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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18화 (117/188)

118화

*

그러나 얼마 뒤 유진이는 자신의 생각이 너무 오만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누님~!!”

“...곰밤탱이?!”

뒤에 지훈이도 있고, 더더군다나 세빈까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적운과 광운의 두 머저리를 만나다니. 게다가 두 머저리뿐만 아니라 두 머저리를 따르는 꼴통 하나까지 딸려있다니!

“아 진짜, 우리 쪼가 누님 찾아서 얼마나 해맸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찾아뵈니 영 반갑네요.”

“이열... 니 똘마니 쫌 쓸만하다? 정보하난 확실하네.”

“과찬이지말임다~.”

유진은 생각했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저들에게 붙들려 괴로운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뒤에 있는 자신과 완전 똑같이 생긴 세빈에 대해 설명 안 하고 넘어갈지..

“야. 얘들아. 지금 누님이 쵸큼 바쁘거든??”

“에이~ 구라치지 마십쇼. 일 없는거 다 압니다.”

“니들이 어떻게 알아 이새-, 이 놈들아!”

세빈 앞이라 욕하기가 조금 그랬는지 겨우겨우 입을 막고 욱하는것도 겨우겨우 참으며 두 놈을 상대하는데, 아뿔싸 두 녀석이 세빈을 봤는지 갑자기 세빈 쪽으로 움직이는게 아닌가.

“야, 야 어디가?!”

“엇 잠깐... 헐... 누님이 한명 더 있어!!”

“... 이거 꿈인가?”

큰일났다, 쓰잘데기 없이 이 녀석들이랑 세빈이 휘말려버리면 일이 골치아파질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누님이 둘이에요?!!”

“아... 그게 말이지, 그 사람은 사실 외국에 있던 내 쌍둥이 언니-”

아차, 유진은 자신이 당황한 나머지 엄청난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언니라니, 이자식들은 아직 날 남자로 알고 있는데.

“언니? 잠깐.. 그말은 곧... 에- 누님 진짜 여자였습니까???!”

“아, 아니 그게 말하자면 긴데... 그니까-!”

“이럴수가.. 누님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성별을 속이고 있었다니.. 난 그래도 누님이 존나 미인이고 귀엽긴 해도 그래도 남자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는데. 아! 배신감!!”

'이 또라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유진은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든 불리한 상황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그러고 보니 곰탱, 지금 누님 패션 완전 여자같은데?”

그 말에 유진은 아까 전 최대한 의식하며 중성정으로 챙겨입은 자신의 행동이 부질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렇군. 지금까지 숨겨오셨던거군... 어째서입니까 누님! 저는 그동안 제가 누님께서 엄청나게 아끼는 부하라고 생각했는데!!”

‘니가 어딜봐서 내 부하냐’라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녀석을 째려보는 유진이었으나, 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듯 했다.

“시끄럽고, 무슨놈의 부하야 부하는! 내가 언제 너네들을 부하로 인정했냐?”

“아 인정은 안했지만, 기.정.사.실~ 이라는게 있잖아요? 솔직히 누님 빼고 학교 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님이 학교의 짱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말은 유진이도 부정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부정하려 한다한들 돈이나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해봐야 입만 아픈 그런 문제.

“아 여튼! 알았어! 동네 시끄러우니까 이만 좀 들어가라. 우리 언니 모시느라 나도 바쁘다고!”

“에이~ 그게 뭐 바쁘다고! 이왕 만난거 노래방이나 콜 하시죠?”

“언니님도 노래방 좋으시죠? 노래방 콜~?”

세빈은 일명 곰탱이와 밤탱이라 불리우는 두 사람이 콜? 콜? 이러는 것이 뭔 뜻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끄럿! 당장 돌아가지 못할까! 너네 자꾸 이러면 특수 조항을 만들어서 영운 6조로 새롭게 선포하는 수가 있다??”

“그래놓고 또 안 하실 거 다 압니다. 벌써 그 말만 100번도 넘게 했을걸요? 안 그러냐 곰탱?”

“맞다 말다요~. 그러니 노래방 갑시다 노래방! 노,래,방! 아 우리 유진 누님 노래가 너무너무 듣고 싶다-!!”

이제는 고성방가까지 하며 온 동네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이 두 사람 때문에 유진은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이 녀석들을 달래든 어르든 같이 놀아주던 해서 쫓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두 녀석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아오! 알았으니까 앞장 서 이 멍청이들아!!”

“옙 누님!”

정말 말려도 제대로 말렸다. 유진이 뒤에서 지켜보던 지훈이를 지친 기색으로 바라보자, 지훈이가 슬쩍 와서 유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마치 그는 ‘니가 참아 유진아, 저 정신연령 초딩들을 상대하려면 답이 안나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응..? 세빈 언니 왜 그래요?”

“아... 아니야. 어서 가자~ 노래방 간다고?”

유진이를 달랜 지훈이는, 뭔가 생각하고 있었는지 멍 때리던 세빈을 이끌고 앞의 두 바보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응?”

앞에서 신나서 걸어가던 두 사람이 잘 가다가 멈춘 것은 목적지인 노래방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어쭈, 이새끼봐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 강한율 님 앞에서 눈을 시퍼렇게 치켜뜨고 계신가..?”

“...”

두 바보들이 뜬금없이 시비거는 불량배라도 만났던 것인지 엄청난 기세로 으름장을 놓으며 겁을 주기 시작했다. 유진은 앞에 있는 녀석들의 키가 큰 탓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인 것까지 알 수 있었다.

“야, 이 새꺄... 어? 눈 안 깔아?”

“... 찾았다 한세빈.”

“!”

그리고 그 실루엣을 확인한 세빈은 갑자기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혹여 그 두 사람에게 일전에 생명의 위협이라도 받았던 것처럼 몸을 떠는 세빈을 보며 유진은 지금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생명의 위협을 가했던 바로 그 자들...? 설마 미래까지 쫓아왔단 말야?’

“야 곰밤, 조심해! 그자식들 위험하다!!”

“네 누님?”

“야, 한율, 저거 허리춤에 차고 있는거 칼 아니냐?”

그리고 두 사람이 속삭이는걸 본 유진은 재빨리 지훈에게 뒤로 빠지라고 하며 그를 밀쳐낸 뒤 세빈의 앞으로 자리잡았다.

“가라 흑향. 빠르게 제압한다!”

“예 대장!!”

“조심해!”

[스릉]

유진이 소리침과 동시에 칼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고, 한율과 찬웅은 동시에 그것을 보고 두 사람과 거리를 벌렸다.

“타핫-!”

“우와악?!!”

여자가 단검 두 자루를 뽑아 들고 앞쪽에 서 있던 찬웅 쪽으로 돌진해왔고, 찬웅은 재빨리 돌아서며 첫 일격을 피했다. 워낙 이 녀석들도 질 나쁜 싸움을 여러 번 겪어본 녀석들이라 그런지 칼 피하는 건 수준급이었다.

“씨발! 위험하게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맘대로 칼 휘둘러도 되는거야? 미쳤네 진짜!”

찬웅이 요리조리 피하면서 욕을 해 댔다. 한율이 가서 도와주려 했지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 때문에 쉽게 움직일수가 없었다. 복면을 쓴 남자가 차츰차츰 앞으로 접근해왔지만 한율은 조금씩 뒷걸음질만 칠 뿐 섣불리 나아가 싸울 수가 없었다.

“언니, 최대한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

안심하라며 그녀를 다독여 봐도, 워낙 공포가 심한 탓인지 세빈은 단어 하나 꺼내는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크읏... 지금 찬웅이 녀석이 잘 피하고만 있지만 섣불리 공격할 수가 없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에다가.. 무기까지 소지하고 있다니. 제길’

유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재빨리 뭐 쓸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전력이 되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나, 곰, 밤 세명인데.. 곰탱이는 이미 묶여있고... 밤이랑 내가 남자 놈을 제압한다손 치더라고 그 사이에 언니가 당할 위험이 있다...’

좁은 골목길이라서 빠르게 도망친다면 두 사람을 뿌리치고 뛸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건 유진 혼자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은 잘 뛰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이 때문에 불가능. 게다가 앞의 세 녀석을 저 위험한 사람들이랑 같이 두고 도망가기도 굉장히 찜찜한 상황이었다.

[스겅-!!]

“뜨헛-!”

그런데도 생각외로 찬웅이 녀석이 칼을 정말 잘 피하고 있어서 생각할 시간을 번 유진은 어떻게든 다음 행동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타닷-]

그러나 바로 그 때 움직이기 시작한 대검의 남자로 인해 유진은 순간 방향을 틀어 세빈을 안고 바닥을 굴러야 했다.

“후... 후아-!!”

“유, 유진아 괜찮아?!”

“크읏.. 젠장, 나지훈 일단 도망쳐! 세빈 언니 데리고 얼른!!”

흙먼지를 털며 일어난 유진은 잽싸게 옆에 굴러다니던 철근 하나를 발견하고는 집어들어 대검을 휘두르는 사내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까앙!!]

커다란 대검에 비해 초라할정도로 녹슨 철근이 간신히 유진이가 칼에 베이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응..? 잠깐 네녀석 왜 한세빈과 모습이...”

바로 그 때, 우연히 가로등 불빛에 비친 유진의 얼굴을 본 복면 쓴 남자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분명 유진이 세빈과 완전 똑 닮은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이었을 것이고, 그녀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빈틈을 보인 남자를 옆차기로 걷어차버렸다.

[퍽!]

“크헉-!”

============================ 작품 후기 ============================

+14.07.14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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