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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그녀의 운명은 뭔가 잘못됐다-50화 (50/188)

50화

{모두들! 오늘은 진짜 무조건 내가 이긴다구. 봐 우리 게스트의 스펙을!}

{어라... 우주랑 윤하 아냐?}

레이 누나를 본 나와 우주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고, 연예인 세 사람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멀뚱히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카메라 테잎을 교체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에 우린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연예인 세 분은 신기한 일이라며 재밌어 했고, 우리는 일단 촬영이 끝난 후 다시 모이기로 하고 대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끄응.. 큰일인 걸. 다들 괜찮은 모델이라 막상막하겠어. 이번 주까지 지게 되면 프로그램 하차란 말야.}{걱정 마세요, 공과 사는 구분할거니까요. 그리고 이 두사람에겐 저도 지기 싫어요.}{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윤하만 도와주면 우승도 문제없다구!}{당연하죠, 맡겨만 주세요. ... 그나저나 왜 자꾸 반말을...}{... 미안합니다 자꾸 습관적으로 윤하랑 헷갈려서 저도 모르게...}{아니에요. 굳이 존댓말 안 쓰셔도 되니까 말 편하게 하세요. 일단은 승리에 집중하자구요.}어째 일본 사람들은 전부 나만 보면 착각을 하는건지...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일이었다. 톱스타와 자연스럽게 반말이라니,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지만 말 잘못 했다간 카메라에 잡혀 수백만 안티를 생산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 물론 현재 내 상태라면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하는 수 밖에...

{어쨌든 첫번째 대결은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대로 하는거기 때문에 딱히 준비할 것 없고, 굳이 준비하라면 노래 정도? 장기 하나 준비해주면 될것 같아.}{노래...라니?! 이 프로그램 게스트한테 장기자랑도 시키나요?}{좀 초면에 난감한 요청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이 프로그램의 전통이라서... 하하}너스레를 떨며 나에게 어떻게든 부탁을 하려는 그를 보고 있자니 '슈퍼스타도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제가 마츠모토 씨 프로그램 하차 못하게 지켜드릴테니 걱정 마시라구요. 무조건 오늘은 꼭 이기는겁니다!

{자. 그러면 세 팀의 게스트분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세요.}난 최대한 정리할 수 있을만큼 옷매무새를 다듬은 후 거울로 화장상태를 한번 더 확인하고 조심스레 앞으로 나섰다. 주변에 모여든 군중들이 술렁이는게 아무래도 날 보고 그러는 것 같았다. 노래라도 했다간 진짜 가수로 착각하는게 아닌가 몰라.

사회자가 나에게 다가오길래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니 웬지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아는 사람이다 싶었더니... 내가 좋아하는 일본 성우 중 한명인 히라노 아야씨였던 것. 당장에 사인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일단 촬영 끝날 때까지 참기로 했다.

히라노 씨와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며, 내가 한국 관광객이라는 걸 소개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러야 할 상황이 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난 평소에 가다듬었던 목소리로 가수 윤하의 노래를 불렀다. 닮은 사람이 모창을 하면 점수를 좀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사람들의 호응이 좋았다. 난 마츠모토 씨에게 찡긋 윙크를 날리며 브이자를 그려 보았다. 그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 주는 것이 고마웠는지 오른손으로 연신 파이팅을 기원하며 힘껏 주먹을 쥐고 있었다. 좋았어, 최대한 이번 기회에 우연히 만난 이 네 스타들과 친해져서 증거자료들을 한국으로 들고 가야지!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자 심사위원 세 분! 결과를 알려주시죠!}프로그램 하차라는 큰 일이 걸려있는 탓인지, 마즈모토 씨는 침을 꿀꺽 삼켰다. 반면에 첫 승리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던 나는 여유롭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1차 심사 1등은. 마즈모토 준 씨 팀입니다!}역시나~ 하며 '훗'하고 미소짓는 나와는 달리 마즈모토 씨는 '살았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연신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좋았어, 이거 무조건 이긴닷!

{좋아, 좋아. 이제 2차 심사야. 어디로 가서 코디를 하지?}이렇게 물어와 오는 것을 보니, 이분 코디에 굉장히 자신이 없는 듯 했다. 난 어디가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준 뒤 그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이리 코디에 자신이 없어 보여요?}

{그, 그건...}

자초지종을 들으니, 이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재능은 이성의 패션을 극대화시키는 것인데, 자신은 여성복에 대해선 젬병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전의 두 게스트들과 했을 때 연속으로 꼴찌를 거머쥐었던 것이었다. ... 그정도면 걱정할 만도 하네.

{걱정 마세요. 제가 도와준다고 룰 위반이거나 한 건 아니죠?}{어- 응. 그럼 어떻게 하려고?}

난 웬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은연중에 들었다. 승리도 거머쥐고, 이분과 신나게 데이트, 흠 흠, 그래 티타임도 즐기고, 인증샷도 마구마구 찍어갈테다!

{아무거나 골라 보세요, 그럼 제가 하나씩 맞춰드릴테니까요.}내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는지 마츠모토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이 싸람이 이러다가 내 안티 생기면 어쩌려고 이러시는겨! 벌써 200명은 생긴 것 같은데... 아니지 아니야, 그래 일단 이기는게 최우선이다!

3층으로 다시 올라간 뒤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나는 오래 걸리지 않아 마음에 드는 매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1차 심사를 세미 수트로 받았기 때문에, 2차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코디를 한다면 그만큼의 가산점이 또 부여될 것이었다. 난 최대한 캐주얼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옷을 찾고 또 찾았다.

'신기하네... 남자 옷과 여자 옷은 완전히 다른 느낌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걸...'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여자가 되고 나서도 옷을 이상하게 입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월한 패션감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렇게 여성복 코디를 잘 해내는 이유는 아무래도 모델이 윤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어떻게 하면 내가 보기에 윤하가 더욱 멋지고 아름답고 귀엽게 보일까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란 결론이지. 즉 내가 고르는 옷들은 남성들이 보기에 정말 매력적이란 얘기였다.

'뭐, 나중에 원래대로 돌아가면 윤하를 코디해주는 것 쯤은 식은 죽 먹기겠네... 잠깐 이러다가 원래 몸일 때 코디를 못해서 패션 테러리스트 되는 거 아냐?'

혼자 생각하며 키득키득거리고 있으니까 마츠모토 씨가 이상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난 재빨리 헛기침을 하며 그 시선을 외면한 뒤 다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옷을 고르며 문득 든 생각으로 인해 난 금세 시무룩해져 버렸다.

'그런데 돌아갈 수가 없잖아...'

여태껏 이 가장 간단하고도 난해한 질문의 해답을 찾지 못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왔던지라 늘상 잊고 살아왔는데, 요근래 들어 이상하게 잊으려 하면 할수록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몸이 바뀐 지 8개월 이상. 이젠 서로 바뀐 몸이더라도 지내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정도의 적응 기간이 지나버렸고, 돌아갈 수 있다는 데에는 확신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그런 내 마음을 갑자기 요동치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이틀 전 꿈에서 만난 아저씨 때문이었다. 사실 여부는 불투명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나와 윤하의 몸이 서로 뒤바뀐 가운데에는 아저씨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다시말해 아저씨만 만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란 얘기였다. 그 꿈 덕분에 꼬이고 엉킨 실타래가 조금이나마 풀려가는 것을 느끼면서 난 일말의 희망을 다시금 갖게 되었다.

{저... 윤하야? 이거 어떠냐니깐.}{아. 네? 아아, 잠시, 잠시만요! 입고 와 볼게요.}한참 다른 생각에 빠져있던 나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건 마츠모토씨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는 내가 멍하니 옷만 보고 일체 말을 하지 않으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하아... 이건 좀 아닌데. 마즈모토씨 정말 여성복 센스는 꽝이네요.}너무 깊이 생각했던 탓에 입기전 옷의 조화를 보지 않았던 나는 옷을 입고 나서 거울을 본 뒤 한숨이 나왔다. 정말 내 도움 없인 우승하기 힘들겠구만 이 인간! 일단 지금 당장 이 심사들을 해결해야겠어.

{좋아, 어때요? 이정도면 맘에 들죠?}망망대해에 빠트린 바늘 찾듯이 그가 골라준 옷에서 이쁜 옷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가 가져온 옷들을 수도없이 대조해보고 가려낸 결과, 간신히 제한 시간 내에 심사위원들이 있는 2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옷들을 봤는지 눈이 아플 정도였다.

마즈모토 씨도 자기 때문이라는 걸 느꼈는지 내내 미안하다며 꼭 이길 수 있을거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물론 나도 질 거란 생각은 안 했기 때문에 그 말에 씨익 웃어 보이며 여유를 드러냈다.

당연한 이야기였으나, 그 뒤 2차 3차 심사도 모두 우리 팀의 승리였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으나 꼴찌 팀은 우주가 있던 우에노 쥬리 팀이었다. 우주가 이런 쪽으로 문외한은 아니었지만 나와 레이 언니에게 이길 정도는 아니었던 탓이었으리라. 여담으로 벌칙 의상을 입은 우에노 씨의 모습은 정말 귀엽기 그지없었다. '저게 어떻게 벌칙 의상이란 거냐!'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되었든 마츠모토 씨를 위기에서 구해낸 데다가, 데이트 기회까지 얻은 나는 오늘 밤까지 좀더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우주와 레이언니를 먼저 돌려보냈다. 촬영이 끝나기 전 우에노 쥬리씨와 기무라 타쿠야씨, 히라노 아야씨의 싸인을 받고 함께 촬영까지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이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일만 남았구만, 후훗.

{이야 진짜 고마워, 윤하야. 덕분에 살았다~!}{헤헤~ 별 말씀을요. 덕분에 저도 이렇게 마즈모토 씨와 오붓한 시간 보내고, 맛있는 스테이크도 먹고!}{아니야 아니야~ 진짜 내가 너무 큰 빚을 졌지. 고마움의 표시로 답례 하나 할까 하는데 괜찮을까?}{아니에요, 이미 충분히 받았는데-}난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어떻게라도 주고 싶었는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우왓? 잠깐-}

============================ 작품 후기 ============================

+14.07.10 수정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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