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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20화 (119/188)

120화

“거참, 알만하신 분들이 여자애 하나한테 위험하게 뭐하는 짓들인지...”

“지금 너같은 녀석을 상대할 시간 따윈 없다!!”

그러나 막아내는 것도 잠시, 흑향이 순식간에 묶여있던 두 팔을 빼내어 유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세 번정도 피한 뒤 옆으로 굴러 흑향과 거리를 벌렸다.

“거... 흰옷 입은 아저씨, 누군진 모르겠는데 암튼 고마워요.”

“무기도 없는데 일대일이 가능한가요 유진양?”

흰 정장의 남자가 걱정스러운 듯 유진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당연히 막고 있는 칼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그래서인지 복면의 남자는 굉장히 화가 난 듯 해 보였다. 아니지.. 이미 아까 유진에게 걷어차였을 때부터 화가 나 있었던가.

“지금 날 무시하는거냐!!”

[쨍!]

“히야아앗-!!”

검은 복면의 사나이는 묶여있던 칼을 쳐 낸뒤 유진에게 접근하려 했다, 그러나 흰옷의 아저씨는 생각처럼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캉!]

“어이 이봐요, 당신 상대는 저라구요.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요?”

“이 건방진 자식! 흑향!! 어서 처리해!!”

결국 다시 발이 묶이게 된 복면 사나이는 흑향에게 유진을 공격하라고 지시한 뒤 따로 싸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유진은 이대 일 상황이 아니게 된 것만으로 이미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중이었고, 재빨리 주변에 써먹을 것이 없나 찾기 시작했다.

‘옳거니’

그녀가 살짝 시선을 돌리는 사이 흑향은 빠른 도움닫기로 접근했고, 유진은 살짝 균형을 틀어 흑향의 공격을 흘린 뒤 옆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암살자를 향해 집어던졌다.

“받아랏!”

“어디서 이딴 수작을!!”

[촤악]

그러나 쓰레기봉투는 순식간에 단검에 의해 잘려나갔고, 안에 있던 음식물쓰레기가 터져나왔다. 유진이 던졌던 건 일반 쓰레기봉투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약한 냄새가 흑향을 덮쳤고, 살짝 집중이 흐트러진 사이에 유진은 하단으로 파고들어 아까와 같은 기세로 흑향의 복부에 강한 발차기를 먹여주었다.

[퍽!]

“컥-!”

유진과 흑향의 싸움이 유진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본 하얀 정장의 남자는 안심했는지, 여유롭게 칼을 맞대며 검은 복면의 사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봐, 장 티엔. 다 알고 왔다.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익숙한 느낌이 난다 했더니. 설마 네녀석...”

아마 32년의 시간을 넘어 왔다는 것은 이 시공간에 도착한 후 암살자 두 사람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거의 한 세대를 건너왔기 때문에, 그들이 알고 있던 시공간의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들이 계속 맞부딪쳐왔던 숙적의 후손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설마 혼다 자식의 아들인가!!”

“오- 잘 아시네요. 그렇다면 내가 혼자 왔을리는 없겠고.. 누구랑 왔을까요?”

“아악!!”

“제.. 젠장 흑향!!”

유진은 갑자기 나타난 하얀색 정장을 입은 여성을 보고 더 놀랐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분명 솟아날 공간이 없었는데 하늘에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혼다 대장. 니시노 레이, 임무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이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분명 수적으로 우위였는데 순식간에 반대로 역전이 되자 장 티엔은 조바심이 났다. 어쩌다 운 좋게 한세빈을 쫓아오게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여기서 죽음을 당한다거나 하면, 자신의 사령관을 볼 낯이 없어지게 되고 말 것이다.

어떻게든 한세빈을 처치하고 난 뒤, 살아서 원래 시공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크읏..!”

[퍽!]

“억!”

그는 혼다의 정강이를 강하게 걷어찬 뒤, 그가 흐트러진 틈을 타서 흑향에게 칼을 겨누고 있던 니시노 레이를 밀쳐버렸다.

“손을 잡아라!”

“송구스럽습니다, 대장!!”

장 티엔은 위기에 처한 흑향을 재빨리 들쳐맨 뒤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혼다는 정강이가 아픈 지 그 자리에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고... 아파라.”

“엄청 아프겠다.. 괜찮으세요?”

유진은 겨우 상황이 정리되자 그제야 좀 진정이 되었는지, 자신을 구해준 혼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통증으로 무릎을 꿇고 있던 그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준 유진은 궁금한 게 많았는지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뉘신지...”

“아, 죄송합니다 유진양. 소개가 늦었군요.”

님? 왜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경어를 쓰고 ‘양’이라는 존칭까지 붙이는지 유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은 그냥 평범한 학생일 뿐인데.

“저는 현재 유진님의 외할아버지이신 서진 총수님이 이끄는 ‘백영’의 총수 직속 호위대 대장 혼다 소이치로라고 합니다. 이쪽은 니시노 레이, 제 비서이자 부대장이지요.”

“에... 일본 사람이신가요?”

“뭐 그렇죠. 레이의 경우는 태어났을때부터 한국에서 자랐습니다만.”

유진은 얼마 전 들었던 과거 꿈꾸는 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분명 거기에 등장하는 선한 쪽의 백영과 악한 쪽의 흑영. 두 집단 중 이 두 사람은 백영의 사람이라는 것도 금세 이해했다.

“뭐 사실 호위대라곤 해도 흑영이 모두 사라진 지금 제가 딱히 무력으로 뭔가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최근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단 소식을 듣고 급하게 보호하러 왔습니다.”

“설마 저 두 사람 때문인가요..?”

“그렇죠. 가장 중요한 책무는 현재 미래로 넘어오신 한세빈 영수님을 지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1차적이고 가장 주요한 위협요소인 저 두 사람에게서 지켜야 합니다.”

일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유진은 자기가 세빈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대책없이 한 생각인지를 깨달았다.

‘하다못해 메카수트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위태롭지 않았을 텐데 젠장..’

“뭐 어쨌든 지금부턴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레이가 영수님이 다시 원래 시공간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켜드릴 테니까요. 오늘은 저희가 없는 동안 영수님을 지키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유진양.”

“아뇨, 딱히 한 것도 없는걸요 뭐.”

혼다는 시무룩해진 유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방긋 웃어보였다.

“아닙니다. 무기를 든 두명의 상대. 그것도 굉장히 위협적인 두 암살자 상대로 그정도 시간을 끄셨으면 굉장하신거지요.”

‘하하.. 그런가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녀를 바라보는 혼다의 모습을 보며 유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진은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기엔 세빈을 어떻게 더 안전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포함되어있었다.

‘역시 메카수트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겠어.’

일반인으로선 물론 생각하지 못할 것이었겠으나, 격투에 통달한 유진의 경우는 메카수트 하나면 분명 이기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찌보면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자신과 똑 닮아있는 증조할머니를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심이기도 했다.

혼다와 니시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윤하가 유진을 보고 달려왔다.

“윤하야..!!”

“엄, 엄마, 왜 왜 울어?!”

거실에는 먼저 온 세빈과 지훈, 그리고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재희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

“너 잘못되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이것아!”

윤하는 세빈에게 위험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그녀를 한참이나 찾아다녔단다.

“에이 내가 뭘~ 메카수트 하나만 있음 다 이길수 있겠-”

[따콩]

“요것이 정신을 못 차렸네!”

씻고 거실로 내려오니, 가족들과 호위대 두 사람이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거의 20년만인가?”

“그렇죠 윤하 누님. 요새도 청권은 여전하신가요?”

“뭐.. 딸내미 때문에 간간히 하고 있지. 딸애도 잘해.”

“푸하하하. 판박이네요 완전.”

지훈이는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갔고, 재희는 지쳐서 먼저 자고 있었다. 유진이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 마시면서 조용히 소파에 착석했다.

“그나저나 소이치로, 이 애가 레이언니의 딸이야 그럼?”

“네. 인사 드렸지 니시노?”

니시노씨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타입이었다. 혼다의 질문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굉장히 조신하고 숙녀 느낌이 물씬 났다.

“야... 정말 세월 빠르구나... 일본에서 만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라니..”

예쁜 니시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진은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할 일이 뭔지 생각이 났는지 슬쩍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마도 귀가하면서 생각했던 메카수트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자. 잠깐만요 유진 양. 이 얘기는 듣고 들어가시는게 좋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진을 붙잡은 건 혼다였다. 그는 살며시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힌 뒤 중요한 얘기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무슨 이야길 하시려구요?”

“뭐..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미리미리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대책 회의라고 할까요?”

“아아..”

유진에게 너무나도 고달팠던 그날 하루는, 이렇게 시끌벅적한 대책회의의 밤으로 마감되었다.

<2. 조우> End

============================ 작품 후기 ============================

+14.07.14 수정완료

Jongwon1999// 코멘감사합니다 즐감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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