤 한 사람만을 위한 오리지널 기술이 분명했다.

"이놈자식이 봐줬더니 어? 세시간을 내리 자?! 당장 안 일어나?!!"

"죄... 죄송해요 선생님. 제 머리.. 머리 박살나요..."

유진이는 간신히 신음소리만 내면서 바닥에 고꾸라졌고, 아이들은 우려했던 사태에 초토화된 유진의 상태를 보며 다들 '히익!'하고 공포에 질렸다.

러브 헤드락의 주인은 올해로 향년 39세, 영운 기계특성화 고등학교의 메카수트 운용 A반 담임 선생님인 양은주 선생 되시겠다.

"으으으으..."

"이뇬아, 한유진. 내가 너 여자라고 봐줄거 같어?!"

"아.. 아뇨 봐달라고 한 적 없는데."

은주는 성격 괄괄한 건 여전했다. 결혼도 했지만 하필이면 그 상대가 잡혀사는 남편이라서 그런지 그녀의 기는 하나도 죽질 않았다.

"조심해라 한유진... 너 당장에 느그 엄마한테 가서 메카수트 압수해버리라고 말해버릴 수 있으니까잉?"

"네... 넵..."

게다가 유진의 엄마인 윤하와 아직도 사이가 좋아서 그런지 유진이가 학교에서 잘못한 게 있기만 하면 바로바로 윤하의 귀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유진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일부러 은주의 수업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하는 편.

하지만 한달 안에 어떻게든 완성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새로운 프로토콜 때문에 잃어버린 그녀의 수면 시간은 그녀가 수업 시간에 정신을 차리고 버티지 못하게 했다.

"누님, 괜찮슴까?"

그녀가 정신 못차리고 앉아서 계속해서 졸고 있자 뒤쪽에 앉아있던 찬웅이 걱정됬는지 그의 어깨를 톡톡 쳤다.

"어... 어 괜찮아. 어어...어어어..."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난 찬웅은 옆에서 자신을 보던 한율에게 '누님이 이상하다'라는 듯 제스쳐를 취했다. 찬웅 역시 완전히 정신줄을 놓은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자 신기한 듯 했다.

"야 곰, 니가 누님좀 케어해드려, 저러다가 또 고통받으시겠다."

"어, 그래. 어떻게든 깨워드려야겠네 이거."

그렇게 계속해서 은주의 시야에 들어올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유진의 졸음 줄타기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 작품 후기 ============================

리리플 -

은하수보며 //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

추천 선작 코멘트는 작가에게 힘이됩니다 ㅇㅅ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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