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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70화 (69/188)

70화

난 눈물을 훔치고 벌떡 일어났다. 객석에서도 '지지마!', '복수해라!' 등의 응원의 메시지가 마구 날아오고 있었고, 슬슬 클라이막스로 달려가는 연극의 끝을 정말 멋지게 마무리짓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그래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헬라!! FE0107이 어디있지?"

"주인님! 지금 당장 찾아올게요!"

힘찬 목소리로 일어선 나는 하나하나 지시하기 시작했다.

"휘츠먼, 큐리올, 내가 부르는 번호의 약품을 좀 가져다주세요. ABC순서대로 되어 있으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에요."

흩어진 네 사람은 불길을 피하며 빠른 속도로 필요한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거의 다 모아왔을 무렵 휘츠먼이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데 왜 죄다 약품 뿐이죠? 이 FE머시긴가 하는 건 또 왜 이렇게 많이..."

"보면 알아요!! 헬라! LO2AB19 3개!!"

불길이 실험실의 2/3 이상을 먹어치웠을 때, 난 드디어 행동 개시를 명했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각자 알려준 지점으로 세 개씩 던지는 거에요?"

"시작하세요!"

"하나, 둘, 셋!!"

[쨍그랑!!]

FE0107을 마구 던지자 그 근처의 불길이 급속도로 사그라들었고, 우리는 불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물을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달리기 시작했다.

"문이다!"

간신히 비밀 문을 열고 원형 계단을 오르길 5분여, 우리는 간신히 시계탑 쪽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지하 연구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연기 줄기가 사방에서 보였다.

"배기 시설은 엄청 잘 되어 있네요."

"당연하죠, 저희 아버지께서 이 저택을 지으면서 같이 만든 지하 연구실인데..."

그나마도 이제 불이 나서 못 쓰게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살아 돌아온 것을 다행히 여기던 찰나에 큐리올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마구 뛰어가기 시작했다. 약 100m를 뛰어간 그녀는 정문 계단 쪽으로 점프하더니 시원하게 킥을 날렸다.

"끄억!"

"너 이자식! 잘도 날 속였겠다?!"

그런데 어째... 가희의 그 킥은 뭔가 재희에 대해 감정이 굉장히 실려있는 것 같았다. 특히 대본에는 없는 킥 후 구타에 이르는 폭력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후... 그나저나... 윽! 막 뛰었더니 발목 너무 아픈데...'

발목이 아팠지만 아직 연극은 끝나지 않았다. 한창 관객들이 웃고 있는데, 성큼성큼 레안에게 다가간 나는 따지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퍼시로 모자라 저까지 없어져야 속이 후련하신 건가요?"

큐리올에게 얻어맞은 뒤, 레안은 포박을 당한 채 내 앞에 세워졌다. 분명히 이건 연기인데... 이 녀석 진짜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네.

"후후후. 레이아... 넌 처음부터 눈엣가시였어. 처음 아버지가 여동생이라며 데려온 그 날부터! 과학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눈에 들어 사랑을 독차지하고 거기다가 우리 가문의 재산까지 몽땅 챙기다니. 피도 안 섞인 서민에게 귀족의 이름까지 주고, 우리 아버지도 참 멍청하셨지!"

미안하다 재희야. 연기를 위해서 리얼하게 가자! 좀 아플거야!

[짜악!!]

객석에서 놀라 탄성이 타져나왔고, 때리고 나서 내 손이 아팠다. 윽... 그래도 최대한 약하게 한 건데 엄청 아프겠다... 미안 재희야 정말 미안.

"어떻게 아버질 욕보일 수 있어요? 그러고도 아들이에요? 그저 오라버니는 내 것이 되어버린 돈 밖에 보이지 않는거에요? 이 거대한 집 밖에 안 보이구요!! 아버지가, 진정으로 바란 건 우리들이 잘 되길 바란거지 이런 걸 바란게 아니라구요!!"

뺨을 맞은 레안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멍한 표정으로 바닥만 보던 그는 이내 통회의 눈물을 흘리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뉘우친 것이 아니었다.

"!! 웰른 부인 숙여요!!"

[슈웅-!!]

"위험해!!"

큐리올이 피하라고 소리쳤지만, 내가 돌아본 순간 이미 어딘가에서 날아온 단검은 코앞에서 내 심장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검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가슴에 날아와 박히고 말았다.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으나, 날 가로막은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끄악!"

"휘츠먼!!"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가 쓰러졌고, 큐리올이 재빨리 달려와 단검이 날아온 쪽을 응시했다. 그녀는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소리쳤다.

"나와라 암살자!!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난 너무 놀라 휘츠먼을 겨우 바닥에 눕힐 수 있었다. 단도는 간신히 심장은 비켜갔지만 가슴쪽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 같았다.

"큐리올... 설마 네가 배신할 줄이야."

갑자기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등장인고 하니, 포란(담임선생님 역할)의 등장에 멋있다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

"포... 포란 백작?"

"그렇게 뒤를 봐줬건만, 레안 당신은 정말 안되겠구려."

놀라는 와중에도 난 휘츠먼의 배에 박힌 단도를 조심스레 뽑아 내고 아까 챙겨온 약품들을 뒤져 지혈제를 찾았다.

"설마 포란 당신이 흑막이었던 건가?"

큐리올은 최대한 나와 휘츠먼을 호위하며 포란과 대치상황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치하고 있는 것도 잠시, 포란이 엄청나게 민첩한 몸놀림으로 큐리올에게 접근해 왔다. 드디어 선생님의 진가가 발휘될 시간! 액션 신이다!

"정말, 레안을 꼬드기는 건 굉장히 쉬웠지."

[챙! 카앙!]

검과 검이 부딪치며 강한 금속음을 남겼고, 소리가 터져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성이 쏟아져나왔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결이었다.

"하지만 로젠 가문의 재산이 모두 내 것이 될 수 있었던 기회는 저 레안이 망쳐버리고 말았지... 바로 지금 이 상황처럼!!"

[까앙!]

"꺄악!!"

강력한 일격에 큐리올이 나가떨어졌고, 곧바로 위기는 나에게 닥쳐왔다.

"크읏... 피해요 웰른 부인...!"

그러나 큐리올이 미처 날 지키러 뛰어올 겨를도 없이 포란은 내게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정말 무섭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당신만 없애면... 이 집의 모든 것이 내 것이 되는군."

"포란!!"

서서히 검을 치켜든 그는 날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보다, 내가 던진 두 개의 약병이 더 빨랐다. 약병은 정확히 그의 얼굴에 명중했고, 깨짐과 동시에 포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약의 정체는 고농도의 황산이었다.

"으아아악-!!"

칼은 내 뒤쪽에 떨어졌고, 포란은 얼굴을 감싸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포란은 단검 하나를 또 뽑아들어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이... 계집이 감히!!"

하지만 그의 마지막 발악마저도 나에게 해를 입히진 못 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누군가가 그의 팔을 뒤로 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롤랑!! 체포해!!"

"너!"

갑자기 나타난 남성과 여성은 아무리 봐도 우리 집 하인복을 입고 있었다. '뭐지?'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그가 형사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떡 하니 내밀었다.

"런던 경찰 본청 강력수사반 애쉬 콜터입니다. 다친 덴 없으십니까?"

그러면서 애쉬 콜터(장민혁 역할)형사는 리즈 롤랑(양은주 역할)에게 범인의 연행을 명했다. 그러더니 이 녀석 몰래 내 손에 종이 같은 걸 쥐어주더니만 '쉿'이라며 다시 대사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놈? 나한테 뭔 말을 또 하려고 이런 수상한 물건을 건네는거지?

"다행히 지혈 상태가 좋아 빨리 수술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의사를 불러 드릴테니 환자 곁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애쉬 형사는 자리를 뜨려 했다.

"잠깐만요 형사님! 언제부터 저희 저택에 계셨던 거죠?"

큐리올이 엄청 궁금하다는 투로 그에게 물었고, 애쉬는 찡긋 윙크를 날리며 뒤돌아가며 말했다.

"글쎄요, 적어도 당신의 눈은 오래전부터 속이고 있었던 것 같군요."

큐리올은 퍼시의 살해 사건 이후 저택 내부를 샅샅이 뒤져왔고, 쉬지않고 감시해 왔었기 때문에 애쉬와 롤랑이 잠입해 있었다는 게 놀라웠던 모양이다.

"...! 주인님! 휘츠먼 씨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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