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38화 (137/188)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의 힘의 원천입니다 'ㅅ'/ 138화

"예 총수님."

그러나 굉장히 닮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총수는 곧 그가 다른 사람임을 알아봤다.

"귀술이인줄 알았더니 귀술이는 아니고.. 대체 누구시오?"

"하하, 굉장히 똑같이 생겼지요? 뭐 그건 귀술이 녀석 돌아오면 아시게 될 겁니다."

귀술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사람이 말하기가 무섭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그가 방으로 들이닥쳤다.

"헉헉.. 죄송합니다 부영수님. 오다가 일이 생겨서 그만 좀... 엉?"

"이야 동생아! 오랜만이구나!"

"어?! 형!"

사내는 귀술이 돌아오자마자 반가움의 포옹을 해댔다. 꽤나 오랜 기간 서로 못 본 탓인지 굉장히 격한 포옹과 악수가 오고갔다.

"총수님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귀술이의 쌍둥이 형 귀능(鬼能)이라 합니다."

제대로 된 소개 후에 귀능이 총수와 그리고 유나와 악수를 나누고 나서 네 사람은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서신에도 딱히 용무에 대한 언질은 없었던 것 같네만."

"아, 용무 말이죠.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얼마전 탁암, 아니 이미 알고 계시겠군요, 청명이 이백으로 침투해 온 사실을 알고 계실겁니다."

"그렇지. 나와 이노우에가 배신자 녀석을 잡아다가 인고의 방에 가둬뒀다네."

귀능은 심각한 눈빛을 하며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모양이었다.

"사실 제가 지금, 흑영에 잠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사실은 지금 여기 계신 세 분만이 알게 된 사실이죠. 전 현재 휘하에 사령이라는 부하를 둔, 흑영의 제2장로로써 흑영의 일들을 정탐중입니다."

"허허.. 그랬군."

서 총수는 자신도 몰랐던 스파이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문득 몇달 전에 세빈이 사라지기 전에 해 줬던 말이 이제서야 뒤늦게 떠올랐다. 분명 그녀가 3월 중에 우리를 도울 귀인이 온다고 말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찾아온 귀능이었던 모양이다.

"아내가 찾아온다고 했던 사람이 자네였구만."

"영수님이 그리 말씀하셨나요? 하하하."

웃는 모습마저 귀술과 쏙 빼닮은 그는 품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바로 조금 전 유나가 없앴던 악념이 담긴 병이었다.

"사실 더 빼돌리고 싶었지만, 들킬까 염려하여 겨우 한 병밖에 가지고 나오지 못했습니다. 저번에 청명을 이백으로 보내 처리한것으로 보아 분명 흑귀도 흑영 내에 존재하는 백영의 스파이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는 알아냈을 게 분명합니다. 백영의 배신자인 청명에게 말도 안되는 작전을 시켜 흑영 내 존재하는 스파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끔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확인될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처리하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군. 그런데 이런 위험한 상황에 우리 쪽으로 넘어와도 문제 없는것인가?"

"예 저야 뭐, 형식상의 장로니까요. 제 일은 거의 제 부하인 사령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사령이 워낙 흑귀의 신임을 받는 부하이기 때문에 저는 거의 방치되어 있는 상태였죠. 그래서 흑귀 내 이곳저곳을 몰래 돌아다니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다녔습니다."

그는 악념이 담긴 병 외에도 여러가지를 꺼냈는데, 그 중 하나는 무엇인가의 필사본이었다.

"흑귀 내부에서는 해킹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절대로 전자문서를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자필서신으로 모든 통신,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않습니까?"

"세상에, 이 많은 걸 언제 다 옮겨적은 것인가. 들키지 않고 적어낸게 대단하구만."

귀능은 그 말을 듣고 손사래를 쳤다. 이것쯤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가 가져온 필사본에는 흑영 요주인물들의 이름이라던지 거처등의 1급 비밀 정보들이 가득했다.

"훌륭하구만, 이 정보라면 얼마든지 녀석들이 저주를 준비하는데 오래 걸리도록 시간을 끌 수가 있겠군."

"아마, 원천 차단은 힘들 겁니다. 장로들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흑귀의 직속 비밀 부대 역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이들의 정보는 현재 많이 찾아봤으나 아직 단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귀한 정보들을 상자에 담아 귀술에게 건네준 서 총수는 서둘러 이노우에에게 전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받는 즉시 3개 이상의 사본을 만들어 낼 것을 명령하는 서신 역시 동봉했다.

귀능은 더 좋은 정보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으나, 서 총수는 지금 받은 것만 해도 굉장한 것들이라면서 대단하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굳이 더 깊이 알아내려고 무리는 하지 말게. 기회가 된다면 잡는 것도 좋지만, 현재로써는 자네 한 명의 목숨값이 더 소중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첩보 활동도 좋지만 적진에 숨어든이상.. 항상 몸 조심하게나."

"물론입니다 총수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 달 쯔음에 가능하다면 한 번 더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절대 무리는 하지 말게."

다시 위장용 분장을 뒤집어 쓴 채 그는 귀술과 함께 방을 나섰다. 오늘 나눈 대화와 얻어낸 정보로 서 총수는 굉장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다행이네요 아버님. 이런 생각지 못한 지원군을 얻게 될 줄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귀술이 녀석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을 보니, 대단하더군. 적을 속이려거든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아니더냐."

창 밖으로 떠나가는 그를 바라보며 서 총수는 서둘러 이노우에에게 무전을 쳤다. 어떤 무고한 희생도 치르지 않기 위해서 남은 100일여 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여아만 했다.

*  * *

얼마 뒤 학교로 돌아간 유진과 세빈은 다시한번 학생주임 선생님과 면담중이었다. 이제 모든 위험한 일은 끝났으니 더 이상 교외 기동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 그리고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뭐 감사할 것 까지야. 네 부모님께서 진즉에 관계자들 물러모아서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했으니까 특별히 허락한거야. 게다가 네가 우리 학교 문제아들 관리해준데 대한 고맙다는 표시이기도 하고."

그래도 워낙 거칠게 살아왔지만 규율은 잘 지키고 살았기 때문인지 자신의 신뢰도가 꾀나 높음을 다시 실감하며, 유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참 지훈이는 언제쯤 온대니? 너희 담임 선생님께서 애타게 찾으시더라. 지금 지훈이 없어서 너네반 정비담당 아이들이 수업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

"...아 그렇군요. 아마 한달정도 더 입원해 있을 것 같대요."

지훈이의 존재감이 저렇게 컷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유진이었으나, 사실 그가 우리학교 정비 관리 부분에있어선 거의 탑5에 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아마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지훈이에게 늘 정비를 맡겼기 때문에 유진이가 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지훈이가 입원해 있는걸 설마 학교에다 총상때문이라고 말하진 않았을 거고.. 뭐라고 거짓말을 해 두셨을까나..'

갑자기 뜬금없는 궁금증이 생긴 그녀는 이내 그것이 물어볼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교 종례 후의 상담이었기 때문에 끝나기가 무섭게 유진은 귀갓길에 올랐다. 그런데 돌아가려던 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들이 숨어있었다.

"어.. 엉? 니들 거기서 뭐해?"

세빈의 손을 잡고 룰루랄라 교문을 나서던 유진은 얼굴이 잔뜩 피멍으로 부어오른 지금은 조금 알아보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는 곰밤탱이와 마주쳤다. 분명 유진이는 학교 끝나고 거의 바로 귀가중인데 저 녀석들은 언제 수업을 빼먹고 도망쳤길래 지금 저기에 저 모양으로 잡혀 있는것일까.

"푸핫! 진짜 얼굴이 곰탱이 밤탱이가 됐잖아! 무슨 일 있어?"

"그.. 그게 누님..."

그런데 힘겹게 유진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두 녀석은 갑자기 뒤로 질질 끌려갔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이상한 양아치같은 놈이 하나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호오~라. 그쪽이 한유진? 이 병신 찐따들이 누님이라고 부르는?"

유진은 다른게아닌 그녀석의 괴상한 말투에 당황하고 말았다. 왠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인 듯 하여 어떻게든 피해서 가볼까 했는데 하필 그 양아치놈이 끌고 온 녀석들이 갈 길을 완전 봉쇄한 탓에 귀찮게 되었다.

"야, 곰밤탱, 너네 설마 어디서 시비털다가 이렇게 된거니?"

"아니에요! 절대 아님! 이 새끼들이 먼저 시비를 걸길래 그냥 무시했는데, 계속 지랄하면서 폭력행사를 했다니까요!!"

찬웅과 한율은 유진이 혹시나 영운 5조를 깬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자,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래 뭐 거짓말 할 녀석들은 아니니까 아니라고 쳐, 그럼 지금 나쁜놈은 이 양아치?

"하, 그 영운 5존가 뭐시긴가 하는 조항이 뭐라고 아주 그냥 영운고 일진들이 단체로 순딩이가 되셨더라고 그래? 첨엔 뭔 개소린가 했는데 그 미친 개라고 불리는 광운 적운의 두 대장인 박찬웅과 강한율을 저렇게 바보로 만든걸 보면 말야? 대단하데?"

"그래서 쓸데없이 애들 패서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뭔데?"

서두가 쓸데없이 길다는 생각에 유진은 툭툭 쏘아붙였다. 안그래도 즐거운 귀가시간을 방해받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매우 나빠진 상태였는데, 양아치 녀석의 괴상한 말투가 더욱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도대체 어느 학교 자식이야?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보려고 옆동네 수림고에서 이렇게 찾아왔단 말씀. 바로 수림고의 1인자, 나 윤-"

"아하.. 익히 들었지, 그 머리에 똥만 들어서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병신새끼들만 있다는 바로 거기?"

유진은 문득 1학년 때 굳이 지역제패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영운5조로 인해 함부로 폭력을 쓰지 못하게 된 문제아들이 부탁해서 근처 수림고에 쳐들어갔던 기억이 났다. 근데 이 멍청이는 그 때 없었던 녀석, 즉 이번에 새로 입학한 1학년이란 소리였다. 어린놈의 자식이 반말부터 하는게 기분나빴던 그녀는 세빈이 옆에 있다는 것도 깜빡하고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아뿔싸,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은 유진은 바로 세빈에게 사과했다.

"뭐 병신새끼?! 이년이 돌았나. 말로 씨부리지 말고 한판 붙자고 새꺄!"

그러나 유진이 세빈과 얘기를 하며 자신을 무시하자, 이 윤-뭐시기는 쓸데없이 화를 내면서 유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안그래도 며칠 전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며 위험한 작전을 펼쳤던 그녀는 스트레스도 가득, 독기도 잔뜩 올라있던지라 조금만 건드리면 바로 폭발할 것 같았다.

"저.. 저기 유진아, 싸우더라도 학교 앞에서는 좀..."

"아, 아차 맞다. 야 ,거 윤- 윤 양아치."

"양아치?!"

양아치란 말에 그는 침 튀겨가며 바락바락 화를 냈지만 되려 수림고 아이들이 그를 말렸다. 그들이 보는 눈 많은 데서 싸움을 피하는 이유는 분명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겠지. 유진은 수림고 무리들이 이 윤- 양아치에 의해 억지로 끌려나왔음을 알아채고 불쌍하단 표정을 지었다.

"시끄럽고 저- 사람 없는 공터로 가자."

"하, 무서워서 꽁무니를 빼시겠다?"

"아오 이런 씨부랄 새끼가 진짜 빡치게 하지 말고 오라면 그냥 닥치고 따라 와 이 개- 아오."

신기하게도 유진이 조금 참아볼까 하면 양아치가 신경을 건드렸고, 덕분에 유진은 오랜만에 제대로 빡이 돌아서 세빈이 옆에 있건 뭐하건 자신있는 욕으로 랩을 하기 시작했다. 그 위압감 때문인지 양아치도 살짝 움찔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들이 좀 움직여 보려고 하는 찰나에 또 누군가가 나타났다. 수림고 인파를 뚫고 나타난 사람들은 회색 교복과 너무나 대조되는 흰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코멘트는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ㅅ'/오타 문제지적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