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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35화 (134/188)

135화

*  * *

유진이는 순식간에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든 세빈만 보호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큰일이다 엄마가 저기 있는걸 그녀석들이 봤다간..!'

그녀는 서둘러 윤하에게 달려가려 했으나, 세빈이 가까스로 튀어나가려는 그녀를 막았고, 그 순간 유진의 앞쪽에 뭔가가 날아와 꽂혔다.

"언니 안돼!!"

[핑!]

공원 바닥의 흙이 살짝 튀었고 세빈이 억지로 끌어내는 통에 두 사람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유진은 순간 이게 뭔 상황인가 하고 패닉 상태에 빠졌으나, 이내 곧 그것이 적의 저격이었음을 깨달았다.

"안돼 언니, 그쪽으로 넘어갔다간-!"

간신히 현재 건물들에 가려져 있는데 하필이면 그 건물 너머에 저격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당연히 공원 쪽으로 걸어나갔다간 총격에 당할 게 불보듯 뻔했다.

"어... 어떻하지?"

순간적으로 유진의 머릿속에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지나갔다. 메카수트를 켜고 자신이 달려나간다면 언제든지 저격으로부터 엄마는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우리의 작전이 노출됨과 동시에, 세빈은 홀로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것이야 말로 적들이 원하는 상황 아닌가..!

그녀는 엄청난 속도로 스마트폰으로 윤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공원 중앙에서 왜 애들이 안 오고 넘어져 있나 이상하게 여기던 윤하는, 그 메시지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는 조용히 유진이들 쪽을 보지 않고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유진은 곧바로 혼다에게 전화를 건 뒤 블루투스로 나이트비전에 연결한 유진이는 현재상황을 들으며 이동경로를 계산하고 있었다.

[현재 두 빌딩 수색 끝났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빌딩에 잠복해있는 것 같습니다 영수님. 현재 저희 둘 다 그쪽으로 이동중입니다.]

"우리에게 날아온 총알이랑 건물 각도로 봐선 우리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다."

[그렇군요, 저희가 예상한 지점과 거의 완벽히 일치합니다. 8분 안에 해결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주십시오 영수님.]

"알겠어요, 이 통화 끊지 말고 유지해주세요."

[네, 그럼 무사히 끝나길 바라겠습니다.]

통화를 켜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세빈을 이끌고 움직이던 유진은 곧 나이트비전으로 보이는 수상쩍은 움직임의 사람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왔다. 엄마는 어디까지 갔지..?'

다행히도 윤하는 거의 공원의 끝까지 가 있는 상태였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안전지대였기에 유진이도 거의 마음을 놓으려던 찰나, 갑자기 수상한 사람이 윤하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그쪽은!"

유진이는 당황해서 세빈을 이끌고 헐레벌떡 공원을 끼고 공원 입구 쪽으로 달렸으나 아뿔싸, 이미 늦은 뒤였다.

"어서 와라, 불여우와 그 분신.."

"유... 유진아..."

나무를 돌아 가보니 이미 예의 그 남자 암살자가 윤하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게다가 윤하와 유진의 사이에 위치한 공간도 하필이면 저격수로부터 잘 보이는 뻥 뚫린 공간이었다.

'큰일났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계획에 갑자기 변수가 생겨 위기에 봉착하자 유진은 어디서부터 계획을 수정해야 될지 몰라 아찔했다.

"언니, 일단 혼다 씨에게 상황을 전하세요!"

그때 당황한 유진을 정신차리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세빈이었다. 비록 전투능력은 떨어질 지 몰라도 역시 실전 경험이 많은 세빈이 상황판단과 대처가 빨랐다. 유진은 세빈이 지금 곁에 있는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지시하는대로 조용하게 혼다에게 지금 상황을 전했다.

"혼다. 지금 윤하가 인질로 잡혔다."

[뭐라구요?! 젠장, 아직 안전지역이십니까?]

"아직은 그렇다. 하지만 분명 저쪽에서 우리를 끌어낼 것 같구나."

아니나 다를까, 잠깐의 대치 상황이 지나자 장 티엔은 윤하의 목에 들이댄 칼을 더 위협적으로 들이대며 유진이들에게 소리쳤다.

"어서 이쪽으로 와라, 가족이 다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유진은 침착하게 빠른 말로 혼다와의 교신을 계속했다.

[적의 무장 상태는 어떻습니까.]

"어두워서 간신히 볼 수 있는건, 단도 하나 장검 하나, 그리고 권총이 있을 것 같다."

[그렇군요, 지금 목표 저격수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가능한한 적의 요구에 수긍하는 척 하면서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저격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건 알아서 하마."

사실이었다. 아무리 저격수를 제압한다 한들 유진이 손가락 하나 잘못 까딱했다간 윤하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1:1 상태라면 제압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인질로 가족이 잡혀 있는 상황에선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앞으로 5분입니다. 수신 볼륨은 음소거해두겠습니다, 경계 중인 적이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제 쪽에서 사격 경고만 해드릴테니, 어떻게든 부탁합니다 유진 양. 가자 니시노!]

5분, 혼다가 제시한 상황을 타개할 결정적인 시간이나 다름없는 시간. 하지만 딱히 어떤 행동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

"빨리 움직여라!!"

"아악!"

장 티엔의 칼이 윤하의 목을 살짝 베었는지, 그녀의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조금씩 확장되던 세빈의 예지몽이 강력하게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크윽... 이 느낌...!! 그래, 피흘리고 있던 여자는 다름아닌 윤하였구나...! 하지만... 바닥에 넘어져 있고 상처는 목의 베인 상처 약간 뿐인데 그렇다면...'

*

같은 시각 한 빌딩 옥상. 아직까지 건물에 가려 유진과 세빈이 보이지 않자 흑향은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분명, 예지몽으로 저 두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 까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백영의 두 녀석들이 내게 오기 전에 내가 사격할 기회가 반드시 온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믿고 있었다. 자신이 분명 오늘에 대한 예지몽을 꿨고, 장 티엔도 그 꿈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작전은 절대 실패할 리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내가 잡히더라도, 대장님이 불여우를 잡을 수만 있다면 자결을 해서라도...!'

절대 장 티엔의 발목을 잡기 싫었던 흑향은 다시 한 번 머리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든 두 사람에게 저격탄을 명중시키겠다고.

*

"엄마!! 이 자식, 그 칼 내려놓지 못해?!"

"하하, 그렇게 여유부릴 때가 아닐 텐데?"

한편 대치중인 유진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봉착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앞으로 나갔다간 나나 세빈언니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맞는다!'

절체절명의 위기인 바로 그 때, 장 티엔으로부터 들려오는 한 마디가 순식간에 국면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유진으로써는 승기를 잡는 회심의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이 불여우. 지금 네가 그 꼬마인 척 하고 있는 것 다 알고 있다. 당장 앞으로 나와라!! 그 꼬마와 꼬마의 엄마까지 목숨을 잃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그 순간 유진의 뇌리를 스쳐가는 한 가지의 돌파구가 있었다. 그동안 유진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준비했던 작전의 퍼즐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웃기는 노릇이군, 내가 널 놓아줬던 날 그 몸에 숨긴 도청기는 총 세개였다. 그 중 하나는 네가 백영의 쥐새끼들과 사라질 때 파괴되었지만, 하나는 더 나중에 파괴되었고 그걸 파괴한 건 다름아닌 한세빈 너였다."

[딱, 파직. 부스럭]

병원에서 세빈과 유진이 몰래 이야기하던 그때 났던 조그만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바로 도청기를 파괴하는 소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꼬마에게 이야기하면서 그걸 당황한 듯 부수더군. 마치 미처 몸에 붙어 있는걸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한 태도로 말이야. 그래서 우리의 의심은 증폭되어 갔다."

"..."

"게다가 이후에 억지로 연기하는 듯한 그 행동들... 널 호위하던 두 녀석이 꼬마만 집중적으로 호위한 사실은 반대로 꼬마인 척 하고 있는 사람이 너란 걸 확신하게 했다."

장 티엔은 미소를 지었다. 며칠 전 자신이 확신했던, 유진과 세빈의 작전을 완벽히 간파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에 가득했다.

"게다가 마지막 도청기가 어딨는진 전혀 몰랐던 모양이군. 저 이상한 기계를 쓰는 꼬마를 이용해 어떻게 해보려 한건지는 몰라도, 저 꼬마의 몸에 붙여둔 도청기로부터 끊임없이 기계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네년이 한세빈이라는 확실한 증거지!"

유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말하면서 스마트폰에 뭔가를 친 뒤 뒤쪽의 세빈에게 보여줬다. 자신이 세빈의 계략을 간파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오만함에 가득 찬 나머지 장 티엔은 그녀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투항하면 내 가족들은 살려줄 건가?"

"그건 고려해 보도록 하지. 저 꼬마가 쓸데없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말이지. 일단 그 기계를 끄라고."

유진이 조심스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세빈이 정말 간신히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유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라 나이트비전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조심스레 세빈의 기계를 끄는 척 하며 자신의 팔에 있던 연계기동 버튼을 눌렀다. 점차 세빈의 몸에서 기계음이 잦아들자, 유진은 다시한 번 세빈의 입모양을 주시했다.

[지. 금. 이. 야]

"껐다. 그쪽으로 가겠다."

"그래 어서 이쪽으로 오라고."

아까부터 겁먹은 표정으로 아무 말 못하고 있는 윤하를 보며 유진은 살짝 윙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저격의 사각지대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스마트폰으로부터 음성이 들려왔고 유진은 사각지대를 벗어나자마자 장 티엔을 등지고 섰다.

[영수님, 저격입니다!!]

"무슨-! 아니?!"

"지금이다!!!"

[타-아앙!]

순식간에 유진을 향해 저격탄이 날아들었고, 상체에 탄을 맞은 것인지 유진은 강한 충격을 받고 장 티엔쪽을 향해 데굴데굴 굴렀다.

그와 동시에 윤하를 잡고 있던 장 티엔의 사방에서 세 사람이 날아들었고, 장 티엔은 예상치 못한 습격으로 인해 윤하를 놓아준 채 유진이 굴러오는 방향으로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안돼 유진아!!"

얼마 구르다 말고 유진은 바닥에 널브러졌고, 그 모습을 바라본 세빈은 놀라서 헐레벌떡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유진이인 척 하는것도 잊은 듯 했다.

"이게 무슨-! 흑향!! 어떻게 됬느냐!"

[대장, 전 포위되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디 목숨만이라도 부지하시기 바랍니다.]

"흑향? 흑향!!"

[....]

"젠장, 이게 무슨일이야!! 네년 한세빈이 아니었던거냐?!"

뒤에서 날아든 세 사람중 하나는 순식간에 쓰러지는 윤하를 안전하게 잡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유진이를 향해 달려갔다. 졸지에 저격하던 흑향마저 잃고 수적 열세에 몰리게 된 장 티엔에게, 돌파구는 오로지 저쪽에서 달려오는 한세빈인지 꼬마인지 모를 한 사람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네년이라도-!!"

"꺄악-!!"

============================ 작품 후기 ============================

+14.07.14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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