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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25화 (124/188)

125화

*  * *

다시 2032년의 같은 날, 서울.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지하철 안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이었고, 문 바로 옆에 낑긴 두 사람은 안절부절 못 하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저기 있다. 바로 한칸 건너에 저들이...!’

지훈이는 아직 두 사람의 존재는 알았으나 어디 있는지까지는 모르는 듯 했고, 유진이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상태에서도 가방을 낑낑대며 자신의 가슴쪽으로 돌렸다.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내리자마자 어떻게 뛰어서 어떻게 준비하고 어디로 달릴지 생각하던 유진이는 슬쩍 건너칸을 보다가 두 암살자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젠장 위험해, 진짜 위험해!!’

그리고 나서 지금 미리 연락을 해둬야 혼다씨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예상치못한 변수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미친. 그날 전화번호 안 받아놨었나?!’

재빨리 두 사람과 만났던 날을 생각해보니, 대책회의를 한 뒤에 위험시를 대비하여 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하기로 했으나 피곤하다고 먼저 올라갔었던 모양이다. 분명 그날 그녀는 ‘어짜피 집에 있으니 언제라도 받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겠으나, 바로 그게 지금 이런식으로 좋지 못한 상황을 만들줄은 생각 못했던 것이다.

“아- 미치겠네!”

“유진아, 왜왜?”

“혼다씨 전화번호가 없어!!”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의 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깨졌다.

“나 있어!”

“응?”

그녀에게 보호받고 있는 지훈이가 미리 번호를 저장해 놨는지 스마트폰을 꺼내들어서 보여줬다. 오 나의 구세주, 유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야-. 너! 진짜 최고! 나이스! 오예!”

“엥? 에엥?”

유진이는 재빨리 지훈이의 스마트폰을 뺏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제 집에 도착하기까지 정거장이 몇 개 안 남았다.

“제발.. 제발 받아요 제발...”

[뚜르르르르-]

그러나 첫 번째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연결되지 않은 채 어느새 목적지에 거의 다 와 가고 있었다. 지하철 내의 사람들도 꽤 빠져나가 슬슬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건너칸의 암살자 둘이 어느새 칸과 칸 사이를 막고 있는 문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제발....!”

[뚜르르르르-. 삑. 여보세요? 지훈씨?]

‘받았다...!’

열차가 서기 십여초 전 쯤 전화가 연결되었고, 유진이는 재빨리 전화를 지훈이에게 넘긴 뒤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몇 초 동안 빈손이 된 유진이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가슴 앞의 가방에서 메카수트를 재빨리 꺼내 양 다리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이번 역은 영등포, 영등포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왼다리, OK. 오른다리, OK!’

메카수트가 유진이 몸에 장착됨과 동시에, 지훈이가 가방에 넣어두었던 스마트 태블릿에서 경고음과 안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경고,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착용하였습니다.}{모델 MS-D102-LL, 장착완료, 동력연결 필요.}{모델 MS-D102-RL, 장착완료, 동력연결 필요.}열차의 문이 열리기 직전 그녀의 양 다리에 장착된 메카수트의 전원을 킨 그녀는 마찬가지로 팔의 전원을켜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모델 MS-D102-LL, MS-D102-RL 동력연결 완료. 기동가능}

‘젠장, 팔까지 켜기엔 시간이 모자르다!’

[문이 열립니다]

“네! 지금 영등포역이거든요? 집으-컥!”

“지훈아 꼭 잡아! 스마트폰이랑!!!”

{파워스위치 온. 기동을 시작합니다.}문이 열림과 동시에 유진이가 지훈이를 등에 업고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암살자들도 바로 쫓아왔으나, 메카수트 덕분에 지훈이를 업고 가고 있었음에도 속도는 유진이가 더 빨랐다.

“크아아악- 무거워!!”

“으우와왓 내, 내릴까?!”

“미쳤냐!! 스마트폰 들고 혼다씨랑 연락이나 계속 해!!”

작은 체구의 소녀가 180cm가 넘는 소년을 등에 업고 가는 일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주변의 시선이 모조리 그들에게 쏠렸다.

‘젠장... 팔 전원연결을 해야 이녀석을 좀 더 편하게 끌고 도망칠텐데..!’

밤이었지만 아직 영등포역 앞은 사람이 많았다. 암살자들은 반대쪽에서 빠른 속도로 유진이를 추격하고 있었고, 아직은 유진이가 좀 더 빨랐지만 그 격차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진 않았다.

{모델 MS-D102-LA. 동력연결 완료, 즉시 기동합니다.}

[파직]

“우왓-!”

갑작스런 왼쪽 팔의 동력연결로 인해 잠시 유진이의 신체가 기우뚱했다. 그녀가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지훈이가 씨익 웃고 있었다.

“뭐, 뭐야? 언제 연결했어?!”

“전화 끊고 방금! 오른쪽도 금방 켜줄게, 짐이라도 안되려면 이런거라도 잘 해야지, 안 그래?”

유진이는 갑자기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안도했다.

“그래, 부탁해!!”

몇 분정도 뛰어오자 어느덧 큰 거리에서 멀어지고 골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저들과 대적했던 골목길을 스쳐지나가면서 유진이는 뒤를 슬쩍 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놓친 걸까..?’

어느정도 안전한 곳까지 오니 유진이는 오히려 역으로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저번에 세빈에게 이야기한 강공법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훈이를 빨리 집에다 데려다 놓고... 이녀석들을 추격해서 숨어있는 곳을 알아내야겠어.

“거의 다 왔는데, 잠깐만 혼다씨한테 한번 더 전화해볼게.”

“응.”

하지만 그녀의 그 섣부른 판단은 결국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지친 유진이가 업고 있던 지훈이를 바닥에 내려주고 슬쩍 땀을 훔치는데, 바로 그 때였다.

‘뭐지? 저쪽에서 뭔가 빛이 났...’

“위험해 유진아!!!”

[퓻!]

“악!!”

“지훈아!!!”

반짝임과 동시에 전화를 받고 있던 지훈이가 유진이의 앞으로 뛰어들었고,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의 발사 소리와 함께 지훈이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멍청한 녀석... 얌전히 있었으면 네년의 어깨에 맞았을 것을...”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스르륵 나타났고, 유진이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쓰러진 지훈이의 상태가 걱정되서 그쪽을 볼 수가 없었다.

“야, 뭐한거야 이 정신나간 새끼야!!”

급소에 맞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직 숨은 붙어있지만 왼쪽 가슴께에서 심각한 출혈이 발생한 듯 보였다. 너무 큰 고통이었는지 그는 피격과 동시에 기절해버렸다.

“자 아가씨. 순순히 따라가 주실까? 그렇지 않겠다면 누워있는 네 친구를 영원히 저 세상으로 보내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크윽... 이 개새끼들....!!”

적은 총을 가지고 있고, 유진이는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훈이와 유진이 모두 겨눠질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녀에겐 딱히 다른 선택지따윈 없었다.

“따라갈테니, 119에 연락하게 해줘!!”

“뭐 그정돈 좋다. 그렇게 처음부터 순순히 나왔어야지.”

유진이는 마음이 급했다, 지훈이를 살려야만 했다.

“대장, 119에 연락이 가면 우리의 존재를 경찰에서 알아챌 지도 모릅니다.”

“상관없다. 그래봤자 우리의 신원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총에 맞았어요. 제발 빨리 좀 와주세요...!!”

연락이 가고, 위치까지 119에 이야기해주고 난 뒤 암살자들은 나를 앞에 세운 뒤 총구를 내게 겨눴다.

“자, 움직여라, 이쪽으로.”

“자... 잠깐만!! 구급차 와서 데려가는 것까지만!!”

“시끄럽다!! 언제까지 편의를 봐줘야 하는건지 모르겠군... 한세빈만 유인해 내면 네년도 곧바로 친구들한테 보내줄테니 걱정은 마라! 흐하하하!”

‘지훈아...’

그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유진이는 찬 바닥에 누워있는 지훈이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저러다 죽는게 아닐지, 불현 듯 엄습해오는 그의 죽음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다시끔 발이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붙어버렸다.

“왜 안 움직여!”

‘지훈아... 제발... 죽지마...’

바닥에 홀로 남겨진 지훈이를 마지막으로 돌아본 뒤, 속으로 깊은 기도를 하면서 유진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기도를 남긴 채 돌아서 암살자들을 따라 걸어가는 유진이에겐, 잠시 후 달려온 구급차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여기다!!! 빨리 움직여!!!!”

“지혈제!!”

============================ 작품 후기 ============================

TY.. // 즐감하세욥

Jongwon1999 // 즐감하세요~

한약맛사탕 // 엄청난 코멘러쉬에 당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전은 조만간..!

이틀동안 일이 있어가지고 못올렸네요.. ㅠㅠ다시 정주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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