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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107화 (106/188)

107화

<1. 세빈>

“...”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재빨리 훔친 지훈은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살폈다. 여긴 어딘가, 내가 무슨연유로 여기서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자고 있는건가.

“이런... 칠칠치못하게...”

지훈은 곧 이곳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집이라는 것을 깨닫곤 머리를 긁적였다. 흘린 침 때문에 생겼던 알 수 없는 부끄러움도 곧 사라졌다.

“이상하네. 분명 유진이 방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거실로 나와있지...”

뭔가 아리송한 기분을 느끼며, 조금 전까지 아파했던 친구녀석이 괜찮은지 궁금해진 지훈은 조심스레 유진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심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졌고, 그로 인해 지훈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춰서게 되었다.

‘... 뭐지?’

평소에 한 번도 느껴본 적없는 이런 이상한 기분에 그는 섣불리 방 안으로 들어가기가 두려웠다. 분명 방 안에는 유진이 있을 것이고 아까와 같이 새근새근 자고 있을 게 분명한데... 꺼림찍한 기분이 방문을 여는 걸 강하게 막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궁금함을 참는건 그에겐 더 큰 고역이었다.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에서도 나오듯이 호기심이 그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컥]

결국 지훈이는 문을 열 수 밖에 없었고, 저녁 시간이라 어두워진 방 안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스위치에 손이 거의 근접해서 불을 켜기 직전, 날카로운 목소리가 어둠을 뚫고 그의 귀에 날아왔다.

“켜지마!!”

예상치 못한 고음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지훈은 그대로 벽에 등을 붙이고 어둠 속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너무나 이상하다. 그는 지금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둠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그가 아는 유진의 목소리가 아니었으며,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었다.

“거기... 누구세요?”

혼신의 힘을 다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질문을 해 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훈이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무렵, 떨리는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지훈이를 불렀다.

“켜면 안돼 지훈아... 나 지금...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어...”

울고 있다. 어둠 속의 목소리의 주인은 조금씩 흐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친근하게 지훈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으며, 그 목소리에는 마치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유진이야? 너 맞아?”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지훈이는 이제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분명 어둠 너머에 있는 사람은 유진이며, 그는 지금 지훈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불... 켠다.”

그리고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길래 저리도 처량하게 흐느끼고 있는 것인지, 지훈은 너무나도 궁금했다.

[팟]

형광등이 깜빡거리다가, 팟 하고 켜졌다. 어둠에 잠겨 있던 방 안을 환한 빛이 가득 채웠고, 지훈이의 눈이 밝은 곳에 적응함과 동시에 그의 입이 떡 벌어졌다.

“유진아 너...? 너 맞아?”

“....”

분명 아까전까지만 해도 그가 알던 유진의 모습은... 생각지도 못한 형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분명 남들이 보기엔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지훈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너... 얼굴이....”

엄청나게 놀란 지훈이는 급히 유진이의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 앉은 뒤 가까이서 그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지금의 유진은 아까전의 유진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비록 여리여리하고 아름다운 외모였다고는 해도 그의 얼굴엔 분명 남자다움이 존재했는데, 지금의 유진은 누가봐도 여자라고 생각될 정도의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미인이 되어 있었다.

‘엄청... 이쁘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그러나 지훈은 ‘유진이가 자고일어나니 성형수술 한 것처럼 외모가 변해 있었다!’는 상황을 해결하려고 생각하기는커녕, 자신의 이상형에 완벽할 정도로 근접해 있는 유진을 보며 감탄만 하고 있었다.

“아... 어떻해... 어떻해어떻해어떻해어떻해!!!”

그렇게 지훈이가 멍때리고 있는 사이, 유진은 자신을 보며 넋 놓고 있는 지훈이를 밀쳐낸 뒤 벌떡 일어나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굉장히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있는 그의 목소리를 듣더니 지훈이도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듯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유진아. 너...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졌냐.”

그 질문이 지금 이 상황의 유진이에게 엄청난 불쾌감을 줄 것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 뒤진다 너.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아오.”

유진은 굉장히 기분이 나빴는지 지훈의 멱살을 잡아 앞뒤로 세차게 흔들어댔다. 그러나 이내 지친 듯 홱하고 그를 내팽개쳐버리고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으아!! 싯파알!!”

“헐.”

지훈은 행여 옆집에서 듣기라도 할까봐 잽싸게 유진의 입을 막았다. 저렇게 소리지르는 걸 보니 한바탕 욕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진이가 생긴건 이쁘게 생겼어도, 입이 곱지 않다는 건 온 학교의 모든이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아!! 이어 아아?!! 이알, 옴 와!!! 이알!!!”

만약 입을 막지 않았다면 발이 두 개나 더 튀어나올 뻔 했다고 안도하며 지훈은 바둥거리는 유진을 양 팔로 제압하려고 했다. 그러나 초장에 언급했듯이 유진이는 학교에서 싸움이라면 따라갈 자가 없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갑이다.

“으아악, 야야, 진정해 한유진!!”

“ㅇ앙오아아!!”

보통 파워로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지훈이 역시 안간힘을 쓰며 발버둥을 쳤다. 침대 위에서 레슬링을 막 시작하려는데, 그는 유진의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다가 이상한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몰캉]

“...아?”

“!!!”

게다가 그 부분을 실수로 건드림과 동시에 유진은 얼굴이 붉어져 광란상태에 빠지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지훈은 촉감적 쇼크에 넋이 나가버렸고, 그대로 유진이가 휘두른 손등에 철썩 맞아 나가떨어졌다.

‘뭐... 뭐야 방금 그건?!!’

지훈은 생각했다. 여태껏 친구놈들과 싸우거나 뒹굴거나 할 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자신에게로 돌아온 대답은 노.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남자의 것이 아니었다. 분명 여자에게만 있다는... 부드러운 그곳의 느낌이 분명했다!

“너... 대체... 몸이- 컥!”

[퍽!]

그가 떠듬떠듬 얼떨떨한 상태로 말을 이어가려는데 드롭킥이 날아와 주저앉아있는 그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그 이상 말하면 영원히 죽여버릴거야 나지훈.”

“마...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하겠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하는 지훈이를 무시한 채 유진이는 벌떡 일어났다. 몇 분 동안 아무런 말 없이 그냥 서 있기만 하는 그의 상태가 궁금했던 지훈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놀라고 말았다.

당당히 서 있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유진아...’

*

유진이가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온 건 그리로부터 3시간 뒤였다. 그는 안정을 되찾을 때 까지 지훈이에게 폭력을 휘두른 듯,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지훈이의 상태는 아주 만신창이였다.

“어떻해.”

“...”

엄청나게 많이 맞은 듯, 지훈이는 이제 대답할 힘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유진이는 안정을 찾고 나서 앞날이 걱정이 되었는지 점점 표정이 굳어갔고, 지훈이에게 어떤 도움되는 말이라도 얻고 싶었던 모양인지 폭력에 지친 그를 자꾸 괴롭혔다.

[퍽]

“악!”

“좀 대답좀 해! 나 지금 진짜 이러다가 돌아버릴 것 같다고!!”

일단 지훈이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 듯, 조심스레 유진이를 앉히고 조목조목 따져보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유진의 방해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꼭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럼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 유진이 너 말야. 여...자가 된 거 맞지? 확실히 그게... 없는거지?”

지훈의 촌철살인같은 말 한마디에 또 유진은 분노가 치밀어올랐는지 손부터 먼저 나왔다.

“야야, 진정! 진짜. 고만때려 아프다고!”

“진정이... 안되잖아. 너같으면 되겠어??”

그, 아니 그녀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실내를 울렸다. 어찌나 분노하셨던지, 지훈이는 귀를 막고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내.존.슨.이.사.라.졌.다.고!!!"

아아...그것은 정말로 악에 찬 울부짖음이었다.

============================ 작품 후기 ============================

-리리플

쓴약 - 저도 행복합니다 1주 1화라니... 아...?!

충이친구 - 기억이나지 않으십니까? 밑에 목록이 있습죠자메스 - 네엡, 감사합니다.

Ayumu7 - 오오.. 역시 오래 본 분들은 예측력이 생기는군요오렌지색 하늘 - 책이라 .. 생각은 해봤습니다만 역시 금전적 문제가 -0-너도변하는거닷 - 지난애들.. 이제 나옵니다 다음화에 ㅇㅅㅇ...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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