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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19화 (118/188)

119화

“야! 지훈아 언능 도망가 언니 데리고!!”

“하, 하지만 그럼 넌 어떻하고~!!”

“아 씨발 진짜!! 가라면 빨리 가!!”

복면 남자가 쓰러진 사이 유진은 지훈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 세빈을 데리고 도망가게 했고, 지훈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그녀를 믿고 떨고 있는 세빈을 데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강한율, 빨리 가서 곰탱이좀 도와줘라, 저러다 진짜 칼 맞겠다.”

“누님은 괜찮겠어요 혼자??”

“씨발 지금 괜찮고 안 괜찮고 따질 때냐? 어떻게든 막고 봐야지!”

곧바로 복면 쓴 남자가 벌떡 일어났지만, 그는 옆차기를 맞은 배가 욱신거리는지 허리를 곧게 펴진 못했다.

“네년... 어째서 한세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분명 수준급의 격투술로 보아하니 절대 한세빈은 아닐 터...!!”

“어째 말하는 투로 보아하니 굉장한 악당으로 보이는데 말야.. 내가 년이라고 불리고서 절대 기분 좋아할 사람은 아니거덩?!”

“누님!! 뒤 조심해요 뒤!!”

[슝-]

“뚜앗-!”

엄청난 속도로 단검 두 자루가 바람을 갈랐고, 유진은 겨우 피해서 뒷걸음질 쳤다. 복면 쓴 여자가 안그래도 안되겟다 싶었는지 계속 피하는 찬웅을 버리고 유진에게 온 모양이었다.

“왓, 왓! 우왓!”

[숭! 슝 슝!]

연속해서 엄청난 칼부림이 날아왔고, 유진은 수그리고 피하고 뒤로 구르면서 날렵한 공격을 피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으니..

‘아아 젠장! 도와준다는것까진 좋았는데 이런식으로 설마 진짜 위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네-으앗!’

“타핫!!”

“큭!”

[까앙!-]

순간적인 찌르기에 황급히 철근으로 흘렸으나, 철근을 잡고 있는 손이 저릿할 정도로 복면 쓴 여자의 찌르기는 굉장한 위력이었다.

‘크.. 내가 아무리 싸우는 것엔 자신있다지만 이런식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다니는 인간들을 어떻게 이기냐고오~~!’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유진은 이미 나머지 한 사람까지 자신에게 달려들 경우를 대비하여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큭.. 이럴 때 메카수트만 있었으면-!’

[훙- 깡- 휘익! 캉!]

“흑향-!! 일격에 끝낸다!!”

“옙 대장!!”

막고, 막고, 막고 피하고, 막고 피하고... 그러나 그녀가 약 20번째 베기를 피하는 순간, 뒤쪽에서 굉장한 기세로 대검의 사나이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야! 야!! 2대 1은 반칙이잖아 이자식들아!”

유진이는 당황해서 온갖 육두문자들을 남발하며 찬웅과 한율이 있는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라! 불여우가 도망갔지만 분명 저 년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다!!”

복면 쓴 남자가 여자에게 명령했고, 아직 복부의 통증이 남았던 모양인지 빠른 속도로 쫓아가는 여자와 달리 남자는 그보다는 약간 늦은 속도로 유진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와악 누님! 이, 이쪽으로 오심 어캅니까?!!”

“야 뛰어! 언능 다 도망쳐! 새끼들아!”

결국 달려오는 유진과 함께 찬웅과 한율은 다급하게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야, 니네 달리기 빠르냐?!”

“네? 달리기는 왜요 갑자기!!”

“아씨 그니까 달리기 빠르냐고!!!”

한율은 정신없이 달리면서도 유진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고 일단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럼 흩어져!!!”

“억-?! 누님, 잠깐 우릴 버리고 가시면-!!”

“알아서 도망쳐 이 새끼들아!!”

그리고 어짜피 저 두 사람은 자신을 쫓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녀석들에게 흩어지라고 말한 것이기도 했다. 분명 자신에게 오겠지만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이라도 벌기 위한 생각이었다.

‘제기랄, 도대체 이게 무슨 사단이야..! 일단 어떻게든 집으로 가야 저 둘을 상대하던지 할 텐데..!!’

유진의 머릿속에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면서, 먼저 보냈던 지훈과 세빈이 집으로 잘 도망쳤는지 역시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크읏.. 걱정돼 미치겠네-!’

“거기 서라 불여우의 분신!!”

“누가 불여우의 분신이야 이 미친 새끼야-!!”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면서도 열받는 말에는 확실하게 대꾸하고 도망치는 유진이었다.

*

“헉... 헉.. 헉.. 세빈아, 괜찮아?”

힘겹게 겨우 멀리까지 도망온 지훈이는, 손을 잡고 달리긴 했으나 분명 자기보다 체력이 한참 달릴 세빈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너무 정신없이 달려온 탓에 그녀가 다치지나 않았을까 뒤늦게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후... 이렇게 빨리 저 녀석들과 마주하게 될 줄이야..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유진이 덕이구나.”

“응?”

그러나 생각외로 세빈은 정말 멀쩡했다. 숨을 심하게 헐떡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차분하게 두고 온 유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저 그러니까 저 두 사람이 일전에 말했던 세빈이 너를 쫓는 자객들이란 말이지?”

“그래, 내가 미래로 넘어와서 어린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을 어떻게 알아채고 날 뒤쫓은 것인지...”

바로 그 때, 뒤쪽에서 갑작스레 두 명의 그림자가 지훈과 세빈을 덮쳤다. 지훈이 놀라 다급하게 세빈 앞을 가로막았으나, 그들에게 다가온 것은 아까의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부실 정도로 하얀색 정장을 입고 있는 두 명의 남녀였다.

“한세빈 영수님.. 이렇게 세월을 거슬러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영광입니다!”

그 둘은 갑자기 세빈 앞에서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숙여 크게 절했다. 지훈이가 얼굴 앞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슬쩍 치우고 보니 실로 해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다 큰 어른 두 명이 세빈 앞에 무릎절을 하는 광경이라니.

“어떻게 알고 있지? 너희들은 혹시 백영의 아이들인가?”

“그렇습니다. 아직 상황이 정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설명드릴 시간이 크게 없군요, 제 파트너가 영수님과 이 학생을 일단 안전한 댁으로 모실 겁니다. 전 급히 유진이를 구하러 가 봐야겠군요.”

세빈은 뭔가 얼떨떨한 표정이었으나, 그래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적이 아님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기에 경계심을 풀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가시죠, 영수님.”

*

“헉.. 헉.. 제길 어디까지 쫓아올 속셈이야 저 녀석들!!”

유진은 정말 잠깐 잠깐 뒤를 보는 것 외에는 정신없이 일직선으로만 달리고 있었다, 코너를 돌다가 그들과의 거리가 좁혀질까봐 함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이 방향으로 가는게 집쪽이지만... 조금 더 지나가면 이대로 지나쳐버리고 마는데.. 그냥 들어가자니 우리 집이 노출되어버리고... 젠장’

“흑향! 이쪽으로 간다! 다음 골목에서 몰아라!!”

“넷!”

위기다. 요 앞의 골목은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골목..!! 이대로 달려갔다간 우측에서 먼저 접근한 대검의 사내에게 앞을 막히게 되고 말 것이다.

‘큰일...응?’

정신없이 달리던 차에 갑자기 눈앞에 먼저 나타난 것은, 아까 봤던 그 복면의 사내가 아니었다. 눈부시게 하얀 정장을 입은-

“여기 계셨군요! 총수님의 외손녀 한유진양. 한참 찾았습니다.”

“어- 엑? 잠깐요 거기 막고 있으면 안돼요! 비켜욧!!”

유진이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고있던 나머지 감속하기가 어려웠고, 그대로 앞에 서있던 하얀 정장의 남자의 품에 와락 안기고 말았다.

“억! 생각보다 되게 거치시네요...”

“아니 잠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으악! 뒤뒤!! 앞뒤 앞뒤전부!!”

안기자마자 뒤로는 흑향이라는 여자가 달려오고, 앞에서는 복면의 사내가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유진은 오한이 들었다. 안돼 이러고 있다간 이대로 그냥 당하고 만다곳-!

“거기 가만히 있어라- 타핫-!!”

“이야앗-!!”

“꺄악-!”

[까강-! 깡!]

순식간에 접근하며 날아오는 위협적인 세 개의 칼날에, 유진은 저도모르게 소리지르며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쿵]

“으으으윽.. 내 엉덩이..”

그런데 분명 안겨있을 터인데.. 떨어지면서 엉덩이 쪽에 지면과의 충돌로인한 충격이 전해져왔고, 칼과 쇳덩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자신이 칼에 베이거나 찔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유진은 이내 눈을 떴고, 눈앞의 놀라운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허.. 허?”

유진의 시선이 향한 그곳엔, 가볍게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하얀 정장의 남성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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